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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성과관리

2018-06-07


 

세상에 완벽한 성과관리 시스템이란 것이 존재할까? 대답은 No이다. 왜냐하면 목표설정과 이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중간과정, 그리고 평가를 거치면서 성과관리 주체(고과자와 피고과자)간에 생기는 기대치의 불일치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성과관리 시스템이란 고과자와 피고과자간에 ‘일의 완성’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기에 기대치를 일치시키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련의 업무과정으로 볼 수 있다. 평가결과에 대한 기대치도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다 다르다. 평가가 끝나면 서로 어떤 상태가 돼야 할까? 서로 놀라지 않는 상태여야 한다. 서로 놀라지 않는다는 게 기대치의 일치상태이다.

 

완벽한 성과관리 시스템도 없고 기대치를 일치시키는 것도 어렵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인사업무를 30년 넘게 하면서 수많은 회사들의 성과관리시스템을 엿볼 수 있었다. 거의 비슷비슷했다. 물론 몇몇 평가나 목표설정에 도움이 되는 것을 발견한 적도 많다. 그러나 기대치의 일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어느 회사 시스템에서도 엿볼 수 없었다. 그럼 ‘완벽한 성과관리 시스템’이란 없다고 생각하자. 단지 편하게 생각하면 두 사람이 일 년 동안 일할 중요한 일들을 미리 계획하고 그 일이 잘 되도록 코칭하고 그 일이 잘 됐는가를 점검하는 것이 성과관리시스템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디지털을 이용하면 성과관리가 잘 될까?

 

필자는 원래 아날로그가 좋다. 그래서 성과관리도 목표 수립, 중간평가, 최종평가를 컴퓨터에서 작성했지만 모두 인쇄물을 이용했다. ‘인쇄물을 이용해서 대면면담을 하는 것이 대세이다. 어떻게 컴퓨터를 켜놓고 컴퓨터에 있는 포맷에 면담내용을 기록하면서 충실하게 면담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면 피고과자가 너무 사무적이라고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필자가 아날로그에 빠진 이유가 있다. 스티브 올드필드란 상사를 만난 것이 ‘성과관리=아날로그 방식=인쇄물 이용’이란 등식이 성립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 분은 내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줬다. 스티브는 커다란 스프링 노트 한 권에 1년 내내 내가 실행한 업무를 적고 피드백을 그때그때 주고 피드백 내용까지 적어 놨다. 6개월이 되니 스프링 노트가 모자라 추가됐다. 가장 신나게 일하고 평가도 우수하게 받았던 기억이 있다. 1년이 지나고 평가를 할 때 스프링 노트 2권에 적힌 내용을 중심으로 한 평가에 필자는 피고과자로서 거부할 수 없었다. 그리고 노트 2권으로 인해 스티브와 필자와의 관계는 전보다 신뢰관계(trust building)를 형성했다.

 

<성과관리의 성공을 판단하는 11가지 조건>

• 단기적으로는 매년 연초에 세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지속성장의 토대가 돼야 한다.

• 상위조직단위 목표와 한 방향 정렬(alignment)이 돼야 한다.

• 시장상황에 따라 당초 설정한 목표도 시장변화에 맞춰 바꿔야 한다.

• 업무과정을 통해 팀원들의 역량이 개발돼야 한다.

• 조직목표달성에 기여한 것에 비례해서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돼야 한다.

• 성과관리의 결과로 팀원들의 업무몰입도job involvement가 높아져야 한다.

• 평가결과에 맞는 보상(금전적+비금전적)이 이뤄져야 한다.

• 성과관리의 결과로 조직몰입도(organization commitment)가 높아져야 한다.

• 성과관리 과정이 끝나면 성과관리의 주체인 관리자와 팀원 간의 신뢰가 형성(trust building) 돼야 한다.

• 성과관리는 평가를 넘어선 관리자와 팀원 간 공식적이고 과학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이다.

 

디지털을 이용하면 11가지 성과관리 조건이 해소될까?


디지털을 이용한 성과관리란 무엇이고 디지털 성과관리를 위한 HR IT인프라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아직 글로벌 HR 측면에서도 초보수준이다. 현재까지는 회사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중에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넣어서 이용하는 것이 가장 발전된 정도이다.

 

한독의 경우 성과관리체계 1.0 버전은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특히 MBO 방식이 조금 섞인 객관식 방식이었다. 별 효과가 없었고 기껏해야 승진에 반영하는 정도에만 쓰이다보니 승진을 앞둔 직원들에게 평가를 좋게 주는 속칭 ‘계’ 태워주는 역할만 했지 이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을 올리거나 아니면 직원들의 역량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고 오히려 고성과자(high performer)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자 회사를 떠나는 사태도 발생했다.

 

성과관리체계 2.0 버전은 전면적인 개편으로 모든 KPIs 선정을 주관식으로 출제했다. 또한 각종 HR 시스템에 성과관리 결과를 반영해 관리자든 사원이든 성과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속칭 ‘누울 자리’를 만들어 성과관리 시스템에 연결을 했다. 일단 1999년부터 시작된 2.0은 성과평가 결과를 성과상여금을 지급 하는 데 반영했고, 3년 치 평가 성적을 승진에 반영해 ‘계 태워 주는 식’의 평가를 탈피했으며 고정급인상에도 차등 반영해 모든 인사기준이 누적된 성과평가 결과에 따랐다.

 

2013년에는 성과관리체계 3.0 버전이 완성됐다. e-HR을 구축하면서 성과관리에 모든 프로세스를 전산시스템을 이용하게 했다. 노동시장은 정부까지 개입해서 다양하게 인사문제를 출제했고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등 근무형태의 다양성 증가, 다양한 직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해야 하는 반면에 회사는 지속성장해야 하는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에 따른 솔루션으로서 e-HR에 IPaD(individual Performance and Development) 시스템을 삽입했다. 그전에도 e-HR이 있었으나 평가결과만 업로딩하는 정도였다. 3.0부터는 아래와 같이 목표설정, 중간평가, 최종평가에 이르는 일련의 모든 사항을 e-HR을 통해서 가능하게 했다.

 

한독의 e-HR은 디지털 성과관리 성공 조건에 얼마나 부합될까?


일단 사람에게 의존했던 것이 시스템에 의존하게 됐다. 성공적인 조직이 하루아침에 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수한 직원들에 의해 성과가 좋다가 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남과 동시에 성과가 기울어지는 예를 많이 봤다. 또 인수인계가 안 되니 기울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매해 성과관리는 했지만 한해 지나면 쌓이지 않고 사라진다.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e-HR에는 위 목표를 명시해야 내 목표를 넣을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 전임 직원이 한 방향으로 정렬하게(alignment) 만들었다. 전체가 공동목표를, 단기적으로는 매년 연초에 세운 조직의 목표 및 자기의 목표를 팀장과 함께 논의하고 스스로 세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다는 의식이 생겼다. 당연히 상위 목표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지속성장의 토대가 됐다.

목표설정이 유연해지기도 했다. 시장상황에 따라 당초 설정한 목표도 시장변화에 맞춰 바꿔야 한다. 작성하고 피드백을 받는 중에 통해 팀원들의 역량이 개발되고 있다. 관리자들은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조직목표 달성에 기여한 것에 비례해서 개개인 평가가 가능해졌다.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돼 가는지를 관리자도, 본인도 언제든지 볼 수 있기에 팀원들의 업무몰입도가 높아졌다.

 

평가결과는 다양한 방법으로 보상(금전적+비금전적)하고 있다. 일선에서 흐지부지 됐던 성과관리를 e-HR에서 누구든 언제든 볼 수 있게 돼 평가 투명성이 확보돼 조직몰입도가 높아졌다. 한 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적해서 성과관리의 모든 내용이 게시돼 성과관리 과정이 끝나면 성과관리의 주체인 관리자와 팀원 간의 신뢰가 형성되고 있다. 과거에는 정말로 고과자와 피고과자 사이에 목표설정, 중간평가, 평가 시 각각 면담을 했는지 의문이었고 특히 평 가결과에 대해 피평가자 본인이 확인했는지 여부를 본인에게 묻는 방법밖에 없었으나 e-HR 구축 후 과정의 투명성은 어떤 시스템보다도 나아졌다. 인사부서도 부문장들도 성과관리에 대한 통계를 분석할 수 있어서 좀 더 과학적인 성과관리 평가 등이 이루어지고 인사나 해당자들도 이중 삼중으로 하던 페이퍼 워크를 줄일 수 있어서 e-HR 구축을 정말 잘 했다 싶다.

 

e-HR을 통한 성과관리는 평가를 넘어 관리자와 팀원 간 공식적이고 과학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원활한 운영을 위한 HR과 리더의 역할


HR은 일선의 관리자들이 따로국밥을 먹지 못하게 교육을 시켜야 한다. 모든 업무진행을 e-HR 성과관리에 등록해 ‘성과관리=업무’라고 여겨지게 해야 한다.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업무몰입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학계에서 발표된 자료나 경험상으로 보면 직원들의 업무몰입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2가지이다. 하나는 자율적인 의사결정이고 나머지 하나는 근무시간을 자기가 설정하는 것이다. 성과관리가 이 두 가지를 만족시켜준다. 성과관리의 근본취지는 의사결정과정에 업무담당자를 공식적으로 참여시키는 제도이다. 본인이 목표를 설정하면서 언제까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달성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성과관리의 핵심이고 철학이기 때문이다.

 

과정에서 비롯될 수 있는 리스크는 있다


처음에는 불편함을 호소한다. 인쇄물보다 e-HR 안에 들어있는 IPaD까지 접근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그렇지만 1~2년 후에는 불만이 사라진다. 경험상으로 보면 e-HR에 익숙해지면 언제든지 볼 수 있고 프린트할 수 있으며 본인, 상사, 실장, 본부장, COO, CEO, HR 모두 같은 시간에 같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현돼야 할 HR IT기술은?


지금 고민하는 것은 모바일에 IPaD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실시간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직원이 신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첫 번째 요건은 일이 완성돼 보고하면 즉시 관리자의 피드백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스톱과 포커 그리고 각종 게임에 빠지는 원리와 같다. 왜 농구에 열광하는가? 젊은이들이 왜 가수선발 경쟁에 열광하는가? 그것은 성과를 보이면 바로 점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성과관리는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지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 진 것과 마찬가지다. 성과관리가 잘 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성과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직무 몰입도를 향상시키려면 일하면 바로 관리자들의 점수가 표기되게 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에서 주최한 2017년 세계인재포럼에서 그 빛을 찾았다. GE의 경우 모바일의 영역에서 피드백을 주는 프로그램 PD@GE 개발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줘 업무수행자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데 활용한다. 빠른 시간 내에 개발해서 컴퓨터를 켜고 한참 후에 IPaD 화면이 나오면 그때서야 일을 하게 하는 시스템을 버리고 모바일에 IPaD 어플로 KPIs가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는지 보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한독 HR의 목표이다.

 

백진기 한독 HR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