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정선입니다. 저는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지금은 디자인실 실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오더나 생산관리, 디자인 등을 총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멘토님의 직업과 그 동안 해오신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경력이 20년이 넘어요. 88년부터 일을 했거든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지 않았어요. 디자인 학원을 졸업하고 이 일을 시작했어요. 요즘 말하는 패션스쿨이죠.
처음에는 디자이너샵에서 일을 하다가 기성복으로 옮겨가서 일을 했어요. 패션이 트렌드를 제일 잘 반영하는 분야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인터넷 쇼핑몰 쪽 일도 해봤고, 프로모션을 하면서 중국과 일을 하게 되면서 생산 관리하는 일도 했었죠. 일반적으로 패션업에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직종을 계속 하는데 저는 여러 가지를 경험해봤죠.
정말 오랜 기간, 많은 곳에서 일을 하셨군요! 멘토님이 처음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고등학교 때 미대를 가기 위해 준비했었어요.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 상 계속 공부하기가 어려웠어요. 그 때 어머니 추천으로 디자인 학원에 다니게 되었어요. 저를 잘 아시니까 저에게 잘 맞다고 생각하시고 추천해주신 거에요. 결론적으로 정확한 판단이셨죠.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나요? 요즘 패션MD가 각광받는 직업이잖아요. 업무가 어떻게 다른 건지 궁금해요.
2000년대 되기 전에는 국내에 MD라는 인력이 별로 없었어요.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디자이너가 MD, 생산관리 등 모든 역할을 도맡아 했어요. 내셔널 브랜드들이 그 때 갓 생겨서 커지기 시작할 때라 구분이 없었죠. 지금도 중소기업에서는 MD와 디자이너가 따로 있지 않아요. 저도 지금 디자인실에서 상품기획, 상품소싱, 개발, 샘플링 등 상품기획에 대한 총괄적인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분류가 많이 나눠졌는데 예전에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했었네요.
그 때는 디자이너가 모든 일을 총괄했죠. 영업부와 디자이너 정도만 구분이 됐지 세세한 것은 구분이 없었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일이 많았어요.
총괄적인 상품기획을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멘토님의 하루 업무일과에 대해 알려주세요.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프로모션회사에요. 국내 브랜드에서 오더를 받고 중국에서 생산을 해서 납품을 하는 일이에요. 저는 아침에 출근을 하면 메일확인부터 합니다. 전날 중국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거죠. 물론 전화로도 이뤄지지만 내용을 메일로 남기는 것이 원칙이라서요. 메일확인을 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일로 업무를 시작해요. 그 후에 국내 브랜드 측 담당자들과 미팅을 하고, 저녁 때가 되면 미팅에서 나온 내용들을 취합해서 중국으로 보내죠.
양 쪽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이군요. 오더하는 브랜드와 하나의 상품을 기획하더라도 보는 관점이 다를 것 같은데요. 멘토님은 상품기획을 하실 때, 상품에 대해 어떤걸 중점적으로 보시나요?
브랜드 디자이너라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나 인지도를 중점적으로 보죠. 지금은 제가 프로모션업체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브랜드에서 어떤 것을 원하는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보고 그 다음으로는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들을 확인하죠. 패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에요. 고객은 실질적으로 그 옷을 입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고 지금 제가 하는 일 같은 경우에는 바이어사가 고객이에요. 바이어사에서 원하는 상품 중에 우리가 생산하기에 가장 경쟁력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 오정선님의 업무 작업시안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멘토님이 추구하는 성향이 달라서 생겼던 어려움은 없으시나요?
내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브랜드 아이덴티티에는 제가 맞춰야 해요. 회사가 원하는 스토리와 컨셉이 분명히 제시되어 있잖아요. 내 색깔에 브랜드의 스토리와 컨셉을 끼워 맞추면 안돼요. 브랜드의 스토리 속에서 제품을 만들어 내야죠. 그렇지만 그 속에도 제 색이 묻어날 수 밖에 없어요. 어려울 것 같다고요? 아니에요. 제가 만든 것이니 당연히 제 색이 묻어나죠. 자기 색이 확고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거에요.
그리고 내 브랜드를 만들더라도 내 색깔과 대중성이 공존해야 해요. 내가 추구하는 디자인과 대중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잘 팔릴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지 내가 좋아하는 거 만들어놓고 팔리길 기다리면 안되죠. 금전적인 여유가 많으신 분들, 일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면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잖아요.
자기 색이 뚜렷하면 일을 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색깔이 확고하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군요! 그런데, 멘토님은 예전에 중국에서 근무를 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국내에서 근무하시다가 해외로 가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예전에 중국 생산을 관리하는 무역회사에서 일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직접 중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적극적으로 해외 근무하는 일을 찾아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해외에서 근무할 때, 언어적인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중국어 공부는 미리 준비하셨던 건가요?
사실,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저는 경력자였기 때문에 경력을 가지고 들어간 거고 회사에서도 통역을 제공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었죠. 해외 근무에 대해서는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는 지금도 기회만 있다면 다시 한번 해외근무를 하고 싶어요. 사회초년생들도 기회가 있다면 꼭 해외에 나가서 근무해보라고 꼭 권해주고 싶어요. 세상을 보는 눈, 일을 하는 시야가 넓어지고 여러 가지로 도움이 많이 돼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외국어 능력이 부족해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저도 외국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그런데 해외근무를 하면서 극복했어요. 나만이 갖고 있는 무기가 있다면 그것이 언어 때문에 막히는 건 아니거든요. 저는 지금도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업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게 됐고, 내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노하우를 어필해 줄 수 있을 정도라면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작하기 전에 두려워하지 마세요
외국어 능력보다 업무적인 능력이 더 중요한 거군요.
네, 실무자들은 실무자료를 보면서 얘기를 하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교감을 할 수 있어요. 기술적인 문제를 설명할 때는 통역이 없는 게 나을 때가 있어요. 직접 손짓, 발짓을 통해서 정확하게 의도를 전달하는 거죠. 통역하는 사람은 전문적인 지식 없이 말만 통역해 주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전문성이 조금 부족할 수 있거든요.
△ 오정선님의 해외 시장조사자료
국내와 해외의 트렌드가 달라서 겪는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트렌드는 지역마다, 나라마다, 계절마다 다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아요. 트렌드가 달라서 생기는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제가 이 일을 1,2년 한 게 아니니까요. 그 정도로 크게 변화가 느껴지지 않아요
패션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오셨잖아요. 패션은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인데,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따로 자기개발을 하시나요?
트렌드에는 늘 깨어 있어야 해요. 트렌드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파악하려고 노력을 해야 해요. 또 모든 것에 눈과 귀가 열려있어야 해요. 업무와 생활의 모든 것이 자료에요. 하다 못해 여기 있는 냅킨의 패턴도 유심히 봐요. 이런 데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어요.
시즌에 한 번씩 시간을 내서 시장조사를 나가곤 하는데요. 회사마다, 근무형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부러 시간내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늘 내가 접하는 모든 것에서 뭔가를 읽는 게 습관이 되어있어요. 이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이에요. 본인이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면 일을 할 때 힘들어요
지금까지 일을 해 오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요즘 친구들은 생소하겠지만, 90년대에 유행했던 아이템 중에 ‘투투나시’가 있어요. 어느 날, 회사에서 투투나시가 유행인데 왜 투투나시를 안 만드냐는 거에요. 일이 너무 바빠서 TV볼 시간도 없었어서 투투나시가 뭔지, 투투가 누구인지도 몰랐었어요. 찾아보니 프릴로 된 캉캉 민소매를 말하던 거에요. 우리도 비슷한 제품은 있었어요. TV에 나온 제품이란 건 몰랐고 컬렉션을 참고해서 개발을 한 제품이었죠. 그 때, 패션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패션계통의 일은 업무강도가 높다고 들었어요. 체력적으로 힘드실 때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체력은 정말 중요해요. 일반적으로 외근이 많은 업종이다 보니까 이 곳, 저 곳 돌아다녀야 되는 일도 많죠. 요즘에는 편한 신발 신어도 되지만, 예전에는 하이힐신고 돌아다녔어요. 체력적으로 무리가 됐죠. 업계의 전반적인 업무 강도도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들 해요. 그래도 여전히 사회초년생들이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이직률이 심한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어느 분야나 힘든 일, 어려운 일을 겪지 않고 인정받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패션은 남녀노소 불구하고 관심많은 분야 중에 하나인데요. 멘토님은 패션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나라에서 패션은 2차 산업에 속하기 때문에 내수시장에서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보지 않아요. 8,90년대 때까지만 해도 전망이 좋았던 시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의류 생산이 힘들어요. 중국에서도 수지가 맞지 않아서 제 3국으로 넘어가는 시기거든요. 그래서 예전처럼 큰 비전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현재는 대기업들도 유통만 하지 생산을 하지는 않거든요. 소자본으로 성공하기 좋은 업종으로는 이미 시기가 지났다고 생각해요.
한 때 인터넷 쇼핑몰이 뜨던 때가 있었어요. 시작만 하면 성공할 것처럼 매체에서 과도하게 보도했었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대부분 업자들이 힘들어했고, 극히 일부 몇 명만이 성공을 했죠. 그만큼 ‘대박’터트리기는 어려운 업종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옷은 사람과 영원히 떨어질 수 없잖아요? 지금 패션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목표의식, 장인정신만 분명하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오랜 시간, 패션업계에 종사하시면서 전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던 적은 없나요?
두어 번 전업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어요. 그 때, '내가 패션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생각해봤었죠. 저는 요리하는 것이 취미거든요. 그래서 그 쪽 일을 시작해볼까 생각했다가 접었어요.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일로 만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예전에 저는 옷을 좋아해서 나를 위한 옷도 만들고 초등학교 때부터 미싱을 만지작거리고 뜨개질하고 이런 취미를 갖고 있었어요. 일을 시작한 이후로 나를 위해 옷을 만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물론, 지금도 옷을 좋아하지만 예전 같은 방식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죠. 그래서 나의 취미는 즐거움으로 남기고 일은 별개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패션에 발들이고 일을 하면 다른 업종으로 변경이 어려워요. 이 일이 중독성이 있어서 다른 일을 찾아서 적응하기도 어렵고요.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돌아오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요.
그럼, 멘토님은 다시 고등학교 졸업할 때로 돌아가신다면 또 패션 쪽으로 진로를 정하실 건가요?
제가 지금 사회초년생이 된다고 해도 패션을 진로로 정할 거에요. 지금 제가 기획을 하고 있지만, 예전의 기획과 요즘의 기획은 많이 다르거든요. 업계의 판로도 많이 달라졌고, 일의 형태가 많이 달라졌죠. 그에 맞춰서 저도 지금 시기에 맞는 자리를 계속 찾아갈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이름의 역할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패션에 계속 종사할 거라는 거죠. 아마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패션을 선택할거에요.
이제 막 패션계로 진출하려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패션이라는 영역이 좁지 않아요. 워낙 넓고 업무도 많고 일도 많기 때문에 작은 시야로 보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디자이너가 전부였다면, 지금은 세분화, 전문화가 세세하게 되어있어요. 하지만 업무의 경계가 모호하고 그 사이에 경쟁들이 너무 치열해요. 여러분들은 그 만큼 여러 가지 업무에 따라 다양하게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다만, 이 일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즐기려고 도전하는 거라면 권하고 싶지 않아요. 외형상으로 화려한 면만 보고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은 거의 중도 포기하게 돼요. 적응을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직률이 심한 업종이다 보니까 안정적인 직장을 원한다면 다시 한번 고민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냉정한 말이지만, 그런 것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공부하고 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재미로, 즐기면서 하는 일은 돈이 될 수 없어요. 일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돈을 벌기 위해서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하니까 돈도 벌게 되더라는 얘기는 아주 드문 얘기에요. 재미있고 즐겁게 일을 한다기보다 치열하게 승부를 내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세요.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 유학을 다녀오는 분들도 많아요. 국내에서 공부하는 분들은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현업에 종사하는 멘토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워낙 고스펙의 유능한 인재들이 많죠. 제가 사회초년생 때, 그 때가 우리나라 유학이 시작된 초기였어요. 사실, 그 때 유학을 다녀온 친구들은 국내에서 그런 고스펙의 인력을 소화할 만한 곳이 많이 없어서 실패한 분들이 많아요. 유학을 다녀오면 나이가 30에 가까운데 나이 서른의 초보 디자이너를 원하는 곳이 없어서 그런 괴리감이 많았어요.
지금은 그런 문제는 없지만 패션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평균 스펙이 대부분 높아져 있기 때문에 기본 스펙이 없다면 시작하기 힘들어요. 저도 사회생활 하면서 경력이 2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문제를 삼지 않아도 이력서상의 학벌이 문제가 된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빨리 경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그때 몇 년 더 늦었더라도 공부를 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요.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면 할 수 있는 공부를 충분히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패션공부라는 게 보통 금액의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많은 학비와 긴 시간을 투자하지만 그만큼의 고소득을 보장하지는 않아요. 그런 부분도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다른 방법으로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 부족한 부분을 해외근무로 채웠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회적으로 고졸채용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구직자들의 평균 스펙이 높아지는 반면, 고등학생들 중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현업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늘고 있는 추세인데요. 실제로도 그런 분들이 많나요?
대학을 나온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죠. 사실, 대학에서 배우는 것을 실무에서 적용하기 힘들어요. 4년 시간낭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취업하면 처음부터 일을 배우니까요. 제 생각에는 대학교육은 전문기술교육이라기보다는 고등학교처럼 인성교육의 연장인 것 같아요.
저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패션스쿨을 통해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 때와 지금이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지금도 일을 일찍 시작하는 분들도 있어요.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실무를 시작할 생각이 있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고졸이라고 해서 취업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대신 눈높이를 대졸자와 똑같이 둔다면 취업이 힘들어요. 꿈이 확고하다면, 조금 더 공부를 하는 것도 본인에 대한 투자니까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게 여의치 않다면, 요즘은 학벌을 다른 방법으로 커버를 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어떤 정해진 정답은 없어요.
후배들이 갖춰야 할 자세나 역량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자기의 끼를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일반 사무직은 ‘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패션을 자기를 표현하고,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요. 마치 연예인들처럼 ‘끼’가 중요한 거죠. 내가 누구인지 나만의 ‘끼’, ‘색깔’로 보여줘야 해요. 그 ‘끼’나 ‘색깔’은 어떤 브랜드에서 일하느냐, 내 직책이 무엇이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야겠죠.
일을 시작하고 초기에는 본인에게 투자해야 할 것이 많을 거에요.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을 수도 있어요. 이런 점도 염두해 두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패션업계로 진출하기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나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모든 콘텐츠와 미디어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저는 드라마를 볼 때도 내용이나 배우를 보는 게 아니고 그 속에 나오는 패션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패션은 컬렉션 제품을 대중적으로 풀어서 입고 나오거든요. 대중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되죠.
또,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해요. 예를 들어, FTA가 협정 시, 패션산업에 미칠 영향을 전혀 모른다면 문제가 있죠.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가에 대해 늘 관심이 있어야 해요.
패션은 000다 라고 정의를 내려주세요.
저한테 패션은 일이에요. 제가 한번도 다른 업종에서 일해본 적이 없고, 직업을 가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패션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있었거든요. 나에게 일이란 옷이고, 옷이란 일이에요
멘토님의 앞으로 꿈이나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20년 동안 패션이라는 틀 안에서 많은 일을 했었어요. 앞으로도 트렌드에 맞춰 일을 해야겠죠. 개인적인 바람은, 나이가 몇 살이 되든 나를 불러주는 회사가 있다면 계속 일을 할거에요. 기회가 된다면 신규 브랜드 런칭도, 해외에서 근무도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계속 도전하는 것이 제 목표에요. 나이가 50, 60이 되어도 영캐주얼을 할 수 있는 마인드를 놓치지 않고 살고 싶어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문소은
패션 디자이너
담당부서:인터뷰
취재:문소은
INTERVIEW
김미형, 문소은
dangmenso1@mailinfo.saramin.co.kr
EDITOR
문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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