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안녕하세요. 사회 첫발을 인사쟁이로 내딛고 앞으로도 인사쟁이로 살아갈 예정인 HR팀장 김진갑 과장이라고 합니다. 인사 및 노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입사한지는 만 10년 정도 됐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HRD와 HRM을 해왔고, 2010년부터는 노무업무까지 병행하고 있습니다.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는 말 그대로 인적 자원 개발을 담당하는 것이고, HRM(Human Resource Management)은 급여, 보상, 평가, 인원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서인데요. 이 둘이 꼭 구분 되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교육을 중심으로 둘을 나누어 보고 있습니다.
인사팀에서 하는 전반적인 업무를 다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사실 규모가 큰 회사에서 10년 정도의 경력을 쌓은 인사담당자라면 대게 평가면 평가 채용이면 채용으로 한 두 가지의 큰 분야를 담당할거에요. 저 같은 경우는 저희 회사 규모가 500명 내외이기 때문에 담당자 인력 풀이 충분하지 않아 HR의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있죠.
저는 주로 인적 자원 관리를 담당하고 있어요. 인적 자원 채용, 확보, 육성 개발, 평가, 보상부터 퇴직 관리까지의 전반적인 업무를 다루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설명해드리면, 한 사람을 채용해서 조직 내에 편입시켜 회사가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게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성과가 난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을 해주고 그를 통해서 그 사람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줘서 그 사람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즉 서포트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사팀에 입사하신 특별한 계기나 동기가 있으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인사 업무를 시작한 건 아니에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진로 고민을 하다가 취업을 결정한 건 대학교 4학년 가을 정도였거든요. 사시 공부를 해왔던 터라 취업 준비는 부족한 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대학 시절 동안 공부했던 전공과 제 스스로의 성격이나 이미지를 봤을 때 경쟁력 있을 분야를 찾은 것이 인사업무였어요. 법무팀을 선택하지 않은 건, 앞으로의 법률 시장 상황을 봤을 때, 법무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호사 자격증 같이 전공부분에 좀 더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법학 전공자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인사팀을 염두하긴 하죠. 그런데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계심에도 2010년도에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셨는데요.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그 계기가 있으셨나요?
요즘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제 인건비 대비 역량이나 성과가 낮아지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무기를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다른 이유로는 인사업무를 하면서 관련 지식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그냥 막연하게 공부를 하다 보니 책을 사도 꾸준히 안 읽게 되더라고요. 특정 목표가 없으니 자기관리가 안 되는 측면이 있었죠. 인사업무를 평생 직무로 삼고 시작했으니 이 부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련 지식은 갖춰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쉽지 않았던 거죠. 이럴 바에는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스스로를 컨트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행스럽게도 좋은 결과가 있었죠.
인사팀에서 하는 일이 궁금합니다. 인사팀에 들어가면 채용 업무부터 맡는다고 들었습니다. 연차에 따라 담당하는 업무 순서가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보통 연초나 전년도 연말에 1년의 사업계획을 짜는데요. 내년에 필요한 인원수와 인건비를 산정하는 인원 인건비 계획을 짭니다. 그 이후에 채용 공고부터 면접까지 이루어지는데요. 채용 업무는 다른 업무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맡게 됩니다.
채용 업무를 담당하고 나면 보통 급여 업무를 담당하게 되고요. 그 다음부터는 개발, 보상, 제도 보완, 복리 후생 등의 업무를 맡아 나갑니다. 여기서 제도라는 건 하나의 조직이 운영되고 인사업무가 효과를 내기 위해 기준이 되는 규정인데요. 성과급 지급 규정, 순환보직제도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연초나 전년도 연말에 1년의 사업계획을 짜면 그대로 진행되는 건가요?
네, 물론 돌발적인 업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이루어지죠.
인사 업무의 일련의 과정을 말씀 드릴게요. 1월에는 MBO라고 목표전략합의서를 작성해요. 조직/팀/개인단위로 올해의 목표량을 정하는데요. 이 목표가 평가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 과정을 연초나 전년도 말에 거치죠. 3월에는 소득총액신고를 해요. 상/하반기 공채 시즌에는 채용 준비를 하고, 6월에는 중간점검을 합니다. 그 때 다시 과정을 거쳐 수정을 하기도 하고요. 이후 평가시즌이 오면 평가를 하고 11월, 12월이 되면 내년도 조직개편을 합니다. 인사이동을 하는 거죠. 평가까지 끝나면 승진급 발표를 해요.
이런 식으로 년 단위로 업무가 진행되고요.자주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갑자기 공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우나 기업체 장애인 고용 할당이나 국가 유공자 할당과 관련해서 통지서가 갑자기 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병원도 찾아 다녀야 하고, 산재 보험을 신청할 경우 등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죠. 사람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업무는 다 인사팀에서 한다고 보시면 되요.
그럼 인사 담당자의 하루는 어떤가요?
출근하면 티타임 형식으로 팀 회의를 해요. 서로의 어제, 오늘의 일과에 대해 15분 정도 얘기를 하고 각자 자기가 맡은 업무를 해요. 다른 부서랑 큰 차이는 없어요.
다만 다른 직무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건 사람하고 만나는 시간이 많다는 거에요. 사람을 관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영업부서에 특별한 일은 없는지, 부모님이 크게 아픈 사람은 없는지, 또 올해의 임금 인상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알아야 하거든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회사 인사 시스템에 들어가요. 종업원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서 입사 때의 자기소개서부터 입사 년도, 가족사항, 거주지 등에 대해서 많이 암기하려고 해요. 왜냐하면 이런 부분을 모르면 대화를 하는데 이름을 모르거나 기혼자한테 결혼 하셨냐고 물어볼 수도 있으니까요. 저희 조직이 500명 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알기에는 많은 인원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자주 인사시스템 들어가서 확인하려고 해요.
그 외적으로는 인사 업무와 관련된 흐름을 알기 위해서 인사 관련 사이트에서 소식을 듣거나, 취업 사이트에서 채용정보들을 확인해요. 채용 중인 회사가 어디인지, 다른 회사 홈페이지 스타일이나 채용 공고 형식은 어떠한지, 현 채용 시장에서 경력사원을 어느 정도 뽑고 있는지 등을 알아보죠.
마케팅 같은 부서만 타 부서와의 교류가 많은 줄 알았는데, 인사팀도 다른 부서와의 교류가 많아야 하는군요.
네, 물건이 아닌 사람을 관리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로부터 회사 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피드백을 들어야 되요. 평가제도, 급여제도, 복리후생제도 등 여러 가지 제도들이 이미 다 세팅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특히 불만이 가장 큰 부분이 평가제도인데, 불만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계속 듣고 보완해가는 과정이 저희 업무인 거에요.
불만을 들으면 회의를 거쳐서 수정에 들어가는 건가요?
사실 3-40개의 불만을 들어도 1-2개 정도만 해결해 줄 수 밖에 없어요. 불만이 대게 개인적인 것도 있기 때문에 불만에 따라 수정하다 보면 조직에 필요한 통일성이나 원칙이 사라질 수 있거든요. 또 이미 본인들도 불만에 대해 명확하게 해결해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대화를 나누는 이유는 불만이 쌓이는 것보다 들어줌으로써 완화될 수 있도록 하고,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설명해주기 위해서죠. 실제로도 직원들하고 면담하다 보면 ‘급여가 적다’, ‘내가 왜 진급에서 누락됐느냐’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전 ‘본인의 역량을 뛰어나지만 그 역량을 가지고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설명을 해주면서 불만을 풀어주려고 해요.
그러한 업무를 하시면서 느낀 것들이 업무를 하시기 전에 생각하셨던 것과 차이가 있으신가요?
네, 많은 차이가 있었죠. 꼭 인사팀에만 한정 지어 얘기하는 건 아니고요. 취업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드라마나 영화 속에 비춰진 직장생활을 상상했었어요. 내 열정과 능력을 발휘하면서 한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빨리 맡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이상이 있었죠. 특히 인사팀은 구직자들이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접하는 사람이기도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채용담당자들은 그 나름대로 우리 회사의 첫 이미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채용 면접을 진행할 때 가장 좋은 옷과 넥타이를 매요. 그러다 보니까 인사담당자에 대한 동경도 있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아니었던 거죠. (웃음)
지금은 그룹사 전체가 시스템을 구축해서 입사 지원도 온라인으로 받고 있지만, 2010년쯤까지는 우편으로 받았었어요. 온라인은 허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도 있었죠. 그런데 우편으로 접수를 받다 보니 하나하나 손으로 뜯어야 되고, 면접관이 여러 명이면 복사도 해야 되요. 잔업무가 많죠. 사실 인사팀에 들어오자마자 채용 업무를 맡기는 것도 채용 업무에 잔업무가 제일 많기 때문이기도 해요. (웃음)
서류도 그렇지만 캠퍼스 리쿠르팅 나가려면 준비도 해야 되고, 기본적인 데이터 정리부터 면접진행까지 과정이 많거든요. 이처럼 인사팀에 입사하면 제도를 기획하는 등 비중있는 일을 할 줄 알았는데 단순 업무를 하니 제가 생각했던 이상과 많은 차이를 느꼈죠.
채용 업무에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줄 몰랐는데요. (웃음) 그런 이상과 현실 간의 차이를느꼈던 때 외에 업무를 하시면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적은 없으셨나요?
첫 번째는 인사 업무를 하다 보면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사람을 내보내야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거에요. 본인이 더 좋은 환경을 찾아서 회사를 나가는 거면 상관없는데, 부득이하게 그 사람의 의사와 상관 없이 내보내야 되는 경우가 발생할 때가 있거든요. 이를 퇴직관리라고 하는데 법 제도도 그렇고, 회사 입장에서 사람을 강제로 내보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얼굴을 보고 대화하면서 풀어나가야 되는 부분인데.. 쉽지 않죠. 한동안 계속 얼굴 보고 지냈던 동료를 내보내는 건 어떻게 얘기를 하더라도 사람한테 상처를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가장 어려워요.
정말 힘든 부분인 것 같은데요. 그런 상황을 잘 풀어나가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정답은 없습니다. 그대로 얘기해 주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어중간하게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것 보다는 솔직하게 말하고, 설득하는 것이 좋죠. 회사가 똑같은 제안을 했을 때 각 개인별로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죠.
퇴직관리 외에도 직무상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인사 쪽에서 성과를 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에요. 예를 들어 영업은 숫자가 있어 정량적이지만, 인사 업무는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까 정성적이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기도 애매하고, 이만한 성과를 냈다고 외부로 표시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죠. 인사업무는 성과를 내는 그 기준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아요. MBO(목표전략) 세우기도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채용에 이직률을 줄이겠다. 고급 인력을 채용하겠다. 인건비를 줄이겠다. 이런 목표를 세우고 업무를 하더라도 이 사람이 과연 고급인력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도 어렵죠. 소위 명문대 출신의 고학력자를 채용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이직해버리면 손실이니까요. 임금인상을 5%내에서 협상 하겠다고 하더라도 이런 부분을 성과라고 할 수도 없어요. 만약 인건비를 5% 줄였는데 그로 인해서 사람들의 동기 의식이 없어지거나 근로 의욕이 떨어지고 이직이 발생하면 사실상 회사에는 손실인 거니까요.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인사라는 업무 안에서 평가 기준을 세우는 건 어려워요.
이런 힘든 일들이 있으셨지만, 혹시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채용 담당자였을 때 재미있었던 일들이 몇 가지가 있어요.
어떤 특정 분야를 뽑을 때 전공 제한을 두고 공고를 올렸거든요. 근데 문의가 왔죠. 왜 그 전공자만 지원을 할 수 있게 했냐고 10분 정도 불만을 제기를 했어요. 이해를 시키기 위해 그렇게 공고를 작성한 이유를 말해주고, ‘혹시 본인이 그 업무에 대해서 준비가 되어 있다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지원을 하십쇼’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그럼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도 아마 당황했던 것 같은데, 저도 같이 당황해서 ‘네, 감사합니다.’ 라고 얘기했던 게 생각이 나요. (웃음)
또 하나는 면접에서 떨어진 친구의 전화였는데요. 저희는 5명씩 집단 면접을 보거든요. 그런데 본인이 제일 잘 봤다고 생각한다고,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으니 자기가 이해할 수 있게 상세하게 설명해달라는 전화였어요. 기억에 남는 전화죠.
마지막으로 서류 심사할 때 일인데, 해외 경험란에 영어로 Jeju Island 6개월 이라고 써있었어요. (웃음) 처음엔 이게 도대체 뭘까 하고 한참 보고 웃었던 적이 있어요.
성과가 좋은 직원을 발탁 진급을 시켜야 되는데 박탈이라고 오타가 난 공고를 사내에 낸 적도 있네요. 업무를 하면서 큰 에피소드라기 보다는 이런 사소한 일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채용 업무를 맡고 계실 때 일이 기억에 많이 남으시는 것 같아요. 채용 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보람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네, 아마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인 것 같아요. 합격자 발표 전화를 직접 드렸었거든요. ‘**씨죠? 인사담당자 **입니다. 제가 전화를 드린 이유는 ~’ 하면서 전해 드렸는데, 제가 한 것도 없는데 저한테 ‘감사합니다’를 반복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때마다 취업이라는 기쁜 소식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어요. 채용 담당자였을 때가 저도 사회에 익숙해지지 않은 초년생이라 그런지 그때 일들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 보람을 느낀 건 제 말을 더 신뢰해주는 부분인데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얘기를 했을 때 노무사 자격증을 갖고 있기 전에는 ‘이거 맞아?’라는 질문도 있었고,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라는 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이런 부분들이 많이 줄었어요. 이제는 제가 어떤 의견을 말하면, ‘알았어, 뭐 김 노무사니까 맞겠지’라고 해주세요. 이런 부분이 보람도 보람이지만, 자격증을 취득하고 가장 좋은 부분이기도 해요.
힘든 점, 재미있었던 일, 보람을 느꼈던 부분 등 다양한 일들이 있으셨잖아요. 그럼 인사업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구직생활을 하고 계시는 대학생이거나 조직생활을 잘 모르는 외부 사람의 입장에서는 인사팀이 좀 멋있어 보이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은 오래가지는 않아요.
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이 인사업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인사팀만큼 한 조직 내에 있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도 없거든요. 한 조직에서 길게는 2-30년, 짧게는 몇 년 생활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또 말을 걸었을 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들이 지금까지 10년 간 인사업무를 할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일까요?
사람을 만나는 부분도 물론이지만, 어느 한 업무를 하고 또 다른 업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제 자신이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부분 덕분인 것 같아요.
역량이 성장해가는 과정이라는 건 입사하고 5년 정도는 인사, 노무 쪽의 지식을 쌓아가는 데서 느꼈었고요. 그 이후에는 단편적인 지식습득을 떠나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꼈던 경험들을 통해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이런 부분들이 10년 동안 인사 업무를 계속 할 수 있게 했고, 제가 앞으로 길게는 20년을 더 근무할 텐데 앞으로도 인사 업무를 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다시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가신다고 하더라도 이 직업을 선택하실 건가요?
네, 사실 10년 정도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지만, 저는 인사업무를 하다가 노무업무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괜찮아요. 물론 다른 직무로 바꿔보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인사 업무를 하면서 이를 테면 재무나 영업을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인사 업무를 관두고 다른 업무만으로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멘토님의 직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비유할 수 있을까요?
좀 우습기도 한데, ‘다리 위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리라고 한 이유는 인사업무는 교각 역할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조직에는 최고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하고 그 밑에 따라오는 조직이 있는 거잖아요. 그게 종업원이라는 개념인데 대상이 사람이다 보니까 각 입장 별로 원하는 부분이 다를 거잖아요. 종업원들은 자신들의 불만을 위쪽으로 전달하고 싶을 거고, 최고 경영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가고자 했던 방향과 비전을 따라오기를 원하는 부분이 있을 거고요. 이 두 지점이 잘 연결될 수 있도록 그 접점을 찾아서 다리 역할을 해주는 게 인사팀의 역할이자 업무라고 생각해요.
아메리카노라고 표현한 이유는 (웃음) 제가 인사 업무를 하면서 생긴 습관이 아메리카노를 하루에 2-3잔씩 마시는 거거든요. 그래서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다리 위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다’ 에요.
인사 담당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나 콘텐츠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인사 업무를 하려는 초년생 입장에서 필요한 책은 기본서라고 생각해요. 물론 인사 업무를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여러 교육을 받겠지만, 회사에 나름 조기에 정착을 하려고 한다면 기본서 정도는 읽고 입사준비를 하시는 것이 도움이 될 거에요. 수험서, 교수님 책 등 어떤 책이든 기본적인 인사관리 책 한 권정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인사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고, 인사흐름이 어떤지를 알 수 있어요.
또 한가지는 우리나라는 급여 등 관련된 법률이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노동법과 관련된 책을 한 권 정도는 읽어보는 게 좋아요. 기본서와 노동법 관련 책을 읽고 다른 책을 선택하면 훨씬 더 좋은 시너지 작용을 할거에요. 그 외의 책들로는 인사관련 파트 별로 책들이 엄청 많거든요. 목표관리(MBO)분야로는 BSC, 목표전략합의서도 있고, 성과 보상에서도 한국형 성과급, 연봉제도 등 각 분야별로 책들이 많기 때문에 읽어보시면 좋아요.
이러한 부분들이 준비가 됐다면 삼성연구소에서 출간하는 ‘SERI 연구 에세이’라는 얇은 단행본이 있어요. 그 중에 인사 관련 경영도서를 읽어보는 것도 좋아요.
책으로 기본 이론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그럼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세부적인 부분을 도움 받을 만한 곳도 추천해주세요.
책 외의 것을 말씀 드리면, 제가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로 네이버에 인사쟁이라는 카페가 있어요. 거기서도 여러 자료를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해보세요. 이론적인 건 기본적으로 도서를 통해서 알 수 있지만, 그 외에 필요한 보고 양식이나 기획안을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될 거에요. 특히 인사 시스템이 대기업처럼 잘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도움이 더 많이 될 거에요.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었고요. 물론 옛날 자료거나 필요 없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준비과정이 될 거에요.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조직활성화에 대한 기획안을 만들어 오라고 했을 때 그런 카페에 있는 여러 자료들을 기초로 우리 조직에 맞게 색깔을 입혀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죠.
또 인사쟁이 카페에 인적 네트워크가 많이 활성화 되어있어요. 저도 인사업무를 시작하자마자 가입했었는데, 지금도 인사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가입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 카페에서 진행하는 모임이 있는데 인사업무를 하고자 하시거나 하시는 분들은 그런 모임에 참석해서 정보도 얻고 동종업계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 2번 정도 참석했었는데, 학생들도 나온다고 했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석해보세요.
그렇다면 인사담당자가 되기 위한 구직자에게 필요한 스펙이나 자격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사 쪽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안 본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 기준은 노무사나 PHR같은 자격증을 갖고 있느냐 일 수도 있고요. 특히 HRD쪽은 교육 전공자나 인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석사급 정도의 커리어를 갖고 있으면 도움이 될 거에요. 이런 측면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해본 경험, 사람 관리를 조금이라도 해봤던 경험이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HR을 하실 분이라면 기본적인 영어는 되셔야 하고요.
인사팀 입사에 교육전공이 도움이 된다니, 생각지도 못했는데요~
HRD에서는 교육에 대한 니즈 파악, 교육 방법, 교육에 대한 성과 평가 방법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짜는 업무를 하기 때문이에요. HRD부문의 채용 공고를 보면 교육학 전공자들 특히 석사급 이상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교육학이라는 부분이 사범대학교뿐만 아니라 기업 구성원들과 관련된 기업 쪽 교육학도 있거든요. 물론 그 교육에 대해서 컨설팅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지만, 그 과정을 본인도 알고 있어야 우리 회사에 필요한 교육에 대한 것들을 컨설팅 업체와 잘 협의해나갈 수 있거든요.
지금 인사팀에 계시지만, 노무사이기도 하시잖아요. 노무사 준비를 하시는 분들에게 필요한 자세나 역량을 포함한 조언도 부탁 드려요.
전문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밥벌이가 되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 공부를 시작하시기 전에 과연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인지, 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시고 목표를 세워놓고 준비하셨으면 좋겠어요. 취업을 위해 준비하시는 분들은 단순히 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 중에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보다는 추상적이더라도 어떤 목표와 계획을 갖고 도전하시는 게 좋아요. 단순하게 취업을 위해서 노무사 준비를 하면 사실 장롱 노무사 밖에 안 되거든요.
직장생활 하시면서 준비하시는 분들은 직장인은 상대적으로 개인적인 시간이 없거든요. 공부 의욕이 있어도 잘 되진 않고요. 그런 분들은 저같이 자기 컨트롤을 할 수 있는 기준점을 세우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본인이 충분히 노력한다면 가능한 부분이니까 동기 부여가 될 만한 것을 찾아 준비하시길 바래요.
그리고 시험 준비 과정에서도 로스쿨 변호사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노무사가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 등 주변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을 건데요. 이미 노무사 자격증 취득 혹은 인사업무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이런 주변의 잡음은 신경 쓰지 않고 공부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분은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고민해도 되는 부분이거든요.
인사 업무를 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갖췄으면 하는 자세나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마음가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인사팀이라는 부서가 관리부서였거든요. 저도 예전에는 인사팀이라고 하면 권력 많고, 조직을 총괄하는 부서라고 생각했어요. 또 사람을 관리하는 부서다 보니까 최고 경영자의 오른팔 정도로 생각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인사팀을 관리부서라고 하지 않고 지원부서라고 하죠. 그 이유는 기업은 수입을 창출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예전에는 운영만 되면 이익이 자연적으로 발생했지만, 그런 시대는 갔고 지금은 무한경쟁시대다 보니까 회사에 실질적으로 돈을 벌어다 주는 조직이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내에서도 인사팀은 다른 부서를 지원하는 부서라는 개념이 많이 퍼지고 있어요. 이런 추세이기 때문에 혹시나 인사팀이 권력을 잡고 있는 부서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생각을 바꾸셔야 해요.
그리고 요즘은 모든 회사가 고객만족을 강조하잖아요. 전 인사팀의 고객은 내부 임직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직원들이 얼마나 만족해하는지, 업무에 대한 성과를 내는데 어떤 서포트를 해줘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임직원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이런 부분은 책을 통해서 습득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경험이나 마음 자세에 따라 달라진다고 봐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역량이나 이런 자세를 갖고 임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인사업무도 전략적인 기획 업무도 많지만, 이런 자세가 기초가 되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멘토님의 꿈이자 목표가 무엇인가요?
우리가 ‘별을 단다’라는 얘기를 하죠. 조직 내에서 임원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꿈이자 목표에요. 제가 조직생활을 시작한 이상 속물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1%의 위치로 가는 것이 제 목표에요.
조직 내에서의 1%는 최고경영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은 우리가 얘기하는 중견기업이나 규모가 큰 회사의 최고경영자 중에서 인사업무만을 전문적으로 하고 CEO가 된 경우는 아직 없어요. 대부분이 영업이거나, 엔지니어 출신인데 경영학을 병행했거나, 아니면 재무부서 같이 돈을 관리하는 부서 출신이에요.
이와 관련해서 저희 그룹사가 진행하는 HR컨퍼런스에서 한 계열의 사장님께서도 HR 전공자들 중에 CEO가 되는 경우가 드문 이유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요. 첫 번째 이유가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자기평가/고과/성과를 외부로 표시하고 드러내기가 어려운 부분이라는 거였어요. 평가할만한 탁월한 성과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최고 경영자까지 올라가는 부분이 어려울 수 있다라는 얘기를 하셨고요. 또 다른 이유는 인사 업무를 10년, 20년 하다 보면 너무 인사 쪽으로만 시각이 좁아질 수 있다는 건데요. 물론 내부 직원들을 만나면서 얘기는 듣지만, HR 담당자들은 회사 돌아가는 전체적인 흐름이나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느냐 그러다 보니까 그 사람이 실무자 때는 좋은 평가를 받았어도, 막상 중요한 위치로 올라갈수록 필요한 여러 분야를 볼 수 있는 시각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 되지 않느냐라는 얘기를 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이런 점들을 염두 하면서 그 과정에서 제 나름대로 시야를 넓히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거에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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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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