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박성신입니다. 정서, 학습, 언어 등의 발달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인지학습치료사에요. 그 이전에는 특수교사를 했었고요. 원래 전공은 특수교육학이에요. 지금은 소아정신과, 센터 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보통 특수교육을 전공하면 인지학습치료사가 되는 건가요?
저는 원래 특수교육과를 전공해서 특수교사로 계속 일을 하다가 치료사가 된 건데, 인지 학습 치료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전공을 살펴보면 특수교육도 있고요. 아니면 심리학에 기초를 두고 있는 아동학 쪽을 하는 분 들도 계시고요.
인지행동치료의 경우는 심리 베이스를 가지고 있어서 심리학 전공자 중에서 인지행동을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래서 대체로는 교육이나 심리 쪽 관련 전공들을 하는 분들이 이 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장애인 복지관 같은 곳에서 일하는 특수교사들은 거의 100% 특수교육을 전공 한 사람들이고요.
특수교사와 치료사 라는 게 약간 비슷하게 들려도 다른 면이 있네요.
네. 왜냐하면 학문은 되게 스펙트럼이 넓잖아요. 꼭 그렇게 딱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일을 할 때는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언어, 자폐,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주로 맡아 전반적인 발달을 담당하는 교육을 하게 되고요.
인지학습치료를 하게 되면 센터나 병원에서도 일하게 되면서 발달 장애뿐만 아니라 ADHD를 비롯해 다른 정서나 학습의 문제를 가진 아이들까지 좀 더 폭넓게 만나게 되고 그 아이들한테 필요한 여러 영역 중에서 학습, 행동 등의 특정 부분만 다루어진다고 보면 되지요.
특수교육전공에서는 어떤 것을 주로 배우는 건가요?
우선 장애영역을 다 배워요. 지적 장애, 정서 장애, 학습 장애, 자폐성 장애, 지체 장애,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사실은 특수교육 자체는 일반 교육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외적인 부분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보면 영재아가 들어가요. 그런 의미에서 특수교육인데 요즘에는 영재교육을 따로 배우기 때문에,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한 과목 정도 듣는 수준이었죠. 엄밀한 의미에서는 영재교육까지 포함이지만, 실제로는 장애 쪽을 많이 다루죠.
△ 특수교육을 배우던 대학생 시절의 멘토님.
특수교육도 교생 실습이 있는 건가요?
네. 왜냐하면 특수교육과 역시 사범대 소속이기 때문에 특수교육과 졸업한 사람들은 전부 정교사 2급 자격증이 나와요. 특수교육을 하게 되면은 교육학도 배우기 때문에 장애 관련 공부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에 대한 것들도 배우고, 교육 방법도 같이 배우는 거죠.
원래부터 꿈이 특수교육이셨어요?
사실은 고등학교 때 선택할 때만 해도 뭔가 정확하게 잘 몰랐어요. 그 때만해도 막연하게 해보면 괜찮을 것 같아서 선택을 한 거죠. 특수교육과를 나왔다고 하면 특히 그 시대에는 “왜 갔어요?” 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그만큼 그 때는 많이 생소한 학문이었죠.
괜찮을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막상 해 보니까 생각과는 다른 면이 있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현장에서의 괴리라는 게 있죠. 장애인 복지관 같은 경우는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일을 해요. 여러 영역의 치료사부터 사회 복지사 등 전문가가 다 모여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이론을 배울 때는 ‘팀 접근’ 이라고 해서 협력 같은 것들을 굉장히 중요시 하는데, 막상 일을 해 보면 생각보다 그게 잘 안돼요. 사실은 일반 회사에서도 그렇잖아요. 업무연결이 잘 안 될 때가 있듯이, 각각 전문영역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통을 하는 부분들이 생각만큼 잘 안 되는 것들이 있었어요. 너무 일이 많고 바쁘니까 거기까지 노력하기도 어려웠죠.
그리고 또 하나는, 학교 다닐 때는 지적 장애나 자폐 아이들도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직업을 가질 수 있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생활 면에서부터 기능적으로 가르칠 것인가를 굉장히 많이 이야기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졸업하고 현업에 뛰어들어 보면 외국의 훌륭한 사례들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아직 그게 좀 환상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사실은 엄마들의 몫이 거의 100%잖아요. 성인이 되었을 때 책임을 져 줄만한 시스템이 너무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부모와의 문제도 있었어요. 학부생으로서 공부할 때는 일을 할 때 부모와 이야기가 굉장히 잘 통해서 교육이 잘 될 것만 같았죠. 실제로 그렇게 잘 되는 부모님들도 있지만요. 그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현실이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인지학습치료사로서의 업무 시스템이 궁금합니다.
인지학습 치료사로 일을 하게 되면 대부분 병원이나 사설 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거든요. 정규직으로 정해진 시간에 일하는 시스템도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인지학습치료사들은 프리랜서로 일해요. 일주일에 5일을 한 기관을 나가기도 하고, 지금 저 같은 경우는 두 군데서 일하고 있거든요.
시스템은 대부분 비슷해요. 예를 들어서 첫 수업이 2시에 시작하면 그 시간에 맞춰서 수업을 할 수 있게끔 출근하면 되는 거에요. 인지학습치료사 같은 경우는 오후부터 일을 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보통 오후 1~2시부터 일하고, 마지막 타임까지 마치면 7시. 일찍 시작되면 오전부터 하기도 하고 더 늦게까지 수업하면 8시나 9시까지 일하기도 하죠. 솔직히 일한만큼 버는 것이라서 정규직이 일찍 가고 늦게 퇴근하는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달라요. 요즘 같은 경우는 방학이라 아침에 오는 친구들도 많죠. 개별지도나 소 그룹으로도 많이 하는데, 개별은 선생님과 아이가 1:1로 수업을 하는 거죠. 소 그룹 같은 경우는 선생님과 아이 2~6명의 집단으로 하고요.
보통 50분 타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0분은 아이와 수업하고 엄마와 10분 상담으로 50분이 맞춰지죠. 물론 이 타임은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요. 대체로는 어머니가 데리고 오시고 아이가 혼자 올 수 있어도 인지학습치료에서는 부모 상담이 중요하다 보니까, 되도록이면 같이 오시라고 말씀을 드리는 편이고요.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수업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요.
어떻게 아이의 문제를 파악하고 바꿔주려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치료사로서 하는 가장 주된 업무 중 하나가 치료고, 또 하나는 평가에요. 아이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를 보는 평가를 하거든요. 치료사가 평가를 바탕으로 소견서를 써서 원장님께 드리면, 원장님이 상담을 해서 필요한 치료의 방향을 정하게 되죠.
그리고 나서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이제는 적격성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치료의 방향을 잡기 위한 평가들을 하게 되죠. 어린 아이들 같은 경우는 인지 발달 평가도구를 가지고 영역별로 발달 정도를 본다거나, 학습 같은 경우로 들어온 아이들 같은 경우는 학습의 능력과 수준, 어느 정도로 사용하는지를 봅니다. 또한 행동문제, 자기 관리의 문제를 가진 아이들은 그런 실행기술 같은 것을 평가를 하기도 하요.
인지학습치료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주로 하는 건가요?
보통 인지학습치료는 쉽게 이야기하면 사고력, 학습 쪽 이라고 보시면 돼요. 예를 들어서 4살 정도의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사고력이나 학습으로 가기 위해서 그 밑에 단계에 있는 인지 개념들, 시각, 지각, 모방 같은 것들을 먼저 다져주고, 6~7세 정도부터는 기초학습을 시작으로 그 이후로는 학습을 해 나가는 것이죠. 아이들을 이렇게 치료 하게 되면 진짜로 수학이나 과학, 수학이나 국어 같은 것을 저랑 공부 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어떤 아이들은 기초개념 인지를 배우는 아이들도 있고요.
그런 아이들은 거기서 조금 더 가서 사회적인 인지, 상황에 맞게 어떻게 생각을 하고 대처를 할 것인지 사회적 관계 같은 인지를 배우는 아이들이 있고 이런 것들이 있는데, 대체적으로 인지학습치료라고 하게 되면 쉽게 생각하면 사고와 공부, 이걸 하기 위한 밑의 단계부터 그 위까지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사고를 하고, 공부하는 것을 좀 받쳐주기 위해서 도와주시는 역할을 하시는 거네요?
그렇죠. 그런데 가끔 그냥 과외선생님과 공부하면 안 되는 것이냐고 묻기도 해요. 그렇게 과외선생님과 해서는 잘 안 되기 때문에 오는 거거든요. 특수교육 자체가 그런 특성이 있어요. 일반적인 시스템과 방법 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아이들이 오는 거지요.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방법이 전혀 필요가 없기 보다는 거기에다가 덧붙여줘서, 밑을 좀 받쳐줘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지학습치료 수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5~6세 정도의 아이들은 기본 개념부터 가르쳐요. 색깔 개념, 수 개념 아니면 일상적인 명칭이라던가 이런 것에서부터, 감정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들도 많이 하고요. 그리고 교육의 성격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한글을 떼고 오는지 아닌지 입니다. 그래서 어느 단계의 아이들 같은 경우는 한글만 집중해서 가르쳐요. 한글은 좀 되는데 수가 안 되는 경우는 수를 집중해서 많이 가르치고요. 그래서 수를 해서 수학으로 가고, 한글을 해서 국어로 가고. 그렇게 단계를 밟아 나가죠.
아이들에 따라서는 사고하는 것들에 대한 기초도 다져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상황을 이해기에 앞서 뭔가 잘못 되었다고 느껴야 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기초적인 부분을 봐 줍니다.
인지학습치료를 왜 해야 하는 것인가요?
기초적인 것들이 사실 일반적으로는 굳이 배우지 않아도 관심의 있고 없고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이 없어도 그것을 좀 생각을 하면 평균의 수준은 다들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장애가 있는 아동들은 그게 안 되는 거에요. 어떤 아이의 경우, 한글은 아무도 안 가르쳐줘도 이미 5살에 다 읽어요. 그런데 사고력이 전혀 안돼요.
쉽게 생각을 하면 보통 아무리 편차가 있어도 정규분포상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이런 아이들 같은 경우는 한글을 읽는 능력은 높지만 한글을 이해하는 능력은 낮은 것이죠. 단순 연산은 한참 위에 있고, 그렇다고 해서 이 수의 개념을 이해해서 실제로 사용하는 능력은 또 밑에 있고요. 이렇게 폭의 편차가, 꺾은 선 그래프로 봤을 때 이 경사가 완전히 극과 극을 달린다고 보시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아요. 그런 영역을 때 어떤 영역이 부족한 지를 봐서 그것을 가르쳐 줘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가 한 가지 영역만 배운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네요.
필요하다라고 얘기를 하면 수백 만 가지가 다 필요하죠. 아이들이 저희한테 오는 건 일주일에 한 두 번 오는 거거든요. 일주일에 한 두 번 이라는 시간과 아무리 제가 엄마들한테 가정지도 과제를 내 준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가르치는 게 지금 아이의 시기에 가장 효과적일까 하는 부분은 조금씩 달라요. 그런 것들을 따져서 어떤 아이들은 수에 중점을 두기고 하고 어떤 애들은 전반적인 사고력을 공부하기도 하고요. 나이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비슷한 수준이 와도 필요한 것은 조금 달라지는 면이 어느 정도 있어요.
말씀을 들어보니까 아이들을 지도 하면 많이 힘드실 것 같아요. 어떤 게 제일 힘드신 것 같아요?
가장 힘든 것은 아이와의 관계에서의 문제보다, 엄마와의 관계가 힘들 때가 있어요. 힘들다기 보다는 잘 맺어야 하는 부분들이죠. 이런 치료를 받을 때 엄마들의 생각은 보통 ‘내 아이가 한 6개월만 받으면 다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지금 치료사로서 얘기를 할 때는 이미 장애란 문제를 가진 아이라고 단정을 지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데리고 오는 엄마 입장에서는 얘가 조금 문제가 있어서 온 것이고 조금만 하면 그 문제가 싹 없어질 거라고 기대하는 게 사실은 너무 당연하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그것을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면서 도와줘야 되는 부분들이 있고, 또 유난히 그런 거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있기도 하고요. 또는 관계 맺기를 힘들어 하는 엄마들이 있고요. 사실은 엄마가 불안해 하는 거는 너무 당연한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행동이 심한 아이들. 자폐아들 보다는 사실은 경도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 같은 경우는 그 문제를 해결 해 주느냐 안 해주느냐가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지는 데에 관건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은 조금이라도 더 바꿔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도 가장 어려운 것 하나를 굳이 꼽으라면 엄마와의 관계가 1번인 것 같아요. (웃음)
아이들 발달 과정을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시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람도 있으실 것 같아요.
그럼요. 예전에 근무했던 곳에서는 일곱 살 때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쭉 보는 애들 있거든요. 처음에 왔을 때는 전반적 발달장애 정도는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조금 지내보니까 생각보다 더 나아지고, 학교 가서도 아주 잘하는 거는 아니지만 공부도 곧잘 하더라고요. ‘네가 이 정도 까지 할 수 있는 애였구나’ 하면서 많이 뿌듯하더라고요.
예전에 지적 장애, 행동문제가 같이 있던 아이를 가르쳤었는데요. 어느 날 엄마한테 콜렉트콜로 전화를 했대요. 어떻게 전화했냐 물었더니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스스로 배워서 전화를 한 거에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친구가 하는 걸 보고 따라서 한 것이죠. 또 어느 날은 엄마한테 자기는 대학을 안 가고 수영을 하겠다고 했대요. 자기 나름대로 그런 판단을 해서 엄마한테 말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정말 그만큼 컸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었죠.
아무래도 전문가이다 보니까 아이들을 몇 달 가르쳐 보면 어느 정도까지 되겠구나 라는 판단이 와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어 계속 가는 애들이 있죠. 그런걸 보면 이래서 발달이라는 것을 미리 얘기한다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 때가 있죠 그럴 때가 제일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특수교육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단은 업무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아이들을 만나고 계속 사람을 대하는 것이 주로 하는 일이다 보니까, 아이들 자체가 진전을 보여야 하는 거지, 선생님들끼리의 경쟁은 없어요. 인지학습치료사 같은 경우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프리랜서로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많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좀 자유로워요. 결혼을 하신 선생님들 같은 경우는 아예 이틀이나 사흘만 일하시는 선생님들도 있으세요. 그러면 나머지 시간은 좀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겠죠.
그리고 치료하는 데에 있어서는 별로 남의 터치 안 받거든요. 대부분 나-아이-엄마 이 삼각관계만 잘 돌아가면 되는 거니까요. 그런 것들이 좀 편하고 좋은 것 같아요.
치료사분들 남녀성비가 어떻게 되나요?
99%여자에요. 남자 분 들도 가뭄에 콩 나듯 있는데 특수 체육 쪽이 그렇죠. 그리고 심리 쪽 하시는 분들도 간혹 남자가 있고요. 인지학습치료의 경우는 거의 다 여성입니다.
여성이 더 많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무래도 여자가 선호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 교사를 남자가 많이 안 하잖아요. 그거랑 같은 연장선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중, 고등학교만 봐도 남자들이 좀 많잖아요. 그리고 사회적인 통념 탓도 있어서 그러는 것 같아요. 대신에 남자들의 경우 추친력이 있는 분들도 있어서 센터를 차리거나 법인회사로 키워나가기도 하죠.
그리고 또 여자들이 하기에 시간이 좀 자유로워서인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업무 특성이 여자랑 더 맞죠. 그래도 장애인복지관 같은 데서 일하면 남자 선생님들도 많아요. 사회복지사도 남자 분들이 많죠. 치료실, 병원 쪽으로 오면 거의 여자밖에 없어요.
멘토님이 이 분야에서 쭉 버텨오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직까지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필요한 사람을 만났을 때 줄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걸 통해서 엄마나 아이들을 만나면서 얻어지는 보람 같은 것들이 원동력 되는 것 같아요.
일에 대한 멘토님의 프라이드가 강하게 느껴지는데요?
맞아요. 직업을 얘기 했을 때 사람들이 다들 좋게 보죠. 남의 시선 때문에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만큼 했을 때 좋은 직업이잖아요. 저하고 같이 일한 선생님 중 한 분께서 이력이 굉장히 특이하셔요. 경영학과를 나와서 대기업에서 근무 하다가 그만두고 언어치료 쪽으로 온 것이죠. 본인은 지금이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 만큼 스스로가 만족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어디를 가서 일을 하더라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거든요. 그게 좀 큰 것 같아요.
특수교육에서는 이론보다 스킬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스킬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전 이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수교육은 철학도 중요거든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스킬 인데요. 그 아래에는 ‘왜 가르치는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에 대한 게 없으면 이유가 없이 가르친 게 되거든요. 지적 장애나 자폐아들 같은 발달문제를 가진 아이들의 경우는 특히 그게 필요해요. 그래서 철저하게 이론이나 철학을 바탕으로 기술을 쌓아야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인지학습치료 같은 경우 사설로 열리는 강좌 같은 들이 간혹 있는데, 그런 곳에서는 철학 쪽 보다는 스킬을 많이 가르치겠죠. 그런데 그렇게만 배우는 것 보다는 진짜로 인지학습치료를 하고 싶다면 대학이나 대학원을 진학해서 공부하신 후 그 분야로 나가서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특수교육분야에서의 자기계발을 위해서 멘토님은 어떤 것을 하시나요?
인지학습치료사의 경우 연수 같은 것들이 있으면 많이 가는 편이에요. 저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이 그렇죠. 저 같은 경우는 애들에 따라서 필요한 것들, 예를 들어서 책 같은 자료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아이가 가지는 지적인 능력, 행동, 학습능력, 정서에 따라서 필요한 것들이 또 다르거든요. 중학생 애가 오면 거기에 맞춰서 필요한 것들이 또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연수도 많이 듣는 편이죠.
그리고 대학원을 가는 경우가 많아요. 저 같은 경우는 대학을 졸업을 하고 장애인 복지관에 있다가 대학원을 가고 그러고 나서 분야를 인지학습치료사로 바꿨죠. 요즘 다시 또 고민을 하는 게 아이들의 문제에 있어서 어떤 심리적인 요인을 밑에 깔고 있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상담도 하고 치료도 하는데 심리학을 조금 더 전문적으로 석사를 한번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요.
심리학을 공부하면 확실히 아이들과의 교감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네. 자기한테 맞는 쪽이 있어요. 처음엔 저도 심리학이 별로 안 맞는다고 생각을 했는데 여기서 일하면서 중학생 아이들을 만나서 상담하고 치료해 나가다 보니 심리 쪽을 공부 해봐도 잘 맞겠구나 싶었죠. 어떤 분야들 같은 경우는 학부에 아예 개설이 되어있지 않은 분야도 있어요. 그런 것들은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고 필드로 나와야 하지요.
특수교육, 인지행동, 학습 치료 분야는 멘토님이 생각하시기에 전망이 어떤 것 같으세요?
몇 년 전부터 ‘장애아동 재활 바우처’라는 제도가 있어요. 나라에서 평균소득 이하인 사람들에게 치료비를 지원 해 주는 거에요. 그게 카드로 나오거든요. 소득에 의해서 달마다 차등으로 지급되고, 대신에 안 쓰면 소멸되죠. 돈으로 주면 그 돈으로 치료를 안 하니까요. 그리고 ‘재활 바우처’ 지원이 되는 기관의 단말기에서만 긁어야 하고요.
이것이 무슨 의미냐면, 지적 장애나 자폐장애, 기타 특수 교육을 필요로 하는 장애아동 같은 경우는 가면 갈수록 사회에서 조금씩 관심을 갖고 사회가 책임을 지려고 한다는 거죠. 치료비를 지원해 준다는 건 결국은 그걸 의미하는 거거든요. 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활 치료 쪽 같은 경우는 나라에서 책임을 질 거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수요들은 조금 더 있을 거고요.
이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예를 들어서 언어치료를 주로 하고 있는데 특수교육을 더 공부하고 싶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결국은 가장 잘 가는 길은 대학을 다시 가거나 대학원을 가서 더 공부 하는 것이에요. 전문적인 연수도 아닌 귀 동냥 식의 어설픈 연수를 통해서 해볼까 하는 생각은 아닌 것 같아요. 배우고자 하는 것을 다른 전문가만큼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이만큼 알고 있는데 굳이 저걸 다시 밑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가 쉬워요. 이런 태도를 버리고 진짜 원하는 게 있으면 제대로 배워서 밑에서 쌓아 올라 가는 것들이 중요하죠.
두 번째로는 사고력, 기초인지발달, 학습, 학업, 사회인지, 인지행동 등의 영역에서 무엇이 지금 아이에게 제일 필요한가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눈이 많이 필요해요.
그리고 저는 필요할 때 특수교육이나 인지치료 관련 원서를 많이 봐요. 필요한 전공원서는 다 볼 수 있을 정도의 어학 실력은 갖추는 게 좋아요. 우리나라에 나온 책 안에서만 가르치려고 하면 그게 한계가 있어요. 그걸 누군가가 번역 해야 하는 거잖아요.
아무래도 원서로 읽으면 번역된 것 보다는 제대로 좀 받아들일 수 있는 느낌이 있잖아요.
네. 그리고 또 우리나라에는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한테는 필요한 좋은 책들이 있거든요.
멘토님께 영향을 주신 멘토가 있으신가요?
저는 교수님들한테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교수님들이 항상 얘기를 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성인이 되었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지를 그려보면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세요. 어느 대학을 가도 스킬을 배우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학부생으로 공부할 때는 저런 이론들이 현실에서 통할까 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20년이 지나고 보니까 그러한 철학이나 이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킬은 굳이 안 배워도 책을 찾고, 만들어 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들어 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교수님들 말씀이 생각이 나죠.
멘토님과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격려의 말씀 부탁 드립니다.
힘든 건 아마 생각보다 많을 거에요. 하지만 시간이 다 지나고 보면 결국은 스스로가 조금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될 거에요.
사람들의 인식상 장애아동을 가르친 다는 것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요. 단언컨대, 아이 때문에 힘든 건 없어요. 다만 조절시킬 수 있도록 아이마다 맞는 기술이 조금 있어야 되는 거에요. 제가 가르치는 아이 중 한 명에게 쓰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요. 핸드폰으로 타이머를 켜서 아이가 딴짓을 하면 타이머를 딱 돌려요. 그리고 그 시간만큼 더 시켜요. 다 합쳐봐야 사실은 5분이 안되죠. 그런데 그게 습관이 들면 아이가 알아서 자세를 바로 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아이와의 타협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계속 아이와 선생님은 실갱이를 하게 되는 거죠. 나름대로 아이들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찾아내면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저는 애들 때문에 힘들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유난히 그런 게 잘 안 찾아지는 아이들도 있어요. 물론 그럴 땐 엄청 고민이죠.
아이들에게 각각 맞는 방식을 찾는 것도 자기 노력이네요.
그렇죠. 그런데 경험이 생기면 또 다 돼요. 그래도 첫 아이는 힘들 거에요. 첫 직장이 힘들듯이, 처음 시작하는 일이 힘들듯이. 그렇게만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웃을 일도 많아요.
멘토님께 특수교육은 ‘OOO’이다.
원론적인 이야기기는 하지만, 나에게 특수교육은 그냥 ‘교육의 연장’이다.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고 그냥 교육 자체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인지학습치료도 마찬가지로 결국은 교육이고 사람과 함께하는 일일 뿐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특수교육이 정규분포상으로 봤을 때 대체로 -2표준편차 이하 하위 2.5%거든요. 이게 단지 스펙트럼상에 있을 뿐인데 사람들의 인식은 ‘장애’ 라는 벽을 세우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특수교육은 단지 교육의 연장선상일 뿐이에요.
예전에 제가 발달평가만 했던 아이가 있었어요. 진단체크를 해보면 자폐로 나오지는 않아요. 그런데 성향은 있어요. 그래서 제가 아이 엄마와 상담할 때 진단을 해서 결과를 뽑으면 자폐로는 안 나오지만 성향은 있는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흰 색의 물감에 검은 색 물감이 딱 한 방울 딱 튄 것이죠. 한 방울이어서 일정 수준의 이상의 회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 자폐로는 안 나오지만, 분명히 색 자체는 회색 빛으로 변한 것이고 아무리 연해도 회색 이라는 거죠.
특수교육이라는 게 우리가 이게 학문의 편의 상 구분 하기 위해서 있는 거에요. 특수교육에서 하는 것들이 아주 특별하고, 일반 아동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일반아동들이 하는 활동만 장애아동에게 계속 요구하면 그 아이들은 훨씬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는 데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지 못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특수교육은 교육의 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특수라는 말 말고도 다른 말을 붙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너무 말이 특별해 보여서 더 단절되는 느낌을 주는 부분들이 없잖아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멘토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저한테서 치료를 받고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모두가 원하는 목표만큼 진전을 이루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 뛰어 넘을 수 있었으면 좋겠죠. 엄마들도 만족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조금 더 큰 소망을 생각해보니 저는 학교가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존중해서 가르쳐주고 그 경험을 토대로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그런 개인의 개성이 중요시되게 변했으면 좋겠고, 그것에 제가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이 어디에서 무엇이 되었든 하고 싶어요. 그런 사회 분위기가 조성이 된다면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 그게 결국 모든 사람에게 좋을 수 있는 거잖아요. 막연하지만 그런 바람이 있어요.
그리고 이건 꿈 까지는 아니지만, 제 나이 정도 되면 센터를 차릴 것인가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돼요. 다시 대학원을 들어가서 공부하는 방향도 생각하고 있고요. 제가 센터를 차린다거나 심리학이든 특수교육이든 더 공부 하게 되면 제 10년 후는 많이 바뀌어 있겠죠. 결정을 내리는 것 따라서 많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계속 뭔가 발전해 나가고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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