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2월, 처음 홍보 일을 시작해 올해로 홍보인생 20년째를 맞이한 홍보맨 박상후입니다.
저는 중앙대학교에서 사진학과를 전공하였고 1993년도에 교보생명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하면서 홍보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전공의 특성을 살려서 처음에는 사진홍보를 주로 하였습니다. CEO 동정사진을 비롯한 보도자료 자료, 광고사진 등 홍보업무에 필요한 사진홍보를 담당하며 현장에서 실무를 익혔고, 서서히 대외홍보와 언론홍보 분야로 활동범위를 넓혀갔습니다.
사진학과 전공자와 홍보업무,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요. 어떻게 홍보를 처음 시작하게 되셨나요?
사진을 전공하면 전문 포토그래퍼나 기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취업을 준비하면서 기자 시험을 봐 신문사 한 군데, 방송사 한 군데에 합격을 했었죠. 그래서 신문사와 방송사 중 한 군데를 선택하는 행복한 고민을 할 때가 있었답니다. 방송사에는 방송제작 카메라 분야로 응시하였고, 신문사에는 사진기자로 응시하였는데 두 군데 모두 합격하여 저는 방송사 입사를 선택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방송사의 공석에 변동이 생기는 바람에 방송사 입사를 포기하게 되었죠.
합격이 확정되셨는데 갑자기 공석이 사라져버렸다는 말씀인가요?
네. 공석에 변동사항이 생겨 방송사에서 지방총국에서 근무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었어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일을 하겠다는 젊은이의 자존심으로 입사를 포기했어요. 그리고 다른 일을 하다가 우연히 교보생명의 인턴 공채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그 때가 아마 최초의 인턴제도가 생겼을 거에요. 공고를 보고 교보생명 인턴직에 지원해 저는 처음 홍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원래는 언론사, 방송사를 준비하시다가 홍보 분야를 지원하셨잖아요. 특별히 홍보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신 것이 있으셨나요?
특별히 준비했었던 것은 없었어요.
그 당시에는 요즘처럼 스펙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대학을 다닐 때 사진저널리즘을 전공 해 언론사 사진뿐만 아니라 기업 홍보 사진 등의 실무경험이 있었어요. 대학을 다니면서 조금이나마 실무를 경험했던 것이 도움이 되어서 취업을 준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스펙을 중시하는 풍토가 아니었군요!
그 때는 대학가에서 민주화 투쟁이 한창일 때라 스펙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죠. 제가 홍보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입사 후의 일이에요. 입사하고 난 후, 홍보실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반적인 홍보 실무를 익히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보도자료 작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매체에 대한 게재력, 기획력과 추진력, 통찰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선배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또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것이 홍보업무를 빨리 익히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사진을 찍을 때는 그냥 찍지 않아요. 대상에 대한 관찰과 여러 가지 각도, 앵글을 고민하죠. 이런 것들이 몸에 베어 서 저는 홍보를 할 때도 대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했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각도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능력이 뛰어나 홍보인으로서 아이디어를 쉽게 인정받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당시 제가 유일하게 운전면허증을 소지해 홍보현장에 자주 나갔었어요. 그래서 실무를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하하)
홍보업무라고 생각하면 외근보다 내근이 많을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는 외근이 많은가 봐요.
외근이 잦죠. 요즘은 컴퓨터로 업무를 수행하니까 홍보인들이 직접 대면하는 업무를 많이 안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제가 홍보 일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메일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팩스를 한 번 보내려고 해도 총무팀에 가서 줄을 서서 보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에도 보도자료를 봉투에 넣어 언론사들을 직접 돌았어요.
직접 찾아가서 기자들을 만나니까, 지금보다 기자들과의 관계가 두터웠을 것 같아요.
지금 홍보하는 친구들은 어느 신문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잘 몰라요. 그런데 우리는 일주일에 2~3번 정도 신문사에 갔어요. 한 달이면 8번, 많게는 12번까지도 나갔죠. 그러다 보니 언론사의 위치, 해당 편집국, 해당 기자 옆자리의 기자까지 저절로 외웠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기자의 동선과 출입처를 알게 되었죠. 요즘은 뭐든 정보가 전자기기에 입력되어 있어서 따로 외우는 일이 적죠? 그런데 그 때는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익히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홍보하는 친구들은 사무실에 앉아서만 일하다 보니 현장성이 많이 떨어져요. 물론 요즘도 홍보담당자들이 기자들과 식사를 하며 언론관계를 유지하지만 홍보의 실무를 배울 때는 언론사의 위치도 알아야 하고, 기자와 출입처 등을 폭넓게 알면서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그런 부분에서 좀 안타깝죠.
기업의 홍보부서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한데요. 홍보 부서가 하는 전반적인 업무를 알려주세요~
홍보업무는 크게 사내홍보와 대외홍보로 나누어져요. 기업 홍보부서에서는 사내홍보보다는 대외홍보 기능이 더 강한 편이에요.
기업의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하여 자사의 특장점, 마케팅, CEO스토리, 회사에 소속된 구성원들의 여러 가지 미담거리, 새로운 정책, 유니크한 이벤트 등을 대외 언론을 통해서 기사화시키는 업무가 기업에서 주로 하는 대외홍보이고요. 현재 실무에서 추진했던 대외홍보는 언론사를 포함해 여기에 정부기관들, 공정거래위원회나 소비자보호원, 식약처, 특허청 등과의 커뮤니케이션 업무도 맡고 있어요. 홍보부서에서 담당자들은 주로 대외홍보를 위한 보도자료 작성 전략을 짜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업무와 마케팅PR, 매출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홍보전략, 상품PR등의 업무를 담당해요.
사내 홍보는 사보제작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데요. 요새는 웹진으로 많이 제작하고 있어요. 또 사내 동호회를 구성하고 동호회 커뮤니케이션의 윤활유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요. 다양한 재밋거리를 만들어 사내 이벤트도 준비해요. 엔터테인먼트적인 것들을 많이 하는 편이죠~
사내 이벤트나 행사는 주로 총무 부서에서 준비하지 않나요?
총무부서와 같이 준비를 해요. 아이디어를 내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총무부서와 직접 사내 행사를 진행시키는 거에요.
처음 홍보 일을 시작하셨을 때와 홍보의 환경이 많이 변화했을 것 같은데, 홍보업무에서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과거에는 인터넷도 없었고, 홍보라고 하면 정말 언론홍보뿐이었어요. 그러나 매체가 발달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죠. IT가 활성화되면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있어 블로그나 카페, SNS를 많이 이용하고요, 최근에는 바이럴 업무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PR이라고 하면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자 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진정성이 필요해요. 기업의 홍보담당자는 기업의 진정성 있는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죠. 그래서 예전처럼 무조건 리스크를 숨길 것이 아니라 적정선에서 리스크를 공개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사실 요즘은 숨길 수가 없어요. 워낙 SNS가 발달해서 빠르게 정보가 퍼지니까요!
오랜 기간 홍보에 몸 담으시면서 사건사고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테크노마트의 홍보를 맡았을 때에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첫 만남이 성사되었을 때 남북정상회담을 활용한 이벤트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남남북녀’라고 하여 남한의 남자어린이, 북한의 여자어린이의 캐릭터를 활용한 이벤트를 기획했죠. 남한의 남자어린이는 북한의 국가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이름을 따 조선일로 짓고, 북한의 여자어린이는 대한민국의 이름을 따 한국기라는 이름을 지어 의미를 부여하고, 티셔츠를 만들어 포토세션 이벤트를 기획했어요. 또 모델들을 섭외하여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가면을 씌워 모의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죠.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이벤트였는데, 어떻게 진행하실 수 있었나요?
사안이 민감한 만큼 당시 안기부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얻어야 했어요. 그런데 행사 취지가 좋다 보니 안기부에서는 흔쾌히 이벤트를 승낙해주었죠. 그래서 남남북녀의 캐릭터가 그려진 대형 애드벌룬을 테크노마트 앞에 세우고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어요. 국내 기자들뿐만 아니라 프레스센터의 있는 모든 외신기자들이 우리의 이벤트를 취재하러 온 거에요. 70~80명의 외신기자들이 앞다투어 이벤트를 보도해 미국 CNN은 물론이고 NHK, 독일, 중국 심지어 브라질 국영방송에까지 보도가 되었어요. 국내홍보뿐만 아니라 해외홍보까지 하게 된 셈이죠. 그 덕에 테크노마트의 기업 이미지가 세계적으로 고취되었던 적이 있어요.
하나의 반짝이는 이벤트가 일어낸 쾌거네요~
그 뿐만이 아니었어요. 저희는 홍보효과를 더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다른 News Value를 창출했어요. 테크노마트 9층 식당가에 냉면가게를 운영하는 분 중에 황해도 연백군이 고향이신 분을 발견했는데요. 저희는 사장님께 남북정상회담 당일 냉면을 공짜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제안했어요. 사장님을 설득해서 진행했던 프로모션이 또 이슈가 되어서 방송에 나오게 되었고, 그렇게 하나의 이벤트를 가지고 3번~4번의 홍보효과를 보았어요!
흥행한 ‘남남북녀’ 이벤트는 후속 이벤트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이벤트가 끝난 후에 테크노마트에서는 바로 디지털 가전 쇼가 있었는데요. ‘남남북녀’ 이벤트의 흥행여파로 이어지는 가전 쇼도 대박이 났어요. 그래서 그 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나 성장하는 쾌거를 이뤘었죠.
홍보 실무의 에피소드를 들으니 정말 흥미진진한데요. 혹시 다른 에피소드는 없으신가요?
물론 많죠~
2002년 월드컵 때, 테크노마트 하늘공원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해서 응원이벤트를 한 적이 있어요. 응원이벤트를 진행하는데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에까지 진출한 거에요. 그래서 2002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과 이름이 같은 고객이 물건을 구매할 시, 최대 20%까지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했었어요. 이벤트 기간에 안정환 선수와 동명이인이신 분들이 참 많이 왔던 걸로 기억해요.
어느 날은 사무국에서 전화가 와서 현장에 직접 내려갔었어요. 그런데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는 거에요. . 알고 봤더니 진짜 대표팀 선수들이 기사를 보고 찾아왔지 뭐에요. (하하) 선수들이 보도기사를 보고 찾아왔다니, 정말 놀랍고 신기했어요.
정말 재미있는 에피소드네요! 그런데 홍보팀이 그런 프로모션도 준비하나요?
당연하죠~ 홍보팀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모션 팀에서 진행을 해요. 홍보 담당자도 기획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가 있어요. 홍보라는 것이 전략부서나 영업부서로부터 주어진 내용을 받아서 그냥 언론에 피칭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직접 전략기획과 상품기획을 맡기도 해요.
홍보라고 하면 언론홍보만 떠올릴 수 있는데, 마케팅의 역할도 수행하는 것 같네요~
홍보에는 기업PR도 있지만 마케팅PR도 있어요.
사실 기업PR이라는 것을 보면 CEO에 관한 이야기라든가 기업의 정책적인 부분을 중점으로 하는 기사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너무 획일화되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소비자들은 사실 기업PR에 별 관심이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을 전체적으로 알리는 코드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인 마케팅PR이에요.
2000년대 중반부터 기업들이 마케팅PR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서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어요. 마케팅PR은 광고의 한 영역이 아니라, 마케팅과 광고와는 또 다른 독립적인 한 분야로 존재해요. 기존의 영업마케팅, 기획마케팅, 상품마케팅도 실은 홍보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홍보의 방향도 마케팅 쪽으로 바뀌게 된 것 같아요.
홍보담당자가 기자들과 대면하는 언론홍보만을 한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에요~
기업 내에서 홍보업무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어 홍보담당자의 꾸준한 자기개발이 필요할 것 같아요. 멘토님은 어떤 자기개발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젊었을 때는 일주일에 책을 2~3권씩 읽곤 했어요. 주로 인문학 서적을 많이 보는 편인데, 소설부터 시작해서 역사, 문학, 가볍게 읽는 과학, 철학 서적을 많이 읽고요. 추리소설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홍보업무를 담당한다고 해서 꼭 홍보실무서적만 보는 것은 아니에요. 홍보실무서적은 그걸 쓴 사람의 이야기잖아요. 내 것이 아닌!
옛날에는 20대면 20대, 30대면 30대 이렇게 세대간의 경계가 확실했어요. 그런데 요즘 소비자들은 세대 간의 구분도 많이 사라졌고, 세대 안에서도 상당히 세분화 되어있어요. 그래서 홍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야 하죠.
영화 제목에 이런 것이 있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같은 세대 안에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다 있어요. 그런데 좋은 놈한테만 마케팅 할 순 없는 거잖아요. 이상한 놈들에게도 마케팅을 해야 하고, 블랙 컨슈머에게도 마케팅을 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프레임화된 매뉴얼을 읽으면 안돼요. 여행도 많이 가고, 역사소설 같은 것도 읽으면서 전체적인 시대의 흐름과 세계사 관련 서적을 통해 세계 정세를 파악해야 하죠. 그래야 우리의 인식의 폭이 넓어지는 거에요.
△ 청계천의 랜드마크가 된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 타일벽화
역사 소설을 많이 읽으신다고 들었는데, 역사 소설을 특별히 선호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역사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2005년에 청계천 복원사업이 완공되었을 때 저는 프라임그룹 계열의 광고회사에 국장으로 재직중이었어요. 광고회사에 재직하면서 저는 복원된 청계천의 한 구역을 홍보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그 일이 역사와 관련된 것이었죠.
홍보 일을 맡고서 저는 어떤 방법으로 청계천의 랜드마크를 만들어볼까를 고민했어요. 그러다 청계천이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 장용영의 군사들을 이끌고 행군을 했던 장소라는 대학 선배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죠.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8일만에 죽음을 맞이했는데, 이를 기억했던 정조는 8일 동안 창덕궁을 출발하여 종로,청계천,명동을 거쳐 용산,한강을 건너 화성까지 대규모의 행렬을 이끌고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까지 행군을 했다고 해요. 이 것은 조선시대에 정조가 노론벽파에게 시위한 대대적인 정치 이벤트였는데요. 선배로부터 정조의 행군 모습이 그림으로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그 그림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김홍도가 그렸다고 하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전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그림을 찾아 나섰어요. 그리고 그림의 라이센싱을 받기 위해 정보반차도를 소장하고 있는 전 규장각 관장님께 삼고초려 한 끝에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를 청계천에 도자벽화로 구현시켰죠. 그 과정에서 저는 정조의 이야기와 조선시대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요. 그 장황한 스토리를 들으며 그림과 역사에 매료되었죠. 그 때부터 역사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 저도 본 적이 있어요. 일을 하시면서 지식의 폭과 시야를 넓혀가셨군요!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고난은 없으셨나요?
홍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경영층과의 갈등이에요.
홍보는 단기적인 수치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에요. 소비자와의 문화코드를 맞추는 감성적인 것이고, 꾸준히 장기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죠.
그런데 시장의 경쟁 구조가 워낙 심하다 보니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보이는 수치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종종 홍보담당자와 경영층 간의 갈등이 발생하곤 하죠.
기업들은 홍보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 좀 더 장기적인 시간을 바라보아야 하겠네요. 멘토님, 만약 사회초년생으로 돌아가신다면 홍보업무를 다시 택하실 건가요?
글쎄요. 저는 다른 일도 해보고 싶어요.
홍보업무를 굳이 고수하겠다는 건 아니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잘하는 일이 매칭이 되어 서로 섞일 수 있는 일을 해 보고 싶어요. 정확히 어떤 직업을 택하겠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직업이라는 것이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항상 대비가 필요한 거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잘하는 일이 잘 섞이면 더욱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회초년생이 된다면 저는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잘 융합되는 직업을 택할 것 같아요.
앞으로 홍보인으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보통 유통업계에서는 탑 티어(Top Tier)라고들 하죠. 홍보전문가로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겠지만 저는 기업PR의 노하우를 많은 후배들에게 전파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강의나 컨설팅 같은 방법을 통해서요. 우리나라에서는 마케팅, 광고, 홍보에서 홍보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에요. 그래서 홍보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을 많이 향상시키고 싶고, 홍보에 있어 중요한 것들을 많이 알려주고 싶어요.
회사에 입사하기 전, 홍보인이 갖춰야 할 소양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일단은 외국어 능력을 키우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외국어가 중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글로벌시대잖아요. 영어가 되었든, 다른 언어가 되었든 간에 외국어 능력을 갖추었으면 해요.
그리고 홍보인이라면 신문을 보면서 시사상식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요즘 대학생들은 시사에 너무 관심이 없고, 한자도 잘 몰라요.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다면 홍보 일을 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 젊은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과외다, 학원이다 해서 자기 주도 학습이 부족해요. 그러다 보니 입사를 해서도 주도적인 업무를 잘 못하더라고요. 메이킹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이에요. 이런 점들은 입사하기 전에 꼭 보완했으면 해요. 회사에서 조력자는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기본만을 알려주지 업무 전체를 알려주진 않아요. 결국은 자기가 주도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길 바라요.
홍보만 20년째 해 오시고 계신데, 오랫동안 홍보 일을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딱 3가지라고 생각해요. 업에 대한 이해도, 추진력, 근성! 먼저 업에 대한 이해도는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서 하라는 말이에요. 홍보라는 업 안에서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보도자료를 잘 쓴다던가,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다던가, 세분화된 실무에서 자신이 특별히 잘하는 부분이 있을 거에요. 그 부분을 최대한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추진력인데요. 저는 기획력보다 추진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상머리에 앉아서 인터넷 서칭을 하며 내는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디어는 화장실에서도 나올 수 있고, 길 가다가도 나올 수 있고,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도 나올 수 있는 것이에요. 그런 아이디어를 직접 추진할 수 있는 액션플랜, 실행력을 갖고 있어야만 홍보를 오랫동안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근성인데요. 포기하지 말아야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해요. 롯데 자이언트의 외국인 감독이었던, 로이스터가 두려움을 다 던져버리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감독이나 코치에게 혼날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병살타를 쳐서 동료들에게 미안해 할 것을 생각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인데요. 홍보인에게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해요. 성공했을 때는 실패했을 때의 경험을 생각하며 자만하지 말고, 실패했을 때는 성공했을 때의 포만감을 상상하면서 근성을 갖고 끈질기게 일해야 합니다.
업무를 하시면서 많은 신입사원들을 만나실 것 같은데요, 멘토님이 신입사원 때 했던 실수와 실수를 극복했던 방법에 대해 들려주세요.
요즘 신입사원들도 실수를 많이 할 테지만, 저도 실수를 참 많이 했어요. 보도자료를 예정된 시간까지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시간을 착각해서 보도자료가 보도되지 않았던 적도 있고요. 사소한 실수를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사소한 실수는 누구나 해요. 그러나 실수를 하고 엄하게 꾸중을 받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꾸중을 달게 받고 실수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해요.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라는 말이죠.
그리고 실수에 대해서는 되도록 빨리 인정하고 다시는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돼요. 진짜 훌륭한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답니다!
자기개발법이 독서라고 하셨으니,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도 많으실 것 같아요. 홍보분야로 진출을 희망하는 후배들이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김훈 작가의 소설을 추천해요. 김훈 작가는 기자 출신이에요. 그래서인지 「칼의 노래」나 「현의 노래」, 「흑산」 등을 보면 문장이 굉장히 감성적이면서도 문장 자체가 간결하고 함축적이죠.
홍보커뮤니케이션도 이처럼 감성적이고 간결, 함축적으로 해야 하며 보도자료 작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김훈 작가는 역사 소설을 많이 쓰는데요, 역사 소설이라는 것이 팩션이거든요.
홍보를 하려면 자신이 속한 회사의 관한 보도를 더 영향력 있게 가져가기 위한 가공작업이 필요해요. 뻥튀기가 필요하죠. 여기서 뻥튀기라는 말은 팩션처럼 사실 왜곡이 아닌 가공작업을 하는 것을 의미해요. 그래서 팩션이 상당부분 내포되어 있는 역사소설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김상근 연세대 교수가 쓴 서적들을 추천해요. 김상근 교수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야기를 많이 썼는데요. 「마키아벨리」, 「르네상스 창조경영」,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피렌체의 천재들」, 을 추천해요. 르네상스 시대에 굉장히 창조적인 인력들이 많이 배출된 것 아시죠? 그래서 이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 르네상스 시대의 다양한 시각, 창조적인 생각들을 많이 느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나의 직업은 OOO이다’라고 정의를 한다면, 어떻게 정의하시겠어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인데요. ‘홍보는 새로움들을 새록새록 일깨워주는 업이다.’ 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훈의 ‘칼의노래’ 에 명량해전을 준비하는 이순신 장군의 독백이 나옵니다. “내가 경험했던 것이 새롭게 경험되지 않는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 면, 내가 한 경험을 모든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시키지 않고 내 경험을 자신의 병사들에게 강요하고 구속하지 않겠다는 것이에요. 21전 21승을 한 이순신 장군도 매번 전쟁에 나갈 때마다 두려움을 느꼈고, 어떻게 싸워야 할 지를 고민했다고 해요. 이순신 장군은 항상 새로운 전쟁터의 현장을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다양한 전술을 펼칠 수 있었어요.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경험했던 것이 새로운 경험의 프레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에요. 경험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새 프로젝트 때마다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야 해요 저도 20년 정도 홍보 일을 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때 마다 두려워요. 이렇게 새롭게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저는 홍보란 새로움들을 새록새록 일깨워 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김미형
출판.편집 디자인
담당부서:인터뷰
취재:강용연,김미형
INTERVIEW
강용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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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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