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환경디자이너 소자영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을 한지 약 1년 정도 되었습니다. 현재는 잠시 휴식기간을 가지며 다시 회사로 들어갈지, 계속 프리랜서로서 일을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환경디자인 중에서도 사인디자인과 색채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은 ㈜농심 유통매장인 ‘메가마트’ 사인 디자인이었는데, 차츰 병원, 기업, 주택, 리조트, 호텔 등으로 종류를 넓혀나갔죠. 벌써 근무한지 10년이 넘었네요.
단순히 책상 앞에 앉아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돌아다니며 조사를 하고, 그 곳에 내가 디자인한 것이 세워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한 공간 안에 제가 그린 그림과 장식이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어요
멘토님이 몸 담고 계신 환경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환경디자인은 그 분야가 굉장히 넓어서 제가 하고 있는 환경디자인을 말씀 드릴게요. 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나 건물 등 공간의 이동을 쉽고 아름답게 만드는 사인디자인과 색채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또한 건축물과 공공시설물 또한 환경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그들과 협력하여 일을 하고 있죠.
구체적으로 환경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공간에 시각을 덧입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건축의 환경과 목적에 맞게 외"내부 마감재와 색채를 계획하는 것이 색채디자인이고, 그 안의 시설을 안내하는 것이 사인 디자인입니다. 저는 이것을 통합하여 디자인하고 있고요. 일을 할 때에는 건축 업체와 인테리어 업체 간에 협력을 하며 하고 있어요.
어떻게 환경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셨나요?
어릴 적부터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호감이 많았고, 그 것이 제겐 시각디자인으로 표현되었죠. 단순히 시각으로 표현되면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 때 딱 저에게 알맞은 실무를 접하게 된 거에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실무를 통해서 꿈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저의 꾸준한 성격과 우연한 기회가 저의 적성을 찾게 해주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러면 회사에서 실무를 접하다가 우연하게 환경디자인이라는 분야로의 길을 걷게 되신 거네요?
회사에 들어가 실무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가 된 것 같아요. 실무능력이 그만큼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 같아요. 일을 하다 보면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또 찾게 되거든요. 실무 경험은 쌓지 않은 채, 공부만 계속 한다면 눈에 보이는 것만 높아질 뿐이지, 실제 실력은 없는 거죠. 그리고 회사에서도 실무 경력을 더 우대하죠. 실무를 경험하며 실질적인 실력을 쌓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멘토님이 환경디자인 분야로 가기 위해서 어떤 점을 노력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교 재학 중에 취업을 했어요. 어린 마음에 빨리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었죠. 저는 처음에 브랜드 디자인 쪽으로 취업을 하려고 방향을 잡았었는데, 환경에 브랜드를 달아주는 일이 하고 싶었어요. 그 것이 환경디자인이었죠. 그렇게 제가 대학교 재학 당시에는 생소했던 분야에 입문하게 된 것이었죠. 적성과 하고 싶은 일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일반적인 환경 디자인 분야에서의 업무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업무 의뢰를 받으면 우선 미팅을 해요. 환경디자인은 건축, 기계, 설비가 어느 정도 되었을 시점에 들어가기 때문에 긴밀한 협업과 스케줄 관리가 필요합니다. 건축에 대한 컨셉 분석, 지역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방향 설정과 색채와 사인디자인의 컨셉을 정해요. 그렇게 기본 계획이 진행이 되면 발주처와 시공사, 건축사 등 일을 만들어 가는 분들 앞에서 발표를 하죠. 물론 발표 전 중간중간 제게 일을 맡긴 건축사와 긴밀히 일에 대해 협의를 합니다
2가지 정도의 플랜 중 발주처에서 최종결정을 내린 후, 심의에 들어가요. 환경 쪽은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심의를 받으러 기관이나 관련 지방에 가서 직접 심의를 받고, 확정이 되면 본격적인 매뉴얼 작업에 들어갑니다.
기획에서 논의를 거쳐 확정이 된다고 끝이 아니네요. 심의를 받는 것 자체가 특정 기준에 맞는지 확인과정이고, 심의에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수고가 있잖아요. 초기 기획 과정이 중요할 것 같아요.
환경과 주변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심의를 받는 수고는 당연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디자인을 할 때 꼭 틀에 갇힐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컨셉을 잡을 때 스토리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아파트 사인 디자인을 할 때 영화의 장면들을 컨셉으로 한 적이 있었어요. 영화에도 테마가 있잖아요? ‘이 곳에 머무르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과 같은 테마로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매번 디자인적 관점에서 뻔한 얘기들을 하기 보다는 공간 속에 이야기를 만들어갔죠.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테마 속에 사인이 설치되고, 장소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사인과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줘서 재미를 찾는 것이 일을 할 때도 즐기며 할 수 있는 노하우에요
환경디자인 일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요.
에피소드라기 보다는 제가 두 번째로 다닌 인테리어회사에서 그래픽 팀에 있었는데요. 그때는 작은 규모의 공간들을 계획 했고 일을 주시는 고객들을 직접 1:1로 만났어요. 그 때 깨달은 것이 ‘고객을 설득하거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달려있다’ 라는 것이었죠. 또 책임소재가 저에게 있기 때문에 결과가 피부로 바로 와 닿게 되죠. 그래서 ‘내가 이래서 디자인을 하는 거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었어요. 물론 월급도 굉장히 작고 일은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가장 제 스스로도 열정적이었고, 디자이너로서 보람이 있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클라이언트도 저를 디자이너로 인정을 해줘서 저 또한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을 했어요. 누가 시켜서 하기 보다는 주도적으로 해서 보람이 컸기 때문에 그 때가 정말 일 같은 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럼 또 특별하게 기억에 남으셨던 프로젝트도 있나요?
특별하게 기억에 남았던 프로젝트의 비중보다는 일을 하면서 팀원들하고 성과를 이뤄내는 그런 것 자체가 정말 뿌듯했던 것 같아요. 팀 안에서 팀원 각자의 개성과 더불어 팀워크가 어느 정도 맞아가면서 ‘이제 우리가 뭐든지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가 가장 행복했고, 기억에 남아요.
최근에 기억에 남는 디자인이 있으신가요?
충남 서천군에 ‘에코리움’이라는 생태원에 생태 체험관이 있어요. 유선형 건축물로 굉장히 아름답게 지었는데, 건축물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지만, 생태원 쪽 디자인은 처음 해봤고, 전시, 박물관 쪽 역시 처음 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아요. 보통 주거나 회사 같은 건물을 대상으로 환경디자인을 했었는데, 생태원은 비교적 자유
롭게 사고하고, 건축물과도 조화롭게 디자인을 하지 않았나 싶어서 기억에 남아요.
△ 충남 서천에 위치한 국립 생태원, ‘에코리움’ 색채, 사인디자인 시안과 결과물
그리고 최근에 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몇 년 전에 서울 상암디지털시티에 ‘트루텍’빌딩의 사인디자인을 한 적이 있었는데, 건축디자인 회사가 독일이었어요. 건축 외관의 소재까지 독일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독일의 클라이언트(Barkowleibinger) 와 접하면서 건축 안에서 그들이 얼마나 건축 안에서 사인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더불어 사인의 기본적인 역할과 단순성도 고려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그들과 작업을 하면서 제가 배우고, 느낀 점이 정말 많았고, 독일인들의 디자인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어요.
△ 서울 상암디지털시티에 위치한 ‘트루텍’ 빌딩 사인디자인
사실 예술 하는 분들은 자신만의 작품 세계가 있다고 들었어요. 팀을 이루어서 하는 일이 힘들진 않으셨나요?
보통은 디자이너들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데, 저는 좋은 사수들을 통해서 팀워크를 다질 수 있었어요. 그런 것을 배운 모습이 남아있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시다면요?
보통은 업무를 디자이너의 역량에 맡겨두지만, 제 사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지휘하시는 팀장님이셨어요.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도 그렇지만 회사에서도 디자이너들끼리 경쟁심이 있어서 사용하는 툴이나 소스 등을 잘 공유하지 않거든요. 그 분은 그런 것 들을 많이 알려주려고 하셨어요.
기꺼이 아이디어나 소스를 공유하려고 하는 모습에 매우 놀랐었고, ‘내가 가진 생각이 전부가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디자이너가 혼자만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이죠. 제 스스로가 다른 이들에게 저런 모습의 사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요. 나중에 제가 사수가 되었을 때 직원들로부터 ‘소 차장님은 그런 분이세요’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매우 좋았죠.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리더가 되고자 했어요.
일을 하시면서 스스로 역량을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 것 같은데요. 업무를 하면서는 사실 쉽지 않잖아요.
사실 디자인 회사를 나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회사를 다니면서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에요. 학업과 실무를 동시에 하는 친구들도 있긴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상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실무만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있어요. 제 경우도 그랬고요. 그래서 회사에서 기회를 잡아 공공디자인 해외 선진 사례 같은 대외적인 연수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이런 기회가 흔치 않았지만, 꾸준히 이렇게 일하다 보니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웃음)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이 중요해 보이는데요. 환경 디자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모든 디자인이 그렇지만 “그거 내가 했어” 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내 일부니까 자부심이 들도록 이죠. 시장이 넓은 것 또한 매력이 있어요. 제가 프리랜서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직 환경디자인에 대한 공급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점차 관련 학과와 과목도 생기고 있는 편이지만, 이쪽 분야에서 취업을 할 때 신입보다는 경력을 많이 원하는데요.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원들이 회사에 더욱 이득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 관련 경험을 많이 쌓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이력서를 받아보면, 요즘에는 신입의 경우도 경험을 쌓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공모전에 참여 하고 온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회사에서 일 하시다가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 하시잖아요. 여러 가지로 차이가 클 것 같아요.
제 경우, 프리랜서로 전향한지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많이 떨렸어요. ‘내가 이것을 다 책임져야 한다’ 고 생각하니 부담이 되었었죠. 회사에서 일 할 때에도 물론 외부미팅을 하곤 했지만, 그때는 내가 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있던 부분이 있었어요. 소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 굉장히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죠. 그런데 혼자 일을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오히려 회사에 의지 했을 때는 발표처럼 자신 없었던 부분이 혼자 일을 하니 저도 모르는 자신감이 생기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혼자가 된 다음에 깨달았어요. 이 모든 것이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기에 책임감 또한 커졌고요.
그리고 아무리 프리랜서라지만 퇴근시간이 따로 없죠. 일에 집중을 하다 보면 끼니도 거르고 시간개념 없이 일할 때도 많아요.
말씀을 들어보니까 회사에서 일 하든 프리랜서로 전향하든 디자인 일은 쉬운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렇죠. (웃음) 하지만 힘들어도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다시 회사를 들어가더라도 그 자세로 일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혼자라고 해서 자신감을 잃을 것 없이 오히려 또 하나의 경력이 생기는 구나 싶어서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스케줄은 내 마음대로 짤 수 있는 환경임에도 그렇게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죠.
프리랜서로 디자인 일을 하시면서 힘든 일은 없으세요?
초반에는 밤낮없이 스케줄을 짜곤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일과 생활이 분리가 되질 않았어요. 집중을 하다 보면 어느새 밖이 어두워지기도 하고요. 누가 와서 알려주지 않으면 일을 계속 하게 되었어요. 하루에 거의 한끼밖에 안 먹고,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서 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식사 시간에 따로 알람을 맞춰 놓는 식으로 일정을 조정했죠. 그리고 중간에 운동하는 시간을 꼭 줘서 그 시간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도록 했어요.
그렇게 완전 몰입상태에서 디자인이 완성되어 갈 때면 뿌듯하시겠어요.
팀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 나가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제가 모르는 건축, 인테리어, 조경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의를 할 때 굉장히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었죠. 제가 아는 것을 나눌 수 있고, 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내가 알 수도 있고요. 색채, 사인디자인이 건축부분의 마지막 단계인데 쉽게 생각하면 학급 미화부 같은 역할이죠. 마지막에 장식을 달아주는 것처럼 마무리하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해요.
환경디자인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요?
불규칙한 퇴근시간과 불규칙한 생활이 힘든 것 같아요. 그리고 일을 할 때는 굉장히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데, 그 것에 대한 대가를 잘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 힘들죠. 디자인 쪽이 평가 같은 부분에 있어서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투자한 시간이나 열정에 비해 인정받는 것이 조금 덜해서 속상하고 힘들 때가 있어요.
확실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의욕이 많이 떨어질 것 같아요.
그렇죠. 일에 대한 열정도 좋지만, 자신의 몸값이라던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충분한 자부심이 있어야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 것 같아요. 이것도 요령이죠. 자신에 대한 확신과 스스로를 잘 분석할 줄 알고 있어야 하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대가를 정확히 알고 요구를 할 줄 아는 것도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생각하고 노력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열정만 가지고 뛰어들었다가는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멘토님만의 슬럼프 극복 방법은 어떤 것인가요?
극복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계속 스스로 설레임을 주려고 노력해요. 새로운 일에 대한 설레임이요. 그리고 조금은 쉬면서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어요. 디자인 전문서적만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슬럼프가 극복이 되는 것 같아요.
환경디자이너로서 필요한 자질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제가 하고 있는 환경디자인은 지속적인 자료수집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디자인이 다 그렇지만, 우리는 현실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자료수집이거든요. 굳이 전시를 보러 가지 않아도 평소에 주위를 관심 있게 둘러보죠.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주변에 관심을 갖게 되요. 이것이 가장 중요하죠.
그럼 환경 디자이너라는 직업적인 습관 때문에 주변을 둘러보는 것과 관련이 있으실 것 같아요.
가족들과 여행을 갔을 때, 상관없는 것을 카메라로 찍는 경우가 있죠. (웃음) 가족들은 조금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가족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까요. 여행을 가서도 일을 하냐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어요.
멘토님이 생각하시는 환경디자인 분야에서의 전망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단지 트렌드일 뿐이고, 어느 선에 도달하면 잠잠해 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시장이 더 커지고 세분화 되면서 전문화되었죠. 작아지진 않고 좀 더 전문적으로 발전해나가서 나름대로 더욱 뿌듯하고 그래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멘토님께서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가신다면 또 환경디자인을 선택하실 건가요?
어렸을 때는 솔직히 영화감독, 뮤직비디오 감독과 같은 영상 쪽으로 일을 할 줄 알았어요.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광고디자인 쪽이나 영상 광고분야로 가기 위해 미술을 시작했었죠. 그런데 대학교를 다니면서 많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어요. ‘내가 소질이 없구나, 상상력과 순발력이 많이 필요하구나’ 하고 말이에요. 저의 적성은 창조적이기는 하지만 무작정 제 생각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조금 조화를 이루면서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새로운 것과 과한 것은 다른 것 같아요. 특히나 광고 쪽은 반짝 하는 임팩트가 있어야 하잖아요? 저는 그 부분이 조금 약했어요. 좋아하는 것과 적성은 많이 달랐어요. 다시 돌아가더라도 지금 하는 환경 디자인을 할 것 같아요. 제 성격자체가 함께 어울려 하나를 창조해 간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에요. 각각의 특성을 살려서 하나의 아이디어로 힘을 합쳐, 서로 가지고 있는 것을 아이디어에 실어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 즉 조화를 이루며 하는 것이 참 좋거든요.
환경디자인 분야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 드릴게요.
제일 좋은 방법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와 적성을 잘 파악하여 정해야 할 것 같아요. 공부나 연구분야가 본인에게 맞을지, 아니면 실무를 선행할 것인지, 또 어떤 모습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요. 물론 요즘의 후배들은 저보다 더 훌륭한 생각을 하고 있는 후배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또 환경디자인은 주변과의 조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이해와 건물에 대한 이해가 많이 필요합니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정보를 받으면 많은 도움이 되며 공부가 돼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쪽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지식이 생기죠. 그런 것에 대한 흥미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강력 추천입니다!
환경디자인 분야에 일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디자인을 하면서 실질적인 제작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에 자신도 모르게 고정된 틀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더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도도 하기 전에 ‘안 될 거야’ 라고 생각하고 그만둬버릴 수 있다는 거에요.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하고 신선함에 도전해서 조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지, 안정성만 추구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본인이 지치게 될 것 같아요. 어떤 틀에 박히지 말고,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을 해야 해요.
창의적으로 도전적이어야 한다는 말씀은 함께 일하고 싶은 후배의 모습이라고 봐도 무방할까요?
귀가 많이 열려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디자이너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디자이너의 고집이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사람의 장점을 볼 줄 알고 조언을 들으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소화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귀와 마음이 열려있는 친구들이면 좋겠어요. 무조건 에너지만 많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에요. 같이 섞여 어울리면서 그 안에서 자기 소리를 낼 수 있는 친구와 일하고 싶어요.
멘토님에게 영향을 준 책이 있나요?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이셨던 서울대학교 권영걸 교수님이 쓰신 ‘공공디자인 산책’ 이라는 책이 에요. 환경디자인의 문을 여신 분이지요. 현재 환경디자인 분야 공무원으로 일하고 계신 걸로 알아요. 그 분의 책을 읽었을 때가 한창 일을 하고 있을 때여서 책을 읽고 나서 직업에 대한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일에 대한 방향도 잡았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에는 약간 원론적인 부분도 있었는데, 학교를 다니면서도,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내용이 주였어요. 우리나라 디자인의 문제점이라던가 잘 되어있는 해외사례에 대한 비교분석 같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줬기 때문에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알 수 있었죠. 그 전 까지는 자부심 없이 일로서 받아들였었는데 명확하게 그 해답을 받았던 것 같아요. ‘내가 이 일을 함으로서 우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구나!’ 라고 책이 제게 말해주는 것처럼 느꼈던 것 같아요. 잘 하고 있다는 응원을 받은 느낌이었어요.
환경디자이너로서의 삶이 멘토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어졌어요. 거의 살아가는 대부분이 환경에 노출이 되어있어서 일반사람들은 의식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도 제 눈에는 너무나 잘 보이죠. 그리고 이 환경을 만든 사람의 노고도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것을 참고 하기도 하죠.
그리고 아름답고 잘 되어있는 환경디자인의 장소를 찾아 다니게 될 수 있어서 좋아요. 남들보다 그러한 곳을 더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의 특권이기도 하죠.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현재 저는 일이 너무 보람되고 좋아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을 오래할 수가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에 지금 인생의 쉼표가 찍힌 것 같아요. 그 쉼표 안에서 많은 것을 생각한 결과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이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다시 근무를 하거나 아니면 프리랜서로서 환경디자인 일을 계속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결국에는 제가 회사를 차려서 일을 하게 되지 않을 까 생각해요. 이 인터뷰를 통해서도 그 뜻이 확실해 진 것 같고요.
미래에는 제 회사를 차려서 제 타이틀을 걸고 일을 하고 싶어요. 제 나이또래의 각 분야별 전문가 친구들과 손을 잡아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쉽지만 벌써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에게 환경디자인이란 OOO이다.
생활의 일부에요. 항상 내 모든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고, 내가 생활을 통해 느낀 것을 바탕으로 디자인에 반영이 되기 때문이죠. 저의 사상과 생각이 가장 잘 반영이 돼요. 제가 주변을 통해 느낀 것의 결과물이 될 수 있죠.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한유경
출판.편집 디자인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임두리,한유경
INTERVIEW
임두리
dangmenso1@saramin.co.kr
EDITOR
한유경
dangmenso2@sara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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