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디자인은 얕은 바다로의 여행이에요. 무수한 현상과 문화의 바다에서 교감하는 끊없는 여정이죠!
STRORY 01 About 정형원
성명 : 정형원
직업 : 전시 디자이너
멘토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직업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시디자이너 정형원입니다.
CPU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시프로젝트 제안에 대한 아트워크를 대행하고, 기본계획 및 사업수행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대행합니다.
멘토님은 어떻게 전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부터 전시 디자인을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제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하더라도, 전시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잘 알려지진 않았었거든요.
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리고 일반적인 수순에 따라 인테리어 회사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죠. 그러나, ‘과연 이 길이 나의 길인가?’ 라는 의심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일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제 이력을 보면 스포츠마케팅플래너 등 다양한 흔적이 있는데요, 회사를 그만두고 여러 분야를 탐구했었어요.
진정한 나의 길을 찾기 위해 여러 분야를 탐구하던 차에 저는 우연히 한 전시디자인 회사의 구인란에서 전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접하게 되었어요. 구인란을 보자마자 직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다양한 주제로 공간의 성격을 달리 디자인하는 전시 디자이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죠. 그 점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전시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하하)
전시 디자인의 매력에 빠져서 커리어를 바꾸게 되셨다고 하셨는데, 멘토님이 생각하는 전시디자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전시 디자인은 이전에 제가 하던 인테리어 디자인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요. 좀 더 다양한 것을 접하고, 다룬다고 할까요? 디자인이라는 개념에서는 같지만, 전시 디자인은 단순히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에요. 다양한 콘텐츠를 디자인 하는 것이에요.
전시를 할 때는 하나의 주제가 있죠? 지금까지 여러분이 본 전시에도 미술이라든지 문화라든지 개인적인 테마가 있었을 것이에요. 전시 디자이너는 이런 주제를 콘텐츠로 표현하는 일을 하는데, 주로 모형이라든지 영상, 그래픽을 통해 주제를 표현하죠. 전시 디자이너는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디자인해요.
저는 다른 디자인보다 더 방대한 범위를 기획하고, 다양한 주제를 표현한다는 것이 전시디자인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 정형원 멘토님의 전시 디자인 작업
전시 디자이너는 한정된 주제가 아닌 매번 다른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업무를 할 때 마다 도전정신이 생길 것 같아요!
네, 그렇죠!
매번 새로운 분야를 접할 때 마다 도전정신이 생겨요. 전시 디자이너 같은 경우는 정말 다양한 분야를 접하기 때문에 다른 디자이너보다 더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해요!
앞서, 전시사업에 대한 제안서를 제작하고 기본계획과 실행계획을 제안해주신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전시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어떤 것 입니까?
전시디자이너는 전시의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일을 합니다. 저는 주로 전시사업의 PM이나 전시기획, 디자인을 담당해왔는데요. 전시사업의 입찰과정부터 개관전 까지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일반적으로 민간기업이나 박물관/미술관에서 추진하는 전시사업의 경우 입찰공모제안부터 시작하는데요. 전시 디자이너와 기획자는 사업수주를 위한 기본계획과 실행단계에서의 실시설계업무를 대행하는 일, 전시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을 합니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많네요. 평소 전시 디자이너의 하루 일과가 궁금한데요, 멘토님의 하루 업무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세요~
전시사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다들 비슷한 생활패턴을 갖고 있을 것 같아요. 전시 디자이너는 디자인 업무가 많다기 보다 회의와 피드백 하는 시간이 많아요.
오전과 오후로 업무를 나누어 보면, 저 같은 경우 오전에는 주로 스케줄 관리 업무를 해요. 이른 아침에는 맑은 정신으로 스케줄을 정리하고 관련된 내부 회의를 진행하고, 주요쟁점사항을 결정하죠.
오후에는 일의 능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단순한 업무를 보거나 외부미팅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로 창의적인 디자인 업무는 주변 소음도, 전화벨 소리도 없는 늦은 밤시간에 하는 편이에요.
△ 정형원 멘토님의 전시 기획 작업
멘토님은 전시 디자인을 하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시나요?
전시 디자인을 할 때 저는 ‘공감대 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전시 디자인은 팀 작업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초기 기획단계에서부터 발주처와 팀원과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요.
기획단계에서부터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후속작업도 원활히 진행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요. 간혹 짧은 작업기간 때문에 팀원들과 충분한 의견공유를 하지 못하고,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채 일을 진행할 때도 있는데요. 그럴 경우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게 되요.
상호협력 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각기 다른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하나의 결과물을 내기 어렵겠죠? 이런 경우엔 최상의 결과물을 창출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작업할 때 프로젝트의 핵심 키워드와 공간의 성격을 정의할 수 있는 컨셉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해요.
‘공감대 형성’이라는 것이 팀원들과 충분한 의견교환을 통해 동일한 이미지를 구상해 나간다는 건가요?
맞아요.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해요. 기획과 컨셉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나눠 모든 팀원이 핵심 키워드와 공간의 성격을 완벽히 이해해야 하죠. 그래야 일의 효율도 높고, 피드백도 빨리 수용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저도 팀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지 못했어요. 자기 주장만 피우면 팀원들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공감대를 형성해서 팀원들이 작품을 능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야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가 있어요.
△ 순천국제정원박람회에서의 정형원 멘토님의 전시 디자인
전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구직자들은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할까요? 전시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스펙이나 자격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전시 디자이너로서 전시사업을 하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건축 및 실내건축자격증이 필요해요. 대부분의 회사가 전시 디자이너에게 실내디자인 혹은 실내건축기사 자격증을 요구하기 때문이에요. 뿐만 아니라 컬러리스트나 그래픽운용관리사 자격증도 전시 디자인을 할 때 유용할 것 같아요. 해외전시가 많은 편이기 때문에 때로는 어학능력도 필요한데요. 중동, 유럽, 남미 등 다양한 지역 전시가 있는 만큼 해당지역의 외국어 구사 능력이 있다면 가점이 되겠죠?
물론 자격증 취득도 중요하지만, 저는 공모전을 통해 다양한 팀 작업 경험을 쌓는 것을 더 추천하고 싶어요. 실직적으로 팀 작업이 많기 때문에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일을 하는 경험이 중요해요. 대내외적인 팀 작업을 하면서 얻는 평가와 성과를 통해 직업에 대한 프로의식이 생기거든요~
△ 정형원 멘토님의 전시 디자인 작업
전시디자인 업무를 하시면서 겪었던 고난이 있으신가요? 업무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대부분의 업무가 고난의 연속이에요. 전시 디자이너들은 항상 리스크와 싸우고 있어요. 저는 전시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힘든 건 리스크 관리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리스크란 업무를 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변수를 말하는데요, 전시 디자인 업무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해요.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보통 2~3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데요. 이런 경우 프로젝트 스케줄이 겹칠 수 있어요. 그래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스케줄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수행금에 대한 관리도 중요해요. 사전에 측정된 금액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변수로 인해 상황이 바뀌면 금전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금액적인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해요.
또, 팀원이나 외주업체 관리도 변수 중 하나인데요. 팀원들이나 외주업체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전시 디자이너는 동료들의 컨디션에 각별히 신경도 써야 하죠. 전시 디자인은 다양한 분야에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리스크 관리가 힘든 편이에요!
리스크를 이겨내고 성취했을 때의 뿌듯함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전시 디자이너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관람객들과 소통할 때가 가장 보람 있어요. 제가 수행한 프로젝트를 다녀간 관람객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종종 글을 쓸 때가 있어요. 전시관 사진도 올려주시고, 전시관에 대한 글을 써주시기도 하는데 관람객들이 쓴 블로그 글을 볼 때 저는 보람을 느껴요.
블로그를 보면서 저는 ‘내가 의도한 연출을 관람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관람객들은 나와 어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를 생각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전시 디자인은 초안보다 연출의 질의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예상 사업비보다 적은 금액으로 제작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고요. 그런 점이 조금 안타깝지만, 부족한 전시디자인을 보고도 행복해하는 관람객들을 보면 저도 힘을 얻고, 더 큰 보람을 느껴요.
다시 사회 초년생이 된다면, 다시 전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하실 건가요?
그보다 더 전으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딱,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간다면 저는 하루라도 빨리 전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할 거에요.
전시관련 일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동안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분야를 접하고 연구하면서 세상의 일부를 느끼게 되고, 관람객들의 생각을 헤아리면서 사람에 대한 생각도 깊어 지고요.
배우가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구하고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끼듯이, 전시도 그래요. 더 많이 알아가면서 희열을 느끼죠. 대중들을 위한 문화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간다면 더 빨리, 이 길로 들어섰을 것 같아요.
전시 디자이너로 막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유용한 책이나 콘텐츠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몇 가지 책을 추천 드릴께요. 이 책들을 읽으신다면 전시디자인에 대한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 같아요. 얀 로렌스와 리 H.스콜릭, 클레이그 버그가 공저한 「전시 디자인의 모든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전시 디자인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인데요, 전시 디자인의 실무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유용할 것 같아요.
또 추천 드리고 싶은 책은 「Exhibition Design Guide Of Museum」 이에요. 이 책은 전시 디자인의 기본적인 지식을 함양할 수 있는 책이에요. 마지막으로 「전시 디자인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란 책을 추천 드려요. 필립휴즈가 지은 책으로 전시의 역사부터 전시 디자인의 과정까지 모두 알 수 있는 책이어서 도움이 많이 될 것이에요.
△ 정형원 멘토님의 추천도서
전시 디자인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유익한 조언 좀 해주세요.
어떤 일이든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일이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첫 단추를 잘 채우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전시디자인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었을 뿐 아니라, 주변에 조언자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전시디자인에 입문할 당시에 김길웅 고문님의 보조 역할 업무부터 시작했어요. 짧지만 소중한 경험이었죠. 고문님께서는 상당히 아날로그 한 작업들을 많이 하셔서 제가 영감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주변에 좋은 멘토, 많이 배울 수 있는 멘토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시고 첫 단추를 잘 채우셨으면 해요.
만약 주변에 멘토가 없다면 책이나 자료를 멘토로 삼으셔도 좋아요. 책이나 자료를 보고 열심히 분석하면서 직접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것도 중요해요.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점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또 이런 경우에는 멘토의 간접경험만으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경험을 통해 얻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멘토가 없다고 좌절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도전하시고 많은 경험을 쌓으세요!
전시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멘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긴다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사실 아직 전시디자인의 환경은 눅눅해요.
하지만 이런 환경이 전혀 두렵지 않다면, 전시 디자인으로 풍덩 뛰어드세요! 그리고 언제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셨으면 해요. 일하는 환경이 즐거워야 동기부여도 되고, 주변의 얇은 고충들도 상쇄될 수 있을 테니까요.
일하는 즐거움을 갖고 전시 디자인에 임하신다면, 오랫동안 보람 있게 일할 수 있을 거에요!
멘토님, 전시디자인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전시디자인을 ‘얕은 바다로의 여행’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전시디자인은 마치 무수한 현상과 문화의 바다 속에서 교감하는 행위 같거든요. 다양한 분야와 만나 수 많은 생각을 나누고 표현하는 전시 디자이너의 끝없는 여정이 넓은 바다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얕은 바다로의 여행’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아요.
△ 도요타 자동차의 전시디자인
전시 디자이너로서 멘토님의 꿈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나만의 디자인 철학을 만드는 것이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지금도 좋은 작품을 응용해보면서 나만의 디자인 철학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더 많은 영감을 얻기 위해 새로운 기회, 경험들을 단계적으로 계획해서 이루어내려고 해요. 여행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더 다양한 분야의 배움도 쌓으면서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 시간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등산에 비유를 하자면, 산 정상을 향해 무조건 달려간다기보다는 산을 오르는 즐거움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정상에 오르고 싶어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김미형
출판.편집 디자인
담당부서:인터뷰
취재:김미형, 임두리
INTERVIEW
임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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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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