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린이 문화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보통 어린이를 위한 상품 시장이 오랜 전통으로 가지고 있는 모순이 있어요. 실 사용자는 어린이인데, 만들고 구매하는 사람은 모두 어른이죠. 어린이는 그 상품을 그냥 제공 받아 사용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실 사용자의 요구가 제조과정부터 구매과정까지 철저히 배제가 되죠. 예를 들어, 왜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파란색을 좋아하고, 어린이는 구름과 무지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거죠? 어린이 제품 마켓에는 보수적 사회적 통념과 성차별적 요소가 뿌리깊게 녹아있죠. 아이들은 검정색도 좋아하고 해부도 같이 귀엽지 않은것에도 흥미를 가져요. 단지 어른들이 아이들을 먼저 틀 안에 가둘 뿐이죠. 저는 어린이들의 요구를 기존 마켓과 사회에 시각적으로 통역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추구하는 어린이 디자인의 경우, 아이들을 디자인 과정에 초대해서 함께 만드는 거에요. UN에서 만든 국제법인 ‘어린이 권리 조약’을 기본정신으로 하고 있어요. 진행하는 디자인이 어린이의 권리를 차별 없이 충족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반영하고 평가를 하죠. 저는 아이들의 권리를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실현 시키고 싶습니다.
△ 엄효정 멘토님이 디자인한 ‘UN어린이 권리 조약’의 그래픽 시스템
12조 자유로운 의견표현과 존중, 34조 성범죄, 착취로부터의 보호
멘토님께서는 처음부터 디자이너를 꿈꾸신 건가요?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디자이너로 시작하지 않았어요.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편해져서 좋아하게 되고, 주변에서는 그림을 그려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어요.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어요. 대학시절 교수님께서는 제 그림에 일러스트레이션 성향이 강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졸업 후 친구들은 작가나 선생님이 되었지만, 저는 ‘아트박스’라는 팬시 회사에 들어갔어요. 디자인 배경지식 없이 입사를 했기 때문에, 배우면서 일을 했죠. 처음에는 편지지와 카드 디자인을 주로 했어요. 1년 정도 다녔을 때, IMF가 터졌어요. 회사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했어요.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 1년 동안 전략적으로 밀어보자고 했죠. ‘파자마 시스터즈’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그 당시 시대 흐름과도 잘 맞았고, 인기가 많아서 회사에 많은 기여를 했죠. 그 때 이후로 쭉 이 길을 걷게 된 것 같아요.
전공과는 다른 분야인 ‘디자인’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서양화를 포기하고, 조금은 길이 다른 디자이너가 되시는 것을 부모님께서는 찬성하셨나요?
반대하셨어요. 부모님께서는 미술 교육과를 나왔으니 선생님이 되길 원하셨죠. 대학 졸업 후 부모님의 권유로 임용고시 학원을 다녔는데, 공부를 하면서도 계속 이 길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아트박스’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고, 입사하여 디자인의 길로 갈 수 있었죠. 그 때 부모님께는 제가 너무 하고 싶다고 설득을 해서 허락을 맡았어요. 어떠한 일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길을 가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캐릭터 디자인을 하셨었는데, 어떻게 해서 어린이 디자이너의 길로 바꾸게 되신 건가요?
처음에는 상업적인 제품을 위한 캐릭터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했었어요. 수입도 괜찮았고, 편하게 할 수 있었죠. 하지만 10년쯤 같은 분야의 일을 하다 보니 답답했고 그대로 계속 살 건지 새로운 도전을 할건지를 선택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어요. 저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봤는데 그게 어린이에 관한 것이었죠. 그 당시 제게 아이가 생겨서인지 관심사가 아이였어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늦깎이 공부를 위해 딸아이와 함께 스웨덴으로 갔어요. 그때까지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몰랐는데, 스웨덴에 가서 확실히 정할 수 있었어요. 제가 배운 것은 외적인 디자인 스타일보다도 동기와 과정과 의미에 관한 것이었죠. 판매율과 멋지게 보여지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저의 생각이 완전히 개조된 거죠. 자연스레 어린이와 사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결국 공공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아이들은 부모의 경제적 상황에 상관없이 좋은 유년기를 보내야 하고, 어린이를 위한 문화적인 것들이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서비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돈을 주지 않고도 모든 어린이가 공유할 수 있는 양질의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어요.
멘토님이 디자인을 할 때 기본으로 생각하시는 ‘UN어린이 권리 조약’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죠,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어린이 권리조약이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정작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아요. 재미없어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린이 권리 조약’의 각 조항을 시각화 했어요. 그것을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교육하고, 보여줄 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재미있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래픽 시스템을 디자인하게 되었죠. 어린이 권리에 대한 그림책들이 이미 출판 되었지만 책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의무감으로 읽고 나서 덮으면 끝이에요. 저는 그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어요. 생활에 노출이 되면 우리에게 좀 더 강하게 와 닿을 수 있거든요. 그래픽 시스템을 사용해서 놀이를 통한 배움의 교구를 만들고 아이들이 생활하는 환경에 사용해서 친근한 방법으로 의식을 개선하고 싶었어요. 또한 캠페인 아이템을 만들어 메시지를 퍼뜨리는 거죠. 패브릭으로 폭신한 쿠션 배지를 만들었는데 배지 위에 어린이가 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결과물 자체도 아이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어요.
△ Happy childhood - ‘어린이 권리 보호’ 캠페인
멘토님께서 우리 사회에 어린이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인식이 자리잡는데 기여를 하신다면 더욱 뜻 깊을 것 같아요. 멘토님은 어린이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어린이를 위한 공공 디자인에 참여하고 싶어요. 공공 디자인은 판매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디자인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상업적인 디자인은 계산을 많이 하게 되요. 색, 소재, 스토리, 캐릭터 등 철저하게 계산을 해야 하죠. 하지만 공공디자인은 판매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사용자인 아이들이 즐거운 디자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진정성 있는 디자인과, 더욱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있죠. 오히려 그런 것들이 디자이너의 영혼을(^^) 위해서도 좋은 것 같아요. 아직은 네트워크도 없고 해서 두드리는 단계에요. 공공디자인 이외에도 어린이 디자인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의도를 가진 프로젝트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어요.
진정성을 가지고 디자인하고, 그것이 또 국가적으로 지원을 받아 진행 된다면 어린이나 부모를 위해서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멘토님은 어린이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보람되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스웨덴에서 공부할 때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고텐버그 시티 뮤지엄’의 어린이 박물관 담당자께서 어린이 방문객을 위한 컨셉 디자인을 맡기셨어요. 제가 아시아에서 와서 그런지 그들의 스타일과는 조금 달랐어요. 스웨덴은 실용적이고, 베이직한 디자인을 많이 하는데, 저는 많이 정제했음에도 그들에게는 저의 디자인이 새로웠던 것 같아요. 뮤지엄은 4층으로 된 오래된 건물인데, 숨은 길이 많고 어두워서 아이들이 무서워했어요. 그 안에는 어린이 박물관이 있는데, 체험형 놀이공간도 있었어요. 어린이 권리 조약에 보면 ‘모든 아이들은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고 되어있어요. 특히 공공 장소에는 길 찾는 안내가 글씨 위주로 되어있어, 글씨를 모르는 어린아이나, 외국인의 경우는 길 찾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글씨를 못 읽는 어린이들도 찾기 쉬운 길안내 시스템을 만들기로 하고 친구와 컨셉을 정한 뒤, 아이들과 함께 워크샵을 한 후 이미지가 위주인 길 찾기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웃음)
모든 디자인을 적용하지는 못했고, 어린이 층을 위해 만든 캐릭터를 어린이 박물관의 symbol로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 캐릭터가 고텐버그 시내의 트렘과 버스에 광고로 돌아다녔어요. 저는 한국에 돌아와서 보지는 못했지만, 친구들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했을 때 기분이 정말 좋고 뿌듯했어요.
△ 엄효정 멘토님이 디자인한 ‘고텐버그 시티 어린이 박물관’의 Symbol
프로젝트 진행 시 모든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한다고 하셨는데, 아이들이 박물관을 지루해 하지 않았나요?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어린이 디자인의 전문가는 정말 어린이에요. 꼭 아이들에게 물어봐야 하죠. 아이들을 박물관에 데려가서 견학을 시킨 뒤,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죠. 예를 들어, 17세기 방에 갔을 때 있던 가발이 너무 웃기고, 인상 깊다고 그래서 17세기 방의 상징은 가발이 되었고, 또 다른 방의 상징은 드레스로 해서 각각의 방을 상징하는 symbol과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나서 보물찾기나 지도 그리기 등의 워크샵을 통해 디자인을 테스트하고 또 보완하고를 반복하면서 디자인을 완성 했습니다. 전시회 때 참여한 아이들의 워크샵 결과물을 같이 전시해주어서 아이들의 자부심도 가질 수 있었죠.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엄마 손에 이끌려 다니지 않고, 자기가 정보를 습득해서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게 되길 원했어요.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행동이 자유로워 지거든요.
△ 엄효정 멘토님이 참여 한 ‘고텐버그 시티 어린이 박물관’ 길안내 시스템
멘토님께서 어린이 디자인을 하실 때 정말 행복해 하시지만, 힘든 일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떠한 점이 가장 힘드신가요?
사회 인식에 부딪치는 것이 힘든 것 같아요. 저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고, 알려드리려고 노력하거든요. 아직 많은 분들이 아이들을 존중하는 디자인을 이해하지 못해요. 요즘 애들은 너무 존중 받아서 버릇이 나빠진다고 걱정을 하죠.
어린이 디자인을 하는데 있어서 멘토님만의 강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저는 스토리텔링에 강한 것 같아요.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스토리를 잘 흥미롭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저는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스토리텔링을 잘한다고 생각해요. 호기심을 자극하고, 순간순간의 어떤 재치 있는 유머를 잘 사용하는 것 같아요.
어린이 디자인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보기 좋고, 멋있는 것을 만들길 원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목적에 맞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버리려고 해요. 지금도 배우고 있고, 노력하는 과정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다 보여주고 싶어도, 비우고 비워서 꼭 필요한 것만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힘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 디자인이라고 해서 유치하거나, 수준이 낮은 디자인을 하지 않죠. 사용의 목적에 맞게 집중한 디자인을 하도록 노력합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계속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이들이 전문가이니까 계속 물어보고, 아이들을 계속 관찰하죠. 완성 된 제품을 아이들에게 보여줬을 때, 아이들은 반응이 즉각적으로 와요. 어떤 놀이의 신호가 있다면 아이들은 놀라거나, 즐겁게 놀지만, 흥미가 없을 때는 관심도 주지 않게 되죠. 그럴 때는 냉정하게 ‘저건 안되겠구나’ 생각하고 다른 것을 생각하죠.
갖추어야 할 태도 이외에도, 디자인적인 면에서 어린이 디자인을 할 때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모든 디자인에 ‘놀이 신호’가 항상 있어야 해요. 아이들 문화는 ‘놀이’ 자체 인데, 그 시기에 가장 잘 나타나고, 삶을 규정하기 좋은 것이에요.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놀이 신호’에요. 예를 들어, 테이블 밑에 실로 빨간 공을 메달아 두면 아이들 눈높이에서는 공이 보이거든요. 나이가 어릴수록 사회적 통념에서 자유로워서 누가 있던 없던, 틀림없이 테이블 밑으로 들어갈 거에요.
진지한 의미를 전달하는 디자인이라고 하더라도 놀이 신호를 잊어서는 안돼요. 놀이 신호는 아이들과 소통하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죠.
멘토님의 말씀을 들어보아도, 어린이 디자인에 대해 말씀하실 때 직업에 대한 애정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면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가도 다시 어린이 디자이너를 하시겠어요?
저는 이것 말고는 잘하는 것이 별로 없어요. 다시 시작해도 처음에는 상업적인 디자이너로 시작할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관심사가 자연스레 바뀌기 때문이죠. 제게 식구가 생기고, 아이가 생기고부터 어린이에게 관심이 옮겨졌거든요.
그 나이에서 바라보는 디자인을 하고 싶은 거죠. 젊은 시절에는 젊은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을 추구했고, 지금은 어린이와 가족.. 할머니가 된다면 노인을 위한 디자인을 하지 않을까요?
갤러리에만 있을 법한 소수를 위한 고가의 디자인은 지금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처음 시작은 캐릭터 디자인이었지만, 지금은 어린이 디자인을 하시잖아요? 오랫동안 디자인분야에서 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특별한 것 없이, 그냥 좋았던 것 같아요. 디자인의 길은 너무 다양하지만, 순간순간 선택을 통해 오게 된 것이 지금 이 길인 것 같아요. 같은 맥락 안에서 다양한 길이 숨어있죠. 과학의 분야가 넓다고는 하지만 디자인 역시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다양해요. 하면 할수록 부족함을 느끼고 그 다음에 더 잘하고 싶고 더 배울게 나타나고 그래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서양화를 전공하다가 디자인으로 진로를 바꾸다 보니, 생소한 분야라서 실수도 하셨을 것 같아요. 디자인을 시작한 친구들이 자주하는 실수는 무엇일까요?
기술적인 실수는 잘못을 인정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처음 회사에 들어가서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었을 때 일이에요. 카드 뒷면에 ‘merry Christmas’ 글자를 적어야 하는데, ‘merry christmas mas’ 라고 뒤에 ‘mas’를 더 적었어요. 제품은 이미 다 전국으로 풀린 다음에 알았죠. 그래도 다행히 ‘chrasmas’라고 쓴 것 보다는 ‘Christmas mas’라고 쓴 것이 의도 한 것처럼 유머스럽다고 해서 다행히 넘어갔던 적이 있어요. 그 실수를 계기로 더욱 꼼꼼히 일 마무리를 하게 되어서 그 뒤로는 실수가 없었어요.
그렇다면 기술적인 실수 외에 조심해야 할 실수도 있나요?
기술적인 실수는 잘못을 인정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인간관계나 업무 태도의 실수 같은 건 좀더 복잡하죠. 신입사원이 너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소극적인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데 있어 너무 조심스럽고, 수동적이라면 안되겠죠. 디자인은 많은 창작을 하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표출해야 하는데, 소극적이면 많이 갇혀있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디자인을 따라 하는 것도 조심해야 해요. 순수하게 자신의 디자인을 보여주며 인정받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다른 것들을 흉내내고, 따라가려다 보면 1,2 년 뒤에는 위험해질 수 있거든요. 지금 당장은 인정 못 받더라도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스타일을 연구한다면 분명 인정받을 거에요.
멘토님의 진심 어린 조언을 따른다면 분명 좋은 어린이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린이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사회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어린이 디자이너다 보니 그림책을 많이 읽으라고 추천해주고 싶어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많이 읽으면, 발상이나 표현기법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책 한 권, 한 권이 정말 다른 세계를 보여주죠.
그리고, 아이들에게 배우세요. 아이들에게 결과물을 꼭 테스트를 해봐야 해요.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꼭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요?
컴퓨터 프로그램은 좋은 것들이 많이 나와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찾아 쓰면 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머릿속의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머릿속 이미지를 끌어내서 눈에 보이게 옮겨놔야 하는데, 그것은 컴퓨터를 잘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관찰력도 중요해요. 사소한 것들도 자신이 필요한 시각에서 본다면, 매번 다르게 보이죠. 특히 어린아이들은 관찰을 통해 더 정확한 피드백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멘토님께서의 최종적인 목표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단기적인 목표는 그림책을 쓰는 거에요. 준비해둔 것을 정리해서 올해 11월에 그림책을 출판 할 생각이고, 국내 첫 프로젝트로 작게나마 ‘어린이 권리 존중 캠페인’을 진행 할 생각이에요. 아직 파트너 기업을 찾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사회적 캠페인으로 첫 걸음을 시작하고 싶어요.
쑥스럽지만 저는 제 딸과 이야기를 할 때 ‘엄마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문화 디자이너야, 근데 이건 우리끼리만 알아’ 라고 말하며 같이 웃어요. 제 꿈은 확실해요. 우리 아이들이 좀더 당당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디자인을 통해 돕는 거에요. 가정이 부유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장애 아동, 탈북 아동, 다문화 아동 등 아이들 사이의 거리감과 소외감이 정말 커요. 그걸 조장하는 것이 결국 상업적 문화 콘텐츠, 장난감 마켓 등이죠. 저는 이런 차이를 디자인을 통해 조금씩 완화시키고 싶어요. 모든 어린이들이 행복한 유년기의 기억을 가지고 행복한 성인으로 성장하길 바래요.
요즘 부모님은 자식과 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멘토님은 가족과 관계도 돈독해지시고 커리어도 쌓으시고 천직으로 보입니다. 멘토님께 어린이 디자이너란 무엇인가요?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주는 선물이 될 수도 있고, 받는 선물이 될 수도 있는데, 저는 아이들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정말 즐거워요. 까다로운 어른 소비자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작은 것에도 정말 감사할 줄 알아요. 돌멩이 하나를 집어줘도 몇 십분씩 즐겁게 놀고 솔직히 반응하죠. 그런 모습들이 저에겐 너무 예쁜 선물인 것 같아요.
또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디자인이에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아이와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발전 시킬 수 있었어요. 보통의 직업은 직장이 가정을 빼앗지만, 이 직업은 오히려 가정을 찾게 해준 것 같아 제게는 큰 선물이에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한유경
출판.편집 디자인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임두리,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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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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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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