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카피라이터가 되려고 11년째 노력 중인 강정아라고 합니다.
멘토라고 칭해주시니 굉장히 쑥스러운데요. 존경스러운 카피라이터 선배님들이 많은데 그냥 부끄러울 다름입니다.
카피라이터는 한 마디로 말을 하면, 팔려고 하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소개해주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소비자에게 이 제품을 소개를 해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이 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과거에는 광고 안에서 언어로 표현되는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카피라이터의 본업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언어가 아닌 비주얼로도 카피라이터가 어필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전략적인 아이디어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소개를 하시면서 카피라이터의 업무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말씀해주셨는데, 조금 더 자세하게 카피라이터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소개해주세요.
카피라이터가 하는 일에 대해 말씀 드리려면 일단 업무프로세스부터 말해야 할 것 같네요.
예를 들어보죠. 한 자동차 TV광고를 보면 ‘자동차에 감성을 더하다’라는 카피가 나와요. 이 것처럼 광고에 나오는 모든 글자, 문구를 만드는 사람이 카피라이터입니다.
그러나 카피라이터가 단순히 카피만을 쓰는 건 아니에요. 제작되는 광고의 컨셉과 아이디어 도출에도 카피라이터가 참여를 하죠.
광고주가 대행사에 광고요청을 하면 광고대행사의 기획파트는 트렌드와 타깃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해서 광고컨셉을 정합니다. 이렇게 설정된 컨셉을 바탕으로 카피라이터와 제작팀은 광고시안과 카피작성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거치게 되는데요. 카피라이터는 광고컨셉에 맞는 카피를 작성할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회의에도 적극 참여합니다.
아마 앞서 말했던 자동차 광고도 그랬을 거에요. 사람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 휴머니즘을 담아보자. 사람답고 휴머니티한 모습을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것이고,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고민 끝에 ‘자동차에 감성을 더하다’라는 카피가 탄생했겠죠! 여기에 유리창에 빗물이 흐르는 모습, 감성적인 음악 그리고 스토리가 더해져 광고가 만들어진 겁니다.
카피라이터가 단순히 카피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광고의 컨셉까지도 같이 생각한다는 말인가요?
예. 그럼요~
컨셉도, 회의도, 광고의 비주얼도 모두 함께 고민합니다. 광고의 장면 하나 하나를 함께 상상하고, 그 상상에 딱 어울리는 광고카피를 제안해요. 그러니까 광고의 아이디어, 비주얼까지도 함께 고민하고 작업하는 거죠. 디자인 작업을 하시는 분들을 아트디렉터라고 하거든요. 카피라이터들은 아트디렉터와 함께 작업을 해요.
멘토님께서는 어떻게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원래 제 꿈은 카피라이터가 아니었어요. 오페라가수가 제 꿈이었답니다. 그런데 사람들마다 꿈을 이루지 못한 사연들이 있잖아요. 저도 오페가 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가정형편을 비롯한 여러 가지 환경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했어요. 꿈이 좌절되자 저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그러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내 장점을 어느 분야에서 발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죠. 이렇게 여러 가지 고민을 하던 차에 문득, 이 직업이 제 앞에 나타났어요. ‘아, 이거다! 카피라이터가 내가 갈 길이다’를 저는 고등학교 때 알았어요. 중학교 때 고민하고 고등학교 때 진로를 선택한 거죠. 그냥 나타난 건 아니고 늘 관심을 갖고 생각하고 다녔기 때문에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멘토님을 정말 빨리 진로를 선택하신 것 같아요!
진로를 빨리 설정해서 저는 제 인생의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찍부터 카피라이터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보았어요. 우선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해 전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하였어요. 국문학과를 가지 않고 광고홍보학과를 간 이유는 카피라이터는 광고와 마케팅, 브랜드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것 같더라고요. 관심이 가니까 카피라이터에게 필요한 소양들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국문학과 대신 광고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광고홍보학을 선택했어요.
대학생 때 지방대 출신이 이름있는 광고대행사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좋을지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지방대 학생들에게 돌파구는 공모전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공모전에 정말 열심히 매달렸어요. 또 인맥을 늘리기 위해 광고과 교수님 찾아 다니며 자문도 구했고, 광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시대적인 트렌드로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당시에는 잘 알려진 직업이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으셨나요?
카피라이터가 되겠다고 다짐한 이후에는 광고를 어디서 어떻게 알아봐야 할까를 고민했어요. 고민하다가 서점에 가서 책을 찾아보았죠. 광고는 뭘까부터 시작했어요. 그 시기에는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잘 발달되지 않았고 또 지방이다 보니까 주변에 광고를 하는 사람도 많이 없었어요.
그럼 애초에 카피라이터란 직업에 대해서는 알고 계셨던 건가요?
네. 당시 광끼라는 드라마가 있었어요. 배우 원빈씨가 출연해서 더 유명한 작품이죠. 그 드라마가 광고 동아리처럼 광고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어요. 사실 드라마를 보고 힌트를 얻은 거죠! 드라마를 보고 이런 분야가 있구나 하고 알게 되었어요.
직업을 탐색할 때 그 직업이 비전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도 광고 그리고 카피라이터가 앞으로 비전이 있다는 말을 듣고 카피라이터의 길을 가게 된 것이에요. 내가 가지고 있는 끼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봤을 때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나에게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가 진로선택에 큰 영향을 했네요!
그런가요? 저희 선배들은 드라마가 사람을 버려놓는다고, 왜 광고계에 들어왔냐고 묻더라고요. (하하)
△ 강정아님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던 업그레이드 몽쉘 TV광고
멘토님, 처음 쓴 카피가 기억이 나시나요?
처음 썼던 카피보다는 처음 채택되었던 아이디어가 생각나요. 대홍기획에서 인턴을 할 때 업그레이드 몽쉘 광고를 한 적이 있어요. 아이디어를 냈는데 정말 운이 좋게 채택이 되었죠. 아침에 아이가 마치 엄마처럼 아빠를 깨우는 거에요. “여보 빨리 일어나 회사가야지”하고요. 따르르르릉 시계알람이 울리면서 아침이 시작되는 내용의 컨셉을 제안했었는데 CD님이 제 아이디어를 사주셨어요.
업무 프로세스를 잘 모르던 때였는데 제가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자마자 콘티를 쓱쓱 그려져 나왔어요. “첫 번째 콘티는 시계가 이렇게 울리고 아빠가 졸린 눈으로 자고 있어, 두 번째 아빠가 애를 깨우면서 뭐라고 해.” 이렇게 말씀하신 것들이 나중에 정말로 광고가 되어서 나갔어요.
사실 실무에서 이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선배들이 있고 또 처음부터 제 아이디어를 사주지 않거든요.
카피라이터에게는 모든 것이 영양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카피를 쓸 때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보통은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얻을 때가 많아요. 광고도 카피도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런데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광고인들은 해외광고를 많이 봅니다.
이번 광고가 자동차 광고다, 화장품 광고다하고 제품이 정해지면 그 제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봐요. 예를 들어 화장품 광고를 하게 되었는데 컨셉이 커버가 잘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면 커버가 잘되는 제품 속성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습득하죠. 제품에 대해 공부를 하고 요즘 트렌드에 대해 알고 또 경쟁사는 같은 커버력 좋은 제품을 어떻게 표현했는가를 봐요. 컨셉을 광고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보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광고를 만들 때는 제품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보고 전략적으로 접근을 하죠.
일반적인 카피라이터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카피라이터의 일상을 알려주세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카피라이터는 하루 종일 아이디어를 생각해요. 밥 먹을 때도 그렇고, 화장실 갈 때도 그렇고, 사실 화장실에서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도 있어요. (하하)
카피라이터들도 다른 분들처럼 똑같이 아침에 출근을 해요. 아무래도 시대의 흐름, 트렌드를 알아야 하니까 아침에 출근하면서 지하철에서 신문을 본다던가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그 날, 그 날 뉴스를 체크를 하죠. 특히 내가 지금 담당하고 있는 분야의 뉴스의 경우는 반드시 확인해요. 어떤 내용들이 올라왔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면서 출근을 하죠.
저 같은 경우는 아침에 몽롱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업무를 시작해요. 보통 광고대행사에서는 9시 30분과 10시 사이에 팀 회의가 있어요. 팀 회의는 그 날의 스케줄 회의라고 보시면 되요.
오전에는 회의를 하다 보면 업무 시간이 지나가요. 한 명의 카피라이터가 하나의 제품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다양한 브랜드를 담당하기 때문에 매일 매일 그 브랜드에 대한 회의가 많이 잡혀있어요. 세 개의 브랜드에서도 TV광고, 인쇄매체 등의 광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획회의, 아이디어 회의 등 회의가 많은 편이죠. 이렇게 오후도 회의를 하다 보면 거의 지나가죠. 정작 조용히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시간은 저녁이에요.
아이디어는 혼자 차분히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카피라이터들은 야근을 할 때가 많아요. 이런 점 때문에 많은 후배들이 힘들어해요. 카피라이터 뿐 아니라 광고인은 강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인내력이 필요한 직업이에요.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해 구직자에게 요구되는 특별한 스펙이나 자격이 있나요?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다고 반드시 광고홍보학과나 국문학과, 문예창작학과를 나올 필요는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에요, 관심을 가지면 길이 분명히 보일 거에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카피라이터 과정을 이용하면 좋고요, 또 서울에는 공모전 같이 준비하고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런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죠. 아카데미를 다니며 인맥을 쌓는 것도 중요해요. 아카데미를 하는 선생님들, 강사님들과의 대화를 하다 보면 지금 실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
또 기본적으로 나오는 광고들을 챙겨보셔야 하고, 공모전에 관심을 두셔서 스펙을 쌓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기업 같은 경우 아직도 스펙이 많이 중요해요. 실제로 입사할 때 보면 유학파들도 많고요.
입사할 때 유학파들도 많다고 하셨는데, 광고와 카피라이터들은 어느 분야로 유학을 많이 가나요?
아트 디렉터의 경우 아트스쿨 수료자들이 많아요. 또 시각디자인, 광고, 사진 쪽으로 유학을 많이 가시는 편이죠.
이 분야는 경력이 중요해요. 일단, 인턴십부터 도전을 하세요! 되든 안 되든 인턴십을 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저도 대학교 다닐 때 인턴을 하면서 쌓았던 실무경험을 쌓았는데, 이 경험이 다 업무 하는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었어요. 인턴을 하면 카피라이터들은 회의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아이디어를 도출하는가를 알 수 있어요. 사실 아이디어 내는 건 정답이 없고 끝이 없어요. 각자의 방식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경험이 정말 중요해요. 자기가 경험하면서 부딪쳐 봐야 합니다.
또 카피라이터가 아니라고 아이디어를 안 내는 것이 아니거든요. 지금의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은 아이디어가 있고, 창의력이 있는 인재에요.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해당분야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멘토님은 어떤 활동들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대학 다닐 때 학과 내에 분과동아리가 있었어요. 광고홍보학과 안에 공모전을 준비하는 동아리로 여러 팀이 있었는데 저희 팀은 에드탑이었어요. 당시의 광고 공모전 중 최고는 LG애드 대학생 광고 공모전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저는 이 공모전에도 도전을 했었고 브랜드네이밍 공모전도 많이 했었어요.
요즘에도 대학생 광고공모전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학생일 때도 대홍기획 광고공모전을 비롯하여 신문사 광고공모전, 일반기업의 광고공모전 등 많은 대학생 광고 공모전이 있었어요. 저는 이런 공모전에 정말 열심히 도전했던 것 같아요.
공모전 말고, 또 노력한 것들은 없었나요
저는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카피라이팅은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몰랐어요.
그래서 일단은 TV CF를 많이 보고 신문광고 잡지광고의 그런 광고 카피들을 모았어요. 노트 한 권 사서 분야를 나눴고 화장품, 자동차, 식품, 약품 이렇게 분류를 나눠서 헤드라인, 바디카피를 제 손으로 썼어요. 카피도 신문처럼 헤드라인, 바디카피 이렇게 나뉘거든요. 헤드라인, 바디카피, 슬로건을 실무자들은 어떻게 썼나 보고 필사했어요. 이 건 제가 지금도 하고 있는 스터디 중 하나에요.
이렇게 분류한 카피들은 중에 제가 좋아하는 카피 헤드라인들은 모아서 컴퓨터 문서로 만들었어요. 헤드카피뿐만 아니라 좋은 책들 시집, 소설 장르 구별 없이 읽으면서 좋은 글귀 같은 것들을 데이터 워크를 해놓았어요. 지금도 관련된 제품 광고카피를 쓰다가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이 자료들을 들여다봐요. 이걸 여기에 접목시켜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어떻게 보면, 이게 바로 내 재산이고 보물이죠!
우리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 살고 있잖아요. 세상에는 많은 콘텐츠가 있고 그 양이 너무 방대해서 그걸 제가 다 섭렵할 수 없어요. 그래서 그 콘텐츠 중에서 나한테 필요한 것들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해요. 나한테 필요한 콘텐츠를 뽑아내는 능력을 길러서 그 때 그 때 필요한 것들을 찾아 쓸 수 있어야 해요.
카피라이터는 멋있게만 보였는데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직업이군요.
네. 멋있게 보이는 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한 직업이에요.
요즘은 중도에 카피라이터를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요즘 친구들은 고생하는 거 싫어하고, 밤새는 거 싫어하고 내 시간 뺐기는 거 싫어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일이든 희생 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잘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거든요.
박웅현 CD의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이 광고대행사에서 일을 못하는 사람이었다는 내용이 나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세요! 박웅현 CD는 책 읽고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 것을 만들어왔잖아요. 그래서 나중에 그의 능력이 꽃핀 거잖아요. 카피라이팅과 광고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나와의 싸움이에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나와의 싸움이란 말을 하셨는데 카피라이팅 업무를 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은 10년을 가까이 카피라이터로 일했기 때문에 업무 프로세스는 힘들지 않아요. 어떻게 해서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지 아니까요. 앞서 말했듯이 이 일은 늘 나와의 싸움이에요. ‘이 정도에서 멈출까, 조금 더 하면 좋은 카피가 나올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어요. 나 자신에게 지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에요.
나 자신에게 지지 않고 좋은 카피를 쓰기 위해서는 내가 더 노력해야 하고 내가 더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해요. 또 가끔은 사랑하는 가족을 못 보며 일해야 하는데 이런 현실에 간혹 지기도 하죠. 이런 점이 가장 힘들어요. 또 하루 종일 아이디어를 생각하다 보면 가끔은 나를 잃어요.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를 때가 많아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겠어요!
네. 맞아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건강을 잃기도 해요. 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수명이 짧아요. 오죽하면 세계의 수 많은 직업 중에 가장 수명이 짧은 직업 중 하나가 광고인이라는 통계가 나왔겠어요. 수명이 짧은 걸로 세계 1위라고 해요. 그렇지만 광고 일을 하는 저희의 직업의 프라이드를 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자부심도 자부심이지만, 멘토님이 작업한 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리면 뿌듯해서 힘든 것도 잊고 일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렇죠~ 그것이 제가 일을 계속 하고 있는 이유에요.
내 아이디어가 채택이 되어 광고가 진행되고 또 시장에서 제품이 잘 팔릴 때 뿌듯하죠. 이 것이 광고 속 또 하나의 매력이에요.
그렇다면 멘토님을 행복하게 했던 대중에게 사랑 받았던 카피에 대해 몇 가지 말씀해주세요.
저는 소소한 기쁨을 좋아해요. 소소한 기쁨을 주었던 카피부터 말씀 드리면, 예전에 행남자기의 그릇 광고를 한 적이 있어요. ‘여자의 욕심이 행남자기를 만듭니다.’ 라는 카피를 썼는데, 이 카피가 소비자 평가단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말씀해주신 카피 말고 애착이 갔던 카피가 또 있나요?
LG대학생캠페인 슬로건으로 젊은 꿈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슬로건을 쓴 적이 있어요. 애착이 간다기보다는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는 슬로건이어서 기억에 남아요. .
그런데 광고의 모든 작업은 팀 플레이이기때문에 어디 가서 이 카피는 내가 썼어 라고 당당히 말하기 어려워요. 회의도 같이하고 마지막 결과도 같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내가 썼다고는 못하겠어요.
△ 강정아님이 참여했던 GS SHOP 쇼핑드라마
카피 역시 팀 작업이 중요하군요, 멘토님이 최근에 했던 팀 작업은 무엇이었나요?
최근에는 GS샵 광고를 했었어요. 업계 1위로서 유지광고를 하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면서 업계 1위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죠. 그러던 차에 업계 1위답게 이슈를 만들고 자신감 있는 광고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리얼쇼핑드라마에요.
짧은 쇼핑드라마를 제작해서 모바일로, SNS로 전파시키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어요. 여러 사람에게 콘텐츠를 전파해서 퍼지게 만들면 상품도 주고, 온라인을 통해 시청할 수 있는 쇼핑드라마를 만들었어요. GS샵을 주제로 GS샵에 있는 상품과 소비자의 접점을 찾아 이야기를 만들었죠. 쇼핑드라마와 함께 ‘당신의 가장 좋은 선택을 만듭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도 진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업계에서 질투 섞인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이건 뭐에요, 우린 어떻게 하라고 만드셨어요.” 라며 여기 저기서 전화가 왔는데, 참 뿌듯했어요.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면 어떻게 하세요?
아이디어는 쥐어 짠다고 나오지 않잖아요. 먹어야 해요. 먹는다는 말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먹는다는 말이에요. 관련된 자료를 보고 책도 보고, 걸어 다니면서 사람들도 보고, 조금 내려 놓고 더 멀리서 나를 보고 객관적으로 제품을 보고 본질을 다시 한번 파악해야 해요. 내가 너무 멀리간 것은 아닌가, 이 제품에 맞는 옷이 무엇인가, 우리가 타깃으로 하는 소비자는 이런 것을 좋아하는데 이 사람들에게 이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질까를 생각해봐요. 광고는 딱 소비자에게 반 발 앞서야 하거든요. 소비자가 ‘이것 봐라, 재밌네’라고 느낄 때가 가장 이상적이죠.
카피라이터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제품이 잘 팔릴 때가 물론 좋죠. 하지만 그것을 넘어 브랜드가 러브마크가 될 때, 가장 보람 있어요. 커피 하면 맥심 이렇게 딱 떠오르잖아요. 대중에게 사랑 받는 것, 그리고 그 제품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내 손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그게 큰 보람이죠.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생명을 연장시켜줄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 작업을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광고하는 사람들에게는 책임이 있어요. 광고를 통해서 너무 좋은 모습만 포장해서 보여주는 것은 아닌 지라는 고민을 항상 하죠. 물론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는 카피라이터들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해요. 하지만 더 나아가서 소비자의 이익도 생각해야 해요. 또 소비자에게 제품의 이익에 대해서 새롭게 재해석해서 알려주는 것도 카피라이터의 중요한 역할이에요. 소비자는 또 광고를 믿고 구매하는 거니까요. 과대광고 허위광고 요새 많잖아요. 그래서 카피라이터는 느끼는 보람만큼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그럼 카피라이터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매력이요? 매력이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 되겠네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사람마다 달라요. 이게 카피라이터의 매력이 될 수 있고 아닐 수 있고 그렇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아요. 카피라이터도 물론 간접적으로 그 경험을 하지만 마치 그걸 경험한 것처럼 글을 써서 소비자에게 공감을 시켜야 하잖아요. 내가 그런 능력을 얻었고, 그런 카피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인 것 같아요.
만약 멘토님이 사회 초년생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 직업을 선택하실 건가요?
물론 저에게 다른 꿈도 있었지만 제 선택의 결과는 같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10년 이상 카피라이팅을 하면서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지만, 저는 얻은 것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물론 힘든 상황도 많았지만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얻은 것이 더 많기 때문에 항상 이 일을 하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해요.
오랜 시간 카피라이터로서 준비해오셨는데, 입사 준비도 적지 않은 시간 준비하셨을 것 같아요.
입사를 할 때, 굉장히 전략적으로 하지 않으면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지방과 서울의 문화적 차이가 굉장히 컸거든요. 그래서 어쨌든 나는 광고홍보학과를 전공을 했으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면접을 보고 다르게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력서를 쓸 때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카피라이터라면 좀 다르게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이력서를 그냥 한 두 번 적어서 제출 한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적어보았어요. 자기소개서를 몇 번이나 고쳐 쓰면서 써보고, 연습하고, 자기 소개하는 연습들을 꾸준히 했었어요.
입사 준비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한 광고대행사의 면접을 봤을 때 일이에요. 그 때 받았던 공통 질문이 ‘지금 면접을 보고 있는 면접관을 비유해서 이야기해보세요’였어요. 전 세 번째 차례였는데 첫 번째 친구가 “마귀할멈 같아요” 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무섭고 떨려서 그런 답변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 친구는 아귀찜의 아귀 아시죠? 물고기 아귀 같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두 번째 친구의 답변까지 듣고 저는 나는 좀 다르게 이야기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광고대행사 면접에서 그런 답변을 의도하지 않았을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좀 다르게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한 답변이 “앞에 계시는 면접관님을 비유하면 농부 같다.”였어요. 이렇게 대답하니 면접관 분들이 왜 농부같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면접관분들이 지금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데 건강한 모종이 무엇인지 고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건강한 모종을 잘 골라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지 않냐고 말했더니 면접관분들이 고개를 끄덕끄덕 하시더라고요.
답변을 하고 나서 ‘아, 됐다!’ 라고 생각을 했죠.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있으면 되는구나’ 라고 깨달았어요. 한 70명 정도가 인턴에 지원했던 것 같은데 3명 선발하는데 거기에 합격해서 인턴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그 때 나도 가능성이 있구나 하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 때가 대학교 3학년 여름이었고요, 4학년 겨울부터 카피라이터로 일을 시작하였어요.
면접을 볼 때 광고회사는 다른 회사와 조금 달랐나요?
어떤 회사든지 회사 분위기가 있어서 면접이 각기 달라요. 광고회사도 일반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면접자의 센스가 필요하죠. 일반 기업처럼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에요. 면접복장도 획일적이지 않고요. 특히 아트디렉터의 경우는 디자인을 공부했기 때문에 메이크업이라든지 액세서리로 면접복장의 포인트를 줄 수 있어야 해요. 카피라이터도 너무 수더분하게 가는 것 보다는 외모적인 센스를 발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가서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요. 그런데 너무 화려하거나 버르장머리 없이 가는 건 아니겠죠?
멘토님, 카피라이터로서 막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유용한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콘텐츠이기 때문에 세상을 많이 경험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카피라이터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하면 유명한 정철 카피님, 박웅현 CD님 등 현직에 계신 분들의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런 책들을 보면 카피라이터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 수 있어요. 책들을 접하면 간접적으로나마 이 직업을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또 책에는 그분들이 노하우가 담겨있기 때문에 실무를 경험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책 말고 카피를 쓰실 때 영감을 받는 것들이 있나요?
카피라이터들은 막 입문할 때 일본광고 카피를 많이 봐요. 일본광고 카피가 굉장히 감성적이고 함축적이면서도 감동을 주거든요. 일본은 광고주들이 광고를 많이 믿고 맡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캠페인도 많고 정말 본받을 만한 광고 콘텐츠들이 많아요.
멘토님이 처음 카피라이팅을 하셨을 때 했던 실수와 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해주세요.
일단은 광고회사에 입사하면 이건 이러니까 하지 말아야 하고, 저건 저러니까 하지 말아야 해라는 제약이 많아요. 하나의 프로젝트에도 수없이 많은 제약이 생기죠. 그런데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그런 여러 가지 제약을 뛰어넘어야 해요. 전략을 뛰어넘는 아이디어가 필요해요. 여러 가지 제약도 다 무용지물로 만드는 딱 저거다 싶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럼 어떻게 제약을 뛰어넘어야 할까요?
솔직히 제약을 뛰어넘기란 힘들어요. 저도 항상 제약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내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어렵고요. 저에게도 제약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는 평생 과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건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식의 불평불만은 절대 안돼요. 제약을 뛰어넘으면서도 감동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요.
어렵죠? 제가 제약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저도 추구하고 있는 바에요.
처음 카피라이터들이 대기업이 아닌 작은 광고대행사로 취업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광고대행사가 건실한 광고주를 가지고 있느냐, 광고주 관리를 잘 하느냐, 최근 광고가 무엇이 나오느냐에 집중을 해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광고대행사의 크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에요. 카피라이터에게는 아이디어가 재산이니까, 내 아이디어가 있으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요. 또 큰 대행사를 가면 큰 대행사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그러니까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시길 바라요. 요즘에는 큰 대행사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작은 회사를 차리기도 해요. 카피라이터, 광고는 아이디어 싸움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멘토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해주세요!
‘짜릿하고 따뜻하게’라는 책에서 제가 좋아하는 문구를 적어왔어요.
‘무엇을 하든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게 정답이고 진로고 장래희망이고 꿈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인데요. 카피라이터라는 길은 정말 외롭고 힘든 길이에요.
자기가 이 일을 해서 행복하면 하는 거에요! 분명히 행복을 위해 꾸준히 길을 간다면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했던 말들이 정답은 아닐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분명히 자기만의 스타일을 개발하고 부딪쳐봐야 해요. 내가 행복한가를 기준으로 세상과 부딪쳐보세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정의한다면, 어떻게 정의하시겠어요? 카피라이터란 OOO이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제가 정의를 하는 것이 조금 부끄럽네요. 그런데 저는 카피라이터가 발견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널려져 있는 것들,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것들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발견하는 것이 카피라이터에요. 재미발견가, 감동발견가! 여러 가지 발견을 하기 때문에 카피라이터는 발견가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앞으로 멘토님의 꿈이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일단 저는 무슨 일을 하든 저는 카피라이터일 것 같아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10년 이상 해왔기 때문에 이것을 기본으로 두면서 일을 할 것 같아요. 내가 치킨장사를 해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어떻게 하면 치킨을 맛있게 보이게 할까, 사람들에게 사러 오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할 것 같아요. 이게 요즘 기업들이 말하는 아이디어가 메인인 세상, 창업하시는 분들, 청년CEO들의 마인드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카피라이터로서의 생각이 제 삶의 기본자세가 될 것 같아요. 또 일 적으로는 지금은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카피라이터로서 공공부문에서 공적인 일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서 도움이 되는 카피라이팅을 하고 싶어요. 어떤 형태의 일이 될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좋은 일을 하고 싶은 것이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김미형
출판.편집 디자인
담당부서:인터뷰
취재:김미형,한유경
INTERVIEW
한유경
dangmenso2@saramin.co.kr
EDITOR
김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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