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 다닐 때는 요즘처럼 스펙이 중요하다든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필요가 없었어요. 학생들은 주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거나 대기업 입사하기 위해 능력을 갖추는 정도였죠. 저 같은 경우는 전공이 독어독문과였어요. 그래서 문학을 많이 접했어요. 문학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다 보니 글 쓰는 것이 제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어요. 주위에 글 쓰는 사람도 많아서 관심이 더 많이 가게 되었죠. 그래서 첫 직장으로 잡지사에 입사를 했습니다.
멘토님이 입사할 당시의 잡지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입사를 했나요?
그 당시만 해도 정권 자체가 민주정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언론사를 만들어서 운영한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언론사가 몇 개 안되었죠. 또한 매이저급 매체를 제외하고 언론사에 들어가는 것도 시험을 처서 입사하기 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저 역시도 지인의 소개로 잡지사에 들어갔어요. 처음에 들어가면 수습기간이 있는데 지금보다 엄격해서 수습 때는 밤 늦게까지 회사나 선배들의 술자리에 의무적으로 참석한다거나 새벽 늦게까지 기사를 써야 하는 등 일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또한 기사를 쓸 때는 컴퓨터가 아닌 원고지에 글을 쓰던 시절이었죠.
그 동안 멘토님은 기자로서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처음에는 지방의 주간지 쪽에서 일했어요. 1년 정도 근무하다가 그 다음에는 음악 전문 매체에서 클래식 음악과 음악인들을 취재했습니다. 다시 여성 미용 잡지로 옮겨 다양한 잡지를 만들었습니다. 헤어, 에스테틱, 패션 등 다양한 소재의 기사를 썼는데, 이 때 기사 작성은 물론 사진촬영, 편집, 교정, 배포까지 정기간행물에 대한 모든 일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와서 모 일간지의 계열회사에 입사했어요. 신문이나 잡지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간행물을 만드는 종합 광고 회사였습니다. 이 곳에서는 일간지의 지역 섹션지를 만들었어요. 4장짜리 신문인데 강남을 제외하고 서울, 경기 10~13개 지역에 걸쳐 배포되는 특집판이었죠. 처음에는 취재와 기사 작성이 주 업무였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제작 전반에 걸쳐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일했습니다.
멘토님께서 보시기에 현재 한국에서 기자 생활은 어떠한가요?
아마 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 중에는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 여자분들 중에는 잡지나 인터넷 매체를 선호하겠지요. 하지만 언론 미디어 분야는 다른 업종에 비해 근무환경이 상당히 열악한 편입니다. 임금체계도 굉장히 낮고 근로 시간과 근로 보장이 잘 되어있지 않으며 야근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항상 후배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좋은 곳에 들어가려고 하지 말고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라’ 입니다. 처음에는 고생을 해도 나중에는 다 보상을 받는 게 세상 이치가 아닐까요? 그래서 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원고마감이랑 야근 밖에 없어요. (웃음)
어려운 환경에서도 기자 일을 오랫동안 해오셨는데, 고생을 많이 하셨나요?
그렇죠. 옛날도 그렇고, 지금 기자들의 연봉도 결코 높은 편이 아니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자들은 자신이 받고 있는 연봉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나마 이 직종에 오래 일할 수 있었던 이유중의 하나는 사회 생활 1~5년 차 사이에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모든 일들을 견뎌낼 힘이 생겼죠. 인력수급이 제대로 안 될 때는 혼자서라도 일을 빨리 처리해야 했어요. 취재하고 기사 쓰는 것이 제 일인데 어느 순간 제가 디자인 작업까지 하고 있었죠. 이렇게 7~8년 정도 일을 하니까 그 때 고생을 한 게 보람이 되고 밑거름이 되었어요. 취재와 발행 과정 사이에 발생하는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그 과정을 처리하는 요령도 익히게 되었죠. 많은 변수들을 다 겪었으니 빨리빨리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기자 생활을 하면서 노력해야 할 부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선배들을 보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 세상의 변화, 또는 젊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트렌드를 잡아내야 하는 데 간혹 자신만의 세계에서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신입기자랑 편집국장 사이에 세대 차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일을 그만두는 이유중의 30%는 상사랑 불화에서 비롯된다는 설문조사가 있었지요. 그래서 제가 중간자 입장인 때부터는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고민해 왔습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일로 하루에 많은 시간을 보내시는데, 남은 시간에는 무엇을 하시나요?
이쪽 계통은 항상 바쁘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요즘 후배들 같은 경우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도 있어요. 일본어라든지 영어라든지 어학 능력을 키우는 후배들도 있고, 또 요즘 붐을 일으키는 것 중 하나가 악기 다루는 거에요. 관심이 많은 친구들은 밴드활동도 해요. 다양한 사회 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죠. 제 선배들 같은 경우에는 거의 술로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자기 발전을 위해서 라도 여가 활동이 필요할 것 같아요.
기자 일이라는 것이 야근도 많이 하고 힘든 일이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 깊고 보람 있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신문사 근무하는 것 보다는 잡지사가 더 재미있던 것 같아요. 여성지에서 근무했을 때는 헤어스타일이라든지 메이크업이라는 다양한 곳에 취재도 다녔어요. 한 번은 부산에서 ‘세계 범선 대회’라는 이벤트가 열렸는데 이 행사를 취재하는 거였죠. 러시아, 네덜란드 등 다양한 나라의 배들이 와서 정박해있고 사람들이 관람을 하는 행사였어요. 제가 행사 취재를 컨택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범선 앞에 모델을 데려가서 사진을 찍으면 참 좋을 것 같았지요. 처음에는 행사 주최측이 꺼려했어요. 왜냐하면 각 배마다 선주가 다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었지요. 제가 사정사정해서 10분에서 30분 정도만 촬영하겠다고 허락을 받았어요. 메이크업, 코디, 촬영, 모델들까지 섭외를 했어요. 30분 안에 모든 촬영을 다 끝내야 했어요. 그래서 아는 사진 기자들까지 다 동원해서 일단 촬영에 들어가자, 모델들은 4명인데 거기에 따른 스텝들이 20명 정도 되었어요. 이 인원들과 30분 안에 촬영을 다 해야 했어요. 그런데 촬영을 다 완료하니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구독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잡지사에 수익적 측면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어느 정도 비쥬얼이 있는 지면이 편성되니 잡지사의 인지도도 올라간 것 같아요. 제 기자생활에서 가장 보람됐던 기억이죠.
30분만에 촬영을 끝내셨다니 대단한데요, 그럼 반면에 안 좋은 기억은 무엇이 있을까요?
지방 같은 경우에는 워낙 경영이 불안하다 보니까 망하는 회사도 많아요. 부푼 꿈을 안고 입사했는데 주위 직원들이 하나 둘 그만 둔다든지 아니면 급여가 2개월, 3개월 밀리는 경우도 허다했지요. 한 번은 잡지사에 들어갔는데 3개월 되니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요. 전 그래도 끝까지 일했어요. 결국에는 직원이 50명에서 4명으로 줄었어요. 결국에는 달랑 컴퓨터 3대 챙겨서 달동네 지하에 사무실을 얻어 거기서 잡지사 운영을 했어요. 달동네 사무실은 겨울이 되면 물이 안 나와요. 그리고 화장실을 가려면 200미터 걸어 가야 했지요. 겨울에 산비탈이 얼어 붙기라도 하는 날이면 퇴근할 때 썰매가 필요할 정도로 위험했어요.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지나간 추억이 되었네요.
처음 잡지사에서 시작을 하셔서 신문사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폭넓은 기자 경험이 있으신데, 신문사와 잡지사 사이에 큰 차이가 있나요?
일단 발행주기도 다르고 인쇄 시스템도 달라요. 요즘에는 변형된 사이즈가 있긴 하지만 보통 신문이라고 하면 대판 사이즈죠. 또 월간지는 기본 100페이지 이상의 분량입니다. 신문 같은 경우에는 편집과 취재가 신속한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빨리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서 빨리 편집을 넘겨야 하죠. 신문에 비해서 잡지는 신속성이 요구되진 않지만 지면의 퀄리티가 중요하죠. 인터넷 신문들은 해상도를 따지지 않지만 잡지 같은 경우에는 이미지 해상도를 굉장히 따져서 이미지를 다루는 사진기자도 따로 있어야 하고 유능한 편집 디자이너도 필요해요. 신문사는 편집 기자라고 하는데 잡지사는 편집 디자이너로 부르죠. 부르는 명칭이 다른 만큼 하는 일도 달라요. 또 신문사에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레이아웃이고 레이아웃 중에서도 기사 타이틀이 굉장히 중요해요. 근데 잡지는 특별한 포멧 자체가 없어요. 요즘에는 특히 더 많이 레이아웃이 파괴되었죠. 이 정도를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멘토님께서는 신문사와 잡지사 두 군데에서 모두 일해 보셨는데, 업무적인 차이점이 있을까요?
신문 같은 경우에는 글을 쓸 때 기사체가 있잖아요. 정확하고 간략한 기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잡지사에 있던 기자들이 신문사에 오면 글을 쓸 때 힘들어해요. 또 반대로 신문사에 있는 친구들이 잡지사에 오면 반대로 글이 너무 건조하고 딱딱해지죠.
또한. 잡지사에서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 중 하나가 지면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가 문제에요. 잡지는 이미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인데 요즘 같은 경우에는 저작권이 많이 걸려있기 때문에 사진을 일일이 구입을 하던지 직접 촬영을 해야 해요. 반면 이미지를 선별할 줄 아는 눈높이가 올라가니까 잡지사에 일하던 친구들이 신문사에 오면 편집 작업에서 상당히 많은 두각을 나타내죠. 잡지사에서 일한 친구들은 사진 확보하는 능력과 안목이 생겨요. 예를 들어서 교육 관련 기사를 편성해야 한다면 신문사 출신들은 사진에 머가 들어가야 할지 한참 고민해요. 그런데 잡지 출신들은 기사에 관련된 사진을 딱 떠올리고 이미지를 적절히 배치하죠.
그렇다면 잡지사와 신문사를 불문하고 기자로서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보통 후배들을 보면 일 잘하는 직원과 못하는 직원이 딱 표가 나는 것이 일 잘하는 직원은 항상 앞서가요. 업무자체를 앞서나가는 것이 아니라 회사 생활 측면에서 앞서가죠. 예를 들어서 출근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하고 어떤 업무를 시작 하더라도 미루지 않아요. 취재라든지 기사를 쓴다든지 신속 정확한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렇게 일을 했던 것 같아요. 부지런하고 빨리빨리 일을 진행했던 거죠.
그리고 또 한가지는 자기가 맡은 것만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눈을 크게 뜨고 회사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보아야 해요. 매체도 수익이 있어야 발행 되기 때문에 자신의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가는지 경영주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직원들이 잘 파악해야 해요. 그래야 남보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거죠.
멘토님께서는 정말 부지런하신 것 같은데, 부지런함 이외에도 기자로서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 따로 노력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저는 책을 계속 봐요. 보고 싶은 책을 모두 살 순 없어서 도서관을 많이 이용합니다. 주말 오전에는 항상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요. 보든 안보든 계속 갖고 있고 들춰보려고 노력하고 있죠. 토요일 같은 경우에는 서점에 가서 요즘 나오는 잡지가 무엇이 있는지, 디자인이 어떤지, 어떤 내용들이 편성됐는지 확인해요. 특히 국내잡지보다는 외국잡지를 많이 보는 편이죠. 왜냐하면 잡지 같은 경우에는 유행에 민감하고 트렌드가 자주 바뀌다 보니 해외 잡지를 더 많이 보게 되죠.
그리고 인터넷 같은 경우 요즘 사람들은 포털사이트 메인 창에 뜨는 기사들만 주로 읽는 편인데, 이런 기사들 중에서는 도움이 안 되는 기사들도 있어요. 최근 볼만한 글들은 블로그에 많은 것 같아요. 요즘엔 개인 블로그가 활성화 되어 있잖아요. 블로그 중에서도 퀄리티 있고 전문성 있는 블로그들을 자주 접해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많이 봐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죠.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기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이나 스펙은 무엇이 있을까요?
일간지의 경우에는 거의 분야의 전문기자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물론 방송국도 마찬가지에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죠. 일단은 계속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조금 더 제대로 하려면 학보사에 들어가서 기자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3, 4학년 때는 늦은 감이 있지만 1, 2학년들은 학보사에 들어가보세요. 이렇게 대학신문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도움이 되요. 아무래도 사회에 나와보면 대학 신문에서 글을 썼던 친구들이랑 안 써본 친구들이랑은 차이가 나요.
요즘에는 라이센스 잡지가 많아요. 외국 콘텐츠를 들고 와서 번역을 한다면 영어가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 이상이 아니라면 기본적인 영어실력만 갖춰지면 된다고 생각해요. 또 글을 올바르게 잘 쓰려면 한글 관련 자격증이 도움이 될 수도 있죠. 요즘에는 편집 관련해서 일반 매켄토시가 아닌 IBM에서도 편집이 가능한 프로그램이 “인디자인”인데 배워보는 것도 매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한편 예전에는 이미지가 주가 되었다면 요즘에는 동영상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있죠. 시대에 따라서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 가려면 동영상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기자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언론 관련 전공을 많이 하는데, 언론정보나 기자 관련 전공들이 메리트가 있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기자들을 채용할 때는 언론정보학과 신문방송학과 보다는 국문과라든지 어학계통의 출신자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메이저 신문사나 방송국에 들어가려고 하면 언론 정보 등의 전공을 살리는 것이 좋고, 잡지사라든지 주간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국문과, 불어과 라든지 조금 더 텍스트에 거부감이 없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언론 정보학과 출신들이 글을 쓰려면 상당히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어느 정도 습작의 기간을 거쳐야 해요. 전공 지식과 직접 글을 쓰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신문하면 한자어가 굉장히 많은데 요즘도 한자를 많이 사용하나요?
한자야 많이 알아두면 좋죠. 하지만 옛날보다는 한자를 많이 사용 안해요. 옛날에는 기사를 거의 한문으로 많이 썼어요. 그런데 요즘은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 한자에 대한 부담은 많이 안 가져도 될 것 같아요.
멘토님께서는 책도 꾸준히 읽으시고 여러 노력을 하셨는데, 기자 직업을 10년 이상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저는 책을 좋아하고, 문학 쪽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일을 하면 즐거웠어요. 그리고 저는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었죠. 하지만 기자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말도 많이 트고 잘 지낼 수 있게 되었죠. 또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스타일인지도 알게 되었어요. 기자를 하면서 참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멘토님께서 11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해오시면서 느낀 기자의 가장 큰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좀 자유로워요. 생각도 자유롭고 몸도 자유로워요. 7년 전에 직종을 한번 바꿔 보려고 다른 일을 한 적이 있어요. 사무직으로 일반 회사를 다녔죠. 8개월 정도 일을 했는데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 할 때까지 한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니 도저히 제 적성에는 안 맞는 거에요. 이렇게 사무적인 일을 하다 보니 못 견디겠더라 구요. 그리고 사회 초년생 때는 일반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입사한 친구들을 보면, 참 답답할 것 같았어요. 한 직종에서 똑 같은 업무만 반복하다 보니깐 자신의 세계가 좁아지고, 그 세계의 폭만큼 자신과 경영주의 생각에도 굉장히 큰 괴리감이 생기는 거죠. 하지만 기자들은 오너나 CEO를 많이 만나게 되요. 그러다 보니 시야도 넓어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생각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멘토님께서는 기자 일이 자유로워서 적성에 맞는다고 하셨는데, 10년 전으로 돌아갔을 때도 기자를 직업으로 하고 싶으신가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제가 피아노와 플룻을 조금 했어요. 전공할 정도는 아니지만 취미 생활로 중학교 때까지 배웠는데 입상도 하고 그랬어요. 지금도 계속 음악 계통으로 꿈을 꾸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기자 생활을 안 했다면 음악을 할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을 해요.
△ 멘토님이 취미로 하시는 플룻 연주.
요즘에는 일반 기자들뿐만 아니라 전문 기자들도 많은 편인데, 전문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법 관련 전문 기자가 되려고 하면, 사시를 쳐보든지 행시를 쳐보든지 고시시험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워요. 물론 그쪽으로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열심히 공부하시겠지만 의학 전문 기자는 의사 자격증을, 경제 계통은 MBA 과정을 마친 사람도 많아요. 일반 기자들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들이 많이 요구되는 것이죠.
전문기자에게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강영계 교수님의 “니체 해체의 모험”이에요. 지금은 절판이 되고 나오지는 않더라 구요. (웃음)
보통 니체라고 하면 굉장히 따분하고 어려운 철학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이 교수님은 독일에서 오랫동안 공부하신 분이에요.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철학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배려해주는 책이죠. 그 중에서도 ‘비극의 탄생’ 부분에서 예술의 아폴론적인 것,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우리 인생에서 이성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 중 어느 게 더 우선이냐? 칸트는 이성을 강조했죠. 그런데 니체는 감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감성을 통해서 우리가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것이에요. 이 책 읽고 나서는 계속 감성적으로 살았어요. (웃음)
저는 가급적이면 번역본 말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천한 책을 읽어 왔어요. 이들 책들은 주제가 어려운 서양문예학이라 할지라도 번역서가 아니라, 보통 한국인 저자가 한글로 직접 풀어낸 내용들이 많거든요.
니체 해체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으시고 그럼 기사를 쓰는 데에 감성적으로 사고하는 부분이 도움이 되셨나요?
물론입니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요즘 기사들 중에는 보도자료만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많지요. 그러다 보니 기사들이 거의 똑 같은 글이 돼 버립니다. 예를 들어 기자들 중에서 가끔씩 같은 보도자료를 사용하더라도 보강 취재를 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미있게 기사를 쓰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런 기사들이 제 생각에는 좀 더 정성이 들어있는 기사들인 거죠. 아니면 조금만 더 검색을 해보면 보도자료 외에도 더 추가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요. 이런 내용들을 추가한다면 좀 더 차별성 있는 기사를 만들 수 있어요.
기사들도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져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기사를 쓰는 것 같은데, 멘토님은 어떤 분야에서의 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싶으신지?
저는 분야를 찾기보다는 기자를 채용할 때 좀 더 좋은 기자를 채용하는 것, 조금 더 매체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신문사의 수익 사업을 진행한다든지, 이제는 한마디로 기자보다는 관리자 입장에서 베테랑이 되고 싶어요. 저는 이미 어떤 분야든지 많은 일을 해왔었기 때문에 보다 더 넓은 영역에서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멘토님께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는 기자라는 직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직장이 좋든 나쁘든 간에 직장을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단은 첫 사회생활을 하는 후배들은 또는 1, 2년 차 기자들은 무조건 일을 많이 하고 많이 배워야 해요. 이것이 재산이 되는 거죠. 한 직장에서 평생을 있기보다는 직장을 옮기면서 자신의 급여와 가치를 올리는 경우가 바람직한데, 그래도 한 곳에 적어도 2년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회사가 일군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판단하는 데에는 6개월 이상 함께 일을 해봐야 아는 거에요. 직원들 역시도 회사를 평가할 때 1년 이상 일해보고 나서 회사를 평가해야죠. 입사해서 1~2개월만 다니고 회사에 대해 판단하기는 이른 것 같아요. 기자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인내를 갖고 끈기 있게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 모든 경험들이 자신에게 득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기자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부분 이쪽 계통의 최후의 목표는 자신의 매체를 갖는 것이에요. 이것이 최종 목표가 되는 데 제가 젊었을 때는 대부분의 기자들이 이런 꿈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블로그라든지 웹 사이트 등을 사용해서 자기 스스로 1인 매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메리트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건 책을 한번 출판하고 싶어요. 그리고 더불어 음악 취미를 살려서 음악 앨범을 내고 싶어요.
최재혁 멘토님께 기자란 무엇인가요?
나에게 기자는 "프리즘"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독자들 입장에서도 기자의 눈과 귀를 통해 기사를 접하기 때문에 기자가 기사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보는 각도가 다 달라져요. 그리고 기자 역시 마찬가지로 사회 생활을 하고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마음을 어떻게 가지냐에 따라서 앞으로 자신의 진로가 결정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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