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에 들어갈 전시품들을 콘텐츠로 본다면, 그 콘텐츠에 대한 내용과 목적, 설계, 디자인까지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게끔 하는 것이에요. 작품 제작에 들어가기 전 선행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제작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전시에 들어가는 전시콘텐츠에 대한 세부 기획을 한다고 이해하시면 좋겠네요.
전시콘텐츠를 선택한 동기가 있으신가요?
음.. 저 같은 경우에는 이 직업을 ‘처음부터 하자!’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떤 흐름에 따라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사실 예전에는 전시디자인이나 전시모형에 이해가 부족했죠. 단순히 어떤 전시장에 들어가는 물건이라는 취급만 받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자연스럽게 인식이 바뀌고 제가 하는 업무에 따라 수주가 들어오면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 어떤 업무들을 해 오시면서 전시콘텐츠를 시작하셨나요?
처음에 일을 시작했을 때는 건축모형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그 다음에 영화특수미술 회사에서 일을 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시 문화콘텐츠 일을 수주 받을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시대가 달라졌으니까요. 예전에는 전시라는 것이 정적인 것만을 추구했다면, 지금은 기술이 발전하고 인터렉티브가 강조되면서 동적인 것을 원하게 되었잖아요? 그러다보니 여러 업체에서 우리 쪽의 기술과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 거죠.
혹시 디자인관련 학과를 졸업하신건가요?
디자인학과를 전공으로 배운 건 아니고 조소를 전공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학업과 파트타임으로 일을 병행하면서 했었어요. 왜냐하면 남들보다 더 빨리 일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경험의 장을 넓히고 싶었거든요. 그때 전공과 일을 하면서 배웠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조소를 전공했다고 하셨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제작하는 일을 좋아하셨나 보네요?
특이하게 남들은 어릴 때 장난감을 가지고 놀잖아요? 하지만 저는 망치와 못을 가지고 놀았어요.(웃음) 망치질이 너무 좋아서 놀이처럼 하고 지냈어요. 아버지께서 손재주가 좋으셔서 망치질과 나무 자르는 것을 재미있게 가르쳐 주신 거죠. 어머니께서도 로봇이나 자동차 같은 장난감이 아닌 망치와 못을 선물해 주셨을 정도니까요. 그러면서 무언가를 만들고 제작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그런 것들이 취미가 되게 된거죠.
학창시절에 이것저것 대회에도 많이 참여하셨겠어요?
그렇죠.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라모델이나 모형대회에 많이 출전했어요. 그러다보니 주변 선생님들이 절 눈여보시고, 전시회마다 저를 불러다 일을 시키셨죠. 그때 전시일을 처음 한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뭐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시면, 학교에서 밤을 세우며 작업을 했었네요. 그리고 뭐 만드는 대회가 있으면 선생님의 일을 위탁 받아서 한 적도 있어요. 그리고 곧 미술전시회인데 안에 들어갈 작품수가 모자라니까, 제게 부탁하셔서 제가 몇 일 밤을 세워서 작품을 만들어 낸 적도 있구요. 어떻게 보면 그게 제 첫 전시경험이네요.(웃음)
어떻게 보면 취미가 직업이 되신거네요?
네, 그렇네요. 처음에는 취미가 직업이 되니까 너무나 좋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생활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합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의 이상향과 많이 멀어지고, 괴리감을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것이 일로 다가오는 순간 180도 달라지더라구요.
그렇죠, 일이 직업이 되는 순간을 많이 힘들어 하시더라 구요. 그렇다면 부모님께서는 이 직업을 선택하신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이쪽 직업을 선택했을 때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아무래도 남들보다 많은 근무시간과 휴일이라는 개념도 잘 없으니까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시간도 많이 들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힘이 많이 드는 직업이니까 왜 편한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냐고 걱정을 하신거죠. 하지만 저는 이 직업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힘들지만 자꾸만 새로운 것을 찾아서 보게 되고 끊임없이 관심을 두게 되요. 정도는 다르겠지만 어떤 직업이라도 일을 할 때는 고통이 따르게 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더 낫지 않나요?
그렇다면 이 업무를 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은 무엇이 있으신가요?
세상을 너무 좁게 봤다는 것. 아무래도 사람은 자기가 어떤 일을 열심히 한다고 했을 때 말이죠, 반어법은 아니지만 반대로 세상을 좁게 보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내 것만 보고 내 주변 것만 보게 되는 거죠. 저 같은 경우에도, 전시를 시작한 초창기에 너무나 힘들었어요. 상대방 말을 100%이해를 못했으니까요. 전시를 위해서는 클라이언트가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저 역시나 세상을 너무 좁게 봐서 제 것만 알았던 거죠. 그때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무척이나 많이 느꼈어요.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저 같은 경우에 책을 많이 읽기 보다는 해외 유명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책을 통해 얻는 것도 많지만, 직접 시각적으로 접하다 보니까 더 느껴지는 것도 많고 지루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최대한 많은 전시회나 박람회를 가기 위해 노력했네요. 사실 처음에는 가는 것이 너무 귀찮았어요.(웃음) 하지만 필요성을 느끼면서 직접 사비를 들여서 무조건 가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조금씩 제 자신을 채워나간 것 같아요.
어떤 전시콘텐츠들을 해오셨나요?
다양한 전시콘텐츠들을 해왔는데요, 주로 체험 전시콘텐츠를 해왔습니다. 인터렉티브 콘텐츠라고 할 수 있네요. 요즘은 함께하는 팀과 미디어 콘텐츠라고 해서 프로젝트를 이용한 영상구현을 하고 있구요, 키네틱아트를 접목시켜서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필요한 역량이나 스펙은 무엇이 있을까요?
스펙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서 스펙이라는 말보다는 능력이라는 단어를 쓰자면,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바운더리를 만들어 버리면, 이 쪽 일을 하기가 힘들어져요. 한가지 연령대만 상대하는 직업군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의 여러 사람들을 상대로 일을 하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요즘 많이 느끼는 건데요. 사물이던 공간이던 좀 다른 시점에서 보는 사고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이 정도면 전시 쪽 일을 하는데 맞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이런 사고가 없으면 나중에 일을 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져요. 한번도 접하지 못한 전시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나만의 바운더리에 갇혀버리면 전시를 못하는 거죠. 생각했던 것 보다 좋은 결과도 얻지 못하게 되구요. 어떤 것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최고의 능력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본인만의 강점은 어떻게 되시나요?
‘조합’을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 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A라는 결과물을 낼 때, 꼭 A와 A’를 만드는 것이 다가 아니에요. 어떨 때는 B도 생각하고 C도 생각해야 되는데, 그때 ‘조합’이라는 방법을 써서 그 상황을 돌파하는 것이죠. 처음에 전시테마가 주어진다면, 최대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게 부합을 시키되 상황의 변수가 생겼을 경우에는 저만의 조합법들을 써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저만의 강점이자 장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을 위한 평소의 습관이나 노력하는 점이 있으신가요?
저는 평소에 가지 않는 길을 자주 걷습니다. 보면 사람들은 매일 똑 같은 길만 걸어요. 하지만 똑 같은 길만 걸으면 너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가끔 반대편 길을 가거나 돌아서 다른 길을 가기도 합니다. 반대편 길에 서서 내가 다니던 길을 바라보면 굉장히 새롭게 느껴져요. A라는 건물에 원래 무엇이 있었는데 다른 게 생겼네? 더 멋있어졌네? 이렇게 말이죠. 이런 것들이 습관이 되어 있어서 조합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조합이라는 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니까요.
그럼 전시콘텐츠를 하기 위한 자질은 무엇이 있을까요?
스펙 질문과 비슷한 것 같은데요, 전시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와 대면하고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감하고 소통한다고 생각해요. 틀에 박힌 사고보다는 개방적인 사고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약간의 엉뚱함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복지가 좋아지고 사회적으로 체계가 잘 잡혀져 있다 보니까, 어느 틀안에서 자기를 보호받으면서 일을 하거나 살아가는 것이 몸에 베어져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기 틀을 쳐 놓고 그 안에만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틀을 깨거나 내려놓고, 여린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시콘텐츠 디자인을 10년 이상 하셨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무한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는 것. 저는 앞으로도 해 볼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좀 더 잘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네요. 저는 새로운 것에 계속 목말라 하는 것이 있어요. 물론 가끔 위선되게도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두려운 부분도 종종 있지만.. 그리고 어떤 전시에 대한 경험이 최악이어서 ‘다시는 안 하겠다’고 생각하다가도, 같은 일이 들어오면 또 해버리는 그런 부분도 있네요(웃음)
10년 후로 돌아가시면 또 ‘전시콘텐츠’를 선택하실 건가요?
반반인데요(웃음). 만약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너가 평생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면 해라!”라고 조언을 해주고 싶네요. 물론 지금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며 일을 하고 있지만, 어린 저에게 더 확실하게 말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저는 여러 가지 장르가 혼합된 집합체가 전시라고 생각해요. 어떤 것을 수용할 수 있는 계통이라고도 생각하구요. 변화발전성이 많으니까 그만큼 프라이드도 있지만, 어린 저에게 더 확실히 조언을 해둔다면 조금 다른 형태의 직업을 가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멘토님의 멘토님은?
스스로 멘토를 삼고 있는 분은 최우람 선생님입니다. 사실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여러 의미로 저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분이십니다. 제가 키네틱아트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요, ‘최우람’선생님께서 국내에 키네틱아트에 관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경험시켜 준 그 행동자체가 제 스스로에게 큰 충격이었어요. 꼭 전시 때문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제가 많은 시간 동안 눈 여겨보고, 관찰하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주신 분이에요. 굉장히 많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가 어떻게 되시나요?
요즘에는 만질 수 있는 그런 물성을 가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공간만으로도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전시를 해 보고 싶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같은 생각을 가진 클라이언트나 동료들이 필요합니다. 사람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드는 것인데, 그냥 공간 자체에서 그 사람에게 내용을 전해줄 수 있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굉장히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계속 ‘제일 중요한 걸(물성) 빼고도 그게 가능할까?’ 생각을 하면서 이런 목표가 생겼네요.
전시콘텐츠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사람과 소통하는 창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뻗어나갈 수 있는 가지의 수가 많다고 생각해요. 어느 직업군보다 전망이 좋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변형되고 파생되고 발전할 수 있는 가장 많은 요소를 가진 직업군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개척할 부분도 발전시킬 부분도 많겠지만, 저는 자기 성취감과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콘텐츠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전시회가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규모 전시회을 보면 다른 것들을 얼버무리지 않고, 자신들의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경우가 많아요. 확실한 테마와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필수인데, 그런 의미에서 소규모전시회를 통해 전체를 경험해보고 명확성을 전달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규모가 큰 전시회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그런 전시회는 처음과 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시회 전체를 총괄하는 것이 아닌 어느 한 부분에 대해서만 작업을 하니까요. 처음과 끝을 볼 수 있는 전시회,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해주는 전시회를 많이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전시를 하면서 어떤 것이 가장 힘든가요?
어떤 관객이 오느냐에 따라 전시의 분위기와 내용이 많이 달라질 수 있네요. 너무 많은 변수들을 생각하다 보면 처음에 의도한 것과 다른 것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에요.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기술,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테마안에서 조율하는 것이 힘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내 생각만 주입한다면 그것이 저의 개인전이 되 버리는 거죠. 테마와 나의 상상이 조율이 되어야지만 진정한 전시가 되는 거예요. 저도 인간인지라 가끔 그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잘 조율해나가야죠.
멘토님에게 전시콘텐츠 디자인이란?
‘감탄사’라고 생각합니다. 관객과 관계자들이 전시콘텐츠를 보고 ‘오~’하면 엄청난 희열을 느끼거든요. 감탄사를 듣기 위해서 앞으로도 더 좋은 콘텐츠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마케팅팀 리포터이수아
전시콘텐츠디자인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이수아
INTERVIEW
이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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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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