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래는 미술을 전공을 하고 졸업 후에 디자인 회사를 다녔었는데 본의 아니게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그만두게 됐어요. 그 때 아는 선배님 한 분께 ‘너 차 좋아하지? 퍼레이드에 쓰이는 차량을 디자인 해보는 게 어떻겠냐?’ 라는 부탁을 받고 온 곳이 ‘롯데월드’였어요. 1995년도에 처음 퍼레이드에 쓰이는 차량 디자인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같이 일 해보자는 제의를 해서 그때 들어간 부서가 무대과였죠. 원래는 디자이너로 들어와서 기술 쪽으로 바뀐 케이스죠. 그 뒤로 롯데월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공연의 기계 장치, 유지보수, 기획관리, 개발, 운영을 맡아왔습니다. 얼마 전에는 그 곳에서 나와 현재 테마파트 기획 을 하고 있어요.
공연 예술만 10년 넘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공연 쪽 일은 생명력이 있어요. 공연을 하기 전에 그 전부터 준비기간이 보통 6개월 정도 걸리는데 공연 준비할 때는 아이를 키우듯이 정말 별의 별 일이 다 일어 나요. 그런 준비 과정을 거쳐 막이 딱 올라갈 때 그때의 기분이 사람을 중독되게 만들어요. 제 후배들이 저한테 말해주길 제가 그 동안 오만 몇 천회 정도 공연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매력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멘토님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 책임감이요. 제가 2000년도에 기획을 하던 공연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공연이 중간에 취소가 되어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고, 전 취소가 된 줄 알고 결혼식 날짜를 잡았죠. 그런데 갑자기 다시 공연을 하게 된 거에요. 결혼 휴가가 보통 10일 정도 나오는데, 어쩔 수 없이 3일만에 나갔죠.
또 공연 도중에 조명이 망가지거나 퍼레이드 차량이 망가질 수 있잖아요. 물론 그걸 빼놓고 다음 공연을 충분히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이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제가 어디에서 있든지 책상에 적어놓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열정과 냉정’이에요. 제목이기도 하죠?(웃음) 전 이 단어가 정말 좋아요. 일에 대한 열정이 분명 있어야죠.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하고 공연을 시작할 때 막이 올라가면 모두가 다 흥분을 하기 마련이죠. 연기자, 연출자 모두요. 연기자가 감동하고 흥분하지 않으면, 관객도 감동하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그 가운데서 흥분을 가라 앉히고, 한 명은 냉정한 시선으로 볼 수 있어야 하죠. 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요. 그걸 보통 무대 기술 감독들이 많이 해요. 조명이나 음향이 꺼지고 멈추면 사과한 뒤 다시 공연을 시작할 수는 있잖아요. 하지만 기계에서 사고가 나면 사람이 다쳐요. 그런 의미에서 열정과 냉정이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이 일을 하실 건가요?
네, 그렇지만 처음부터 크게 보고 가고 싶어요. 제가 십 몇 년 동안 기계만 팠거든요. 그러지 않고 물론 그게 안 좋았다는 건 아니지만 ‘좀더 포괄적으로 보고 시작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있죠. 제가 테마파트 기획을 아예 하는 거예요. 전체적인 디자인을 다 맡는 거죠.
공연 예술에 관심 있는 후배들이 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아직까지는 박봉이기도 하고, 자리도 한정되어 있어서 힘든 일임은 사실이에요. 이 정도는 알고 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그래도 본인이 이 일의 맛을 보고 싶으시면, 아르바이트나 협력사원으로 테마파크에 지원해서 무대 뒤에서 이루어 지는 일들을 경험해보세요. 무대 앞에서는 포장되어 있는 상품이잖아요. 무대 뒤쪽은 거의 전쟁터거든요. 그런 일들을 맛을 보고 그래도 이 일이 너무 좋고 즐겁다 싶으면 그때부터 스펙을 준비할 수 있는 준비는 여러 가지가 있죠.
요즘은 관련 학과들도 많고요. 자기가 정해야 되요. 무대기술 분야가 조명 음향 기계 파트로 나뉘는데 원하는 우선 직종을 찾고 그에 맞는 경력을 쌓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공연을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힘든 부분은 리허설이에요. 특히 롯데월드는 연중무휴라 쉬는 날이 없어요.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25을 보내고, 바로 다음날인 26일은 산타크로스가 그대로 나오면 안되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낮에 작업을 할 순 없기 때문에 25일 밤, 문을 닫고 아침에 문 열기 전 까지 그 안에 있는 모든걸 바꿔야 해요. 그래서 26일에 손님들이 들어왔을 때 신년을 맞이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져 있어야 되죠. 1월 1일에는 다시 설날 분위기 바뀌어야 하고요. 고객들 입장에서는 또 그 이상을 바라고 오시는 거니까요. 그럼 새벽까지 일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이런 부분이 힘들지만 일은 정말 재미있어요. 제가 생각할 때 리허설은 힘들지만 공연의 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업무를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관심을 많이 갖는 거죠. 기계는 거짓말을 절대 하지 않아요. 기계에 뭔가 하나 문제가 생기면 반응을 보여요. 소리든 데이터든 냄새로 얘기를 하든 무조건 얘기를 하는데, 사람이 그걸 모르고 지나치는 거에요. 그걸 알려면 그만큼 관심이 있어야 하죠.
무대예술을 하시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원래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제가 아이들을 굉장히 싫어했어요. 놀이동산에서 공연을 만들다 보니 이런 저의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죠. 어찌 보면 아이들에게는 놀이동산이 감추고 보여주는 속임수를 써 환상을 심어주는 곳이잖아요? 아이들이 놀라고 너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변했고 또 행복했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듣고 싶어요.
신규 공연일 경우에는 처음에 최초 기획자가 있어요. 연출가라고 이야길 하죠? 영화로 따지면 감독이라고 볼 수 있고요. 기획자가 생각을 해오면 그 컨셉을 갖고 필요한 사람들과 1차 미팅을 해요. 회의를 하면서 어떻게 진행할지 실현가능한지에 대해 논의를 하고, 구체화가 되면 제작자를 찾아가서 승인을 받고 만들게 되는 거에요. 승인을 하면 디자인이 먼저 나오고, 무대 세트도 디자인이 들어가고 차량도 준비가 되고, 또 음향을 준비해서 연기자들 안무 연습에 들어가요.
이렇게 총괄적으로 나뉘어 준비 되는 부분이 모여서 마지막 준비가 되는 부분이 리허설이죠. 길게 하는 경우 리허설만 열흘 넘게 해요. 그런데 롯데월드 같은 경우에는 리허설을 할 시간이 없죠. 그래서 문을 닫고 난 후에 공연할 때와 똑같이 셋팅 다 해놓고 리허설을 하는 거죠.
직업병이 있으신가요?
전 극장을 안가요. 영화관에 앉아서 영화를 잘 못 봐요. 그래서 스마트 tv로 다운받아서 보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집에서 영화를 봐요. 객석에 앉아 있는 것이 저 스스로 불편하기 때문에 극장을 못 가겠어요. 객석에 앉아 있으면 여기가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 그렇죠.
또 콘서트 장에 가도 가수가 열심히 연습해서 보여주는 만들어진 모습보다는 무대 장치, 특수효과와 같은 주변을 계속 살피게 되요. 그게 다 벤치마킹이고 제가 알아둬야 하는 부분이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신기한 기술이 눈에 들어오면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오고 그것만 보이더라고요.
처음 이 일을 시작하는 후배들이 자주하는 실수가 있다면?
제가 후배들을 혼내는 경우는 리허설 할 때나 공연 도중에 장난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에요. 요즘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스마트폰 사용이에요. 물론 무대 공연 중에 자기 할 일이 없을 수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정말 어딜 가도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더라고요. 자기 본인 할 일이 아니라고 같이 지켜보고 관심 갖기 보다는 스마트폰에 시선이 고정 되어있어요. 심한 경우에는 회의 도중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거에요. 처음 일을 시작한 후배들이 제일 많이 실수에요.
공연이라는 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어떤 연출가가 상상한 것을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집중력이 그 일이 시작하면서 끝날 때 까지요. 그 와중에 해이한 모습들이 반복해서 보이면 안되겠죠.
공연 예술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앞서 얘기했지만 열정과 냉정을 키우도록 계속 노력하시고요, 이 일이 스펙타클하고 익사이팅해요. 요즘 시쳇말로 살아 있어요. 그런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젊었을 때 이런 삶 속에 자기 발을 한번 담가본다는 건 괜찮은 것 같아요. 이 일을 꼭 끝까지 안 하더라도 인생의 경험과 힘 또 자신감을 쌓을 수 있는 그런 장소이고 일이라고 생각해요.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탁현민 교수가 쓴 <공연 행사 제작 매뉴얼>을 추천해 주고 싶어요. 공연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간단하고 잘 써놓은 책이죠.
이것만 가지고 공연을 만들 수는 없지만, 그 순서에 대해서 정말 잘 나와있어서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그렇다면, 멘토님이 꼽으시는 내 인생의 책이 있다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요. 이왕이면 양장본으로요.(웃음) 본인이 뭔가 되돌아 봐야겠다는 순간이 와서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나? ’ ‘잘하고 있나? ’라는 순간에 필요한 책이에요. 만약에 거기에서 ‘안녕하세요’라는 문장이 나왔으면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는 걸 느껴요. 굉장히 반갑게 느껴질 때가 있고, 힘들게 안부를 묻는 것처럼 느껴질 때고 있고요. 그래서 갖고 다니며 읽는 책이죠.
가장 인상에 남는 공연은 무엇인가요?
북경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나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 규모와 그런 기획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어요.
나에게 공연예술이란?
제 인생의 절반은 가족이고요, 나머지 인생의 절반은 이 일입니다. 이게 없다면 곧 제가 없는 거겠죠.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마케팅팀 리포터 이수아
무대예술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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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이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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