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이 되고 취직을 앞두고 있을 때 저 역시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데스크에 앉아서 사무적인 일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생각하고 있는 올바른 생각들을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빠르게 제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려고 했어요. 그래서 무작정 아카데미를 등록하고 6개월동안 연출을 배웠어요.
이 직업을 준비하면서 특별한 기억이 있으신가요?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sbs 아카데미를 다닐 때 IMF가 터졌죠. 그래서 아카데미 학생 중에 프로그램에 들어간 사람이 없었는데 저 혼자 조연출로 들어갔어요. 거기 PD분들께서 저를 믿음직스럽게 봐주셔서 함께 일하자고 하셨죠. 그 이후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자리를 새로 구해야 되는 시기가 올 때 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면,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늘 갈래길이 찾아왔죠. 저는 문제 없이 꾸준히 열심히 일한 것 같아요. 그렇게 선택한 것이 제 길이고, 어떤 선택이든 제가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 직업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이나 스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PD가 되기 위해서는 미리 촬영에 대한 부분을 익혀 놓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10년 넘게 6미리 카메라(리포터 설명: 소형 비디오 카메라로 테이프 폭이 6mm인 것)가 대세입니다. 그래서 조연출 PD들은 촬영을 할 줄 알아야 해요. 앵글에 대한 구도를 알아야 하고, 기본적인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놔야 합니다. 요즘은 방송사들이 ‘에디우스’라는 편집 프로그램을 많이 씁니다. 에디우스가 확장성이 좋고, 파일 전환 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신속함을 중요시하는 방송사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이죠. 영어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PD들도 해외 촬영은 나가게 됩니다. 해외 촬영을 나가면 현지 통역가가 통역을 해주시지만, 현장에서 다이렉트로 물어볼 수 있으면 더 빠르고 편하죠. 그리고 해외에 문서를 보내야 할 때도 큰 도움이 되겠죠?
지금까지 해오신 업무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sbs에서 10년 넘게 일을 해왔어요. 2001년도에 ‘그것이 알고 싶다’ 조연출로 1년을 했고, 그 후 ‘아는 것이 힘이다’에서 PD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TV 동물농장’(이하 동물농장)으로 옮겨 4년간 피디로서 자리도 잡고 어떻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촬영하는 지를 익혔습니다. 저에게는 인큐베이터 같은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예능에 도전하였는데 바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입니다. 여기서 9개월 간 일하고 ‘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이하 순간포착)를 4년 반 정도 일했어요. 주변 분들이 ‘동물농장’이나 ‘순간포착’은 동물과 사람만 다를 뿐이지 비슷한 프로그램이 아니냐고 말씀 했지만, ‘순간포착’은 그만의 매력이 또 있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속사정을 들으며 재미있게 일했어요. 그리고 다시 시사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서 ‘ 그것이 알고 싶다’로 돌아갔어요. 여기서 저는 취재 PD일을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맡은 프로그램이 ‘Y’였어요. ‘Y’는 11개월 동안 했고, 이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지금은 휴식 중입니다.
업무를 하시면서 실수를 하거나 보람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이 나와요. 한번은 강원도 화천에 6.25때 폭탄이 터져 안면이 많이 다치셨지만 매우 씩씩하게 살고 계시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그 할머니의 사연이 TV를 탔고, 그 사정을 안타깝게 여기던 시청자들이 돈을 모아주셔서 수술을 하시게 되었어요. 완전 무상은 아니었지만, 할머니 생활비와 수술비로 몇 천 만원이 기부되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방송밖에 없는데 할머니에게 도움이 되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업무를 하실 때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강점은 얼굴입니다(웃음). 사람들을 만나는데 인상에 따라서 장단점이 있겠지만 사람들에게 인상덕분에 쉽게 다가갈 수 있고, 현장에서 사람들과 유하게 지내요. 이 덕분에 좋은 촬영이 나오게 됩니다. PD는 머리와 몸도 써야 하고, 밤도 새야 하지만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솔직히 돈도 많이 벌었어요.(웃음) 그런 면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2007년부터 사업자 이름이 나와있어서 아무래도 페이가 많았죠. 중요한 건 받는 만큼 고생하고 보람을 느낀다는 거에요.
업무를 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포인트가 있으신가요?
교양 PD로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연출의 선"이라고 생각해요. 연출이란 단어의 뜻을 봤을 때 연출은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잖아요. 근데 교양 PD들은 이 사람에게 뽑아내고 싶은 건 100인데 그것을 다 못 채우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상황이 필요하고, 기승전결의 구도를 갖고 싶다는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는데, 안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느 정도 연출이 되야 될 때가 있어요. 하지만 내 윤리적인 마음의 선은 갖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선은 각자만이 알고 있겠죠. 실제로는 PD들이 선들을 알아서 잘 지키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연출의 선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거짓으로 쓰면 더 극적일 거라는 유혹에 시달릴 수는 있지만 극복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개인적으로는 ‘잘난 놈보다는 속이 든 놈이 낫다’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마인드의 문제인데 기본적인 마인드가 안되어 있으면 오래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PD를 하고 싶어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 목적이 허황된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PD를 잘 할 수 없을 거에요. 왜 자신이 PD가 되어야 하는지 자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채 PD든 프리랜서 PD든 이 질문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향적인 성격과 차분한 성격의 다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성격에 따라 여러 프로그램을 맞출 수 있어요. 가장 좋은 건 인간성과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PD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죠. 세상을 보는 눈, 어떠한 프로그램을 하든 세상을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업무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 연예인 섭외, 세트 셋팅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촬영 등 계획했던 데로 찍을 수 있지만, 교양 프로그램 같은 경우 피디가 현장에서 일반 출연자들과 상황 등을 조작하거나 계획하기가 어렵습니다. 2주 동안 촬영을 해야 하는데 하나의 아이템이 펑크가 나면 촬영했던 것을 전부 못쓰게 되거든요. 촬영을 진행해서 일주일 정도를 찍었는데 갑자기 방송을 거절하실 때, 아니면 부모님은 충분히 판단을 하고 촬영 결정을 했지만 부모님 나오시면 안 된다는 자식 분들이 있으면 일주일 동안 촬영했던 것이 없어지게 되요. 편집까지 끝낸 상황에서 거절하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러한 일이 생기면 일단 방송이 펑크 날 수 있는 위기가 오는 것이고, 저만 허탈한 것이 아니라 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이 됩니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2가지 같아요. 한가지는 “배운 게 도둑질이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다른 길을 볼 겨를이 별로 없었고, 일도 바빴습니다. 제가 배운 일이 PD니 이 일을 계속 해왔던 것 같아요.
또 한가지는 세상에 나의 얘기를 하고 콘텐츠에 저의 이야기를 담는 매력이 있다는 겁니다. 출연자를 만나고 그분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처음에 하고 싶었던 것은 시사 다큐나 사회 비판적인 프로그램 이었어요. 그런데 방송을 하다 보니 그런 부분을 많이 하지 못했고 휴먼 다큐멘터리,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저랑 잘 맞고 보람을 느끼게 되었어요. 물론, 먹고 살기 위한 것도 굉장히 중요하죠(웃음)
만약 사회초년생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 일을 하실 건가요?
제가 PD가 되어 저만의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재미있고 신나게 했습니다. 양윤재 피디라는 이름을 듣는 것이 좋아요. 그래서 나는 다시 PD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다시 태어나면 공채 PD를 해보고 싶어요. 공채 PD는 조직이라는 그룹 안에서 할 수 있는 역량들이 더 많아요. 조직 안에서 크게 문제가 없으면 다양하고 좋은 프로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조직 시스템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알고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안정적인 것도 좋긴 하지만, 조직 안에서 PD로서 살아가는 또 다른 방법을 배우고,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고, 이것이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PD들은 다른 직업보다는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점에서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나 꿈은 무엇인가요?
환경이나 자연 관련 다큐멘터리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도 요즘 다큐멘터리도 재미있으면 많이 시청하세요. 다큐멘터리를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요. 내가 체계적으로 기획해서 만든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회 초년생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무엇입니까?
요즘 들어오는 신입 친구들은 처음에 굳은 의지를 갖고 들어와요. 하지만 처음에 가졌던 열정이 나중에는 대충대충 하려고 하고 결심이 흐려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을 뽑을 때 봤던 모습은 그게 아니었는데, 마지못해 일을 하는 것이 눈에 보일 때도 있어요. 팀의 분위기를 위해서 이런 친구들은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지 없는 친구들과 일하는 건 힘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먹었던 마음가짐을 끝까지 지켜내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해요.
후배들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나 활동이 있으신가요?
저는 요즘 다시 읽고 있는 책이 “삼국지" 입니다. 휴식을 취하면서 책을 많이 읽는데 삼국지라는 책을 읽다 보니 보는 눈이 달라서 그런지 나이대별로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 같아요. 여러분에게도 삼국지라는 책을 추천해요. 아마 10대 때 읽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에요. 또 하나는 20대를 위한 책인데 40대를 위한 책도 될 거 같아서 읽어봤어요. "머뭇거리는 젊음에게" 라는 책입니다.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한번쯤은 자기를 돌아보게 하는 괜찮은 책이라 추천하고 싶어요.
이 직종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신다면?
남자들은 결혼하면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적은 월급을 받는 조연출의 페이를 감당하긴 힘들 겁니다. 집에 못 들어가고, 여자친구도 못 만나요. 여러 환경적인 부분도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 친구가 자라온 환경도 크다고 생각해요. 여성분들도 요즘 PD를 많이 꿈꾸고 계시는데 여성분들에게는 더 힘들 수 있어요. PD가 되기 위해서는 정신력, 체력, 표현력도 좋아야 합니다. 욕을 들어도 내가 왜 욕을 먹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세상에서 나쁜 사람에게든, 좋은 사람에게든 다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배우는 것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거에요.
나에게 PD란?
PD란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세상과의 소통이죠. 제가 사실 성격이 아주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 직업을 가지면서 저에게 2가지 모습이 생겼습니다. 일이 아닌 사적으로 사람을 만났을 때는 원래의 제 모습이 나와요. 조금은 소극적이고 낯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죠. 그런데 일을 할 때는 외향적이고 적극적으로 뛰어다니게 됩니다. 여기서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해요. 이러한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과 쉽게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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