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와 회계와 세무쪽에서 일했고, 직전에는 경영지원팀 팀장으로 있었어요.
대기업에도 있어봤고 중소기업에도 있었는데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경영지원팀에서 세무적인 부가세 신고, 결산, 외부감사나 세무조사 총괄 자료 만드는 것을 기본적으로 하고 자금 입출납 등을 해요.
대기업 경우는 재무팀, 회계팀이 다 따로 있고 중소기업은 경영지원팀이나 경영기획팀 안에 들어있고 전 조직 자체에서 세무나 회계를 주로 하면서 총괄하는 일을 했죠.
이 직업을 선택한 동기가 무엇인가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바로 대기업에 입사를 했는데 나이가 어릴 때 들어가서 일을 하다 보니까 회사에서 일하는 게 재미있지가 않았죠. 회사를 다니다 보니까 학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해서 나도 학교를 다녀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 마음 먹고 저에게 가장 유리한 경영학과를 가게 되었어요.
회사에서 마케팅지원을 나가거나 할 때도 경영은 필요하고 재무나 회계분야가 재미가 있어서 경영학과를 선택해서 들어가게 됐어요.
졸업할 때쯤 생각해보니까 인사나 홍보 마케팅 분야는 사람 상대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건 적성에 맞지 않고, 경리나 회계 쪽이 재미도 있으면서 여자에게 직업도 장기적이고 해서 분야를 선택해서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거죠.
취업 준비하면서 생긴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특별한 경험이라고 하면 이직을 할 때 면접을 많이 떨어졌어요. 보통 여자들은 야근을 기피하고 결혼하면 아이를 가지고 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까 비슷한 조건이라면 남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대부분 여자들의 기가 센 고객센터나 상사가 여자인 회사에 주로 다녔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결혼 적령기나 임신 출산이 겹치는 경우에는 면접 때 불리했던 것 같아요.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애는 언제 낳을 거냐, 지금 애가 있다고 하면 동생은 언제 가질 계획이냐, 애는 누가 키우는 것인가 하는 것들을 많이 물어봐요. 아무래도 27살 안 쪽에 친구들은 괜찮은데 27살 이후의 친구들은 그런 질문을 많이 듣게 되죠. 전 기혼이기 때문에 아이를 키워줄 사람이 확실히 있는 지를 많이 물어봐요.
요구되는 능력이나 스펙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제가 주로 중소기업에 간 이유는 경영 분야로 가려면 영어가 확실히 토익 900점이 넘어야 했기 때문이에요. 경영학이라는 것이 사람을 다루는 인사, 물건을 파는 영업, 홍보를 하는 마케팅, 돈을 관리하는 재무까지 포함된 것인데 경영을 하다 보면 당연히 다른 나라에 가게 되니까요.
예전에는 새삼스럽게 생각을 했는데 영어를 한 번 손을 놓게 되니까 계속 안 하게 되더라구요.
한 번 직장에 들어가면 공부를 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외국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은 확실히 해 놓아야 하는 것 같아요. 만약 내가 영어에는 정말 흥미가 없다 하면 중국어나 베트남어를 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영어 프리 토킹을 보고 뽑는 곳이 참 많아요. 스펙이 비슷하면 보통 남자를 뽑으니까 여자는 스펙적으로 월등히 좋아야 경쟁력이 있게 되는거죠.
어느 정도 회계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자격증을 따고 싶다면 국가공인 전산회계, 전산세무 1급을 따면 입사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이라면?
처음에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일을 시작하면 잡일이 많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대기업은 담당이 딱딱 나누어져 있지만
중소기업은 정작 중요한 회계나 경리 업무를 하루 종일 못하는 경우도 있고
내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은행 업무나 전화업무나 소모품 구매 같은 자잘한 업무들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면 내가 4년제 나와서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지? 하는 곳에서 오는 회의감 때문에 힘든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사실 은행을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경리업무의 시작이에요.
작은 것부터 시작을 해야 나중에 부가세 신고를 하고 결산을 하고 외부감사를 받고 하는 거니까요.
처음부터 거대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하다 보면 자리를 잡아서 커가는 것이니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무조건 회계업무만 하고 싶다면 회계사무소에 들어가면 되는데 업무가 굉장히 많고 봉급이 작으니까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 해야겠죠.
회계 사무소의 좋은 점은 가늘고 길다는 거에요. 실무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다른 좋은 회계 사무소로 옮기기 좋아요. 일이 많으니까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많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참을성도 있어야 하고 꼼꼼 해야 하죠. 또한 자금을 만지는 부서이기 때문에 국세청 조사를 받거나 할 때 1차적인 책임은 저에게 오기 때문에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반대를 했다는 자료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나에게 책임이 오는 것을 막을 수가 있죠.
예를 들어 회사 자금이 들어간 사장의 개인 물건이라면 문서를 만들어서 싸인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요. 모든 것을 문서화하고 복사하고 스캔하고 해서 본인이 보관하는 파일링이 중요해요.
그래서 엑셀화하고 수치화하는 컴퓨터 능력도 중요해요. 규모가 클수록, 내 위치가 올라갈수록 더 꼼꼼해야 해요.
업무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규정이 계속 굉장히 많이 바뀌니까 회계나 세무를 일하는 사람들은 규정을 많이 알아야 해요.
내가 밑에 있을 때는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니까 상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위가 위로 올라갈 수록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자기 위치에 맞게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거죠. 이 업무 뿐 아니라 모든 업무 일을 할 때면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해요. 세무를 하다가 회사가 커지고 위치가 오르면 예산 분석, 경영에 관한 참여도 늘어나니까 그런 감각을 키워줘야 하죠. 경리 세무 업무만 하다가 끝나도 괜찮다면 상관 없지만 스페셜리스트가 되겠다, 팀장이 되겠다, 재무 총괄이나 CFO가 되겠다 하는 목표가 있다면 계속 사회적인 변화, 물가, 은행 예금 대한 이율 등을 끊임 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국감조사와 세무조사를 하다 보니까 응용력이 생겨요.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내가 회사의 관리 상황을 만들어서 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파일링, 자료관리가 굉장히 중요하구나 느꼈고 백업의 필요성을 알게 됐어요.
회사의 기밀을 제외한 내가 만들던 포맷이나 툴 같은 것들을 백업을 해놓는 거죠.
원가분석, 재무는 기본적인 툴이 있어요.
그러니까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툴을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두면 본인에게 도움이 되죠.
회사가 갑자기 급 성장 할 수도 있는데 어느 정도 보고서를 만들었던 툴이 있다면 그것을 응용할 수 있으니까요. 기획이나 예산이나 마케팅의 툴을 가지고 있는 게 좋아요.
그래서 엑셀이 중요해요.
특히 비쥬얼베이직을 잘하는 친구들이 부럽더라구요.
엑셀 중에서도 함수가 필요해요.
일반적인 경리나 세무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재무 전문가가 되어야겠다 하면 내가 만들어 갈 필요가 있죠. 5년치 예산으로 내년 예산을 산정하려면 결국 잘한다는 것은 막대한 양의 자료를 얼마나 간단하게 함축하느냐 에요.
남자들은 분석을 잘 못하더라도 시각적으로 보여지는걸 잘 하더라구요. 아부도 잘하고요 (웃음)
여자들이 꼼꼼하고, 열심히 일해도 남자들이 함축하고 시각적으로 하면 결과가 더 좋더라고요.
일을 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직전에 신문사 계열사에서 근무할 때 1년에 한 번씩 예산 편성하는 재무기획을 처음 배워봤어요. 작년 예산을 기준으로 올해의 물가를 반영해서 계획을 잡으려면 지금 회사에서 진행되는 업무 파악을 해야 하고, 내년에 할 업무까지 다 알아야 하고 거기에 들어갈 비용이나 원가를 다 계산해봐야 하는 일들을 해야 하는데 그 때 저는 처음으로 재무나 세무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업무가 더 재미있어지고 보람되더라구요.
그냥 재무나 회계 업무 하면 늘 하던 업무만 하게 되는데 그것이 기획과 결합되면서 앞으로의 여러 가지 물가를 반영해서 올해 계획을 잡아야 하니까요.
회계나 경리만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데 눈을 돌릴 수도 있다는 것.
나아갈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에 재미를 느꼈어요.
그래서 만약 회계분야가 재미없다고 느낀다면 회계를 이용해서 다른 분야에 접목 시킬 수 다는 것을 그걸 고려하는 게 좋아요.
이 직업의 매력은?
재무 회계는 숫자에서 오는 압박감에 싫고, 숫자에 흥미가 없으면 손을 놓게 되더라구요.
반면에 내가 우리 회사의 돌아가는 상황을 나만 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죠.
단점은 회사 대표의 마인드에 조금 달라요.
재무의 중요성을 모른다면 의미가 좀 없어질 수도 있어요.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경리나 회계업무를 2~3년을 해보고 재무 기획 쪽으로 가고 싶어요.
적성에 맞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요.
아니면 처음부터 세무공무원 시험을 볼 것 같아요.
회계는 수학하고 다른 개념이에요.
회계는 딱 답이 나오는 분야니까요. 저는 숫자가 딱 떨어지거나 답이 딱 있는 분야가 좋아요.
처음 일을 시작하는 신입들이 자주 실수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경영을 꾸려나갈 때 실수가 많아서는 안돼요. 가끔 퇴사자 월급에 0을 더 보내거나 거래하는 업체 물품대금을 0을 더 붙였거나 그런 실수를 한다면 감봉이나 승진누락, 그 윗 상사까지 함께 감봉이 되거나 정말 나쁜 경우 퇴사까지 갈 수도 있으니까요.
대기업은 검토 시스템이 잘 되어있지만 중소기업은 실수할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검토를 잘해야 해요.
또 다른 실수는 경쟁업체에 우리 기업 손익자료와 같은 기밀 문서를 전송을 하거나 주면 안 되는 자료를 국세청에 보내기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모두다 한 번씩은 실수를 해요. 인원이 많아서 일이 많은데 검토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저는 퇴사자에게 월급을 두 번 보낸 적이 있어요. 결국 돈은 돌려받지 못했어요. 그때는 머리가 정말 노래졌어요. 정말 많이 혼났죠. 초년 시절에 많이 겪으라고 하는 게 그런 자잘한 실수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은 괜찮은데 (적은 돈에서는 괜찮아요!)
몰라서 하거나 알아도 안보여서 하는 경우는 괜찮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돼요.
그래서 저도 처음 실수할 때는 많이 혼나지 않았는데 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질렀을 때는 제 월급의 반을 냈어요. 직급이 낮을 수록 실수를 많이 하는 게 차라리 나아요. 위로 올라갈 수록 실수를 하면 안돼요.
이 직종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신다면
시간이 무작정 흘러가게 두는 것이 정말 아까운 것 같아요.
요즘 제가 재취업준비를 하면서 느낀 게 점점 사회의 벽이 높아지면서 여자분들 같은 경우에 아이가 있고, 중간에 일을 그만두고 다시 일을 하고 싶다 해도 경력은 이미 단절되었기 때문에 참 막막해요.
그래서 육아기간에도 경력단절이 되면 절대 안돼요. 1년 정도는 괜찮지만 2년 이상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 사회경험을 2년 이상 끊었다는 건 사회에 대한 연결이 끊어졌다는 거에요.
회계분야는 끊임없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다시 들어가면 바로 일은 못해요. 대기업도 그렇고 회사는 경력직은 바로 일을 시키고 싶기 때문이에요. 차라리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경력을 쌓다가 영어점수를 만든다면 대기업으로 이직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계속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경력 단절이 2년 이상 된다면 힘들어요. 그래서 아이를 보면서도 계속 공부를 하거나, 자격증을 따면서 내가 얼마를 놀았던 실무를 바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해요. 대학생들에게 인턴을 해라 아르바이트를 해라 하는 건 경력을 쌓으라는 거에요.
추천하고 싶은 책은?
요즘 소설들은 주로 흥미위주여서 깊은 맛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박완서, 황석영 같은 작가의 소설이나 제인 오스틴같은 작가의 고전 소설 책이 좋아요. 책 이름을 들어 추천하자면 "청소부 밥"이라는 책도 좋았고,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폭풍의 언덕”, “샬롯 브론테의 제인에어”가 좋았어요.
앞으로 꿈이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아이를 키우면서 여자가 다니기 편한 외국계 기업에서 일해 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죠. 기본적으로 저는 평생 일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국세청에서 근무를 하다가 나중에 개인 사무실을 차려서 일을 하고 싶기도 해요. 회사를 다니면서 계속 공부를 할 것이기 때문에 취업준비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어요. 저는 일을 하는 게 적성에 맞고, 집에만 있으면 무기력해지니까 계속 계획을 세우고 수정해 나가는 거죠. 그러니까 처음 계획한 대로 안됐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는 거에요.
나에게 회계재무란?
여자로서 아기 엄마로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내가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무기다.
사회와 나를 연결시켜주는 고리이다. 사회일원으로서 인정받고 살아가는 무기라고 생각해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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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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