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그냥 끌렸어요. 그래서 진로 선택을 할 때 망설임 없이 거기에 따라서 선택을 했고, 그 뒤에는 열심히 한 길만 달렸어요. 중학교 다닐 때 장래희망 조사를 하면 건설가라고 써놨으니까 잘한 건지, 못한 건지는 몰라도 (웃음) 지금까지 꾸준히 한 길만 달려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설계하는 것이 멋있게 보였나 봐요. 대학교 전공 선택을 해야 했을 때 토목이냐 건축이냐를 놓고 고민을 좀 했는데 그 당시에는 건축이 좀 불경기라서 토목 쪽으로 선택을 했었죠.
취직을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대학교 때 저는 농촌진흥공사에서 측량 보조 및 공문 서류 보조와 같이 토목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무에 관련된 경험을 해봤죠. 덕소 쪽에 가서 측량을 몇 달 하기도 했고 같은 과 선배들을 찾아가 자문 등을 구하며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나요.
업무 이외에 어떠한 여가 생활을 즐기시나요.
술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합니다.(웃음) 밤 열두시가 되어도 좋아하는 사람이 만나자고 하면 흔쾌히 나가곤 해요.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해 짧게 설명 부탁 드립니다.
10년 현장을 뛰었고, 그 다음 10년은 입찰관련 설계업무를 하였습니다. 발주처에서 설계 공고가 나오면 설계 후 그 점수로 공사를 따내는 일을 했어요. 도면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어떻게 공사를 할 건지 공정관리라는 개념에서 공정 관리 및 품질, 안전 환경 등을 어떻게 시공 및 관리를 할 것인가에 대해 설계를 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설계를 한다거나 시공을 해서 결과물, 성과물이 나왔을 때가 가장 뿌듯하죠. 영종도에서 공사를 했는데 비행기가 뜬다 하면 내가 만든 곳에서 비행기가 뜨는구나‘. 차를 타고 다리를 지나가면 ‘내가 만든 다리를 내가 지나가는구나‘. 내가 설계를 한 곳이 좋은 가격에 낙찰을 받았다면 ‘내가 도움이 되었구나‘ 하는 거죠. 용산 다리를 지나갈 때도 아이에게 “저거 아빠가 한 거야” 라는 식으로 자랑스럽게 말 할 수 있을 때 뿌듯함을 많이 느껴요. 제가 열심히 힘들게 했던 노력들이 일이 끝난 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계속 있으니까요.
반대로 힘드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장 힘든 점은 사람 사이의 관계죠.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워서 이해를 할 수 없고, 생각이 안 맞는 것. 그러니까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면 서로 각자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럴 경우에 저는 직접 이야기를 해보고 안 되면 물러나는 성격이에요.
또한 육체적으로도 힘든 부분도 있어요. 현장에 있을 때는 영종도, 광양, 울산, 여수 등을 다니다 보니까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들어가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처럼 집 생활이 안됐고, 설계 쪽으로 오니까 사무실에서 프로젝트 기간에 꼼짝 없이 일만 해야 해서 밤새 설계를 하다 보니까 집에 못 들어가고 그렇게 밖에서 다닌 것들도 힘든 부분이었어요.
이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보면 성취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고생을 아주 많이 한다 해도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하나를 끝냈다는 느낌이 크죠. 고생 끝에 보람이 느껴지면서 시원한 마음이 들어요. 설계하기 전에 그 지역을 가서 미리 한 차례 둘러볼 때의 모습과 공사가 다 끝난 후 그 동네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영종도 바다를 메우는 공사가 시작될 때 제가 공사에 투입되었어요. 처음에는 바다였던 곳에서 비행기가 뜨게 되어 지하 4층 가서 수리, 보수 할 때까지 6년을 거기서 살았어요. 그 정도 열정과 시간을 바치고 나니 처음에 바다였던 곳이 끝날 때는 비행기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면서 누구에게나 “난 영종도에 있었어.” 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이죠. 영종도 8년 공사에 6~7년을 있으면서 사무실 해체할 때까지 있었으니까요.
감독 지휘를 하면서도 직접 현장에서 육체적인 일을 해야 하나요?
현장에서 생활한지 오래 되어서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시공사는 어차피 함께 뛰고, 일하게 되어있어요. 밑에 인부들이 있다고 해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고 함께 뛰고 , 같이 고생하고 밤새고 그렇게 하는 것이죠.
직업병도 있으신가요?
지나가다가 건물의 금이 눈에 잘 들어와요. 다리 교량을 6년 하다 보니까 다리를 건널 때도 똑바른지 아닌지를 확인하게 되고 건물 주위에 부서진 곳도 눈에 잘 들어오죠. 설계할 때도 오타를 잘 봤는데 지금도 책을 보거나 글씨를 읽으면 오타를 굉장히 잘 봐요.
이 일은 어떤 덕목을 가진 사람이 하면 좋을까요?
세대 차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너무 편한 것만 찾는 경향이 있어요. 설계도 그렇고 시공도 그렇지만 휴일이나 주말, 야간에 많이 쉬지를 못해요. 학교 다닐 때와는 다른 생활이니까 이게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오래 못 버티고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 많고, 그냥 하더라도 하면서도 계속 불만을 품고 억지로 하는 사람들이 많죠. 건설업에 뛰어들기 전에는 멋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막상 들어와 보면 지저분하고, 시커멓고, 밤늦게 새벽까지도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한 두 번 하고 관두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요즘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 도전 한 일에는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해보자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또한 건축은 꼼꼼하고 토목은 스케일이 넓다고 하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모두 꼼꼼해야 하죠. 빔 같은 경우 위에 몇 mm 차이로 놓는 일이 있는데 처음에는 몇 mm여도 50~60m를 가면 나중에는 4~5cm가 벌어져요. 그러니까 여기 몇 mm를 세밀하게 봐야 하는 능력도 필요한 거죠.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한 번 하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라서 처음 들어갔던 시공사는 6년을 일했고, 그 다음 회사는 8년을 일하는 것처럼 한 번 하면 한 길만 가게 된 거죠.
다시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가면 이 일을 선택하실 건가요?
다시 돌아간다면 아마 다른 일을 해보지 않을 까요. 저는 이제까지 다른 곳은 보지 않고 계속 한 길만 달려왔어요. 그래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제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죠. 만나는 사람, 이야기 하는 사람이 거의 다 토목 건설업 종사자들이다 보니까 문과 출신들과는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어 있고 그렇게 되다 보니 너무 좁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어요.
이 직업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이나 스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토목 기본적인 자격증이 몇 가지 있지만 크게 연연 하진 않아요. 아주 기초적인 자격증들은 업무에 있어서 기본적인 자격증이기 때문에 그런 자격증은 이미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건설은 몸으로 때운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맞아요. 그냥 근로자는 힘이 있어야 하겠지만 관리자들은 몸으로 일하는 힘과 전반적으로 보는 안목 두 가지 측면을 다 가지고 있어야 해요. 체크해줄 것들을 관리자들은 세밀하게 봐주어야 하죠. 다방면으로 필요한 것이 많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어떤 것만 잘하면 성공한다. 라고 하긴 힘들어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다들 캐드정도는 하고 오니까 그건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말씀 드리자면 해외 현장이 있을 수 있으니 기초적인 영어 회화는 필요해요. 제가 영종도에 있을 때 해외에서 들어오는 물건을 미국에서 공정 검수를 했는데 영어가 안 되니까 답답했던 기억이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직장생활을 하다가 개인 사업을 생각하며 일을 추진 하다 보니, 영업 등에서 일반 회사와의 경쟁력에서 좀 밀리긴 해요. 하지만 사무실을 하나 차려서 지금까지 가진 노하우를 가지고 저와 일을 같이하며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을 만나며, 멋지게 제대로 일을 해보고 싶어요.
나에게 건설업이란? 말씀해주실수 있나요? 이유는?
나에게 이 직업은 '생활' 이다. 이제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해왔던 일이고, 또 나의 전부이기도 하니까요.(웃음)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정다운
출판.편집 디자인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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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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