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마케팅은 제조업체의 마케팅과 어떻게 다를까? 유통마케팅 경력만 10년, 결단력 있는 마케터 이동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마케팅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어떻게 되세요?
졸업 후 첫 직장은 의류 업체에서 디자이너들과 함께 잘 팔린 만한 상품을 결정하여 생산을 하고, 전국 지점에 배분을 하는 일을 했어요.
한정된 제품을 최대 효율이 날 수 있도록 배분을 하고, 수량 통제를 하는 거죠. 그렇게 브랜드에 있다 보니, 하나의 브랜드가 아닌 다양한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백화점에 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000백화점 지원을 하게 되었고 마케팅 팀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셨나요?
마케팅 중에서도 유통 업계마케팅을 했어요. 제조업체의 마케팅은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전 과정인데, 유통업계 마케팅은 있는 제품 중에서 제한된 공간(백화점)내에서 제한된 장소와 인력으로 계절,월별로 최적의 판매를 할 수 있게 만들어요.
쉽게 말해서 세일즈 프로모션, 즉 판매 촉진이요. 유통업계 마케팅이 제조업체 마케팅과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 제품 자체를 기획하는 것이 없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상품특성에 따라 계절과 월별로 최적의 매출이 일어나는 때 즉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데, 5월의 경우 어린이 날 상품이 잘 팔리고, 초콜렛의 경우 발렌타인 데이나 12월 크리스마스, 그때의 매출이 일년 매출의 50% 이상이에요.
앉아서 팔리게 놔두는 것이 아니라 상품판매에 광고,판촉등 직접적인 개입을 해서 매출증대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마케팅이란 어떤 직무라고 생각하세요?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집단에서 마케팅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죠. 하지만 제조업체 마케팅과 유통업체 마케팅은 엄연히 달라요. 제조업체 마케팅의 경우 기존에 없는 상품과 시장을 만들어내요.
이와 달리 유통업체 마케팅은 제한된 장소와 인력, 상품을 가지고 시기 적절하게 각각 월별로 최적의 판매를 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특히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 영업면적당 효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 1년 365일 계절 및 각종 기념일 별로 전략을 세워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어야 하죠.
오프라인을 기준으로 말씀 드렸는데 온라인 마케팅은 또 달라요. 오프라인과 달리 장소제한이 없어요. 온라인의 경우 제품 발굴부터 프로모션 진행, 또 배송까지의 과정을 모두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일을 하시면서 보람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000백화점 지점에서 근무할 당시였어요. 000점은 대형점이 바로 옆에 있고, 규모도 경쟁업체보다 작아서 열악한 상황이었죠.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그 지역의 특정소수 고객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주차하기 싫어하는 장년층 여성을 주 타겟으로 삼아 특화하고, 고급화하는 것’을 영업방향으로 잡았지요. 동종업계와 경쟁하는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지역특성에 맞게 특화 시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마케터가 되기 위한 자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칙연산하고 워드 엑셀 다룰 줄 알고, 근면 성실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좀 더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치에 대한 감이 있어야 해요.매출 추이 등의 숫자는 단편적이지만, 수치가 변화하는 것을 그래프로 볼 수 있어야 해요. 자기 머리 속에 전년, 올해, 내년의 실적과 예측이 가능해야 합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단편적인 사실만 보고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마케터는 단편적인 사실만 보고 이야기 해서는 안 되요. 보고 얘기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전례와 변화에 대한 것까지 깊게 볼 수 있는 특정 분야에 대해서 집요함이 있어야 하죠.
업무에 있어서 멘토님만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부끄럽지만 제 장점이라고 하면, 계절, 월별로 10년간 했던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자료에 대한 정리를 바탕으로 해서 당해 년도와 내년도까지의 추측을 해 낼 수 있었고, 또 그 추측이 맞아 떨어져갔어요.
저는 마케팅 하는 사람이라면 실제로 이전사례가 이랬고, 최근 사례가 어땠기 때문에 올해 12월이면 어떤 상품이 잘 팔릴 것이며, 내년에는 경제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어떤 상품이 잘 팔릴 것이라는 부분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혹시 직업병이 있으신가요?
네 있어요. 심각한 직업병인데요, 뭐든지 일에서 보이는 것 보다는 그 이면의 것을 찾으려고 해요.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이지 않고, ‘실제로 어떤 사실관계가 있었을까?’라고 생각하는 거죠. 모든 현상에 대해 ‘왜 저렇게 되었을까?’ 라고 상상하고, 장기간 변화과정을 관찰하게 돼요. 이런 집착하는 습관 때문에 아내가 많이 답답해 하죠.(웃음)
유통 마케팅을 하기 위한 스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특별한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상경계열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담당을 했었으니까요. 만약 머리가 부족하면 자료정리를 잘 해두고, 수시로 그 자료들을 볼 수 있는 노력이 중요하죠.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하고, 자신이 직접 분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요. 중요한 건 자기가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거지, 스펙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봐요.
이 직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 드릴게요.
마케팅이라는 건 사실 고생길이라서, ‘절대 멋으로 생각하진 말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마케팅은 영업을 하는 사람도, 제품개발을 하는 사람도, 고객 관리를 하는 사람도 하는, 누구나 하는 일입니다.
80년대까지는 기술자 즉, 숙련공이 필요했어요. 반복 업무를 더 빨리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는 생활의 달인과 같은 기술자가 중요했죠. 정보화 시대 이후에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해졌죠. 마케팅도 마찬가지에요.
나만의 요리 레시피를 만들 듯 나만의 일을 만들어가고, 내가 있는 상황에서 융통성 있게 일하는 것이 중요해진 거죠. 근면 성실하게 주어진 것에 대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을 만들어가고, 제시할 수 있어야 돼요. 그래서 마케팅을 할 사람이라면 선택과 집중을 하고, 모험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있으신가요?
『성공하는 기업의 7가지 신화』라는 책이 있어요. 이 책은 성공하는 기업에 대한 7가지 그릇된 환상에 대한 오류를 담은 책이에요. 10년 가까이 된 책이지만 전 이 내용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라는 책이에요. 이 책은 읽기가 상당히 쉬워서 마케팅에 처음 입문하는 학생들에게 좋을 거예요. 원시인이 바퀴를 발명한 얘기로 시작해서, 이 바퀴를 어떤 식으로 팔아가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어서 재미있어요.
신입사원들이 많이 하는 실수에 무엇이 있을까요?
신입사원은 언제나 실수하죠. 많이 실수 많이 야단맞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요. 다만 선배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또 중요한 것은 전년 자료, 또 그 이전 자료를 많이 보고 올해와 내년의 상황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해요. 저도 2년 정도 지나니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정말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구박도 많이 받았어요.
나에게 마케팅이란?
이제 마케팅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거든요. 요새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없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불변의 가치를 가진 특정한 상품 빼고는 상품이 넘치고 넘치니까요. 그 상품들을 팔기 위해서는 분명 마케팅이 필요해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정다운
출판, 편집 디자인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정다운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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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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