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보는 능력이 기획자로써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씀하시는 권주연씨. 상상한 것이 현실화가 되는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 직업을 처음에 선택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신문방송학과를 나와서 잡지사 기자를 2년 정도 일했어요. 제가했던 기자라는 직업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을 편집하고 게시하는 일이었어요. 결국 남들이 뭔가를 만들어 놓은 이미 완성된 콘텐츠를 취재해 그 사람 이야기를 쓰는 것이잖아요. 그러다 문득 ‘나는 남이 만들어 놓은 것만 하고 내가 직접 만드는 건 하나도 없구나.’ 라는 회의가 느껴졌죠. 그래서 다른 직종을 찾다가 인터넷 방송국 쪽에서 일을 하고 싶어서 비디오저널 리스트 과정을 수료했어요. 수업을 들으면서 인터넷 쪽에 제가 지식이 부족하니 그쪽으로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서 웹 프로그래밍까지 배웠죠. 이후 아담소프트라는 게임회사에 입사하여 홍보도 하면서 콘텐츠 기획에 대해서도 알게 되면서 콘텐츠 쪽으로 일을 해봐야겠다고 다짐했어요.
14년 넘게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어떤 일을 하건 그 일을 지속하려면 보람을 느껴져야 되겠지요. 전 제가 상상했던 것을 기획하고, 여러 사람들과 힘을 합쳐, 그것이 현실화 되어 태어나는 것을 보면 행복합니다. 전 우스개 소리로 간혹 “난 상상만 하면 되~” 라고 얘기합니다. 머리 속에서 혼자 생각한 것이 현실화되고, 다른 사람과 그것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거기에 더해, 그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좋고, 효과가 있다는 피드백을 받게 되면, 누구라도 이 일을 계속 하게 되지 않을까요?
하시는 일에 대해서 설명 부탁 드립니다.
에듀테인먼트(Education+Entertainment) 전문 기획 일을 하고 있어요. 사실 13년 정도 됐는데 시작할 때 당시에는 에듀테인먼트라는 말 자체가 없었어요. 이 후 1~2년 정도가 지난 뒤에 문화컨텐츠진흥원에서 에듀테인먼트 관련 지원사업이 생기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에듀테인먼트 분야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저도 관련 지원사업들을 수행했어요. 저는 교육이 들어간 게임, 애니메이션, 액티비티, 만화 등 다양한 컨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실 만한 것으로는 윤선생영어교실, 한솔교육, 튼튼영어, 이보영 토킹클럽, YBM시사영어사 등의 어린이 교육용 콘텐츠로, 학습과정과 교재에 관한 자료를 저희에게 주면 저희가 그걸 가지고 교육목표부터 분석을 하여 멀티미디어 콘텐츠(온라인, 모바일, CD, DVD 등의 매체를 통한 복습, 예습, 학습 등)를 기획, 제작하여 상품화하는 일을 총괄하는 일입니다. 최근에는 그 경력을 인정받아 영국계 투자자문 기업인 CognoLink의 콘텐츠 기획, 제작관련 자문위원인 스페셜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벤트 진행을 잘하려면 어떤 스킬이 필요한가요?
이벤트 진행을 하려면 어렵지 않게 접근 해야 되요. 내가 손님, 소비자 입장에서 이벤트에 참여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체크리스트를 잡으면 되요.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 할 때 가장 우선시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로 의뢰한 업체가 이 프로젝트를 하고자 하는 목적을 먼저 알아야 돼요. 프로젝트가 진행이 되면 참여하는 사람도 많고 진행하는 사람도 여러 명이기 때문에, 자기가 맡은 부분에만 집중을 하다 보면, 전체적인 목적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콘텐츠가 완성이 되면 하나하나는 보기 좋을 수 있지만 전체 서비스를 이용하기에 불편하거나 복잡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의뢰자에게 “이걸 가지고 하고 싶은 게 무엇입니까?” 라고 먼저 물어봐요. 예를 들면, 이 콘텐츠를 만들어서 아이들이 학습 후 복습을 하게 하기 위함인지, 선행학습을 유도하기 위함인지, 혹은 그냥 재미있게 놀면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게 하기 위함인지 등에 대한 것이죠. 그 중심을 전체 프로젝트 진행자가 잡지 않으면 콘텐츠가 방향을 잃을 수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하는데 편리한지, 재미있는지, 기대한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죠. 기획, 제작하는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완성됐을 때를 생각하면서 제3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이 업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부분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기획하는 일은 상상을 바탕으로 이루어 지는 일이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24시간 기획을 하라는 소리를 해요. 24시간 기획을 하라는 의미는 놀지도 않고 회사 일만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건 문화생활을 하건, 자신이 경험한 것들이 나중에 기획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24시간 무엇을 하든 건성으로 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거죠. 결국 실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거죠. 최근에는 콘텐츠와 관련된 저작권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저작권관리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콘텐츠 기획자의 자질에는 어떠한 것이 있나요?
숲을 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세부적인 콘텐츠 기획에 들어가 하나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어요. 그 부분만 생각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전체적이 조화가 깨 질 수 있습니다. 기획자는 자신이 기획한 것이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진행할 책임이 있습니다. 단순히 기획안을 던져주는 것으로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걸 보면서 세부적인 것 하나 하나를 조화롭게 기획하고, 제작방향이 틀려지지 않도록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이는 단기간에 키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 해야 돼요.
또 한가지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설득하고, 협의하여 보다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었나요?
콘텐츠를 기획해서 만들면, 서비스가 시작된 후에 이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이 올 때가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몇 개 있는데 하나는 한솔 주니어 디킨스 프로젝트를 총괄했을 때에요. 지금까지도 업계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고, 당시에는 “이렇게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나올 수도 있구나!” 라는 말까지 나왔었죠. 그리고 윤선생영어교실에서 활용하지 않는 베플리라는 캐릭터가 있었어요. 그 캐릭터를 온라인 교육콘텐츠에 적용, 활용하는 부분을 기획했었습니다. 지금은 윤선생영어교실의 대표 캐릭터로 여기 저기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튼튼영어 이프라이머리 온라인 콘텐츠를 총괄했었는데, “정말 잘 만들었다. 영어를 한마디라도 더 하게 되더라고요.” 라는 등의 피드백을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죠.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얼마의 시간을 투자하시나요?
저는 교육과정이 있는 프로그램을 주로 했기 때문에 짧게는 8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1년에서 4년의 학습 과정에 걸리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게임, 액티비티 등이 제작되야 하는 개수는 수백개에서 천개를 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스토리텔링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기획안을 쓸 때 전체흐름을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부터 페이지별로 써 내려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혹은 일반적인 기획안 작성 순서인 개요, 기대효과, SWOT 분석 등으로 써내려 가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러나 기획안은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설득하는 도구입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는 대략적인 흐름, 목차를 잡은 후에 앞 뒤 내용의 연관성을 보면서 써 내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획안 작성 폼에 너무 구애 받을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스트레스 해소법이 궁금해요.
특별한 건 없어요. 잘 잊어버리는 스타일이에요. 문제가 생기면 사람자체에 감정을 가지지 않고 왜 문제가 생긴 이슈에 관해서만 생각을 해요. 최대한 빨리 잃어 버리려 하죠.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괜찮더라고요(웃음). 산책도 많이 해요.
앞으로의 목표나 꿈이 있다면?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힘들게 기획하고 만들어도 그것에 대한 모든 권한은 프로젝트를 의뢰한 회사의 것이에요. 이제는 제 것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제가 저작권을 가진 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이 직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나 스펙이 있나요?
서비스를 하는 회사와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의 콘텐츠 기획은 차이가 좀 있어요. 서비스를 하는 회사에서는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무엇을 만들지를 기획한다면,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는 콘텐츠 자체를 어떻게 만들지를 기획한다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자격증이나 공모전은 실무에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무에 들어갔을 때 일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면접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태도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면접에서 질문에 대한 내용을 모를 수도 있고 잘 알 수도 있는데, 알고 모르고 보다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에 대해서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문서답하지 않아야 돼요.
추천해 주신 만한 책이 있으신가요?
기획 관련된 책은 기획의 분야가 너무 많아서 콘텐츠 기획과 관련된 추천할 만한 책은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저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유명한 로알드 달의 ‘맛’이라는 책을 좋아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도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이런 생각까지도 할 수 있구나!’ 라는 독특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티비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을 꿈꾸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입사한 후 멋있게 앞에서 피티하고 업체 나가서 바이어와 상담하고 그런 것을 생각하고 오는데 그걸 하려면 노하우가 상당히 있어야 돼요. 그리고 일을 시작하면 바로 부딪히는 현실은 짧은 기획시간과 야근 등이니까요. 하나씩 배워 나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제작과 관련된 디자인과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진짜 기획을 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데 생각만 하는 것은 저는 꿈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콘텐츠 기획은 현실화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능력이 중요해요.
콘텐츠 기획은 000이다.
콘텐츠 기획은 “현실화 된 꿈”이다. 현실화 되지 않으면 이 세상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냥 꿈이에요. 꿈이 현실화 돼서 다른 사람이 나의 꿈을 공유하게 만들어 주는 그것이 콘텐츠 기획 이라고 생각합니다.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전현준
콘텐츠기획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전현준
INTERVIEW
전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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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전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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