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화업계에서 12년 동안 상품기획자로 그 길을 걸어오신 유재욱님. 유통과 개발과 함께하는 능동적인 상품기획자의 삶을 엿보도록 하자!
처음 직업을 선택한 동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처음에는 직업이 좀 달랐어요. 제일 처음 입사한 회사는 자동차 관련 회사였어요. 거기서 일을 하면서 나중에 비전을 봤을 때 뭔가 내가 내 브랜드를 가지고 사업을 하거나 규모를 봤을 때 자동차보다는 의류나 신발이 적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서 제화 분야에서 일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주로 해오신 일에 대한 설명 부탁 드립니다.
제가 이전에 금강제화에서 근무를 했어요. 금강제화 안에는 캐주얼부터 드레스까지 다양하게 있거든요. 그 중에서 저는 레노마라는 브랜드를 런칭해서 한 5년 동안 일했어요. 그리고 캐주얼브랜드에서는 랜드로바 관리를 했고, 최근에는 헤리티지와 부르노말리라는 브랜드 인큐베이터 작업까지 했어요.
인큐베이터 작업이라고 하면 이 단계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숙성단계이거든요. 제품은 구성되어 있고 브랜드는 있지만 아직 매장의 오픈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죠. 그 단계에서는 제품을 준비하고 관리하는 일을 했어요.
상품기획은 경영기획, 그리고 유통기획과 업무가 비슷한가요?
경영기획은 기본적으로 이야기하면 컴퍼니 기획이고, 저희는 상품의 기획이에요. 예를 들어서 금강주식회사라는 회사 안에 브랜드가 있잖아요. 거기에 대한 브랜드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기획이고 회사에 대한 기획은 기획실이 따로 있죠.
그리고 유통기획은 유통팀이 따로 있는데 거기서 하는 업무죠. 어떤 회사는 브랜드 매니저라고 어떤 쪽은 유통MD라고 하면서 호칭은 다양해요. 하지만 유통팀이 하는 업무는 매장을 개설하고, 매장을 오픈하고, 매장마다 맞는 상품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브랜드가 들어가야 하는 거죠. 그런 브랜드 입점 관련 유통에 관해서는 유통기획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시즌마다 컨셉이 다를텐데 상품기획 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이 있으시다면요?
아무래도 신발 역시 패션에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시즌마다 예측되는 재질이나 소재, 칼라, 아이템, 업종의 흐름들을 잘 캐치해야 돼요. 예를 들면 같은 샌들이라 해도 같은 소재나 포지션으로 가면 재미없잖아요. 소재나 이런 부분을 다르게 매칭하는 코디를 할 수 있게 이런 부분을 중요시하는 편이죠.
직원을 채용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시하시나요?
저희는 채용담당을 하면서 제일 먼저 한 게 우리 백화점이나 진열장가면 선물이 포장이 되어있잖아요. 똑같은 상품이라도 백화점과 시장에 같은 제품이 가격의 차이가 있어요. 왜 차이가 있을까요? 그것은 자기를 잘 포장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자기가 100만원이 되고 10만원이 되는 것은 자신을 어떻게 포장하는지에 따른 것이요.
기본적으로 면접에 오는 사람들은 성실하다는 것을 전제로 해요. 거기에 중요한 것은 그 이상의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죠. 그리고 인사담당자는 그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어야 해요.
사람이 10만원인데 100만원의 가치로 설명하면 그 사람은 100만원이 될 수 있어요. 100만원 가치의 사람이 와서 말 잘 못하고 하면 10만원 가치의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죠. 실무적인 일을 했을 때는 똑같아요. 하지만 100만원의 상품가치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일을 해요. 아무리 괜찮은 능력이 있어도 자기 자신을 표현 못하고, 포장 못하고, 세일즈 하지 못하면 항상 그 상태인 거에요. 그래서 신입사원을 볼 때 자기 자신을 세일즈하고, 자신의 상품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지를 보는 거죠.
상품기획은 기획만을 하고, 디자인은 디자인팀에서 하는건가요?
처음에 코디라든가, 디자인에 대한 제안은 디자인팀에서 해요. 상품기획 같은 경우는 저희가 트렌드 설명회를 가면 수 백 가지 트렌드가 있어요. 거기서 디자이너가 우리 브랜드에 맞는 트렌드를 발췌하고 그것을 이용한 저희 것을 만드는 거죠. 저희가 예전에 어그부츠를 기획했었어요. 헐리우드 스타들이 어그부츠를 신는 것을 보고 그 아이템을 도입한 거죠. 그런데 저희의 브랜드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그부츠 대신 양털부츠라고 하고, 이 어그부츠의 경우는 작년에 어느 정도 판매가 이루어졌으니 우리도 이 아이템으로 어느 정도의 상품을 제작해보자 이런 식으로 기획을 하는 것이 상품기획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상품기획과 디자인은 한 팀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저희 같은 경우는 한 팀인 적도 있고, 다른 팀인 적도 있고, 계속 이합집산을 했어요.의류나 신발 등 패션이라는 부분은 시대의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같은 아젠다를 가지고 계속 갈 수 없고, 조직도 그 때에 따라서 계속 변동이 있어요.
예를 들어, 쉽게 말하자면 3년 전에 테스트성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그렇게 신속하게 제품을 구상하고 매장에 내놓는 그런 것이 필요하니까 유통하고 합쳐지는 경우가 있었죠. 그 때에는 디자인 개발은 별도, 상품과 유통이 같이 가는 경우였던 거에요.
요즘은 브랜드 별로 컨셉이 중요하다 보니 소규모가 되면서 디자인 개발과 합쳐지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대부분 상품기획은 디자이너 출신이 많아요. 회사마다 요구하는 포지션이 다르겠지만 어떤 회사는 상경계열을 요구하는 반면에 어떤 회사는 디자이너 출신을 뽑는 회사도 있어요.
유통과 상품기획은 다른 분야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 거죠?
먼저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품과 제품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상품과 제품은 어떻게 구별이 되는지 아세요? 아무래도 다르니까 다른 이름이 붙은 것이겠죠?
상품은 상업적인 부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품이 되는 거죠. 제품은 디자인이 개발되어서 품평되기 전까지 나온 샘플들을 다 제품이라고 해요. 근데 그 제품이 선정이 되어서 가격이 매겨지고, 어떤 브랜드가 매겨지면 그 때부터 상품이 되는 거죠. 유통이랑 상품기획은 상품을 빨리 내놓는 것이 중요한 거에요.
상품 같은 경우는 그 제품이 나오면 이것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하는지가 중요해요. 특히나 신발이나 의류는 사이즈가 있는데, 제화는 적정한 사이즈 배분이 참 중요하거든요. 왜냐하면 의류는 소/중/대만 있으면 되지만, 신발은 여성화 같은 경우는 보통 8사이즈에요. 그럼 창고에 한 디자인당 한 다섯 박스 이상이 8개가 있는 거죠. 한 매장이 운영되는 게 보통 280디자인이 있는데 그것이 다 있을 수는 없어요. 그래서 어떤 매장에는 한 디자인의 한 사이즈만 있는 경우도 있고 이런것을 수급이라고 하는데 제품의 대한 수급이 유통팀에서 하기 때문에 이것은 잘 나갈 것이기 때문에 A, B, C 급으로 나누면 A급은 5000족 기준, B급은 150 족 기준 이런 식으로 그것을 가지고 토스를 하면 이 쪽에서 사이즈 배분을 해서 매장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결정을 하죠.
상품기획은 포스트가 중요한 거고 재고관리나 이런 부분은 유통에서 하는 거죠. 하지만 상품영역은 다 연결시킬 수 밖에 없는 점이, 상품기획이 개발의 영역이라고 보면 유통은 영업분야라고 보볼 수 있잖아요? 상품기획은 소의미로 보면 브릿지라고 보시면 광의적으로 보면 다 봐야하는 역할 유기적으로 흘러가게끔 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업무를 하시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프로모션이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제가 처음에 입사해서 레노마가 기억에 남죠. 브랜드를 런칭해서 처음에는 3개의 매장이었는데 27개 매장으로 되면 70억 매출을 150억까지 끌어올렸거든요. 그 5년 정도가 기억에 남아요.
제화업계에서 상품기획을 하시면서 멘토님만의 강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제가 먼저 제화 업무를 하기 전에 자동차 분야에 있으면서 맡았던 업무가 자동차 개발을 디자인에서 하면, 프로젝트를 하고 PR을 하고,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제품을 처음에 기획해서 선행 양산하는 과정을 한 것이 제가 제화회사에 들어가서 신입사원을 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업체와 생산처 등과의 관계를 신입답지 않게 유기적으로 할 수 있었어요.
프리젠테이터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고, 사무를 기획하는 것에서도 신발만 기획하는 사람보다 더 나았던 것 같아요. 신발만 한다고 해서 신발만 봐서는 안 되거든요. 볼 수 있는 카테고리나 시야가 넓어졌죠.
PR이나 홍보물을 만들 때 어떤 점을 가장 신경쓰시나요?
저희가 PR자료를 쓰면 우리 기준으로 많이 하게 되기 때문에 소비자 기준으로 해야한다는 교육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이것은 상품기획을 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밑에 직원들한테 항상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기획할 때 너를 버려라! 하지만 너를 중점적으로 해라!’라고 말해요.
모순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기획을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게 돼요. 그럼 똑같은 제품만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내가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접근하게 되면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이 보이잖아요. 그런데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아이템이 결정된다면 정말 그것을 본인이 신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작년에 랜드로바의 캔디슈즈 열풍이 컸는데 제품을 기획하시다 보면 제품에 대한 성공을 예측하시나요?
사실 캔디슈즈는 탄생의 비화가 있어요. 랜드로바의 컨셉은 아웃도어, 캐쥬얼화인데 최근에 아웃도어의 개념은 등산화 같은 레져화 같은 것으로 변했잖아요. 랜드로바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캐쥬얼 신발로 볼 수 있는데, 캐쥬얼 신발이라는 것은 편하다는 거죠. 우리가 신발의 카테고리를 보면 랜드로바는 세컨드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신발을 보면 꼭 장만 해야 하는 경우는 드레스, 사회 초년생에게 필요한 것, 그 다음 캐쥬얼로 편하게 신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해서 세컨드라고 할 수 있죠. 브랜드가 노후화 된 것도 있었기 때문에 2010년부터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하면서 몇 가지 제품을 기획해서 내놓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캔디슈즈였어요. 캔디슈즈는 랜드로바에 처음의 디자인이에요. 옛 디자인이라고 하면 노후화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처음에 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거기에 스티치를 요즘에 맞춰서 칼라풀하고 하고 경향화의 포커스를 맞춰서 달라진 거에요. 그렇게 해서 랜드로바 TV광고를 몇 년 만에 처음 한 거죠. 단종되었던 디자인이었는데 리뉴얼을 하면서 원래의 것에 좀 아이덴티티를 다르게 한 것이에요.
솔직히 요즘에는 대박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힘들어요. 옛날에는 있었어요. 불과 5년 전 만해도 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신발이 세분화가 되고, 예전에는 생산자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지금은 소비자 중심의 비즈니스다 보니 대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는 것은 모순이에요. 요새 대박이라고 하는 아이템은 예전에 대박이라는 것과는 달라요.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가 12년 동안 회사에 있으면서 가장 좀 후회되는 것은 금강은 있지만 제가 없다는 것이에요. 저도 제 이름을 가지고 브랜드를 갖추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저를 나타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 분야를 준비하고자 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제가 어디를 가더라도 저는 제화 분야 밖에 못 가요. 처음에 들어갈 때 이 분야를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에 대한 뚜렷한 관념도 있어야 하고, 소양도 갖추어야 하죠.
제가 처음에 입사했을 때는 컴퓨터, 포토샵, 엑셀 등 그런 스킬적인 것이 중요했는데 최근에는 제화각 국내제조보다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많다 보니 영어, 제2외국어가 중요해졌어요. 거기에 제화라는 분야를 공부하는 것도 나중에 입사할 때 도움이 될 거에요. 왜냐하면 제화라고 하는 것이 브랜드도 너무 많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 질문을 받았을 때도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거든요.
자기가 이 브랜드에 대해서 왜 좋은지, 신발에 대해서도 좋아하고, 상품기획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잘 하실 것 같아요.
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정말 필수적으로 갖춰야 될 것이 있을까요?
상품기획자는 제화에 대한 지식과 애정, 그리고 언어를 갖춰야 할 것 같아요. 정확히 시장을 보자면 영어와 중국어라고 할 수 있죠.
멘토님이 생각하시는 상품기획은 어떤 것인가요?
상품기획은 브랜드의 브레인이죠. 유통은 몸의 근육이라고 보면, 개발은 시각과 미각과 테이스트인데 그런 오감을 정리할 수 있는 브레인이라고 생각해요. 브레인이라고 해서 똑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어야만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브레인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못 느끼고, 천하장사도 힘을 쓸 수 없어요. 이것을 진두지휘 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브레인라고 말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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