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기획? 방송 연출? 관심은 있지만 진입은 어렵다고 생각이 드는 방송 편성, 연출!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박진현님을 통해 들어보도록 하자!
처음 직업을 선택한 동기가 궁금합니다.
날짜도 기억해요. 1997년 11월 17일. Mnet에 FD로 들어갔어요. 학교 후배가 거기서 전화 연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FD를 구한다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중앙일보에서 인턴 기자도 했었는데, 어릴 때부터 꿈이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무작정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으로 들어갔어요. 사실 FD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누가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것도 없이 혼자 어깨너머로 일 배우고, 실수하면서 깨졌죠. 그러다 IMF가 터지면서 같이 시작한 사람들이 FD만 10명이었는데, 다들 그만두고 4명만 남은 거에요.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적은 인원들이 그 많은 녹화 준비, 생방송, 기본 가편집, 대본 정리 등을 모두 해야 했으니까요. 일년간 집에 들어가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FD인지 AD인지도 모르고 그저 제 주어진 일만 열심히 했어요. 프로그램 말미에 내 이름이 딱 박혀서 나가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더라고요. 그러다 MTV가 국내 방송을 하면서, 그 쪽으로 스카우트되어서 넘어갔는데 PD로 입사를 하긴 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MTV가 규모가 작아서 GM, 마케팅, 광고 등을 포함해서 모두 6명으로 시작했어요. Mnet 방송 시간을 3시간사서 프로그램을 6개 만들었어요. GM과 마케팅을 제외하면 제작인원이 두 명이었는데 팀장님과 저였어요. 팀장님은 편성쪽이라 제작은 많이 모르셔서 혼자 촬영하고, 제작하고, 편집하고 이것저것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제작보다는 편성, 제작관리가 제 성격상 맞는 것 같아서 그쪽에 전념하였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게 된 거죠.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데 가끔씩 들어오는 일들이 런칭 작업들이 많아요. 지금은 방글라데시 ICT 센터 만드는 것 준비하고 있는데, 그것까지 하면 케이블 방송국만 4개, 인터넷 방송까지 포함하면 6개 정도를 세웠네요(웃음)
15년 전으로 돌아가셔도 이 일을 선택하실 것 같으신가요?
음… 역시 이 일을 선택할 것 같아요. 뭐 지금 걸어온 방향과는 다른 방향이 되겠지만요.
지금의 목표는 제너럴리스트에요. 무엇을 맡겨도, 어떤 부서를 담당하더라도 잘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그런데 이게 만만치가 않아요. 한 번 밀려나면 다시 제자리 찾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각 부분의 스페셜리스트보다 월등한 것도 아니고, 특히나 큰 조직에서는 세분화가 되니 대표가 아니면 제너럴리스트는 필요가 없고, 작은 조직을 가면 생활이 쉽지가 않죠. 그래도 이 일이 재미있어서 나만의 길을 걸어가고는 있어요. 하지만 만약 15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때는 스페셜리스트를 목표로 하고 싶어요. 연출도 재미있지만 편성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지금 하시는 일에 대한 설명 부탁 드립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굳이 편성쪽으로 이야기하자면 편성PD겠죠. 편성PD는 OAP쪽에 특화된 일이고, 방글라데시 ICT 센터 방송장비 운영 교육과 관련해서 일정 조율 중에 있어요. 그 일을 기다리면서 기획PD로 일하고 있습니다. 연출보다는 제작 기획 및 제작 관리를 주로 하고 있어요.
편성기획은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딱 한 마디로 정의를 할 수 없는 것이 편성기획입니다. 미디어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업무 범위가 확대되는 일이거든요.
주로 하는 일은 편성기획 PD는 매일 아침 그 전날 채널 시청률을 확인하죠. 제작 PD들이 보통 본인이 제작한 프로그램 하나의 시청률에 울고 웃는 것과 달리, 효과적인 프로그램 편성을 통하여 채널 전체 실적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저희의 경우에는 채널 전체 시청점유율 및 순위, 강약세 프로그램, 시간대별 시청률, 타 채널 실적 등 시청률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해요. 이 일이 끝나면 신규 제작 예정인 프로그램의 제작 심의 회의를 통해 프로그램의 기획안 및 제작 방향에 대해 공유하고, 진행관련업무를 유관부서와 함께 조율하여 결정해요. 방영 예정 프로그램의 사전 모니터링을 하여 피드백을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죠. 또 개별 제작PD와 프로그램 편성 일정 및 시간, 프로모션 방법에 대해 조율하고 채널의 이슈 및 가이드라인 전달, 시청률 등 프로그램 실적 공유를 하여 개별 프로그램의 실적 증대를 지원해요. 채널의 상황, 시기적 이슈, 타 채널 이슈 및 일일/주간 단위의 시청률 분석을 통해 편성업무의 기본이 되는 주간편성안을 수립하고, 채널의 주간 이슈를 정리하여 이를 내/외부에 메일링 공유하는 일을 해요. 방송이 원활히 진행되는지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본 방송 시간에는 프로그램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온라인 시청자의 반응도 보고, 프로그램 기간별 평가 자료를 만들어 이를 평가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죠. 사실 책상에 앉아서 노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채널 개편 시기가 오면 1~2주일 집에 못 들어가는 것은 다반사에요.
다양한 업무를 하셨는데 어떤 업무를 하실 때 가장 보람을 느끼셨나요?
내가 연출하거나, 제작을 했거나, 기획, 편성했던 것들이 방송을 통해 나가고, 어떤 성과로 연결이 될 때, 그것이 보람이죠.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좋아요. 사실 자기가 하고 싶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 일을 하는 자체가 보람이에요.
제작하신 프로그램 중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어떤 것이 있으셨나요?
시청률의 여부를 떠나서 언제나 다음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아요. 방송 나가는 것을 보면 항상 후회를 해요. 그래서 제작, 연출한 입장에서는 가장 잘 만든 프로그램을 물어보면 다음에 만들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업무를 하시면서 힘들었던 일은 언제셨나요?
매일매일이 힘들죠. 이게 편성을 하든, 제작을 하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에요. 아마 상상을 못하실 텐데 기획하라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아무 베이스가 없이 그냥 지시만 내려와요.
예를 들어 “요새 타방송사 뭐가 잘 나가던데 시청률 끌어올 수 있는 프로 하나 만들어봐” 라던가 “우리 이번에는 타 방송사 이길 수 있는 편성 한번 해보자” 이런 식으로 지시를 해요. 컨셉도 없이 지시만 하시면 이것을 상상력으로 풀어내야 해요. 기획을 위한 실마리를 찾는 게 힘들어요.
어떤 일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
편성이던지, 제작이던지 처음 기획하는 게 가장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려요.
‘이런 프로그램을 해보자.’ ‘이런 요소도 좀 집어넣고, 이 구성으로 가고…’ 이렇게 말로만 풀면 참 쉬운데 이것들을 조합하고, 남을 설득해야 하고, 이런 작업들을 통해 성사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제 책임 하에 놓여있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고민들이 필요해요. 그리고 어느 정도는 해놔야지 나중에 작가한테도 정리하라고 말할 수 있거든요. 그 다음에 까다롭다고 하면 아무래도 섭외죠.
지금까지 제작하신 프로그램의 장르가 궁금합니다.
처음을 음악 쪽으로 시작을 해서 음악 쪽 일을 많이 했죠. 제작이건 OAP, 그 외에는 예능, 정보, 다큐멘터리 등 다양하게 했어요. 홍보물, 뮤직비디오, CF도 참여했죠. 드라마와 영화만 제외하고 안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외주제작과 방송국 내부의 진행은 다른가요?
외주로 가는 이유가 방송국 입장에서 외주는 제작 단가가 조금은 저렴할 수 있어요. 외주는 협찬으로 이것을 감당하는데 이것은 PPL이라고 하죠. 이런 PPL이 요즘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예를 들어서 케이블도 제작비가 적은 편인데, 연예인을 섭외하거나 하면 제작비가 남지도 않고, 오히려 부족하기도 해요. 그래서 PPL이 활성화 될 수 밖에 없는 거에요. 방송국 내부의 진행은 일반적인 제작 프로세스랑 같아요. 프로그램 당 기본제작비 기준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준해서 제작해요. PD가 욕심이 많으면 그 제작비에 개인적으로 협찬을 붙여서 더 풍성하게 만들기도 하죠.
자체제작과 외주제작의 질적인 차이가 있을까요?
존재는 하죠. 그 질적인 차이를 갭을 줄이기 위해 ‘섭외는 방송국에서 해줄 테니 퀄리티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라’라고 하기도 해요. 아무래도 방송국 타이틀이 외주보다는 영향력이 있으니까요. 서로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케이블은 또 달라요. 외주가 더 실력이 있을 수도 있죠. 워낙 영세한 케이블 업체가 많다 보니 자체 인력으로 있는 PD 경력이 외주업체 PD 경력보다 못한 경우는 아예 외주를 끼고 가는 경우도 있어요.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시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시면서 협업이 중요할 것 같은데?
협업에서 중요한 것은 크게 2가지 일 것 같아요. 첫째는 전체를 보는 눈이에요. 제작 PD들은 각자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모든 능력을 집중하지만 편성은 전체의 큰 그림을 봐야 해요. 그 밑바탕에는 어떤 편견이나 개인적 취향에 사로잡히지 않는 냉철한 균형 감각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둘째는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인데 배려의 커뮤니케이션이에요. 편성은 기본적으로 갈등에서 일을 시작해요. 편성 틀을 바꾸거나 프로그램을 폐지하려면 윗사람이든 제작PD든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합의와 조정을 이끌어 내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저는 제 것을 무조건 주장하기보다 그들의 입장을 들어주는 편이에요. 들어주다 보면 서로의 절충안도 나오고, 때 최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더라고요.
자체제작과 외주제작의 질적인 차이가 있을까요?
존재는 하죠. 그 질적인 차이를 갭을 줄이기 위해 ‘섭외는 방송국에서 해줄 테니 퀄리티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라’라고 하기도 해요. 아무래도 방송국 타이틀이 외주보다는 영향력이 있으니까요. 서로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케이블은 또 달라요. 외주가 더 실력이 있을 수도 있죠. 워낙 영세한 케이블 업체가 많다 보니 자체 인력으로 있는 PD 경력이 외주업체 PD 경력보다 못한 경우는 아예 외주를 끼고 가는 경우도 있어요.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시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시면서 협업이 중요할 것 같은데?
협업에서 중요한 것은 크게 2가지 일 것 같아요. 첫째는 전체를 보는 눈이에요. 제작 PD들은 각자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모든 능력을 집중하지만 편성은 전체의 큰 그림을 봐야 해요. 그 밑바탕에는 어떤 편견이나 개인적 취향에 사로잡히지 않는 냉철한 균형 감각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둘째는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인데 배려의 커뮤니케이션이에요. 편성은 기본적으로 갈등에서 일을 시작해요. 편성 틀을 바꾸거나 프로그램을 폐지하려면 윗사람이든 제작PD든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합의와 조정을 이끌어 내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저는 제 것을 무조건 주장하기보다 그들의 입장을 들어주는 편이에요. 들어주다 보면 서로의 절충안도 나오고, 때 최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더라고요.
저희가 볼 때는 프로그램 특성상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 같은데, 편성의 진행방식이 궁금합니다.
편성은 프로그램 성격, 대중, 목적 등에 따라서 해요. 예를 들어 공중파에서 9시만 되면 뉴스를 한다는 고정관념이나 시청습관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서 몇 분 단위로 조정하는 거죠. 아니면 타 방송사의 겹치는 시간에 다른 좋은 프로그램으로 시청률 잡기가 힘들다고 한다면 몇 분, 몇 십분 이렇게 조정해요. 아예 신규 프로그램이면 성격, 목적, 시청 타깃 등에 맞춰서 조정을 하는데 원래 시간대의 기존 프로그램이 있으면 또 제작PD랑 싸우는 거에요. 타 방송사보다 시청률이 높게 나와야 하는 부분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에 동 시간대에 경쟁사 프로그램이 도저히 우리가 이기지 못할 것 같다면 시청률이 안 나오는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을 배치하는 거죠.
드라마 같은 경우는 매번 싸워요. 각 국장님들이 똑같이 10시에 시작해야 하는데 5분 먼저 시작하거나 5분 더 하거나 하죠. 방송법으로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편성마음이에요. 공중파 방송은 매년 공정거래를 정하긴 해요. 근데 매번 합의하고 어기는 거죠.
방송 시작 전 후에 광고도 붙는데 그럼 광고 편성도 하시나요?
영업은 광고부서에서 가져오지만 편성은 저희가 해요. 클라이언트들이 의견을 제시하면 보통은 거기에 맞춰서 넣어주는데 만약에 꽉 차서 못 들어간다고 하면 들어가기 위해서 금액이 올라갈 수 밖에 없어요. 딴 광고를 밀어내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시간마다 돈이 다르고, 프로그램 시청률에 따라 광고비용도 달라지죠. 특히, 9시 뉴스, 드라마 시작 전인 프라임 타임 시간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요. 이것을 조정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소모하죠.
방송국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근무환경이 궁금합니다.
출근,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연출로 보면 거의 자유죠. 전날 야근하면 다음날 늦게 출근해도 이해되는 분위기에요. PD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맡은 업무를 책임지고, 프로그램만 제대로 나오게 하면 되는 거에요. 하지만 편성은 달라요. 편성만 하면 휴일도 없어요. 야근도 많고. 제작도 그렇겠지만 남들 놀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일하는 직업이 방송이에요.
다양한 연출의 경험이 있으신데 연출의 좋은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연출을 하든, 편성을 하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재미있어요. 다양한 직업,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즐거움을 주었어요. 모든 직장인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재미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거죠.
다른 분들과 차별되는 멘토님만의 강점이 있으신가요?
저는 MTV에서 모든 업무를 다했어요. 연출, 촬영, 편집, CG, 편성, 제작관리, 제작, 섭외 등 방송에서 구분된 직무 중에 광고영업, SO영업만 빼고 다 해봤어요. 그래서 스스로 제너럴리스트가 되길
원했어요. 어디에 갔다가 놔도 모든지 다 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 거죠. 안 좋은 점은 멘토가 없다는 거죠. 다들 자기 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가 되려고 하지 저처럼 이런 사람은 없더라고요.
PP와 SO는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PP는 케이블 방송국을 말해요. SO는 예전에 유선방송 티브로드, 씨엔앰, CJ 헬로비전, HCN 같은 것을 말하죠. 우리가 집에서 안테나 안 달고 케이블을 보잖아요. 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게 공급해주는 것을 SO라고 해요.
앞으로의 목표나 꿈?
저는 제가 방송을 운영해 보는 것이 꿈이에요. PP(케이블) 하나를 운영해보는 것이 목표지요. 거창하게 방송사대표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편성이 되었든, 연출이 되었든 제가 원하는 대로 눈치 안보고 해보고 싶어요.
관련 전공이 아니어도 방송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관련 전공이면 초기 신입사원들이 하는 실수들이 적어지기는 하죠. 어느 정도 배우고 들어오니까 도움이 되기는 하겠죠. 근데 방송이라는 것이 배웠다고 해서 바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특히 전공자도, 자격증이 있는 사람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감각이에요. 우리가 쉽게 말하는 ‘감각 있다, 없다’ 를 말하는 그런 감각이 중요한 거죠.
말씀하시는 감각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보는 감각을 말하는 거죠. 다들 쉽게 말해요. TV를 보면서 ‘저 프로그램은 재미 있다.’ ‘저 프로그램은 재미 없다.’ 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저 프로그램을 잘 만들었다, 못 만들었다는 말은 쉽게 못해요. 다들 ‘재미있고 시청률이 높으면 잘 만든 거다’라고 하는데 사람들 입장에서 못 만들었다고 하는 프로그램도 연출자, 작가, 스텝들의 땀과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거에요. 제가 말하는 감각은 보는 감각, 보여줄 수 있는 감각을 의미해요.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해요. 세상을 응시하면서 보는 것 하나 하나에서 의미를 찾는 거죠. 감수성을 키우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이것을 감각이라고 하는 거죠.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다른 것은 모르면 다 배우면 돼요. 저도 처음 방송국에 들어 갔을 때 비디오 테이프를 주고 편집을 해오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편집기의 파워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어요. 6시간 분량의 테이프를 15초 분량으로 3일 동안 밤을 새면서 했어요. 아무리 몰라도 시키면 밤새서 할 수 있어요.
통찰력, 창의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죠. 이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인 것 같아요. PD는 전문가를 묶는 전문가에요. 옛말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잖아요. PD는 바로 전문가 사공들을 한 데 묶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것이죠. 이들을 잘 묶기 위한 출발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에요. 이것의 기본 바탕은 “희생과 배려”가 되어야 하죠.
그렇다면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요구되는 스펙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오로지 저만의 생각인데 경력이 되면서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스펙은 필요가 없어요. 솔직히 자격증 같은 것은 오로지 입사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오면 다시 배워야 하거든요. 자격증 있으면 편하긴 해요. 좀 더 빨리 업무에 익숙해질 수 있으니까. 영어를 잘하면 좋아요. 해외 촬영을 갔을 때 프로그램 촬영을 위한 장소 섭외를 능숙하게 하거나 할 수 있지만 그 정도예요.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아요. 회사에 들어와서는 자기의 고집을 부리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잘 들어주고, 잘 조화시키고, 자기 원하는 것이 아닌 시청자가 원하는 것을 잘 찾아낼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신입사원들이 하는 실수는 어떤 것이 있나요?
업무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데 연출 쪽은 테이프를 놔두고 오는 거나, 섭외를 제대로 안 했다거나 대본을 안 뽑아놓는 거죠. 편성 쪽은 운행시간 체크를 안 해서 시간이 어긋나는 것과 광고를 넣어야 하는데 빼놓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1일부터 5일 까지는 A버전 광고 6일부터 10일까지는 B버전광고를 편성해 달라고 말했는데 이것을 잊고 잘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것은 발견 즉시 고치면 되요. 제가 신입사원들한테 실수를 할 때 그것을 가지고 엄청 혼내지는 않아요. 저도 그렇게 실수를 했었고, 다들 그런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이죠. 다만 신입사원들이 실수를 하고도 인정을 안 하면 혼내죠. 업무지시를 못 받았다거나 이런 식으로 자신의 실수를 변명해요. 방송은 하나가 잘못되면 다른 것들까지 어그러지기 때문에 보통 업무지시를 문서로 해서 메일로 해요. 메일을 확인하면 다 알 수 있는 것인데 안 했다고 발뺌하거나 나 몰라라 하고 사라지기도 해요. 실수는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조금 더 완벽해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실수를 했을 때는 빠른 시간 내에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겸손함과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 그리고 단지 사과에서 그치지 말고 자신의 실수를 반드시 꼼꼼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죠.
이 분야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열심히 하라는 것 밖에는 할 말이 없는 것 같아요. 스펙은 입사를 위해서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많이 보고, 해보고 하는 것이 중요해요. 글쓰기도 작가가 따로 있긴 하지만 기획 안이나 초기 대본 잡을 때 자기가 직접 글을 써야 할 경우가 많아요. 많이 해 본 사람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절대 자기 프로그램의 스텝, 출연자의 욕을 하지 마세요. 간혹 스텝이 잘못을 해서, 출연자가 펑크를 내서 스트레스 받고 열 받아서 우리들끼리 모였을 때 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경험에 의하면 이것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돌아와요. 그리고 자기와 가장 가까운 주변을 챙기세요. 마지막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만의 감각을 키우시라고 말하고 싶네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이다정
홍호 활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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