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좋아 스타일리스트 조차 없던 시절부터 꾸준히 외길을 걸어오신 한영진씨. 그녀의 패션에 대한 열정,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 직업을 처음에 선택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시절 스타일 리스트,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한 시절이었어요. 하지만 패션을 좋아해서 패션디자인 과를 전공으로 선택했고 교육과정을 들으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됐어요. 사람을 아름답게 꾸며준다는 것이 가장 좋았죠.
18년 넘게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 일을 즐긴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방송일 한다고 하면 “연예인 누구 좋아하니? 그런 곳에서 일하면 좋겠다.” 라고 말하는데 저 같은 경우 좋아하는 특정 연예인이 없었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패션이 좋았고 내 생각대로 꾸미는 것이 너무 즐거웠어요.
18년 전으로 돌아가도 이 일을 다시 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그렇죠. 좀 더 노력하고 공부해서 다른 쪽으로 틈새시장을 찾아서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현재 어떠한 일을 하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방송, 영화, 잡지, 광고 쪽 스타일링을 하고 있어요. 강의도 하고 현장 일도 같이 병행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체득한 저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그 일을 하고 싶은 많은 학우들에게 패션에 관련된 지식이나 스타일을 교육하고 있어요.
이 업에 필요한 자질에는 어떠한 것이 있나요?
우선 패션에 관련된 지식이 밑바탕이 되어야 돼요. 기본적인 사회생활 하는데 필요한 대인관계라든가 협동은 기본이라고 생각하고요. 창조하는 능력, 계속 이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일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지금 연예인들을 협찬을 대부분 이용하는데 제가 한창 일할 때만 해도 협찬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그래서 협찬 때문에 의류 회사에 가서 말씀을 드리면 ‘우리가 왜 당신한테 옷을 줘야 되나’ 라고 화냈던 일도 있었고 담보로 뭘 요구하는 곳도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30분이랑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개인 피티까지 준비한 적도 있었죠. 협찬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 힘들게 일한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한번은 방송을 하는데 제가 스타일링 한 배우의 옷이랑 상대배우의 옷이 똑같은 적이 있어요. 그쪽 배우가 오래 활동한 분이고 저희 쪽은 신인이었는데 그때 난처했죠. 그리고 지금은 매니저와 좋은 시스템이 있어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데 그때만 해도 제가 차도 없고 매니저도 없어서 직접 짐을 무겁게 들고 다니고 그런 점이 힘들었는데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지금 일하는 친구들 보면 이 일을 조금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조금 힘들거나 어려우면 안 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취미생활로 하는 친구들도 꽤 있어요. 또한, 연예인에 대한 환상으로 시작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하지만 이러한 생각으로 일을 시작하면 이 직무에서 롱런 할 수가 없어요.
스타일리스트와 코디네이터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처음에는 코디네이터밖에 없었어요. 일본에서 처음 시작해서 우리나라에 넘어 온 건데 코디네이터는 의상의 조합, 매칭 정도로 끝나요. 하지만 스타일리스트는 전반적인 아름다움을 가꾸는 직무에요.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까지 좀 더 큰 툴로 보시면 되요. 한마디로 한 사람의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스타일리스트에요.
이 직무의 남녀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예전에는 대부분 여자였죠.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남자들이 많아졌어요. 그만큼 꾸미는 남성이 많아졌다는 증거죠. 스타일리스트는 여자의 직업이라는 인식이 현재는 많이 없어졌죠.
강의를 하게 된 계기는 어떠한 것이 있나요?
이 일이 전문직이어서 이 일을 꾸준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테지만 그렇다고 계속 현장에서만 일을 할 수는 없어요. 요즘 이런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학교나 학원도 많이 생기고 있고 대학교에서는 패션디자인에 관련된 이론만 가르쳤다면 정부차원에서도 실무위주의 교육체계를 필요로 생각하여 그런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 학교로부터 제안이 들어오곤 해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뿌듯했던 일이 있나요?
학생들에게 제가 알고 있는 걸 알려주고 현장에 데리고 나가 실무를 직접 체험하게 해주기도 해요. 그걸 듣고 학생들이 이 직무에 대해서 생각이 전환되고 이 직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때 뿌듯했어요. 그리고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이 현장에서 똑같은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면서 선후배로서 현장에서 봤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패션감각은 선천적인 능력 아닌가요?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러한 감각이 있으면 일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후천적으로도 훈련을 통해 충분히 그러한 능력을 배양 할 수 있죠. 옷을 못 입어도 괜찮고 공부를 어렵게 하지 않아도 돼요. 수학처럼 정확한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이론의 법칙이 있어요. 그 훈련을 통해서 공부하고 학습하면 가능해요. 패션감각이나 그러한 능력을 보유하면서도 그걸 쓰질 못하는 친구들을 종종 봤어요. 그걸 개발해 낼 수 있는 능력이나 길만 찾으면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선도 못 그렸던 친구가 훈련을 통해 완벽하게 표현해 내는 걸 보면 저도 놀라울 때가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나 꿈이 있다면?
패션 스타일 전문 교육 쪽으로 일을 하면서 저만의 회사를 차려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컨설턴트가 되는 거죠.
이 직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나 스펙이 있나요?
내가 옷을 잘 입는 것 가지고는 안돼요. 요새 옷 잘입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보다는 기본적인 패션 관련 지식이 없으면 안돼요. 왜냐하면 스타일링이라는 것이 “이 옷하고 이 옷은 예뻐” 하면 너무 막연하죠. 왜 예쁜지 알아야 되고 저 사람이 체형에 이게 왜 어울리는지 이런 배경과 이런 상황에 어떠한 옷을 선택하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돼요. 이론적인 배경이 없으면 하기 힘들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직무를 시도하지만 역시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고 그만둬요. 패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에요.
내 인생의 책 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저술한 책으로 '패션스타일리스트 따라잡기'라는 책 이에요. 자격증 대비를 위한 서적이지만 자격증 외에도 패션스타일리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죠.
유학은 필수코스 인가요?
필수라기 보단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패션이라는 것이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서 그 사람들의 스타일이나 감각 같은걸 보면 좋아요. 서양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패션을 익히는데 우리는 그것을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분명 못 쫓아가는 부분이 있죠. 그래서 그곳에 가서 그 문화와 패션 사람들을 경험하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영진님에게 패션이란?
음식 같은 것! 이미 제 생활이에요. 없으면 안 되는 거죠.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전현준
패션디렉터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전현준
INTERVIEW
유승화, 전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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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전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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