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스스로 프라이드를 가지고 멀리 내다 보라고 말씀하시는 류성미씨. ‘관심을 토대로 한 센스가 중요해요’ 라고 강조하는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 직업을 처음에 선택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제 전공은 원래 식품영양학이에요. 하지만 다른 친구들처럼 자연스럽게 영양사의 길을 택하거나,대학원을 가고 싶지 않았고 취업은 너무나도 막막해서 마지막 한 학기를 남기고 불현듯 휴학을 하였습니다. 일년간 고민과 방황만 하다가 복학할 즈음에 우연하게 숙대 평생교육원에서 비서양성과정을 신청하였어요. 사실 처음에는 취업 지원의 폭을 넓혀 보자는 생각으로 수업을 들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비서라는 직업에 대해 제법 많은 부분을 접할 수 있었고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과정 수료 후에는 취업 연계의 기회가 있어 첫 직장인 LG CNS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비서란 직업을 할 때 비 전공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나요?
저 역시도 비전공자이고, 많은 분들이 비서학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서직을 훌륭하게 해내고 계시죠. 하지만 비전공자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전공이 아니더라도 비서관련 교육을 수료하거나, 비서자격증을 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비서직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 입니다. 기업에 따라서는 비서학 전공자를 우대할 경우도 있습니다.
전공과는 무관하게 비서로 취업하셨는데, 업무 시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식품영양학 전공인 제가 만약 프로그래머와 같은 특정 전문 직업으로 취업을 하려 했다면 관련 지식과 기술이 없으니 굉장히 어려웠을 거에요. 하지만 비서의 업무는 특정 지식에 특성화된 것이 아니라, 업무 자체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얕더라도 넓은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포괄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관련된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업무에 대한 애정과 노력으로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사실 일을 하는 동안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을 정도로 내 자체가 그냥 비서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 원동력으로 첫 번째로는 보스에 대한 믿음과 파트너쉽을 꼽을 수 있겠고, 두 번째로는 일을 하면서 만났던 많은 비서들과의 우정, 인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서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 속에 맺었던 인연들이 저에게는 큰 선물, 원동력이 되어 주었어요.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이 일을 하실 건가요?
네! 신입사원 신분으로 보스와 가장 가까운 파트너가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다른 직군이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요? 그리고 앞서 얘기 드렸듯이, 제게는 비서 일을 하는 동안 얻었던 인연들이 너무 소중합니다. 비서를 하지 않았다면 과연 저들을 내가 만날 수 있었을까,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비서 업무를 통해 경험했던 많은 일들이 제가 다른 어떤 일을 한다고 해도 밑바탕이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시는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 부탁 드립니다.
비서는 쉽게 말해 모시는 보스의 하루 일과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합니다. 그렇다 보니 보스의 일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업무를 해야 하죠. 대부분의 직원들은 9시에 출근하지만, 비서의 경우 직원들 출근 시간이 아닌 보스의 출근시간을 기준으로 1시간 전에는 출근해요. 보스의 하루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준비할 일이 많기 때문이에요. 하루 중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업무만 설명 드리자면, 보스의 일정을 관리하고, 대내외 전화를 응대하며, 내방객 접대 및 고객정보를 관리합니다. 또 회의 및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출장 준비 및 각종 예약 등도 주요 업무에요. 비서의 업무를 쉽고 단순한 일의 반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업무의 대부분 보스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어떤 업무도 사소하게 여겨질 수 없으며, 작은 실수가 큰 손실을 낳을 수 있어 하루 종일 긴장한 상태로 업무를 진행해야 해요.
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능력이나 자질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비서는 다양한 업무를 소화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자질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센스가 아닐까 싶어요. 흔히 센스는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얘기하는 센스는 관심과 준비에서 나오는 거에요. 본인이 모시는 보스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한다면 적재적소에 센스가 발휘되는 거죠. 친구들 사이에서 센스 만점인 사람도 업무에 관심도 없이 심드렁하게 시키는 일만 한다면 그 센스라는 건 보여지기 어려워요. 관심을 토대로 한 센스. 그것이 비서의 능력 혹은 자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제가 소속해있던 본부 아래로 임원 분이 새로 오시면서 비서를 채용할 일이 있었는데요, 저도 채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이력서도 검토하고 최종 합격자를 고를 때 제 의견도 반영해 주신 적이 있어요. 그때 입사했던 비서가 지금은 저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어요. 입사지원서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끌리는 느낌이 든 건 친구의 인연이었기 때문 일까요. 임원 분께 왜 그 친구를 비서로 채용하는 것이 좋은지 말씀 드렸던 기억은 굉장한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럼 반대로 힘들었던 일은 어떤 게 있을까요?
보스가 해외출장을 가시는 등 자리를 오래 비우시는 경우에 비서가 아무 일도 안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보스가 계시지 않은 자리를 지키는 것도 비서의 업무에요. 오히려 중요한 전화연락이 올 수 있고, 출장스케줄이 급하게 바뀌는 등의 만약의 경우도 대비해야 하죠.
화장실에 갈 때도, 병원에 잠깐 갈 때도, 휴가를 오랜만에 떠날 때도 항상 전화기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게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항상 대기하고 긴장하고 준비하는 거에요. 지금은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만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울리는 전화벨소리에도 깜짝 놀라곤 하죠.
이 일을 하면서 유념해야 하는 점이 있나요?
보스의 각종 자료 및 서류 등을 정리 하다 보면, 인사자료와 같은 기밀 서류들도 접할 수 있어요. 그럴 경우 항시 보안을 지키고, 말실수를 조심해야 해요. 저는 사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수다도 많고 남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는 성격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대화에 있어 듣는 입장으로 바뀌었고 필요 없는 말은 잘 안 하는 성격으로 변화 되었어요. 말실수를 조심하던 습관이 성격이 되었다고 할까요. 소문의 중심이 되지 않도록 항상 유념해야 합니다.
이 일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경영진의 옆에서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게 매력이죠. 큰 회사에서는 사장님 얼굴은 알아도 다른 임원들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조직도 자체를 그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시키는 일은 하면서도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가 향후 어떻게 회사에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직원들도 있죠. 하지만 비서는 회사의 조직과 그 조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자리에요. 그렇기 때문에 욕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한다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직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나 스펙이 있나요?
저와 같은 비전공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준비해두면 좋은 자격증은 비서자격증이에요. 비서자격증은 국가기술자격증으로 1,2,3급이 있고 이 자격증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활용과 관련된 자격증도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일석이조에요. 비서실무의 전반적인 내용이나 일반적인 경영학지식, 오피스 영어에 대해 공부해야 해요. 외국어 점수는 요즘 모두들 준비하는 부분이니, 조금 더 욕심내시는 분들이라면 무역영어나 한자능력검정 등도 좋은 자격증이 될 수 있겠죠.
신입사원이 하는 가장 큰 실수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전화 응대를 하다 보면 막무가내로 보스를 연결하라고 한다거나 친구인 척 가장하여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는 등의 통화를 할 경우가 있어요. 신입일 경우에는 아무래도 전화 응대의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당황하다가 얼떨결에 연결을 하는 실수를 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항상 전화를 받을 때는 차분하게 응대를 하고, 광고 전화를 가려내는 센스를 길러야 해요. 혹시 선별할 자신이 없다면 일단 메모로 남기고, 확인 후에 다시 전화를 드리는 방법도 좋습니다.
이 직종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이 있을까요?
비전공자의 경우에는 저처럼 교육기관이나 사설학원 등에서 전문비서과정을 들어보시길 추천 드려요. 짧게나마 비서학에 대해 공부해 볼 수 있고, 비서직에 대한 올바른 비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비서들이 함께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세요. 취업전이라면 취업정보도 얻을 수 있고, 다른 비서들은 어떻게 일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업무 공유도 할 수 있어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요. 또 커뮤니티 내에 비서들간에 작은 소그룹 스터디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인맥도 쌓고 공부도 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답니다.
후배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비서백서’라는 책을 추천 드려요. 사실 저도 비서업무를 오랫동안 하고 나서 이 책을 읽어 보았는데, 초보비서일 때 읽었다면 정말 많은 도움을 얻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의 저자이신 이준의 대표님은 많은 후배 비서들을 양성하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 해요. 이론과 실무를 적절하게 잘 정리한 책이라 비서를 준비하는 분들이 막막할 때 노하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저를 비서로서 필요로 하는 회사에서 즐겁게 비서일을 하고 싶어요. 또, 제가 그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들을 후배 비서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조언이나 충고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요즘 채용공고를 보면, 비서직 대부분을 파견으로 뽑거나 급여를 다른 일반 직종보다 적게 책정하는 곳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비서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해서 실천했으면 해요. 기회는 고민하는 자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고 하잖아요. 이 점은 후배들 뿐이니라 제 자신에게도 던지는 충고이기도 합니다.
비서는 000이다.
비서는 멀티플레이어다. 비서가 하는 일을 하나로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있을까요. 그만큼 많은 분야에서 정보를 얻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화해내야 하는 직업이죠. 불가능도 가능으로, No 대신에 Yes로 대답하는, 모든 분야에 능한 멀티플레이어. 그게 바로 비서에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전현준
비서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전현준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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