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여 년 전, 자신의 적성을 찾아 자동차 부품 설계의 길로 접어들게 된 황선우씨. 자신의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그가
생각하는 자동차 부품 설계에 관련한 기억, 그리고 그가 신입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보도록 하자.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저는 물리학과를 나왔어요. 그런데 학문으로 접근하는 물리와 학교에서 배우는 물리는 많이 틀리더군요.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 이 길이 아니라 생각하고 종로에 가서 기웃기웃 거리면서 이것저것 보았어요. 항공 정비 학원에
가서 담당자에게 배우면 안 되냐고 하니까 ‘당신은 대학교도 다니는데 해당사항 없다.’라며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종로3가에
가보니 중앙정보처리학원이 있었어요. 거기서 AUTO-CAD를 가르쳤죠. 어렸을 때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설계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멋지게 보였어요.
그래서 대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AUTO-CAD 학원을 다니게 되었죠. 군대 가기 전까지 학원 다니고 군대 갔다 와서도 학원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졸업할 즈음 담당교수와 면담을 해서 설계 쪽으로 가고 싶다고 했는데 담당교수도 전혀 모르는 분야라서 그런지 도움을 받은 것도 크게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발로 뛰었죠.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채용공고를 하지만 97년 즈음에는 신문에서 채용공고를 했어요. 신문에 있는 AUTO-CAD 구인광고를
보고 구직을 하였죠. 그 회사가 자동차 관련 회사였어요. 그렇게 손을 내밀게 된 것이었죠.
그렇다면, 학문적으로 배운 물리학과와 실제로 접한 물리학과와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수학을 예로 들어도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배우는 것 자체가 다릅니다. 학문적이나 철학적인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예측이나 이론을 정립해놓고 억지로
뜯어 맞추잖아요. 물리도 똑같아요. 대표적으로 낙타가 바늘 길을 당연히 못 지나가잖아요. 그런데 지나갈 수 있을 가능성이 0.001%라도 있다면 그
논리를 세워놓고 억지로 끌어 맞춰요. 그것이 물리에요. 내가 생각하는 물리는 어떤 수학적인 근거나 계산과 같은 것들인데 생각하던 것들과는 달랐고,
이론적인 기본을 많이 강조 했는데 저는 현실적인 사람이라서 눈에 확인되지 않으면 믿지 않았죠. 그래서 물리가 저랑은 너무 맞지 않았어요.
설계가 전공과는 다른 부분이어서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보기에도 사람이 순해 보이잖아요. 그런데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기계과 출신들이에요. 세고 험악한 사람들이었죠. 가보니까 그런 스타일의 사람들만 있었어요.
그리고 면접 볼 때부터 가관이었죠. 공장장이란 사람이 와서 ‘버니어캘리퍼스’란 도구를 주시며 샘플 하나 그려보라고 하시더군요. 제대로 그리지 못했지만 회사에 사
람이 없어서 그런지 어떻게 들어 갔어요. 전공과 관련 없는 분야고 엉뚱한 사람이 회사에 들어오니 주변에서도 저를 답답하게 생각했어요. 길게 봐서 제가 일주일
버틸 거라 생각했고 저도 회사에서 쫓겨 날 까봐 조마조마했지만 하루 버티고 일주일 버티고 몇 개월 버티다 보니 자동차 부품을 설계하는 일을 계속하게 되었죠.
설계 업무를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첫 직장에서 눈물 날 정도로 공장 아주머니에게 혼난 적이 있었어요. 나는 설계하는 공장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공장 아주머니들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근데 제가 제품을 만들어야 하니까 내 맘대로 생각하고 내려가서 아주머니께 해달라고 하니 아주머니께서 화가 나신 것이죠.
자기 물량을 빼야 되는데 별로 알지도 못하는 놈이 와서 떠들어서 공장이 시끄러울 정도로 아주머니께 혼이 났었죠. 그 후에 ‘내가 뭘 잘못했나 보다.’라고
생각을 했고, 알고 보니 내가 잘못한 것이었죠. 제가 무턱대고 거기 들어가면 안 되는데 그러한 규율을 무시하고 혼자서 설친 것이었죠. 나중에는 아주머니랑
친해져서 아주머니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나쁜 사례로는 어느 직장을 다닐 때 외부용역을 써서 설계를 했는데 변명일 수도 있지만 바빠서 볼 수 없는 상황이라
확인을 하지 않고 그냥 제조를 했어요. 완제품이 나왔고 조립은 되는데 기능이 작동을 하지 않더군요. 일주일에 한 시간씩만 모델링 확인만 했었어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죠. 제품 만드는 것은 자식 낳는 것과 똑같은 것 같아요. 제품의 처음부터 끝을 전부 책임지고 신경 썼어야 했는데 제가 잘못을
했죠.
일을 하시면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으시다면?
첫 애 낳았을 때죠. 제가 처음으로 설계했던 것이 실제로 제품으로 생산되어 나왔을 때였죠. 조금 과장하자면 저희 진짜 아이 나왔을 때보다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네요. 어느 날 사수가 갑자기 부르시더니 ‘네가 그린 거야!’ 하면서 완제품을 보여주시던데 정말 기쁘더군요. 제가 짠 틀대로 나왔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더군요. 아마 다른 프로젝트나 업종의 분들도 마찬 가지이실 것 같아요.
자동차 부품 설계만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이 직종이 싫지 않은 것 보면 타고난 성향일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 부품 설계는 다른 분야보다 요구하는 것이 많은 편이에요.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이죠.
그런 부분을 만족시켜서 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할까요. 자동차 부품은 새로운 것이 나오더라도 자동차에 바로 적용할 수가 없어요. 실례로
컴퓨터 전문가와 자동차 부품 설계 전문가가 만나면 이렇게 얘기를 하죠. ‘너희는 왜 매일 이렇게 늦게 새로운 기술을 적용시키니?’라고 하면 자동차 부품 전문
가는 ‘너희처럼 검증 안 된 거 썼으면 자동차는 날아다녔어.’라고 받아 치죠. 이런 예시처럼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이 걸린 부분이라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생명,
기능적 측면 모두 검증이 되어야 해서 어려워요.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 도전해서 이뤄 가는 것이 매력인 것 같아요.
자동차 부품 설계에 사용하는 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업계에서 사용하는 툴은 Catia, Pro-E, ideas, UG, Auto-CAD 등 다양한 툴이 있어요. 주로 자동차나 항공 관련 직종은 'Catia'라는 툴을 꼭 써야 되고요.
아니면 다른 툴로 제작 한 뒤 컨버팅(전환)을 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스페셜한 툴이에요. 프로이의 경우 좀 더 범용(일반)적인 툴입니다. 가전제품,
전기전자제품, 금형설계 할 때 써요. UG도 범용 적이지만 금융 쪽에서 많이 써요. Auto-CAD는 2d전용으로 많이 썼고 배우기도 쉬운 편이에요. 자동차 부품
설계에서는 Catia, Pro-E 쓰면 최강입니다. Auto CAD는 잠깐 배우면 되요. 하지만 확장이 좀 아쉽죠. 그리고 해석 툴을 좀 더 사용할 줄 알면 훨씬 좋아요.
아무래도 시뮬레이션과 계산 등을 미리 할 수 있으니까요. 더 공부하시면 최고에요. 해석 툴만으로도 하나의 일자리가 될 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죠.
15년동안 일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아침에 출근하고 자정에나 퇴근하는 것을 약 5 년 간 했지만 이 분야를 좋아했고 저와 맞는다고 생각이
되어서 할 수 있었죠. 일을 배우는 것이 좋았고 적성에도 맞아서 충분히 할 수 있었죠. 근데 장점이 있었던 부분이 제가 들어갔던 자리에 앞서 6번의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요. 이유가 이 일이 자동차 에어컨에 들어가는 전기적인 기능을 하는 제품을 생산해내는 업무인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전기적인
지식과 제품과 관련한 실험, 그리고 제품 설계가 가능해야 합니다. 기계과 출신은 실험하는 것이 따분하다며 그만두고, 전기과 출신은 설계를 잘 하지 못해서
그만뒀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가 제가 물리학과 출신이라 전기적인 지식도 조금 있고, 설계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으니 제게 딱 맞았던 업무였죠.
그래서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지금도 긍정적이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을 다 좋게 받아들이려고 했습니다.
그 부분이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죠.
설계 작업을 하실 때 지켜야 되는 원칙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어느 업종, 직종도 마찬가지겠지만 설계에서 ‘괜찮겠지’라는 부분은 없어야 합니다. 이런 원칙을 어기다 보면 언젠가는 한 번쯤 티가 나게 되요.
이 기본원칙에 충실하지 않으면 몇 만개의 부품 리콜이 있을 수도 있어요. 정말 처음에 잘해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큰 짐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설계를 한마디로 표현하신다면?
설계는 원칙입니다. 다른 분야나 일과 같이 설계에서 원칙을 벗어난 설계는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되요. 이때까지 일하면서 수도 없이 경험한 결과이며,
그래서 설계는 지극히 원칙에 기초를 해야 합니다
후배들이 이 분야를 하기 위해 필요한 스펙이나 능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생각하기 나름이긴 하지만 저는 이 직종이 지금도 싫지 않아요. AUTO CAD, Catia, Pro-E와 같은 툴 자체에 대한 능력보다도 이 일이 ‘나에게 정말
즐거움을 주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마지못해 일을 하는 것은 오래 하기 힘들어요. 예전에 한 회사에서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취미로 좋아하는 것과
일로 좋아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하셨는데 이 일을 정말로 좋아해야 해요. 그 열정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부가적으로는 외국어 부분이 필요해요.
영어, 일
본어, 중국어 등등 말이죠. 회화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요즘 외국어 스펙이 높더라도 막상 프리토킹을 시켜보면 잘 못하는 경우도 많더군요. 엔지니어
역할도 하면서 외국어 회화도 된다면 그것이 열정, 긍정적인 사고와 더불어 큰 힘을 발휘할 것 같아요.
이 분야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제가 가보고 싶은 회사가 몇 개 있었는데 언어 때문에 못 갔던 곳들이 있었어요. 시도는 해보았지만 외국어 때문에 떨어졌었거든요.
하지만 외국어 점수보다도 프리토킹으로 배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엔지니어라고 영원한 엔지니어가 아니에요. 우리나라 기업문화가
자기 엔지니어적인 지식으로 끝까지 가기가 힘들어요. 우리나라는 처음에 자기가 잘해서 어느 계급까진 올라가지만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자기보다도 다른 사람을 활용할 줄 알아야 더 계속 해나갈 수 있습니다. 과거에 제가 다른 직원들을 데리고 일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싫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일정 시점이 되어 일정한 직급이나 나이 맞는 방법들을 익혀야 할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이 어렵다면 책을
읽거나 자기 계발을 하면 좋아요. 아니면 외국계 기업으로 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으시다면?
일만 해서는 오래 일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 중에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란 책
이 있어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독서 교육을 실시 했는데 그 때 읽게 되었습니다. 4번 읽었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더군요.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 보입니다. 책을 읽을 당시의 좋은 내용이나 조언들이 그 당시에는 잘 와 닿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많이 와 닿았죠. 최근에
책을 4번째 읽고 나서는 내 주변의 환경이나 사물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죠.
그것을 모르고 넋 놓고 있으면 책의 주인공처럼 주어진 것들이 사라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정리를 하면 항상 뛸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주변에 계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으시다면?
엔지니어나 설계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쁘지 않지만 외국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외국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엔지니어로써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좀 더 기술적으로 발전된 나라로 가고 싶네요.
제가 최근에 최초로 전기 자동차에 전기를 충전하는 충전용 총과 연결선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만든 것을 표준으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지식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런데 그럴 때 외국어 부분에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더 접하고 싶어서
외국어를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제가 직장을 많이 옮겼었는데 직장 생활에서 3번 정도는 괜찮은데 그 이상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직장인에게는 매번 고비가 있어요.
특히, 1, 3, 5년 차에 고비가 오는데 그 부분을 슬기롭게 잘 넘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사 옮길 때마다 얻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는데
결론적으로 득보단 실이 많은 것 같아요. 10년이나 20년쯤 옮기겠다고 계획적으로 옮기는 것은 괜찮은데 고비를 넘기지 못해서 그만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한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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