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이노레드’에서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포털 사이트 광고로 시작했고, 점차 디지털 플랫폼들이 증가하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이에 관련된 전반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주로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술과 감성이 결합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멘토님은 디자인 업무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저는 입시 미술을 전공한 케이스는 아니에요. 대신 무언가를 만들거나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한 건 디지털 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하면서부터였어요. 나의 의도와 생각이 담긴 결과물로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전달했을 때 짜릿함을 느꼈죠. ‘광고도 말, 글과 같은 또 다른 언어가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첫 직장을 광고 회사에서 시작하신 건가요?
그렇죠. 광고대행사에서 시작했어요. 그 후, 이노레드에서 회사 초창기부터 함께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노레드는 디지털 광고 대행사라고 하던데, 일반 광고 대행사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흔히들 생각하시는 광고대행사는 3대 매체인 TV, 신문, 잡지 광고들을 주로 맡고, 디지털 광고 대행사는 (물론 캠페인 특성상 3대 매체의 집행이 필요하다면 진행하지만) 주로 디지털 플랫폼의 UI를 기반으로 게시되는 콘텐츠, 바이럴 영상, 소셜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크리에이티브 팀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나요?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디자인팀과는 조금 달라요. 우선 이노레드의 프로세스를 말씀드리자면, ‘원팀 플레이’가 익숙한 회사예요. 저희는 조금 특이한 점이 있는데, 고객의 브리프가 떨어지면 기획팀, 크리에이티브팀, 테크니컬팀, 소셜마케팅팀 등 모든 팀에서 필요한 팀원들이 모여 TF(임시조직) 팀을 만들어요. 프로젝트에 필요한 사람들을 모아 팀을 결성하죠.
일반적으로 기획팀에서 기획 완성된 결과물을 넘겨주면, 그것을 비주얼화하는 것이 디자인팀의 역할이에요. 하지만 저희는 그러한 일들을 포함해 기획의 시작부터 회의 과정까지 함께 하죠. 함께 출발하는 거예요. 크리에이티브팀은 이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에 대한 최종 아웃풋을 제작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TF(Task force): 특수 문제 해결을 위해 임시로 구성되는 조직으로 일정한 성과가 달성되면 해체되는 조직. 각 전문가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조정을 쉽게 하고, 밀접한 협동 관계를 형성한다.
△ 현장 업무중이신 멘토님.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독창성이 중요할 것 같아요! 멘토님이 생각하시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생각은 무엇인가요?
흔히 독창적인 것이라고 하면 특이하거나 자극적인 것들을 주로 떠올리게 되요.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예전에는 15초의 마법이 통하던 시대였어요. 물론 지금도 어느 정도 상통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조사된 자료들을 보면 TV CF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모바일에 뒤처지게 되었어요. 하루에 잠자는 시간을 빼고 대부분은 디지털과 관련된 디바이스를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 보니 지금은 개개인이 영향력을 가진 ‘개인 미디어’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한테 우리가 만든 광고 콘텐츠를 어필하려면 단순히 튀는 내용보다는 먼저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지금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그들을 먼저 이해하고 소통하여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소통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럼, 그런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일상에서 보는 것들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있어요. 남들은 무엇을 하고,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벤치마킹하는 것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니터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해요.
어느 순간 생각을 해봤어요. 내가 검색해서 나온 결과물들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고객, 경쟁업체도 볼 수 있고, 혹은 소비자들도 볼 수 있는 정보들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 안에서 생각하는데 그치지 말고, 모니터를 끄고 나와서 직접 만져보고 겪어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시청하는 것과 견문하는 것의 차이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지나치곤 하는데, 단순한 물건이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논리를 만든다면 굉장히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어요.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면 느끼지 못 했던 것들을 들여다보고 의미 부여하면 굉장해질 수 있는 거군요. 말씀을 들어 보니 광고를 하시면서 느끼게 된 점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렇죠. 광고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이 크리에이티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친구에게 무언가를 소개할 때, 친구가 잘 모르는 주제를 들고 와서 좋다고 얘기하면 공감이 잘 안될 거예요. 그러나 그 친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이나 사물을 기반으로 얘기를 시작한다면, 그가 알고 있는 것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거죠. 그만큼 쉽게 이해할 수 있고요.
광고도 그런 것과 마찬가지예요. 내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쳤던 것이라도 그게 어느 순간 브랜드 메시지를 얻어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을 때 ‘아, 그럴 수도 있지!’하고 깨닫게 되는 거죠.
멘토님이 만드셨던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가 있나요?
모든 광고가 다 기억에 남아요. 하하. 너무 뻔한 대답인가요?(웃음)
체감적으로 가장 최근에 만들었던 광고들이 기억에 남기는 하지만, 매번 광고를 만들 때마다 각기 다른 환경, 다른 전략, 다른 목표로 진행을 하니 하나하나의 광고들이 다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어요.
△현장 업무중이신 멘토님.
그래도 꼭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요?
음… 그래도 굳이 하나를 뽑자면 ‘삼성생명’에서 진행했던 광고가 기억에 남아요.
일반적으로 보험사 광고를 떠올리면 딱딱한 이미지가 생각나잖아요. 심지어 카테고리가 연금보험이었어요. 연금이 젊은 사람들에게 당장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죠. 몇 십 년 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문득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30년 뒤의 저의 모습을 떠올려 봤어요. 30년 뒤의 나는 정년퇴직을 하고 이 시간에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근처 공원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을까?
그건 아닐 것 같았어요. 열심히 살아왔는데 비록 정년퇴직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해서 그때의 열정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럼 어디로 가고 있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재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러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거예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황혼 면접’이라는 키워드가 나왔어요.
그렇다면 ‘노인들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를 하나 만들어야 했는데, 회사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생각해보다가 ‘그래, 난 황혼에도 불꽃같이 활력 넘치는 남자일 것 같아.’라고 생각해서 주식회사 ‘불꽃 황혼’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지금부터 30년 뒤, 모든 노인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불꽃 황혼’이라는 회사를 가상으로 만들고, 노인들이 면접을 보는 상황을 연출했어요.
면접관은 박명수 씨로 캐스팅했는데, 호통치는 캐릭터와 잘 맞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 당시 박명수 씨의 어록 중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진짜 늦은 거다.”라는 말이 연금보험과 참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연금보험의 타깃인 30대 초중반은 대부분 힘든 취업 면접의 관문을 뚫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들에게 면접이란 다시 겪고 싶지 않을 경험이겠죠. 그런 타깃들에게 30년 뒤 또다시 지금의 경쟁자들과 면접을 보는 상황을 간접경험 시켜줌으로써 연금보험의 필요성을 인식시켰습니다.
이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는 ‘30년 뒤에 또 면접 보고 취직 준비할래? 연금 보험 들면 그럴 필요 없어!’라는 거였죠.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서 재미있게 작업했던 광고였어요.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요구되는 스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면접을 보면 열정이 넘쳐서 잘 할 수 있다며 지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면접을 보는 사람들 중에 열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은 없잖아요.(웃음) ‘열정 있는 지원자’라는 말은 더 이상 변별력이 없어요. 그런 것보다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일이 확실한,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편이 훨씬 매력 있어 보이죠. 현재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지 중장기적인 계획을 짜서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확실한 면이 주변 사람에게 시너지를 주거든요.
물론 비슷한 지원자들 중에 어느 한 쪽이 스펙이 더 쌓여 있다면 조금 더 유심히 볼 수는 있겠지만, 스펙이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봐요. 스펙에 너무 얽매이지 마시고 그 시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광고를 진행하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콜라보레이션 하는 일이 있었는데, 배울 점이 참 많았습니다. 전혀 다른 통찰력도 많이 얻게 되고요. 광고는 더 이상 광고 전공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멘토의 추천도서.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콘텐츠가 있으신가요?
박웅현 CD가 쓴 ‘책은 도끼다’라는 책입니다. 광고업계에서 굉장히 유명한 분이신데, 집필하신 책 대부분을 인문학을 토대로 글을 쓰셨어요. 사람들이 읽었던 많은 책들을 심도 있게 저자만의 통찰력으로 보고 있거든요.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었는데, ‘시청하지 말고 견문하라’는 것이었어요. 모든 것들을 널리 보고, 관찰하고, 깊이 견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또 ‘산지사방의 모든 것들이 선생님이다. 당신은 눈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라고 하셨는데, 저에게 확 와 닿는 거예요. 왜냐하면 저도 평상시 생각했었던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많은 공감을 하면서 읽었던 책입니다.
디자인 업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나 태도가 있나요?
캠페인이나 디자인 제작 등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들 중에서 혼자서 했던 일은 거의 없었어요. 중간중간 결과물들을 같이 공유하면서 일하거든요.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맞추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광고디자인은 철저히 상업적이라 고객의 요구가 있으면 거기에 내 아이디어나 경험을 녹여 만들어야 해요.
주변의 의견을 배제한 디자인은 객관성과 대중성을 잃은 채 본인만 만족하는 함몰된 디자인이 될 수밖에 없죠. 디자인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광고를 꿈꾸는 친구들 중에서 화려한 면만 보고 도전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따끔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저희가 만든 유명한 캠페인이나 광고만 보고 ‘‘나도 이런 거 해보고 싶어요’라는 생각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하지만 저희는 캠페인을 비롯해 운영과 관련된 많은 것들도 함께 진행하고 있거든요. 서로 입장 차이가 생길 수 있죠.
광고를 가방에 비유해 볼게요.
가방들을 파는 매장에 예쁜 신상 가방이 진열되어 있어요. 조명도 화사하고, 선반 위에 예쁘게 진열되어 있어요. 그 가방은 지나가는 모든 이들의 이목을 끌죠.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할 거예요.
그러나 엄밀히 얘기하자면, 광고대행사의 업무, 또 광고를 만드는 사람은 매장에서 가방을 멋지게 진열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가방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만들고, 거기엔 어떤 가죽을 써야 하며, 바느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장인이 되어야 하죠.
많은 시간에 걸쳐 자르고 찌르는 동안 가끔은 피도 나고 상처도 입겠지만, 그런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겪는 성장통을 이겨냈을 때, 어느덧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고 상상했던 그 가방을 손에 들고 있지 않을까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마케팅팀 리포터 황희진
담당부서:인터뷰
취재:황희진
INTERVIEW
황희진
interview11@mailinfo.saramin.co.kr
EDITOR
황희진
interview11@mailinfo.saramin.co.kr
위 내용은 사람인에서 직접 취재한 내용을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Copyright @ (주)사람인H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