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터넷 신문사인 오마이뉴스에서 편집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잡지사 편집기자로 시작해서 글을 만지는 일을 6년째 해오고 있어요.
글을 만지는 일을 쭉 해오셨는데요. 글과 관련 된 여러 일 중에서도 편집기자가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는 게 좋았어요. 무얼 해 먹고 살아야 할까, 어떤 과를 가고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생각하니 다른 일을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글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 생각해 국문과를 갔는데 어릴 때는 기자 되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았어요. 물론 공부하기도 싫었고요. 지금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차에 ‘작은책’이란 잡지사에 들어갔어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쓰는 글을 묶어 놓은 책인데요.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뀌고 글이라는 권력을 노동자에게 줘야 한다는 잡지에요.
돈을 생각하지 않고 일한 거라 박봉인데도 일을 했어요. 그때는 경력이 쌓이면 돈은 당연히 올라갈 거란 헛된 꿈을 가졌거든요. 물론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하하. 잡지사에 들어가서 글을 만지고 사람들에게 글을 쓰라고 하는 일이 재미있다는 걸 느꼈어요.
글쓰기를 장려하며 즐거움을 느끼신 게 편집기자가 된 큰 계기였겠어요!
내가 쓰는 일도 재미있지만 ‘나도 한 번 글을 써보자’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재미있어요. 제가 가진 몇 안 되는 능력으로 읽기 좋은 글로 재탄생 시키면 정말 감사해하십니다. 일상에서 크고 작게 자기 인생이 변하는 모습을 보았거든요. 과장되어 말하면 제가 그들의 인생을 찾아주는구나 생각이 들어요. 잡지 하나의 영향력이라고 하면 작겠죠. 하지만 내 글이 책에 실려 누군가 감동을 받고 결국엔 글을 쓰는 사람이 자기 삶에 자존감이 생겨 다른 일도 잘 되는 게 어마어마한 일이에요. 그런 일을 거쳐 책을 내기도 하고, 시인이나 작가가 되 삶이 바뀌는 분들도 계세요. 이런 변화를 보는 게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글 쓰는 분들이 점점 늘면서 권력 바깥에 있는 분들에게
일상의 기적이 생기는 일이 저는 사람들에게 다시 권력을 돌려준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겪은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알려낼 힘이 없는데 그 힘을 내가 주는 거예요. 함께 손을 잡은 사람이 부당한 일을 써낼 힘이 생긴다는 건 금전적인 보상을 떠나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그래서 편집자로 일을 하는 중에도 부산, 아산 등 글을 쓰겠다는 모임이 있으면 찾아갔어요.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게 하고 싶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생각하면 현장에서 부딪히며 취재를 하는 취재 기자를 떠올리게 되거든요. 편집기자라는 직업이 생소합니다. 편집기자는 신문을 제작할 때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 궁금해요.
편집기자는 기본적으로 기사를 다듬는 일을 합니다.
취재기자에게 받은 기사를 2차적으로 보강하고 지면에 배치합니다. 또 기사의 제목을 뽑거나 사진을 배치하여 멀티미디어적으로 구현해요.
취재기자의 기사를 멋지게 재가공하는 것이 편집기자의 역할이네요!
네. 취재기자는 뉴스를 발굴해와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글을 써요. 편집기자는 독자를 대표해서 그 글을 검증하는 일을 합니다.
기사의 가치를 판단해서 사진, 문장을 다듬거나 내용을 보태거나 빼서 기사의 가치를 높여요. 이 기사가 있어야 할 가장 적절한 위치는 어디인가 생각하고 배치하는 일이죠.
편집기자는 취재기자와 독자 사이에서 조율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기사 작성 이전에 취재기자와 협업이 이루어지나요?
일상적으로 기자와 협업이 이루어집니다. 취재기자 입장에서 편집기자는 독자를 대표하는 사람이거든요. 독자 입장에서는 신문사를 대표하는 사람이고요. 독자 입장에서 기사를 볼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제목, 글, 사진 등 그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곳에 편집기자의 노동이 들어갑니다. 제가 다니는 신문사의 경우 시민기자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는데요. 시민기자와 일상적으로 기획을 합니다. 사회 이슈에 따라 이런 기사를 써보면 어떨지 제안하고 함께 기획합니다.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제도: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하는 오마이뉴스는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치면 누구나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다. 네티즌이 뉴스의 소비자인 동시에 뉴스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민참여 저널리즘을 실천 중이다.
△ 일하시는 멘토님의 모습
편집된 기사를 살펴보니 사진이나 그래프 등 다방면으로 기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멀티미디어나 인포그래픽 쪽으로 기사가 진행되니 미적 감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편집기자가 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자질과 역량이 필요할까요?
미적 감각도 필요하며 다방면에 지식이 있어야 해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뉴스에 대한 감각이에요. 독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것을 찾는 게 기사의 질을 높이는 작업입니다. 편집기자는 이 기사가 “뉴스가 된다, 안 된다”를 빠른 시간 안에 판단해야 합니다. 최종 결정은 데스크, 국장이 검토하지만 편집기자가 실무에서 판단하죠.
두 번째로
말을 다루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뉴스가 무엇인지 캐치를 해도 독자들이 읽기 편한 말로 표현해 낼 수 없으면 안되거든요. 기자라면 다들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만 취재기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닌 취재를 잘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편집기자에게 오는 기사는 정말 다양해요. 천차만별인 기사의 질을 비슷하게 수준을 맞춰야 해요. 말을 가지고 놀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적 감각 이 있어야 해요. 요즘 시각적인 콘텐츠가 많아 사진이나 영상으로 설명을 많이 합니다. 독자들이 글을 읽게끔 만들어 줘야 하니 편하고 신선하게 보이는 걸 고민하죠. 그래서 미적인 감각과 기획력이 필요해요. 내가 일하지 않으면 지면은 백지입니다. 무얼 가지고 지면을 채워 넣을지 창의력 있게 기획하려면 여러 군데 넓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다면 하나라도 모르는 분야가 없어야 해요.
*인포그래픽: 지식의 시각적 표현으로 정보를 하나의 그래픽에 담아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변천사와 관련 초기 모델부터 최신 기종까지 디자인, 가격, 기능을 비교하여 시각화 한 것.
제목부터 사진까지 다방면의 일을 관여하다 보니 편집기자로서 정말 바쁘실 것 같아요. 지금은 편집기자로서 어떤 일을 맡고 계시나요?
편집 부서 안에도 역할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저는 올해부터 기획 쪽 업무를 많이 하게 됐어요. 지면에 필요한 기사를 파악해서 시민 기자에게 요청하는 일을 하고 있죠. 밤 사이에 올라온 기사를 파악하고 현재 어떤 기사가 필요할지 기고를 요청하는 일입니다. 아이템을 제시하고 기사를 관리하는 역할인데요. 시민기자와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매니저 같은 존재입니다.
최규화 멘토님을 보면 현장에서 오랜 기간 갈고 닦은 내공이 느껴집니다. 편집기자로서 최규화 멘토님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이게 강점인진 모르겠는데 제가 가진 건 딱 하나 밖에 없어요. 사람들을 만나 “글을 쓰세요. 당신이 글을 쓰면 당신의 인생이 바뀔 겁니다.” 이 말을 누구보다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세상에서 글을 제일 잘 쓰는 사람이 될 자신은 없어요. 또 세상에서 제일 잘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 동네에서 제일 잘 쓰는 사람으로 만들 자신은 있어요.
글쓰기를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멋지게 만들어 줄 확신과 애정이 있습니다. 그런 능력을 키우려고 여기저기 찾아 다니며 강연을 해요. 글을 잘 쓸 수 있게 봐드리고 적극적으로 현장을 누비며 다녔어요. 해고된 노동자들이 있는 천막, 조그만 비정규직 노동조합, 마을신문 등 그런 분들을 만나는 게 즐거워요. 그들에게 글쓰기 능력이 절실하거든요.
전국구 인기 강사네요!
퀄리티에 비해 싼 편이라서요. 하하.
강점이라기엔 쑥스럽네요. 영어점수와 스펙은 부족하지만 경험으로 축적된 영토, 글쓰기에 대한 애정,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특징으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의 강점인 ‘영어를 잘합니다. 사진을 잘 찍습니다.’ 이런 것들은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현장에서 경험한 것이기에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이었죠.
△멘토님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 전국으로 강의를 다니고 계신다.
얼마 전까지 구로구 근로자 복지센터에서 글쓰기 강의를 진행했다.
지방 강의, 시민기자와 협업 등 일을 하시며 다양한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겠어요. 일하시며 만난 분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미국에 계시는 신은미 선생님이라고 재미교포신데 평범한 주부로 사시는 분이 계세요. 신 선생님이 호기심에 북한을 가셨고 여행기를 쓰셨어요. 그 기사를 처음 봤을 땐 개인적인 여행기 같았는데 방북 취재가 거의 없는 때라 가치가 있다 생각했어요. 역시나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무엇보다 이 분 인생에서 일어난 일들이 어마어마했어요. 타 언론사에서도 많은 요청을 받으시고 책까지 출판하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지난달에 미국에서 귀국하셔서 전국 순회공연까지 하고 계세요.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에요. 기존의 폐쇄적이고 정치색 가득한 북한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교감을 느낄 수 있던 기사였어요.
네, 맞아요. 북한에 가보니 고향 마을 같다고 생각하셨죠. 너무 충격을 받아 무엇이라도 남겨야겠단 생각에 글을 쓰셨습니다. 사람이 먼저 만나고 나면 사상과 제도는 서로 다름을 인정할 수 있고 인정하는 안에서 존중해줄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제가 미국에 있는 분을 만날 기회가 어디 있겠어요?
글을 다듬고 만들어서 고마운 분들이 한 분씩 생기는 일이 저를 응원하죠. 이런 인연이 없으면 이 일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일은 아닙니다. 세상에 한 톨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언론사 입사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어요. 최규화 멘토님께서는 직접 현장에서 일하시며 보통의 언론고시생과는 다른 길을 걸어오셨잖아요. 일반적으로 언론사 입사를 위해서 구직자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저처럼 하시면 절대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해온 일은 리스크가 너무 큰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보자면 일단
글쓰기에 대해 전문가가 되셔야 해요. 국어적인 지식을 많이 아는 것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지가 중요해요. 언어적인 감수성이 중요하기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연습해야 해요. 글을 쓰고 글을 읽는 게 즐겁지 않은 사람은 꿈을 안 꿨으면 좋겠어요. 이 일은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도 아니에요. 무엇을 얻을 수 있나 하면 글을 쓰고 글을 읽고 글을 쓰게 하고 그런 거에서 오는 재미를 얻어요. 그래서 취재기자보다 쉽겠지 하며 도전하는 건 개인에게 있어서도 힘든 일이에요.
글쓰기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해보세요. 일을 하는 것만큼 일을 빨리 배우는 법은 없거든요. 신입 편집기자를 뽑는 일은 별로 없어요. 언론사의 문이 좁거든요.
작은 매체일지라도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배웠으면 해요. 그런 경험들이 본인의 글쓰기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줍니다.
글쓰기 연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언론고시 준비생들이 작문 스터디를 하며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글은 즐거워서 쓰셔야 합니다. 직업적으로 언론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쓰는 글도 준비해야겠죠. 그런데
내가 즐거워서 쓰는 글도 있어야 해요. 글을 쓰고 글을 읽는 것으로 스트레스가 풀리는 사람들이라면 딱 맞을 것 같아요!
글에 메시지가 있어야 해요. 무얼 쓸지에 대해서 고민하세요. 때문에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 이유에요. 스터디를 하거나 족보를 보는 일에 시간과 비용을 뺏지 않길 바랍니다. 거기서 또 스트레스가 쌓일 거니까요.
편집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고만고만하게 글을 쓰는 것보다 자기만의 메시지를 준비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언론사에 입사를 못하더라도 월간지에 입사해 전문성을 쌓는 거죠. 매일 의미 없는 기사를 쓰느니 한 달 동안 더 깊이 있는 기사를 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면 언론고시를 뛰어넘을 만큼의 실력입니다.
편집기자도 마찬가지예요.
글에 대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면서 커리어를 쌓으세요. 제가 편집한 글이 제 경력이에요. 글쓰기는 숨쉬기라고 생각해요. 1년 공부한다고 안 늘어요. 자잘한 걸 바로잡을 수 있겠지만 기본 성향은 바뀌지 않아요. 20년 가까이 살아온 방식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지금 바로 일을 하세요.
뉴스에 생명을 불어넣는 편집기자의 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편집기자는 오늘 하루 뉴스를 객관적으로 보고 뉴스를 컨트롤하는 뉴스의 관리자, 중재자에요. 뉴스의 주인공이 있잖아요. 그 주인공과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만나게 해주는 역할이에요. 중재자, 소통의 전문가. 해 본 사람들은 알아요. 이 일 굉장히 멋진 일이라는걸.
멘토님과 인터뷰를 하며 취재기자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어요. 더불어 글을 쓰라고 장려하는 일도요! 앞으로 최규화 멘토님의 꿈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사람들에게 신문을 돌려주는 일을 신 나게 하고 싶어요. 지금 굉장히 신 나거든요. 제가 편집을 해서 기사가 확 살아난 걸 보면 기뻐요. 지금처럼 재미있게 일을 하고 싶습니다. 또 오마이뉴스와 같은 도전을 하는 매체들이 계속 늘어나 앞으로 시민 언론이 뉴스의 정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자라는 사람이 펜대의 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기자는 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시민기자 제도가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는 거죠. 누구나 글을 쓰고 기자나 기자가 아닌 사람의 문이 없어지는 사회. 모든 시민은 기자거든요.
조금 더 욕심내자면 지역 신문, 마을 신문을 주목하고 있어요. 옆집 사는 이웃이 기자가 되고, 좋은 기사가 있으면 서로 공유하는 거죠.
기자와 기자 아닌 사람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 이런 현장에 제가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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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안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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