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일반 사무직에 있었어요. 결혼하고 맞벌이를 하다가 아이를 낳은 후 전업주부 10년을 했죠.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난 후에 저도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찾아보니까 국비지원 웨딩플래너 아카데미가 있더라고요. 웨딩플래너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는데 교육을 받을수록 저에게 맞는 것 같고 재미도 있어서 국비지원 아카데미를 수료했어요. 그리고 (사)한국웨딩플래너협회에 입회했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우연치 않은 기회에 웨딩플래너를 하게 되셨네요. 제가 보니 멘토님은 웨딩플래너 자격증을 소지하고 계시던데, 당시에도 이런 자격증이 있었나요?
아니요, 당시에는 웨딩플래너 자격증이 없었어요. 웨딩플래너 자격증은 (사)한국웨딩플래너협회에서 주관하는 민간자격증인데요, 일정 기간의 자격 연수 기간을 거쳐서 시험을 본 후 합격하면 자격증이 나오고 자격증이 있어도 정기적인 보수교육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자격증의 효력이 유지되는 시스템이에요.
한번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필드에서 일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한테까지 그 자격을 계속 유지해줄 수는 없는 거니까요. 운전면허증도 마찬가지로 정기적인 신체검사 등을 통해 면허증 유지가 되잖아요,
같은 형식이라고 보면 돼요. 현재는 민간자격증이지만 머지않아 국가공인자격증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멘토님께서는 결혼 후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셨다가 웨딩플래너를 하게 되셨잖아요. 요즘에도 결혼 후 직장을 그만뒀다가 다시 일어서려는 여성들이 많아요. 그중에서 웨딩플래너를 꿈꾸는 경력단절 여성들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프로의식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전업주부였다가 일을 다시 시작하시는 분들은 집안일과 사회생활의 경쟁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이 힘들어요. 그래서 남편의 협조와 이해가 정말 필요하죠. ‘나는 결혼해서 이런 점 때문에 어떤 일은 할 수 없어’ 이런 마인드는 버려야 해요.
가족의 이해가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멘토님 남편 분께서는 많이 이해해 주시는 편인가요?
처음에는 반대를 많이 했어요. 주부였던 사람이 바깥일을 하니까 집안일이 조금 허술해지죠. 특히 아이들에게 소홀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서운해했어요. 그런데 저도 어디까지나 남편과 아이들 옆에서만 살 수는 없잖아요. 저도 제 일을 찾아야 하니까. 지금은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좋은 남편 분이시네요. 웨딩플래너는 회사 소속도 있고 프리랜서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회사 소속 플래너로 시작하나요?
신입 지원자는 웨딩 업체 소속으로 입사를 하면 조금 더 편리해요. 웨딩 업체는 프로세스, 협력 업체들을 마련해 놓은 시스템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프리랜서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그분들이 직접 다 발로 뛰면서 하시는 건데, 사실 프리랜서 분들은 제가 많이 보지는 못했어요.
협회 홈페이지 보니까 웨딩플래너 학과 지원 사업도 하신다고 봤는데, 웨딩플래너 학과를 나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죠. 기본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을 수 있으니까 많은 도움이 되죠.
그러면 협회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나면 협회 소속으로 입회를 하는 편인가요?
네, 거의 그렇다고 봐야죠. 신입인 경우에는 아카데미를 수료하지 않고 바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써서 들어올 수는 없어요.
아카데미는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 지나요?
기본적인 Intro 과정이 있습니다. Intro 과정 후에는 협회 입회를 원하는 분들에 한해서 실무 과정 교육이 있는데, 멘토, 멘티제로 실무과정을 배워요. 그리고 협회에 들어오면 한동안 팀 배정 없이 한 달 정도 여러 팀에서 일을 해보고, 본인에게 맞는 팀에 배정을 해서 확실한 플래너가 될 수 있도록 양성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네요. 열심히 배운 뒤에, 본격적으로 일을 할 텐데, 웨딩플랜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날짜를 잡은 신랑, 신부님이 오시면 웨딩홀 섭외 > 드레스 > 메이크업 > 웨딩촬영 순으로 예산에 맞춰서 계획을 합니다. 드레스 투어에 동행도 하고, 한복이나 예물 장소 추천을 원하시면 소개를 해드려서 다양한 이벤트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기도 하죠.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도움을 드려요. 웨딩홀부터 결혼 앨범 수령까지 저희가 다 체크를 해드리죠.
정말 꼼꼼해야겠어요. 지금까지 결혼식을 계획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회사 강당에서 예식을 하던 날이에요. 양가 어머님께서 화촉점화를 하셔야 하는데 초에 불이 켜지지 않아서 애를 먹었죠. 뛰어가서 촛농도 떨어뜨려 보고 여러 시도를 많이 한끝에 힘들게 점화를 했었어요. 지금은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정말 아찔했어요. (웃음)
정말 당황하셨겠어요. 웨딩플랜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돌발 상황이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요청한 대로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객이 계획을 수정하는 경우요. 이런 돌발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그런 상황 정말 많아요. 그래도 평생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식이니 그 마음을 헤아려 드리는 편이예요. 또한 그 부분은 제가 해드려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수정을 요청하시거나, 처음부터 다시 한다 하셔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다 맞춰드리는 편이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진행시켜야 할 때 스트레스 받으시겠어요.
이 직업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야 가능하지,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커서 상처받는 사람들은 중간에 도태돼요.
그렇다면 업무적으로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신랑, 신부님을 만나면 1 대 1로 몇 달 동안 지속하면서 일을 해요. 그런데 그 분들이 단순하게 저를 웨딩 중개인 정도로만 생각해 주실 때 조금 서운해요. 또 한 가지는 저하고 같이 웨딩 플랜을 진행하시면서 저에게 말씀하지 않으시고 웨딩박람회에서 비교를 해보시는 상황이 생기면 서운해요. 나를 못 믿으시는 건가? 생각도 들고. 예전에 저와 함께 중간 이상 계획 진행을 했는데, 제가 웨딩박람회에 나갔을 때 마주쳤던 적도 있어요.(웃음)
당황하셨겠어요. 그러면 그때에는 어떻게 하셨어요?
그냥 인사하고 어쩐 일이시냐고 하면서 넘어갔죠. (웃음)
생각해보니 그런 일도 많이 일어나겠네요. 저 같은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과 어떤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그 사람들이 아무 터치도 하지 않으면 좀 서운하더라고요. 함께 하는 일인데 소통이 안되니까요. 멘토님도 웨딩 플랜을 하시면서 신랑신부의 요구 사항이 너무 없어서 곤란하셨던 적도 있으신가요?
아니요, 저는 그 반대에요. 제가 알아서 추천을 해 드리는데, 저에게 먼저 물어보지 않으시고 알아서 준비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웨딩플래너로서 계획도 세워 드리고 이벤트나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게 노력을 하는데, 그런 저의 수고는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고, 신랑, 신부님들이 나름대로 알아보고 다른 곳에서 했다고 하시면 서운해요.
서로의 소통이 중요하네요. 제가 영화에서 보니까 웨딩플래너가 체크리스트를 들고 신부와 함께 다니면서 여러 항목들을 체크하던데, 실제로도 그렇게 동행을 해주시나요?
네, 실제로도 체크리스트 가지고 다니면서 동행하죠. 제가 천재는 아니니까.(웃음) 체크리스트 가지고 다니면서 메모도 하고 신랑, 신부님들이 문의사항 주시면 체크도 하고 그러죠.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예식은 주말에 하잖아요. 그러면 주말이 없겠어요.
네, 저희는 빨간 날이 일하는 날이에요. 대신 평일에 개인 업무를 하는 편이죠.
주말이 없다니 정말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계획한 대로 예식이 잘 끝나고 나면 뿌듯하시겠어요.
저희는 예식 후, 신랑, 신부님들 혹은 혼주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직업이에요. 그게 굉장히 뿌듯하고 좋아요. 한 사람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해드릴 수 있다는 점이 굉장한 매력이죠. 젊은 신랑, 신부들을 만나잖아요. 한창 둘이 너무 좋아할 때니까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서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우와 직업에 많은 만족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웨딩플래너의 전망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좋다고 생각을 해요. 해마다 30만 명 이상이 결혼을 하고 있어요. 1인 당 평균 비용이 5천만 원 정도 들어요. 집값을 제외한 연간 규모가 16조 원 정도 된다고 보고 있거든요. 결혼은 이제 양쪽 집안의 행사에서 머물지 않고 하나의 웨딩 산업이 되는 거죠. 결혼시장의 규모가 커지니까 웨딩 업체가 많아지고, 업체들 간 과다경쟁, 허위 과장 광고가 생길 수 밖에 없죠. 이렇게 부정확한 정보가 많아지는 시점에서 정확한 정보를 신랑, 신부님에게 알려주는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이 굉장히 유망하죠.
전망이 유망한 만큼 웨딩플래너의 수도 늘어나고 있어요. 혹시 전문가로서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있나요?
네,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죠. 웨딩컨설팅 사업끼리 과다경쟁이 일어나서 웨딩플래너들이 서로 계약을 해야 되니까 금액으로 경쟁을 해요. 금액을 과다하게 할인해 주거나, 서비스를 서로 주다 보니,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게 돼요. 결국에는 웨딩플래너 간의 경쟁이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가는 거죠. 눈에 보이게 저렴하게 한 것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에요. 고객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웨딩플래너는 서로 경쟁하느라 제 살 깎아먹기를 하게 되는 부분이 많이 우려가 돼요.
구직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웨딩플래너 연봉은 어떻게 되나요?
‘하는 만큼 번다’ 이렇게 말해주고 싶네요.(웃음)
그렇다면 웨딩플래너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시드니 J. 스미스의 『결혼 전에 꼭 알아야 할 101가지』를 추천해주고 싶어요. 결혼 전에 신랑 신부가 많은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신랑, 신부님들과 웨딩플랜 말고도 다른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공감을 해드릴 수 있어요.
웨딩플래너를 꿈꾸는 후배들이 갖춰야 할 인성적, 직무적 자질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인성적 측면에서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야 하고, 오픈 마인드, 그리고 꼼꼼한 일 처리 능력이 필요해요. 직무적 측면에서는 아카데미나 학과 공부를 하는 것이 좋겠죠. 요즘 4년제 웨딩플래너 학과도 있거든요. 그런데 학문적인 것들도 다 중요하지만 실무 경험이 가장 중요해요. 업계에 들어가서 경험을 쌓는 것이 좋죠.
그리고 요즘 웨딩플래너를 준비하는 분들을 보면 미용, 메이크업, 꽃꽂이 자격증 등을 취득하려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 분야의 전문가들은 다 따로 있어요. 굳이 자격증까지는 취득하지 않아도 일을 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죠.
나에게 웨딩플래너란 000이다. 한 마디로 정의해주세요.
저에게 웨딩플래너란 인생의 터닝포인트예요. 10년간 전업주부만 하다가 우연치 않게 일을 하게 됐잖아요. 이 일을 하려면 제 자신이 능동적이어야 해요. 제가 이곳에 와서 인생을 다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일반 사무직에 있을 때에는 우물 안에서 하늘을 봤지만, 지금 보니 하늘은 정말 넓더라고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재미있고, 새로운 인생을 산다는 기분이 들어요.
저에게도 그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멘토님의 10년 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웨딩카페를 차리고 싶어요. 현재 있는 단순한 웨딩카페가 아니라 웨딩업계에 계신 분들이 서로 정보도 교환 하고, 웨딩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오셔서 많은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차를 마시면서 서로 커뮤니티할 수 있는 공간이요. 가끔씩 세미나도 하고 갤러리 형식의 웨딩 관련 전시도 하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현재는 자본이 조금 부족하지만요.(웃음)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마케팅팀 리포터 조예림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조예림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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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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