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라는 카피처럼 음악 작/편곡과 사운드 편집 제작의 총괄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음악 제작 전문업체인 ‘나단뮤직’의 음악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나단(Nadan)입니다.
작곡 일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특히나 게임 음악을 작곡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피아노를 연주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반강제적으로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게 됐어요. 서울시립소년소녀합창단에 입단하기도 했고 클래식피아노에 흥미를 잃어갈 즈음에 우연히 재즈피아노를 접하게 됐습니다. 그 후 합창대회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참여하며 상을 받기도 했었죠. 국내에 노래방 시스템이 도입되고 노래에 더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고등학생 때 밴드 활동을 하며 음대 진학을 꿈꾸었습니다. 직접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한 것 같아요.
대학 졸업 후 모바일 산업이 흥했던 2000년대 초반 모바일 콘텐츠 회사에 입사하게 되고 모바일 게임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더 전문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온라인게임 개발사에 입사하게 됐죠. 지금은 스마트폰이 발전해서 모바일 게임의 사운드도 동일한 과정으로 만들어지지만 그 당시만 해도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이 됐었거든요. 하지만 그 인연이 큰 계기가 되었던 것 같네요..
멘토님을 보면 음악과 가까웠던 집안 내력과 어린 시절 어머님의 가르침이 직업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어머니의 교육이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부모님도 직업으로 강요하거나 권장한 것이 아닌 취미로 접하길 원하셨어요. 오히려 처음엔 반대를 많이 하셨죠. 고등학생 시절 건축가가 되고 싶었고 체육과를 목표로 운동을 하기도 하며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에 다들 음악을 좋아하는 것처럼 저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겨 실용음악과를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정보가 많이 없을 때라 서점에 가서 직접 찾아보던 기억이 나네요.
작곡을 하는 데 있어 멘토님만의 차별화된 강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평소 영화를 좋아하고 영상음악과를 전공한 덕인지 이미지를 음악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빠른 편인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와 미팅 중 콘셉트 브리핑을 들으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때도 있는 편이고요. 게임 개발사에서 장기간 근속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조직 내 타 팀과의 협업이나 프로세스 연계시스템의 파악, 다양한 분위기 연출과 장르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그에 따른 음악공부가 자연스레 되었죠. 주위에 좋은 인연으로 인해 게임 외의 분야에서도 일하고 게임 음악 덕분에 활동 영역을 넓히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 음악 작/편곡 직무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게임을 완성하는 과정에 있어 청각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업무죠.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유저가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어요. 각 섹션의 목적에 따라 음악으로 재미를 이끌고 몰입을 위해 뒤로 빠져 플레이를 받쳐주는 역할로 단순히 뒤에 깔리는 배경음악이 아닌 명확한 의도에 의해 진행되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현재 음악 제작사를 직접 운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작곡가와 회사 대표로서 멘토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메일을 확인하고 오늘 해야 할 업무를 정리한 후 작업에 들어갑니다. 미팅이나 외부 녹음이 있는 날이면 출장을 나가고 밀린 업무는 복귀 후에 밤샘 작업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음악 작업은 주로 늦은 시간에 하는 편이지만 다음 날이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나 또 다른 문의에 바로 답변을 드려야 하니 밤샘 후에도 타 분야 회사원의 업무 시간만큼은 깨어 있어야 하죠.
작곡 일을 하시며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기억에 남는 게임 음악도 함께 말해주세요.
프로젝트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의뢰 주체인 클라이언트가 만족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작업 기간만큼은 같은 팀의 일원이라는 마인드로 좋은 결과를 바라며 임하기 때문에 상호 간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마무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오래되었지만 게임 음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에 작업한 '모나토 에스프리'의 트랙이 생각납니다. 삼등신 캐릭터에 아기자기한 배경의 게임이었는데, 본격적인 게임 개발을 하게 된지 2년여 밖에 되지 않았던 시기에 의욕이 앞선 저와 동갑내기 PM (Project Manager) 둘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싸우며 작업했었죠. 결과가 좋은 게임은 아니었지만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모든 팀원이 현재는 각 분야의 베테랑이 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외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앞서 말씀드린 ‘모나토 에스프리’ 개발 당시 괴물 효과음을 내기 위해 직원들을 이용(?)한 적이 있어요. 초반에 녹음된 소스에 다른 효과를 주고 싶어서 재미 삼아 시작한 것인데 상당히 열악한 환경에서 대뜸 목소리가 좋은 직원들에게 소리 한 번 질러보라며 시켰죠. 처음에는 다들 쑥스러워서 못하길래 마이크만 세팅하고 나갔더니 각자 괴물이 되어 있더라고요. 저도 그 중의 어디엔가 껴있어요 하하.
△ 작업 중인 나단 멘토의 모습
작곡가로 일하며 가장 어려운 점을 꼽으신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창작을 업으로 하는 분들은 모두 그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은 적이 있을 거예요. 힘들 때는 아무래도 개인감정과 상관없는 음악을 만들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어제 애인과 헤어지고 오늘은 로맨틱한 이벤트 음악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또 다른 어려움으론 음악이 메인 콘텐츠가 아닌 경우 제작지원과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프로젝트 내의 비중을 중요하게 두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죠.
창작에 대한 압박감과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실 것 같습니다. 독특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으신가요?
늘 귀로 들으며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귀를 쉬게 해주려고 모니터링 외엔 운전할 때 음악도 듣지 않는 편이에요. 창작을 업으로 삼을 때 매너리즘에 빠지더라도 스스로 즐겁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새벽 조깅을 하기도 하고 작업 도중 머리가 무거워질 때는 작업실 한편에 구비해 놓은 푸시업 바나 덤벨 등으로 잠시나마 운동을 합니다. 겨울엔 몸도 따뜻해지고 좋아요.
다양한 온라인 게임과 ‘로드 오브 다크니스’ 등의 모바일 게임 작곡을 하셨는데요. 앞으로 게임 음악 분야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국내 게임 산업이 호황을 누리며 게임 음악 작곡가를 희망하는 학생도 늘어나고 질이나 규모 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도 열악한 제작 환경인 것이 현실입니다. 소수 개발사나 음악 제작사에 편중된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음악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거나 후반부 작업으로 인식되다 보니 게임을 구성하는 타 분야에 비해 낮은 비중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체인 게임산업과 별개의 시장이 아닌 이상 게임 음악 콘텐츠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게임 음악 작곡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인성적 능력과 직무적 능력은 무엇인가요?
게임 음악 분야에 지원하는 사회 초년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음악만을 해오던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물론 편중된 관심 역시 음악을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만 게임을 비롯한 영상음악의 경우 가능한 연출이 무궁무진합니다. 직업으로 삼기를 원하는 분들에겐 다양한 습작이 도움이 됩니다.
게임 개발사의 음악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의 음악적 주장을 물러야 할 때도 있어요. 예술가로서의 초빙이 아닌 게임 개발을 위해 모인 각 파트 중 하나입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프로젝트를 위한 충분한 제시와 협의를 거치지만 사공이 여럿이면 배가 산으로 갑니다. 게임 음악 작곡가라는 전문 인력으로서 타 분야와의 협의 업무에 대한 유연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아직 공부 중인 학생들은 습작에도 목표와 쓰임새를 생각하여 의미 없는 다작으로 곡 수를 채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영상음악과를 나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작곡가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전공이 필수인가요?
종종 중고등학생들로부터 ‘지금 음악을 하면 늦을까요?’, ‘대학을 꼭 가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입시라는 관문이 큰 고민인 것은 당연하겠지만 음대 전공자라고 모두 작곡가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관심과 노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작곡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전공학과로의 진학이 공부 환경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장점은 되지만 음대 졸업과 관련 없이 간절히 원하는 마음과 그만큼의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비전공자의 경우 작곡가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전공학과라고 특별한 혜택이나 차별화된 교육시스템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용음악학원이나 전문가의 레슨이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있고 무엇보다 스스로 음악 공부에 들이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막연히 음악에 대한 동경으로 꿈을 갖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분들은 조금 더 진지하게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공부할 내용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 인지되었으면 합니다.
작곡가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입니다. 작, 편곡이나 믹스, 마스터링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멜로디 구성부터 완성된 음원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을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음악이론과 악기 연주, 음향 이론 등 음악을 완성하는 모든 분야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센스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작곡가가 되기 위해선 지금 당장 OOO해야 한다.
작곡가가 되기 위해선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단계에서 시작 전부터 가능성만 타진하고 진로와 비전을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가만히 구상만 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딜레마에 빠지고 어떤 이벤트로 벌어지지 않습니다. 고민은 짧고 굵게 하시길 바라고 지금이 아니라 생각하면 수 년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움이 될 만한 책이나 콘텐츠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예전부터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규 교재로 인식되던 '경음악 편곡법'이 있습니다. 재즈 화성에 대한 이론이 정리되어 있는 책이고 많은 분들이 이 책으로 시작을 하셨어요. 요즘은 유튜브나 음악 분야 전문 사이트가 늘어나서 관심만 있으면 잠시의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자료가 많습니다. 저 역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를 추천드립니다. 늦더라도 한 번쯤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책입니다.
△ 나단 멘토님이 추천해주신 책들
평소에 작곡을 할 때 좋은 아이디어를 얻으시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주제가 될만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편이에요. 계절이 바뀌고 사람들을 만나고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되어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동기가 될 수 있거든요. 또 기존의 잘 만들어진 작품이나 새로 나온 영화음악을 들을 때면 자극을 받기도 합니다. 스스로 틀에 갇히지 않도록 머리를 열어두는 편이에요.
앞으로 멘토님의 꿈이나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음악을 업으로 삼은 지 15년이 되었네요. 더 많은 분들과 좋은 인연으로 만나 음악 제작사의 대표로서 많은 분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20년, 30년 후에도 작곡가로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게임 음악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게임 음악 작곡가는 스스로 게임을 좋아하고 즐겨야 합니다. 단순히 음악만 참여한다는 마음가짐이 아닌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을 파악해야 합니다. 게임의 완성도를 위해 참여하는 직업인 만큼 게임 시스템과 트렌드에 관심이 없으면 머지않아 발전의 한계를 느끼게 되죠.
또 젊은 친구들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해도 항상 미련이 남게 되고 '그때 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는 실천하기 더 어려운 때가 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만화 중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죽기 직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나. 아니면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나...’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안하현
미디어콘텐츠디렉터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안하현
INTERVIEW
안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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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안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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