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로구청에 근무하는 정인환이라고 합니다. 2006년 임용시험에 합격 후 2007년에 임용되었으니 이제 7년 차가 되었네요. 현재 일하고 있는 부서는 자치안전과 마을 공동체 추진반이고,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시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과 그 동안 해오신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공무원’은 범위가 넓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제가 일하는 일반행정직 공무원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행정직 공무원들은 특정한 부서에서만 계속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동주민센터에 발령을 받아 근무를 했었습니다. 이 후에는 구청 홍보과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일을 했어요. 지금은 마을 공동체 추진반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좋을까요?
공무원이라 하면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광역자치단체에서 일하는 공무원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요. 중앙직 공무원은 대한민국을, 자치단체 공무원은 해당 자치단체를 경영하는 직원으로 보면 어떨까요?(웃음)
멘토님께서 공무원이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공무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할아버지께서 선생님이셨고, 아버지께서 공단에 근무를 하셨었는데요. 아버지께서 상급 기관인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일을 하시면서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공무원이 되면 어떻겠냐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군대를 다녀오고 졸업할 때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공무원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어릴 때부터 들었던 것이 세뇌가 되었던 걸까요?(웃음) 처음부터 거창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멘토님께서 담당하시는 마을공동체사업이란 무엇인가요?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하겠다고 구청에 제안을 하면, 계획서를 검토하여 사업비를 지원해 드립니다. 예전에는 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내면 구청에서는 직접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었다면, 지금은 주민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결성하여 필요한 것들을 제시하고 이를 통하여 주민들 간의 관계가 돈독해 지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랍니다.
지금까지 어떤 사업을 진행하셨는지 알려주세요.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 간에 얼굴 붉힌 적이 많으실 거에요. 아파트 특성상 주민들 간의 교류가 많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소통게시판을 만들어서 주민들간의 대화의 창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 적이 있어요.
빌라가 많은 지역에는 동네에 평상을 만들어서 그 주변 어르신들이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또 분쟁이 생겼을 경우 ‘주민자율조정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그 곳에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주민들이 제안한 건가요?
네,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사업을 시행합니다. 행사의 진행도 주민들이 주축이 되죠. 2013년 구로 별별시장이라는 이름의 야간 마을장터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구청에서 장터를 열고 주민들이 사가는 것이 아니라, 장터를 기획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행사의 진행까지 주민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매달 네 번째 금요일에 진행하여 2013년 5월부터 10월까지 진행을 하였어요.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계속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죠.
△별별시장에서 진행된 다양한 공연들
아직은 마을공동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박원순시장이 당선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전에도 개념 자체는 존재하기는 하였어요. 하지만 아직도 생소한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서 구청에서 찾아가는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아카데미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8주 간의 심화 강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담사를 양성하기도 했어요. 구로구에서 8분의 상담사를 양성하여 주민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현재 구로구에서는 130개의 마을 공동체가 있는데요, 상담사 8분이 마을공동체를 인터뷰 한 내용을 토대로 ‘우리마을 인터뷰’라는 이름의 책을 만들기도 했어요.
또, 서울시에는 25개의 자치구가 있는데 마을 공동체 사업과 관련해서 경진대회가 열린 적이 있어요. 구로구가 2013년 최우수 자치구로 선정이 되기도 하여 주민들의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멘토님의 업무일과가 궁금합니다.
국민들 모두가 알다시피 공무원의 업무시간은 9 to 6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공무원들이 정시에 출근해서 정시에 퇴근하지 않아요. 제 현재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들과의 만남이다 보니 주민들이 퇴근하고 집에 온 시간에 그 분들을 만날 수 있어요. 그래서 9시, 10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직 공무원들은 직무순환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직무 배정 시, 어떤 기준으로 발령이 되나요?
직무 이동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총무과나 인사과에서 희망하는 직무를 조사합니다. 본인의 희망 부서에 맞게 배정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선호하는 직무가 비슷하다 보니 T.O에 따라 희망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에 갈 수도 있어요. 특수한 경우에는 과 전공이나 보유한 자격증을 참고하여 배정이 될 때도 있어요.
저는 한 가지 업무만 계속 하는 줄 알았는데요, 직무 순환을 통해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보시는군요!
화공직, 건축직, 사회복지직 등 특정 분야의 공무원들은 임용된 후, 동일 직무를 수행하지만 일반행정직 공무원들은 2 ~ 3년 내에 직무순환이 계속적으로 이뤄집니다.
멘토님께서는 업무도 굉장히 바쁘실 것 같은데요. 자기개발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딱히 자기개발을 위해 시간을 내지는 않습니다. 구로구 외 서울시 자치구나 타 지역을 방문했을 때 업무와 관련된 특정 부분들이 눈에 띄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때 그런 것들을 잘 눈여겨보았다가 우리 구의 실정에 맞도록 수정해 실제 업무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 힘드셨던 적이 언제인가요?
사실, 큰 어려움은 없지만 맡은 업무에 따라서 조금씩 어려운 점들이 존재해요. 민원인들을 상대할 때는 그 분들이 무리한 요구를 할 때, 가장 힘들죠. 본인의 봉사활동 시간을 딸에게 입력해 달라는 어머니도 있었고요. 단지 민원인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라도 감사과에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를 받아야 하기도 해요.
민원이 들어왔을 때, 멘토님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시나요?
그 문제가 해결이 되든 안되든 민원을 제기하시는 거니까요. 법과 원칙을 어겨가면서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안 되는 이유를 잘 설명하려 노력합니다.
민원인의 이야기를 ‘경청’ 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요. 그 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어느 정도 화가 풀리셨을 때 이유를 설명 드리면 쉽게 수긍하실 때도 많아요.
△별별시장에 참여한 주민들의 모습
지금까지 일을 해 오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지금 일하고 있는 부서에서 ‘별별시장’ 이라는 마을장터를 열고 있는데요.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장터이다 보니 많은 주민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장터를 꾸미고 있어요. 2013년 처음 시작하였는데, ‘무한걸스’라는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와서 무한걸스팀과 함께 마을장터를 진행했던 적이 있어요. 구로구 주민들끼리 소소하게 열리는 작은 마을장터인데 방송국에서 먼저 같이 하자고 해서 놀랐었고 더욱 특별하게 진행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2010년 추석에 정말 많은 비가 내린 적이 있어요. 구청의 모든 직원들이 고향에서 올라와 수해를 입은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복구를 했던 적이 있어요.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민들이 고맙다는 말을 해주셨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멘토님이 생각하는 행정직 공무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행정직 공무원들은 각 지자체의 다양한 부서에서 일을 할 기회가 많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업무도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대부분의 업무가 주민들을 상대로 하다 보니, 다른 직업보다는 주민들과 함께 지역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 매력인 것 같아요.
다른 직종에 비하여 ‘공무원’이 가지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맡고 있는 업무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회사 보다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요. 가정과 회사 업무에 모두 충실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년보장이 된다는 것 또한 장점 중의 하나이고요. 사기업과 달리 구성원간의 경쟁의식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적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이점만 바라보고 입사를 한다면,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최근에는 임용 후에 일을 그만두는 분들도 있어요.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이유죠. 예를 들어, 폭설주의보가 내리면 공무원들은 퇴근을 하지 못하고 남아서 대기를 합니다. 다음날 아침, 주민들의 출근길을 위해서 밤이나 새벽에 눈을 치우기 위해서죠.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보니 중도에 그만두시는 분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물론, 장점이 많은 직업이지만, 너무 이상적인 청사진만 생각하고 들어온다면 계속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시 사회초년생이 된다고 가정하면, 이 직업을 다시 선택 하실 건가요?
아무래도 그렇다고 말해야겠죠?^^ 행정직 공무원 뿐만 아니라 토목, 건축, 세무 등 다양한 기술직군의 공무원도 존재하고 있어요. 다시 사회초년생이 된다고 하면 꼭 행정직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또 선택할 것 같습니다.
공무원 공채시험을 고시라고 부를 정도로 난이도와 경쟁률이 치열한데요, 멘토님께서는 어떻게 시험을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자세히 이야기하다 보면 공무원 합격수기처럼 될 것 같은데요. 시험공부를 하는 스킬이나 전략보다는 얼마만큼 본인이 생각하기에 열심히 또 치열하게 공부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랜 수험생활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나태해질 경우도 생기는데요. 그런 부분을 이겨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나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너무 평범할 수 있겠지만 뉴스나 신문을 추천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 공무원과 밀접한 경우가 많거든요. 다른 자치단체 소식을 보다 보면 벤치마킹도 할 수 있고요. 또, CBS TV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분야의 속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공무원이 되기 위해 갖추었으면 하는 자세나 역량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도 아직 공직생활을 오래한 건 아니지만 공무원의 업무가 편하고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과 함께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공무원이 되면 힘드실 거에요. 내가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기 쉽죠. 공무원은 맡은 일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 외의 부수적인 업무들이 생길 때가 많거든요. 아까 말씀 드린 거리 청소라든가 제설작업 등 추가적인 업무를 해야 할 경우가 생겨요.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업무가 지겹고 힘들 거에요.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공무원이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에 대한 분석이 먼저 필요할 것 같아요. 막연하게 중앙부처 공무원들처럼 사무실에 앉아서 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었고요. 하지만 공무원이 하는 업무는 매우 다양하고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분야도 많습니다. 본인의 적성에 정말 맞는가를 먼저 판단한 후에 공직에 들어오시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멘토님에게 ‘마을 공동체’는 어떤 의미인가요?
요즘, 아파트도 많아지고 예전과 달리 개인적인 삶의 방식이 강조되면서 공동체 의식이 많이 약해졌어요.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이사도 자주하다 보니 아무래도 삭막한 것이 도시에서의 삶인데요. 이런 부분을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주민들이 함께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성하려 하는 것이죠. 주민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는 지금의 업무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무원의 의미와 통하는 것 같아 무척 뿌듯합니다.
앞으로 멘토님의 꿈이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제가 공무원으로서 장차 어떤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할 지는 아직 모르니까요. 앞으로의 거창한 꿈이나 목표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지금 마을 공동체 추진반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마을’과 ‘공동체’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을공동체라는 사업이 시작한지 3년도 채 안됐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구청에서 홍보와 교육이 더 필요해요. 점차 조금씩 주민 간의 소통과 교류가 활발해 지는 것이 느껴지고 있어요. 마을 공동체 사업이 더욱 활성화 되고, 주민들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것이 제 꿈이에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문소은
행정직 공무원
담당부서:인터뷰
취재:문소은
INTERVIEW
문소은
dangmenso1@saramin.co.kr
EDITOR
문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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