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해서 올해로 17년째 해외영업을 하고 있는 박성윤입니다. 전공을 살렸다면 공무원이나 건설업계로 갔을 텐데, 저는 매우 특이하게 영업분야로 간 케이스에요. 아마 저희 과를 나와서 해외영업을 하는 사람은 10기수에 1명, 나올까 말까 할거에요.(웃음)
영업과는 상관없는 학과를 나오셨는데, 어떻게 이쪽 길로 들어서게 되신 건가요?
제가 대학교에 진학할 당시는 점수에 맞춰 학교를 가던 시절이었는데, 다니다 보니 공무원이나 건설업계는 제 길이 아닌 것 같았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해외영업의 길로 가게 됐어요.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거든요. 그땐 나이도 어렸고, 뚜렷한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했다기 보단, 돈도 벌고 미국도 간다는 생각으로 가게 됐어요.
멘토님께서 그동안 해오신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처음 회사에 입사 후 LA지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일이 잘 풀려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법인을 세우러 갔어요. 그곳에서 현지지사를 설립하며 자리를 잡다가,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 지사를 설립하고 그곳에서 3년 정도 근무를 했었죠. 그 다음에는 콜롬비아로 가서 조립공장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브라질, 프랑스, 터키, 루마니아, 중동, 그리스, 대만 등 세계 여러 국가를 많이 다녔어요.
굉장히 많은 곳을 다니셨군요. 원래 영어를 잘하셨나요?
전 영어를 특이하게 배웠어요. 국제학생증을 가지고 배낭여행 온 외국인 친구들을 데리고 서울을 구경시켜주고, 저희 집에서 무료로 홈스테이를 시켜주며 배웠죠. 나이대가 비슷한 남자들끼리 모이니까 사실 언어적으로는 잘 통하지 않더라도, 의사소통은 충분히 돼요. 특히 술 마시면서 하는 이야기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만국공통이더라구요.(웃음) 그러면서 영어에 자신감을 가졌고, 나중에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업무를 하며 많이 늘게 되었죠.
LA에서 업무 하셨을 때보다 인도네시아에서 영어실력이 많이 향상되신 건가요?
많은 분들이 LA가 미국이니까 아무래도 그때 영어가 많이 늘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아니에요. LA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쪽에도 한국인들이 너무 많이 살아서 제대로 된 영어는 배울 수가 없어요. 그리고 미국에서 일을 해도 업무와 관련된 용어들만 쓰기 때문에 굉장히 한정적이에요.
대신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인들에게 업무지시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영어로 해야 하니까 늘 수 밖에 없었어요. 초기에는 밤새 사전을 찾아가며 그 다음날 업무지시 할 사항들을 영어로 옮기다가, 새벽에 그 다음날 꿈을 꾸며 깬 적도 많아요.(웃음) 자카르타에 1년 이상 머무르면서 의사 소통하는 영어를 제대로 배웠어요. 바로 이때부터 해외영업을 제대로 했다고 봐야 되죠.
영어 이외에 제2외국어도 배워야 하나요?
해외에 나가서 숫자 정도만 그 나라 언어로 정확히 셀 수 있으면, 다른 웬만한 국가들은 영어가 다 통한다고 봐야 되요. 기본적인 영어가 안 된다면, 특정국가 언어를 잘 하더라도 그 나라 외에 다른 국가에서는 활용이 안되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영어가 기본 베이스로 깔리고, 그 외에 제2외국어를 할 수 있다면 좋죠. 개인적으로 추천해드리고 싶은 언어는 스페인어에요. 스페인어를 할 수 있으면 유럽전체와 남미전체, 그리고 미국에서도 상당히 많이 통해요. 사실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이태리어가 다 비슷한 맥락이라서 우리나라로 치면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의 차이 정도라고 보시면 되요. 국가로 쪼개져서 그렇지 언어로 보면 거의 똑같아요.
유럽지역 안에서 언어적인 문제는 없겠네요.
그렇죠. 스페인어나 영어를 정확하게 쓰면 아프리카 지역까지도 문제 없다고 알고 있어요. 북미부터 남미, 유럽, 아프리카까지 모두 쓰일 수 있죠.
그렇다면 영어를 원어민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가요?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말하면 좋은데, 문장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연습을 해야지, 발음을 좋게 하려고 혀를 굴리기만 하는 건 비효율적이죠.
예전에 EBS에서 어떤 실험 방송을 봤어요. 반기문 UN 총장의 연설과 원어민이 친구와 잡담을 주고받는 내용을 사람들에게 안대를 쓴 채 들려주기만 했더니, 대부분은 후자가 훨씬 더 고급스러운 영어를 쓰는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막상 안대를 풀고 화면을 보니 다들 깜짝 놀란거죠. 실제로 해외영업을 하면서 부딪히는 사람들이 꼭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은 아니에요. 대부분 현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경우가 많고, 저 역시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피차 같은 입장인거죠.
그럼 영어를 잘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본적으로 해외영업 필드에서 1~2년 정도 오가다 보면 ‘말하는’ 영어는 좀 늘 수 있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직급이 되고 나이가 차서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쓰는’ 영어는 필수에요. 계약서를 작성할 때 우리 측에 유리한대로 쓸 수 없게 되면, 치명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가 있어요.
보통 우리가 흔히 쓰는 물건을 살 때는 약관에 사인하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몇 십억짜리 사업을 거래할 때는 약관에 뭐라고 써있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사인하게 된다면,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오게 돼요. 어학능력이 부족해서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는 건 절대 핑계가 될 수 없죠.
일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뚜렷하게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나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지사를 세운 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니까 제가 영업에 소질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른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보이는 것들이, 저는 짧은 시간 안에 보이더라구요. 현지인들과 어떻게 해야 같이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사람들이 꾀를 부릴 때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빠르게 터득했죠.
같이 일했던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이 9명 정도 됐었는데, 업무지시를 하면 자기들끼리 단합해서 들은 적 없다는 듯이 하고, 그런 일을 시킨 적이 없다고 하니까 일이 진행이 안되잖아요. 저는 업무지시를 하기 위해 밤새 고민해서 영어사전 찾아가며 외우고 말한 건데, 그런 식으로 일주일 정도 버팅기는 모습을 보고 방법을 찾았죠.
9명 전원에게 다이어리를 사준 뒤 업무지시를 하면 그 내용에 대해 다이어리에 자신이 직접 적고, 그 밑에 제 사인을 받도록 시켰어요. 그리고 역시, 제 다이어리에다가도 그 사람들 사인을 받았구요. 이렇게 한 달 정도의 시행기간을 가지니까 그 전과 같은 태도가 사라지더라구요.
하하, 현명한 방법으로 상황을 타개하셨네요. 오히려 꾀 부리려다가 당함 셈이네요.
처음 가는 사람들은 이런 식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그 나라의 현지 문화도 모르고, 환경이나 소통방식 등을 모두 모르니까요. 그래서 이때 현지인들에게 화내고 소리지르면,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질 수 있죠.
하루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보통 5시 30분 정도에 일어나서 씻고, 1시간 정도 책을 읽다가 출근합니다. 회사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메일 확인부터 한 뒤, 긴급한 사안들은 회신을 보내요. 각 부서별로 바이어의 요청사항이 담긴 메일을 번역해서 전달해주고 10시 무렵에 팀 미팅을 진행합니다. 그 다음 각 부서에서 다시 바이어 별 요청사항에 대한 답신이 와있어요. 영어로 영작해서 바이어들에게 메일을 보냅니다. 자주 외부에서 바이어들이 오기 때문에 일주일에 2~3번은 바이어와 상담을 하고, 개발 관련한 상담에도 같이 참여해서 통역을 해줍니다. 그리고 현지출장이나 전시회 등도 자주 가죠.
현지로 출장을 가면 기간이 어느 정도 걸리세요?
짧게 가는 경우 2박3일 정도 걸릴 때도 있고, A/S 때문에 가는 경우는 통역을 해줘야 하는데 길면 한 달도 걸려요. 기술에 관한 상담이나 이전 건으로 가는 경우도 한 달씩은 걸리는 거 같아요.
학창시절에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는데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됐나요?
어떤 특정 아르바이트가 특정 업무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데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봤으니까, 해외영업 중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순발력이나 눈치를 발휘해 센스있게 대하게 되죠.
다른 영업직과 비교해봤을 때, 해외영업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짧은 시간에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에요. 바이어와 미팅을 할 때 이 사람이 살지 안 살지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판단을 빠르게 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죠. 강하게 대시를 하면 살 사람인지, 아니면 가격만 깎다가 결국엔 사지 않을 사람인지 파악을 해야 해요. 해외영업의 특성 상, 다시 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바이어가 가지고 있는 물건, 스타일, 같이 동석한 사람들 등을 순식간에 분석해봐요. 시계는 어떤 것을 차고 있는지, 볼펜은 어떤 것을 쓰는지, 자동차는 무엇을 타는지에 대한 것들은 그 사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물질적 특징이거든요.
얼핏 보기에는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꼼꼼하게 다 보시는군요.
여성의 경우 악세서리나 가방 등을 보면 그 사람의 재력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남자들은 시계나 펜, 자동차 등을 통해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만년필을 쓰는 사람은 실무자가 아닐 확률이 높아요. 대단히 쓰기 불편한데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쓴다면, 최종 결제서류에 사인만 하는 사람일 경우가 많죠. 만약, 저와 만나는 날만 꾸미고 온 사람은 몇 마디 안 해봐도 티가 나요. 일부는 꾸밀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일관된 풀 세트를 갖추기는 쉽지 않거든요. 이것저것 많이 안다고 자랑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엉뚱한 정보를 툭툭 흘려보죠. 그리고 몇 마디 나눠보면 ‘아, 이 사람하고는 길게 이야기해봐야 소용 없겠구나’ 하고 느껴요.
멘토님만의 판별법이 있으시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이 있으신가요?
바이어들과 만나다 보면 이런 얘기도 굉장히 많이 들어요. ‘집을 내놨는데, 그것만 팔리면 당신과 거래를 하겠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는데 2년이 걸렸어요. ‘보기는 좋은데 내가 살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라는 말을 완곡하게 돌려서 하는 거에요. 만약 그 사람 말만 믿고 다시 가서 집 팔렸냐고 물어보는 건 초창기 때나 그랬었지, 지금은 헛수고 안 하죠. 그냥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가라는 이야기로 알아듣고 대화를 마무리 지어요.
영업직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해외영업도 마찬가지 인가요?
스트레스는 결국 사람에게 받는 건데, 영업을 하기 때문에 더 많이 받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근데, 영업은 스트레스의 내용이 조금 더 구체적이죠. 결국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스트레스는 받는데 다른 업무는 막연하게 받는 거고, 영업은 숫자나 수치로 보여진다는 게 다른 점이죠. 예를 들면 ‘기획서 잘 써와’ 했을 때 그 ‘잘’이라는 의미가 어떤 건지 정확히 모르니까, 어찌 보면 영업적 수치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 있어요. 영업은 구체적이고 상대적이지만, 남들 모두 잘했는데 나만 못한 거라면 본인 스스로 생각을 좀 해봐야죠. 내가 소질이 없는 건지, 상황이 특수해서 운이 안 좋았던 건지 분석을 해서 판단을 내려야죠. 영업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엄청나게 좌우를 많이 해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업무이다 보니, 태도나 협상스킬 등도 중요할 것 같아요.
상대방은 자기 몸을 가리려고 하는 사람이고, 나는 그걸 벗기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정 정도 입장이 비슷해요. 바이어는 가능하면 싸게 사거나 아예 사고 싶지 않은 거고, 저는 어떻게든 팔아야 하는 입장이니까 대부분의 경우, 사람만 바꿔있을 뿐이지 스타일은 비슷하게 간다고 봐야되요. 설득하기 쉬운 사람도 있고, 어려운 사람도 있는 거니깐요.
해외의 많은 나라들을 돌며 신시장을 개척하셨는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인가요?
비법까지는 아니고.(웃음) 해외출장을 가게 되면 생각 없이 그냥 비행기에서 내리는데, 그때 느끼는 짜릿한 기분이 있어요. 정보도 거의 없고, 있어봤자 인터넷에 있는 불분명한 정보가 전부잖아요. 예를 들면 군인이 적진에 침투해야 하는데, 불분명한 데이터를 가지고 목표는 달성해야 된다고 생각했을 때, 군화 끈을 꽉 조여 매는 느낌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출발하는 기분이에요. 제3국가의 비행기 내려서 밖으로 나가면 특유의 냄새가 있어요. 그때, 오늘은 또 어떤 태양이 뜨는지 한번 다시 도전해보자 라는 정신으로 시작하는 거죠. 한번 해보기 시작하면 재미있어요.
전쟁에서 이기고 싶은 단단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네, 도전정신은 꼭 있어야 해요. 없으면 해외영업을 할 수가 없어요. 잘 아는 국가를 가는 건 매우 드물고, 대부분은 모르는 국가를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대만의 경우는 아주 특수한 케이스로 30~40번 정도 갔다 온 것 같은데, 이건 거리가 가까워서 계속 갈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한 번 이상 갈 일이 없어요. 매번 새로운 지역으로 가니까 모험심이나 도전정신은 꼭 필요하죠.
가보신 곳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였나요?
제일 위험했던 나라가 콜롬비아였어요. 대도시 한복판에서 납치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나라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납치당할 뻔 한적이 있어요. 갑자기 어떤 남자가 다가오더니 팔짱을 확 껴요. 신분증을 스윽 보여주더니 자기는 사복경찰이라면서, 아시아 사람들은 마약 취급하는 경우가 아니면 이곳에 잘 오지 않기 때문에 확인 차 사무실로 가야 된다는 거에요. 이런 것들이 100% 납치에요. 그래서 그때 ‘그래 좋다, 비밀경찰이면 따라가겠다. 다만, 우리대사관 직원들이 오면 같이 가겠다’ 그랬죠. 그 당시 무역센터에서 한국 상품 전시회 같은 게 열리고 있어서 같이 일하고 있는 KOTRA직원을 불렀죠. KOTRA 직원들은 신분상 여권은 관용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있어서 대사관 직원으로 통해요. 여권을 보여줬더니 바로 꼬리 내리더라구요. 그런데 뻔뻔하게 도망치지는 않아요.(웃음)
나중에 KOTRA사무실에 가서 이야기를 해줬더니, 다들 배꼽을 잡고 웃더군요. 거기에 끌려가면 그 나라 기준으로 내 몸값을 얼마 정도 받아낼 수 있는지, 가장 정밀하게 나온대요. 그 사람들은 수 백, 수 천명을 납치해봤기 때문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의거해서 당신의 몸값을 정확하게 측정해줄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웃더라구요.
만약 해외로 출장을 가셨는데, 잘 성사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나요?
잘 풀리지 않으면 잘라야죠. 실도 엉킨걸 풀려고 하면 더 엉키기만 하듯이, 버려야 되는 건지 살려도 되는 건지 잘 판단을 해야 하죠. 일이 돌아가는 패턴을 보면 결과가 안 좋게끔 진행되는 것들이 있어요. 계속 불편하게 돌아간다면, 시간을 더 끈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기 때문에 딱 잘라야죠.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치열하게 경쟁했는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대만에서 미국업체와 경쟁을 했었는데 그 쪽은 가격 면에서 승부수를 띄우고, 저희는 기술적인 면을 강조했죠. 3개월 가까이 경쟁한 결과 저희가 던진 승부수가 맞아 들어가서 경쟁에 이겼던 그때는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멘토님이 생각하시는 영업이란 무엇인가요?
상대방이 사고 싶은 걸 파는 것이 영업이죠. 똑 같은 물건을 팔더라도 사람에 따라 디자인에만 관심이 있는지, 가격에만 관심이 있는지, 브랜드에만 관심이 있는지, 품질이나 AS에만 관심이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되요. 같은 제품이지만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영업을 할지 차별화를 줘야 하거든요. 가격도 품질도, 모두 다 좋다고 말하고 싶은데 사실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특별히 한 부분을 강조해서 영업을 해야 하죠. 영업을 잘 못하는 사람의 특징이 모든 부분을 몽땅 강조해서 파는 거에요. 처음 시장에 진출할 때, 첫 거래처를 그 시장에서 제일 큰 업체로 가면 안돼요. 잘 알지도 못하는데 가서, 무작정 들이대다가 와장창 깨지고 나오면 그 다음 업체에 갈 때 계속 자신의 약점이 잡혀 있거든요. 세 번째 정도 되는 업체에 가서 그러면, 자연스레 그 위의 업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나올 수 있어요. 무작정 실패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상위 업체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어필할 수 있는 거죠. 같은 내용을 보고도 시선만 약간 달리한다면, 또 다르게 보일 수 있잖아요.
멘토님이 생각하시는 해외영업만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인가요?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거에요. 같은 바이어와도 새로운 케이스로 만날 수 있고, 항상 다른 나라를 방문하잖아요. 비행기에서 내릴 때의 긴장감, 처음 가보는 국가를 접했을 때의 설레임과 생동감, 바이어를 만나기 직전 문 앞에서의 느낌이 다 달라요. 마음을 리프레쉬 한다고 해야 할까요. 링 위에 선 선수처럼 긴장감을 한번씩 느껴요. 이 모든 것들을 즐길 수 있으면 해외영업을 하는 거죠.
다른 직무들보다도 해외영업은 리스크가 클 것 같아요.
다른 어떤 경우보다도 실패하고 되돌아서면 타격이 크니까,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없어요. 국내영업의 경우는 안되면 언제든 또 올 수 있지만, 해외영업은 샘플 하나 잘못 가지고 와서 그냥 돌아갈 때나 실패하고 돌아갈 때의 그 씁쓸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대만에 치수가 맞지 않는 불량품들을 다시 회수하러 간 적이 있는데, 되돌아오는 날 비가 내리더라구요. 그때 정말 말 할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죠.
그래도 멘토님께서 업무를 좋아하시지 않는다면 못하셨을 것 같아요. 계속 일 하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각각 느끼는 점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국내영업보다는 자기 인생의 가능성이 훨씬 다양해진다고 생각해요. 네트워크도 다양해지고 아이템이 바뀌더라도 해외영업만의 고유한 패턴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접근해서 할 수 있어요. 또한 제품에 대한 지식이 조금 부족해도 국제 상거래 지식이나 외국어를 잘 하면 시간도 덜 걸리고 쟁점이 달라질 수 있죠. 한국은 무역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자기 삶에 대한 가능성이 훨씬 더 넓어진다고 해야겠죠. 그리고 일단 해외영업을 해 본 사람들은 겁이 별로 없어요.
해외영업의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각자 개인의 삶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인생이 훨씬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저만해도 개인적인 이유로 외국에 나가도, 공항에 가면 픽업해줄 사람이 한 명씩은 있으니까요. 필요한 일을 할 때 그 내용에 대해서 도움도 받을 수 있고, 특정국가에 찾아야 할 것이 있거나 제도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전화할 사람이 한 명씩은 있는 거죠. 매몰되어서 살지는 않는 것 같아요.
만약 사회초년생 시절로 돌아가 직무를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하실 건가요?
아마도 예전보다 더 자신 있게 하겠죠. 지금 저에게 해외영업 말고 다른 직무를 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안 한다고 할 것 같아요. 매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국가를 겪어보는 경험들이 재미있어요.
멘토님께서는 해외영업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앞으로 계속 밝아질 것 같아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자기가 하는 일에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는 힘들게 되긴 하겠죠. 출입절차도 제대로 모른 채 해외영업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으면 힘들어요.
멘토님께서는 따로 무역에 대해 공부를 하셨나요?
네, 저는 회사에 다니면서 기본상식들은 알고 있었는데, 자세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했어요.
무역협회에서 하는 무역실무과정이라는 강의가 있는데, 퇴근 후 두 달간 하루에 3시간씩 듣는 코스가 있어요. 실무교육 중에서는 가장 빡빡하기도 하고, 액기스만 간추려놓은 것 같아요. 웬만한 무역학과의 3~4학년 과정을 아주 타이트하게 실무만 압축해서 가르쳐주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이것만 배워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두 달간 자신의 저녁시간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야 되죠. 하지만 전공이 아닌 사람들은 해볼만한 가치가 있어요. 배워두면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보고 영업을 진행 할 수 있으니까요.
멘토님께서 따로 발전을 위해 하시는 공부가 또 있나요?
개인적으로 중국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중국에서 소싱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영어로 하긴 하지만, 영어가 안 되는 판매자들이 더 많아요. 그때 통역을 쓰는 것과 직접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잖아요. 큰 업체는 물론 영어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3국 무역을 하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유럽이나 미국 고객들의 경우, 제가 직접 중국에 가서 영업해주길 바래요. 이런 식으로 의도치 않게 해야 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니까, 미리 공부해 놓고 있어요.
해외영업분야로 진출하기 위한 스펙이나 마음가짐이 있나요?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자질은 충분해요. 스펙의 경우엔 기본적으로 토익점수는 900점 가까이 받아놓는 것이 좋죠. 그렇지만 토익 점수가 영어를 잘한다고 보여주긴 어렵잖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할 줄 안다면, 조금 더듬거리거나 발음이 안 좋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상태로 와서 배우겠다는 마인드는 좀 곤란하죠. 무역협회에서 하는 실무과정도 전공자가 아니라면 꼭 들어보길 추천해요.
해외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나 구직자들에게 한 마디 조언 부탁드려요.
자신이 해외영업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아야 해요. 그저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이 재미있는 건지, 아니면 해외영업을 통해 다음 단계에 대한 계획을 세워서 업무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가지고 유용하게 활용할 것인지, 이런 생각들이 없다면 그냥 많은 직무들 중에 하나를 택한 것 밖에 안돼요. 은퇴 후에 생각해보면 그저 많은 나라를 다닌 것 밖에 남지 않을 테니까요.
해외영업을 하면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밖에 없어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건 제대로 해외영업을 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만 있었던 사람일 뿐이에요. 훌륭한 네트워크라는 장점을 가졌으니, 이걸 가지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에 쓸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참 좋겠죠.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나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마케팅 불변의 법칙’ 이라는 책을 추천해 주고 싶어요.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얻기 좋은 책이거든요. 또 하나는 ‘총, 균, 쇠’ 인데, 우리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대체 왜’ 그렇게 사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알려주는 책이에요. 특정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는 패턴들을 보고 ‘그 나라의 국민성이 이렇다’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런 오해들을 많이 없애주는 책 인 것 같아요.
멘토님에게 ‘해외영업’이란 OOO이다!
저에게 해외영업이란 ‘꿈을 실현하기 위한 사다리’에요.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꾸준히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길이니까요.
앞으로 멘토님의 꿈이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제일 가깝고 실현 가능한 목표로는 자동차 무역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자동차 종류 중에서도 스포츠카요.(웃음)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가 직접 수제 자동차 제조업체 사장까지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네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김예진
담당부서:인터뷰
취재:김예진
INTERVIEW
김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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