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광고 영상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CF 감독 김현섭입니다. CF나 광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총괄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처음에 광고 디자인으로 일을 시작해서 광고 디자인을 5년 정도 하고 광고 영상 분야로 넘어왔습니다. 광고 영상 일을 한지는 10년이 됐습니다.
일찍부터 일을 시작하셨는데 일을 시작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라고 하셨어요. 사물놀이, 보이 스카웃 등 하고 싶으면 모든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특별 활동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중학교 때 검도를 시작했는데 대학에 가면 경호 과를 가고 싶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기회로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회사를 다니게 됐어요.
졸업을 하지 않고 학생으로 일을 시작하셨는데, 어떻게 일이 가능했나요?
컴퓨터로 포토샵을 조금 할 줄 아는 정도였지만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어요. 때마침 제가 자주 가던 사이트에서 신생 벤처 기업의 디자이너 모집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처음에는 재미로 이력서를 넣었죠. 고3 여름방학이었는데 이력서에 고3 신분인 것도 썼어요. 그런데 면접을 보고 일을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신생 기업이라 인지도는 없었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고3때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거든요. 입시 미술을 2년 넘게 하는데 성적도 잘 안 나오고 그림도 잘 안되고 슬럼프를 겪고 있던 차였어요. 제가 취직이 됐다고 하니까 어머니께서는 너가 하는 일이니 한 번 해보라고 하셨어요. 오히려 학교와 미술 학원이 난리가 났죠. 어머니가 학교를 설득해서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에는 회사로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 입사한 후의 생활은 어떠셨나요?
막상 들어가서 일을 해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일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좋은 회사를 알게 됐고 다른 회사에 지원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아요. 19살에 전공도 안 한 아이를 채용해서 일을 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처음에 광고 디자인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그때가 1999년도였는데 온라인, 인터넷 벤처 붐이 일던 때였어요. 그래서 온라인 홈페이지, 웹 디자인 일을 시작하면서 사회로 나왔죠. 웹 디자인을 3년 하고 온라인용 광고 디자인을 했어요. 영화 홈페이지, 브랜드 홍보 페이지, 온라인 배너 등을 디자인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광고 대행사에서 일을 했어요. 그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영상을 만드시는 분들과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광고 디자인에서 영상 분야로 옮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영상 감독님들을 봤는데 정말 멋있었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영상에 끌렸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동영상이 많고 인터넷 속도도 빠르잖아요. 그 당시에는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으니까 표현을 하고 싶어도 이미지를 몇 장 넘기면 끝이 났어요. 광고 디자인을 할 때는 만드는 입장에서 아이디어가 있어도 표현하는데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영상은 그 제약이 없었어요. TV 광고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표현들을 영상에서 다 표현할 수 있었거든요.
광고 디자인에서 영상으로 직무가 넘어갈 때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됐나요?
기본적으로 영상도 영상 디자인이고 요즘에는 모든 것이 다 다자인이에요. 구도, 앵글, 색, 빛을 볼 줄 알아야 하죠. 디자인을 하면서 똑같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정갈한 레이아웃을 잡는 방법, 색을 어떤 식으로 쓸지에 대해 실무에서 미리 4~5년 경험을 했으니까 제 눈에 다 박혀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도움이 됐죠. 물론 지금은 더 잘하는 분들의 도움을 받지만 기본적으로는 제가 연출을 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CF 감독’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프로듀서 연출 감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브랜드의 광고를 전체적으로 총괄하죠. 프로젝트가 생기면 그것에 맞는 아이디어를 내고 연출을 기획해서 촬영을 하죠. 기획부터 촬영,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일을 합니다.
멘토님께서 'CF 감독'으로 그 동안 해오신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군대에 갔다 온 기간을 빼면 감독 일을 한지 8년 정도 돼요. 그 동안 저도 회사에 소속 돼 있다가 독립해서 회사를 차렸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독립해서 제 이름을 걸고 한 일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작년 여름에, 광고인데 뮤직 비디오 형태인 CF를 만들었어요. 환타 광고였는데 에이핑크의 정은지씨, 김광수씨, 틴탑의 니엘씨 등 아이돌과 함께 작업한 뮤직 비디오 형태의 광고였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주 고객이 삼성 전자와 이니스프리인데 삼성 전자와는 전자 제품 컨셉 영상 작업을 주로 하고 있고 이니스프리와는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 마다 CF 또는 원 재료 영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활동들 외에 제가 했던 결과물들은 회사 홈페이지
http://www.illri.com에 오시면 다 보실 수 있습니다.
CF 외에 뮤직비디오 제작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뮤직 비디오를 좋아해서 뮤직비디오 제작에 관심이 많았지만 쉽지 않았어요. 예산이 적은 편이거든요. 그래도 뮤직 비디오 제작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에요. 2008년도에 김범수씨의 ‘슬픔 활용법’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고 현재 레이디스코스의 뮤직 비디오 촬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이니스프리 CF 촬영장
뮤직비디오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음악을 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거기에 맞는 그림을 떠올리는 과정을 좋아해요.
상상했던 그림을 실현 시키는 작업은 매력이 있습니다.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출근부터 퇴근 때까지의 업무 일과를 말씀해주세요.
스케줄 마다 하루 일과가 달라요. 영상 연출은 책상에 앉아서 기획도 하고, 스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전화 통화나 회의도 굉장히 많이 합니다. 나가서 발로 뛰는 일도 있고 짐을 옮기고 힘을 쓰는 일도 있어요. 영상, 광고에서 하나의 프로젝트에 최소 30명에서 최대 100명까지 인원이 투입됩니다. 프로덕션은 촬영 팀, 조명 팀,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등 많은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요. 그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는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하죠. 그래서 거의 하루 종일 회의를 하고 대화를 해야 합니다. 역동적이고 바쁘기 때문에 야근도 많은 편입니다.
‘일리 이미진스’ 회사의 대표이신데, 회사 설립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CF 감독으로 독립해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생겨 회사를 차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경력도 필요하죠. 하지만 경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립 프로덕션으로 일을 하면서 프로젝트 수주가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입니다. 프로덕션이 유지 되려면 일이 발생해야 합니다. 저한테 일을 줄만한 회사, 광고주, 광고 대행사가 있다고 판단이 돼야 독립을 할 수 있는 거죠. 브랜드, 대행사 등 누군가가 나에게 일을 맡길 만한 신뢰가 쌓일 정도의 숙련 기간이 필요합니다.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제게 그 기간이 도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을 받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의뢰는 어떻게 받으시나요?
광고물을 만들려고 하는 회사나 광고주가 프로덕션에 연락을 합니다. 몇 개의 프로덕션에 연락을 한 뒤에 그 중에서 회사의 의도를 가장 적절하게 프로젝트에 반영할 수 있는 프로덕션을 선정합니다. 프로덕션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 안을 만들어서 PT를 해야 하죠. 여러 프로덕션 중에서 뽑히면 프로젝트를 제작하게 됩니다.
△ 링클 케어 제품을 바르는 장면을 광고주와 함께 모니터 하는 김현섭님
업무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결과물이 잘 나와서 사람들이 좋아할 때이죠. 그 대상이 광고주이거나 혹은 대중이 될 수도 있겠죠?
지금까지 일을 해 오시면서 특별히 좋았던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아까 말씀 드렸던 김범수씨의 뮤직비디오가 제 이름을 걸고 만든 첫 뮤직비디오라서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이때 일을 매우 재미있게 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보통 이 분야의 일이 급해요. 예를 들어 일주일 전에 연락이 오면 열흘 있다가 온 에어가 돼야 하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급하게 진행이 되고 밤을 새는 경우가 많은 거에요. 그런데 김범수씨 뮤직비디오 촬영은 5개월 동안 준비를 했어요. 곡이 나오기 전에 가이드 곡이 나오자마자 김범수씨와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작업을 함께 했거든요. 김범수씨와 서로 조언을 주고 받고 자료를 찾으면서 시간을 충분히 가졌어요. 준비가 다 끝나고 촬영만 남겨 둔 상황이었는데 배우로 누구를 써야 하는가에 대한 이슈가 있었어요. 김범수씨는 늘 최고의 배우들이 뮤직비디오에 참여 한다고 입 소문이 나있을 때라 배우를 누구로 해야 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때 지성씨에게 시나리오를 보여 드리고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촬영할지에 대해 설명을 드렸죠. 지성씨가 시나리오를 몇 장 넘겨 보시더니 고민도 없이 바로 하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기분도 좋고 뿌듯했습니다.
반대로 안 좋았던 에피소드도 있으신가요?
네, 물론 있죠. 이 일도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있었던 일이에요. 준비 기간을 거쳐 결과물까지 다 나왔는데 클라이언트 측에서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셨어요. 이미 예산을 다 사용해서 촬영을 한 상황이라 남은 비용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가 보기에는 합의된 내용으로 잘 나왔는데 마음에 안 든다고 하시니까 재촬영을 해야 했죠. 그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 분들의 입장에 다 맞춰서 새로 제작을 한 후에야 결과물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어요. 음반 쪽에서 디렉팅을 하시는 분이 일흔에 가까운 할아버지셨는데 그 분의 눈 높이로 모든 일을 하다 보니까 저희와 의견이 맞지 않았던 거죠.
CF 감독을 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전 별로 힘든 일이 없고 다 재미있어요. 물론 안 좋은 점도 있겠죠. 하지만 저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시는 분도 있잖아요. 저는 어찌 됐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어렸을 때부터 했거든요. 디자인, 영상 모두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었고 지금의 일도 잘 돼가고 있고요.
CF, 광고 등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신데 영상 제작 외에 다른 일 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네, 노래 작사를 하고 있어요. 주변에 친한 작곡가 분들이 있어요. 그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작사 제의를 받아서 일을 진행하게 된 거죠. 제가 촬영했던 작업 물 중간 중간에 있는 CM송들은 항상 제가 작사를 하고요. 2012년도에 ‘히스토리’라는 신인 아이돌 남자 그룹이 앨범을 냈는데 이 앨범 중에 수록 곡 “Ma red night”을 제가 작사 했습니다.
멘토님은 다재 다능하신 것 같아요.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요.영화, 요리, 캠핑, 여행을 좋아하는데 흥미 있는 모든 것이 직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무실이 가로수 길에 있으니까 그 주변을 많이 보게 되잖아요. 가로수 길 주변에 보면 재미있고 관심 가는 곳이 많아요. 예를 들어 요즘 꿀 올린 아이스크림이 유행했잖아요. 그것을 보면서 저런 아이템을 구상해서 일을 해볼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관심이 많아서 그 분야로 한 발짝 두 발짝 더 발을 내딛다 보니 일을 즐겁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10년이 지나면 이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멘토님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영상뿐 아니라 작곡을 하고, 영상을 만들고, 만화를 그리는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는 아니에요. 돈을 받고 수익성을 창출하는 상업 광고물을 만드는 일이죠. 뮤직비디오도 앨범을 많이 팔기 위해 만드는 영상이고 CF는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 만드는 광고물이잖아요. 목표로 하는 대상이 있고 결과물을 봐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죠. 그 사람들이 좋아할 때 결과물은 의미가 생겨요. 광고를 내보내서 광고한 제품이 많이 팔리거나, 뮤직비디오를 통해 가수의 팬들이 좋아하고 사람들이 그 가수의 노래를 많이 들으면 가장 큰 매력이고 즐거움이죠. 밤을 새고 고생을 해도 이런 피드백으로 보상이 된다는 것이 가장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외국인 모델에게 작업 내용을 설명하는 김현섭님
멘토님께서는 어떤 자기 개발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체력 보강에 신경을 씁니다. 그리고 누구나 하는 자기 개발 분야에도 관심이 있어요. 실천으로 옮기려 하지만 직장 다니시는 분들처럼 일하는 시간이 고정적이지 않다 보니 조금 유동적인 면이 있기는 합니다. 그 밖에도 연출하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주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말고도 광고나 뮤직비디오 감독님들을 보면 자기 생각을 다 갖고 계세요. 그래서 독특하신 분들도 많고요. 이런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는 보편적인 자기 개발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각자만의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여행, 드라이브를 좋아해서 많이 하는 편입니다. 학원에 가서 영어를 배우거나 책을 보면서 배우는 것 보다 더 큰 도움이 돼요. 저는 이 모든 일들이 나름의 자기 개발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여행을 한 번 가더라도 내가 왜 그 장소를 골랐는지, 그 여행지에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남들은 그것이 자기개발이 아니라 놀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생활 속에서도 하는 일들이 모두 자기 개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사무실에 다양한 소품들이 많은데요. 여행에서 얻은 소품들인가요?
네, 여행을 하다 보니 이것 저것 갖게 된 물품들이에요. 사실 여행을 자주 가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개인적인 여행은 잘 못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일 자체가 여행일 때도 많아요. 워낙 많이 돌아다니니까요. 작년만 해도 제주도만 8번 왔다 갔다 했어요. 촬영을 하기 위해 세트장에 가면 남양주나 강원도도 많이 가거든요. 해외 촬영도 있고요. 몇 년 전에 하와이에 갔는데 그것도 촬영 때문에 다녀온 경우입니다..
CF 감독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전망은 좋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모든 것이 광고에요. 책상에 놓여 있는 이 소품들도 광고고요. 누군가 음료수를 마시는 것을 보고 나도 한 번 마셔볼까 하면 그것도 광고가 되는 거죠. 버스, 핸드폰, 유투브 영상 하나 올리는 일, 스팸 문자나 메일도 광고고요. 본인이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광고로 온 세상이 도배가 돼 있습니다.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다 보니까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 물건을 사주지 않죠. 영화를 만들더라도 광고를 잘 만들어야 영화를 보러 오는 시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전망은 밝다고 생각하지만 국내 시장은 작다고 할 수 있어요. 광고 인으로 배출 되는 사람은 매 년 어마어마하게 많잖아요. 그 사람들을 시장이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진로를 바꾸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덕션이나 광고 제작사들 중에 대형 제작사가 많지 않아요. 대부분은 중소 규모거든요. 그러다 보니 일의 장르 자체의 전망은 밝지만 우리나라만으로 보기에는 시장 자체가 장래가 좋다, 비전이 있다고 말은 못하겠어요. 인원이 한정돼 있으니까요. 출산 인구가 늘어나서 인구가 1억은 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웃음)
광고 영상의 수요는 많은데 시장은 작은가요?
옛날만 해도 신문, TV가 다였잖아요. 그런데 영상만 해도 핸드폰, IP TV, 유투브, 광고판, DMB 등 모두 다른 매체거든요. 거기에 맞게 다 영상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작 단가가 낮아져요. 매체는 많아졌는데 만들려는 광고 분야 사람들은 많잖아요. 프로젝트 하나만 하더라도 5~10개의 프로덕션이 몰려 들어요. 무한 경쟁인 셈이죠. 예산도 많지 않다 보니 일을 많이 해도 영세한 기업들도 많습니다.
국내 시장 외에 해외로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외에서 ‘나’라는 브랜드를 찾아야 해요. 해외의 광고주가 나를 찾을 정도로 내가 장점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컨텍을 한다고 해서 회사가 선택해 주는 것은 아니거든요. 외국의 훌륭한 감독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해외 회사가 나를 선택할만한 장점은 또 고민해서 만들어야 할 몫이죠.
만약 사회초년생이 된다고 가정하면, 이 직업을 다시 선택 하실 건가요?
네, 이 일은 매력이 있어요. 하지만 다른 일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뒤돌아 보면 그때 그 일이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싶은 사건이 있어요. 저는 그런 일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 당시에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때 우회전이 아니라 좌회전을 했다면 지금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또는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 사무실을 내거나 감독을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CF 감독이 되기 위해 요구되는 특별한 스펙이나 자격이 있나요?
CF 감독은 특별히 요구되는 스펙이나 자격은 없습니다. 저도 대학 전공자가 아니에요. 나름의 스킬이나 노하우를 가지고 일을 하다 보니 이 자리에 와 있는 거죠. 물론 전공자도 많지만 광고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전체가 10이면 5명은 광고를 전공하고 5명은 식품 영양, 철학 등 전혀 관련 없는 학과를 전공하신 분들이거든요. 임용 고시 시험을 다 보고 감독을 하시는 분도 있어요. 관련 전공 보다는 현장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와 기획, 필드에 나가 뛰어 다니고 감각과 노하우를 쌓는 일의 균형이 맞아야 해요.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이 분야의 일을 계속하기가 어렵습니다.
CF 감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감독들은 말도 잘해야 해요. 내 아이디어를 잘 팔기 위해서는 광고주들에게 설명을 잘 해야 합니다. 설명을 잘하지 못해서 아이디어가 팔리지 않으면 그 아이디어는 무용지물이 되는 거죠. 그래서 훌륭한 감독님들을 보면 투자자들에게 본인의 아이디어 설명을 잘해요. 자기 PR을 확실히 해서 본인의 장점을 입증해야 투자금을 이끌 수 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프레젠테이션과 문서를 만드는 기술도 중요하겠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아무리 잘해도 결과물이 좋지 않으면 문제가 되겠죠. 영상 제작에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은 당연히 중요하고요. 미적 감각, 영상에 대한 감각, 지식, 풍부한 경험들도 복합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콘텐츠가 있으신가요?
영상 분야의 책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잠수복과 나비’라는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장 도미니크 보비’라는 분이 쓴 책인데 이 분은 프랑스에서 잘 나가던 편집장이었어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으며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거에요. 여기서 잠수복은 전신 마비를 의미합니다. 이 분은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왼쪽 눈꺼풀의 깜박임을 언어로 만들어서 나온 책입니다. 이 책을 보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부족한 것은 하나도 없고 사지가 멀쩡하면 못할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 일에는 트랜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이 보는 광고 사이트(http://www.mg25.com, http://www.vimeo.com, http://motionographer.com)를 추천하고 싶어요. 외국 광고물이나 TV CF도 올라 오는 사이트인데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후배들이 갖추었으면 하는 자세나 역량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매우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우리끼리는 후배들 중에 끈기나 열정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는 말을 해요. 저의 경우도 광고를 하고 싶어서 프로덕션 감독님께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낸 적이 있어요. 돈을 안 받아도 좋으니 감독님 밑에서 일을 하게 해달라고요. 지속적으로 의사 표현을 해서 감독님 밑에서 일을 할 수 있었거든요. 급여와 상관없이 제가 매우 좋아하는 프로덕션 감독님 밑에서 일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무조건 이런 헝그리 정신이 좋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 분야 일은 자기 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덤비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아요. 힘든 일을 기피하고 빨리빨리 감독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는 없거든요.
“멘토님에게 ‘CF 감독’은 OOO이다.” 라고 정의해주세요.
CF 감독은 ‘멀리 플레이어’입니다. 축구 감독은 플레이는 안하고 전략과 전술만 짜면 되잖아요. 반면에 CF 감독은 전략과 전술도 짜면서 자신이 직접 뛰고 행동할 줄도 알아야 해요. 전략과 전술을 기획하는 능력, 커뮤니케이션 기술, 부지런한 자세 등 완벽한 감독은 멀티가 가능해야 합니다.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이영주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이영주
INTERVIEW
이영주
interview1@mailinfo.saramin.co.kr
EDITOR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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