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HRD전문가 장수창입니다.
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융 계열사 교육팀을 거쳐 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일해왔습니다. 이 후에는 그룹 전략경영본부 교육팀에서 교육과정 기획, 운영을 담당했습니다. 직장생활 24년 중의 16년 정도를 HRD 분야에서 일을 했어요.
멘토님께서 그 동안 해오신 일과 지금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계열사 교육팀에서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역량개발 교육과정 기획, 운영, 결과보고, 성과분석을 담당해왔습니다. 그룹 인재개발원에서는 각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역량개발 교육과 리더십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였으며, 그룹 전략경영본부에서는 그룹 전체의 교육기획과 성과분석 등을 담당하였습니다. 지금은 과거 경력을 살려 각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들을 컨택하여 추천하는 헤드헌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HRD업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경영학을 전공해서 처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융계열사에 재무팀으로 입사를 했어요. 그런데 회사에 순환근무 제도가 있어서 교육팀으로 발령을 받게 된 거에요. 그 때 교육팀 업무를 하면서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원래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교육업무가 잘 맞더라고요. 교육팀에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룹 연수원을 자주 오가게 되었는데 연수원 원장님께서 제 열정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제게 인재개발원에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인재개발원은 신입채용이 없고 각 계열사에서 역량 있는 임직원들을 뽑아서 구성하거든요. 덕분에 인재개발원에 발탁될 수 있었죠.
재무팀으로 입사하셨다가 직무가 바뀐 셈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일하신 것을 보면 적성에 잘 맞으셨나 봐요.
네, 교육 일이 재미있었고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도 많이 했어요. 또 교육학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이 길을 내 길로 삼아도 되겠다는 확신도 갖게 되었죠.
어떤 점에서 재미있다고 느끼셨던 건가요?
새로운 사람을 계속 만나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또 제가 장교로 6년 동안 군생활을 한 덕분에 사람들 앞에 서는 두려움이 없었어요. 교육 운영을 하려면 사람들 앞에 설 일이 많거든요. 적성과 딱 맞은 거죠.
처음에 교육학 전공자가 아니라서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셨을 것 같아요. 앞서 교육학 공부를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수강하셨나요?
대인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스킬들이 굉장히 많아요. 우선 ‘DISC’,’TA’, ’MBTI’, ’애니어그램’ 등의 강사과정을 수료했어요. 리더십 관련 강의로는 ‘Followership’, 그 외에도 ‘문제해결 강사과정’,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 과정을 이수했어요.
강사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내강사 양성과정’과 고려대학교 권대봉 교수님, 한양대학교 유영만 교수님의 강의를 많이 들었어요. 권대봉 교수님은 우리나라 교육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시는 분인데요. 실무에 기반한 강의를 하셔서 저에게 참 유용했어요.
인재개발원에서는 어떤 교육들을 진행하나요?
인재개발원에는 직급별 교육, 승진예정자 교육, 직무교육 등이 있어요.
직급별 교육이란 신입사원 연수부터 사원교육, 대리교육, 과장, 차장, 부장, 임원까지 모든 직급별 필요한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승진예정자 교육이 중간중간에 있어요.
직무교육은 매우 종류가 다양한데요. 예를 들면 사내강사 양성과정, 인사담당자 교육, 회계담당자 교육 등이 있어요. 저는 특히 기술교육에서 ISO2000심사자 과정, 회계담당자 교육 과정 등을 진행했었어요.
흔히 교육은 매년 똑같기 때문에 루틴화된 업무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직무교육은 각 계열사의 니즈에 따라 매년 새롭게 만들어요. 굉장히 범위도 넓고 만들 수 있는 교육이 무궁무진해요.
직급별 교육과정은 비슷하긴 해요. 하지만 매년 피드백을 받아 계속 업데이트를 하기 때문에 80% 정도의 뼈대만 같고 조금씩 달라져요. 그래서 루틴 하게만 돌아가지는 않죠.
교육팀에서 하는 일이 교육기획과 교육운영이라고 들었는데 두 업무는 어떻게 다른가요?
교육기획은 어떤 교육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교육을 어떻게 운영할까 고민하는 것은 교육운영이고요.
교육기획은 교육니즈를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현업 부서장과 최고경영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반드시 물어봅니다. 부서장마다 원하는 니즈가 다르거든요. 회계팀 팀장은 부하직원이 고급회계까지는 다룰 줄 알기를 바라죠. 재무제표도 작성할 줄 알면 더 좋고요. 하지만 일반 부서의 팀장은 직원들이 재무제표를 읽을 줄만 알면 되는 수준의 교육을 원해요. 또한 같은 회계교육이어도 상무, 부장급은 회계를 통해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을 원하고 사원은 회계를 이해하는 교육을 원하기 때문에 니즈가 다 다르죠. 여기서 최고경영자의 니즈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되는데 이는 교육을 만들고 지원을 받기 위한 이유도 있어요. 이런 것들을 모두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기획에서는 여러 의견을 절충하는 것이 가장 큰 이슈라는 생각이 드네요. 교육운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교육과정 운영은 커리큘럼 세팅과 교육과정 진행 및 결과보고 / 분석으로 나눌 수 있어요.
커리큘럼 세팅은 기획한 내용으로 교육 모듈을 구성하고 강사를 섭외하는 과정이에요. 그 다음 각 계열사에서 교육생을 모집합니다. 마지막으로 결과보고/분석을 위해 교육장에서 테스트를 하거나 교육 후 각 현업에서 피드백을 받아요. 이 결과를 분석해서 강사평가, 교육과정 평가를 합니다. 개선점은 다음과정에 반영하고요.
기획한 교육을 운영하는 것이 교육운영이군요. 그렇다면 교육기획은 직급이 높은 직원들이 주로 하고 운영은 직급이 낮은 직원들이 주로 하게 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모든 직급이 교육운영과 교육기획을 같이 합니다. 다만 각 직급에 맞는 수준의 운영을 맡게 되죠. 사원에게 과장 교육을 진행하라고 할 수는 없거든요.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 사원이 제어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사원 시절에 부장급 과정에 투입되어 행동훈련 교관을 한적이 있었어요. 그 때 너무 강하게 교육을 진행해서 미움을 산 경험도 있어요. 즉 교육생의 직급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사람이 교육운영자로 투입돼요.
다만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초기에는 운영만 하죠. 처음에는 선배들이 진행하는 과정에 보조 진행자로 투입되어 현장 트레이닝을 받고요 약 6개월 후에 실무에 투입돼요.
보통 1년에 얼마나 교육을 진행하시나요?
1년 동안 20여가지 교육과정을 진행했으니 한 달에도 2개씩 하는 셈이죠. 또 한 달에 많을 때는 4주까지 교육을 할 때도 있어요. 1년 52주 중에 평균 40주를 교육을 진행합니다.
흔히들 교육업무가 힘들다고 하는데 이렇게나 많은 교육을 하시니 힘들 수 밖에 없겠네요.
네, 특히 7월, 1월에 있는 신입사원 연수를 진행할 때는 4주를 연수원에서 함께 머물러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인원파악하고 사원들이 잠들면 그 때부터 정리를 하고 결과보고 일지를 씁니다. 기본적으로 1년에 두 달은 집에 못 들어가죠. 또 교육이 지역에서 진행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지역에서 머물러요. 그래서 연간 4~5개월 정도는 밖에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일반교육과정은 보통 퇴근을 늦게 하는데요. 교육을 마무리 짓고 퇴근하면 10시쯤이에요. 또 아침 8시에 교육이 시작하니까 최소 7시에는 출근해야 되죠. 교육 진행 중에는 모든 위험요인을 다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어야 되요. 교육이 시작해서부터 나갈 때까지 사고, 일탈이 일어나면 안되니까 계속 신경을 써야 되죠. 굉장히 바쁘고 힘든 업무에요. 덜 자고 더 많이 움직이고요.
체력도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몸이 힘든 것 말고도 고충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몸이 힘든 건 사실 견딜 만 해요. 하지만 경기가 침체되거나 회사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하는 게 교육예산을 줄이는 것이거든요. 당장 교육이 줄게 되죠. 그런 점이 교육팀의 고충입니다. 교육예산을 줄이면 나중에 반드시 역효과가 나요. 1년 동안 교육을 안 했으면 사원들의 역량레벨이 그 만큼 떨어지거든요. 나중에 역량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요. 보기에는 회사가 잘 돌아가지만 결국 나중에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데 도약을 못하는 상황이 와요.
두 번째 고충은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 못하는 상관이 있을 때에요. 대게 이런 분들은 교육을 단순히 인사직무의 한 부분으로만 생각하고 대충 넘기려 하죠. 며칠 쉬다 오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가끔 제가 교육을 제안해도 왜 하냐고 반문하시면 할 말이 없어지죠. 실제로 그런 분들과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교육의 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더 그렇겠네요.
네, 그래서 ‘이 교육을 하면 어느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라고 반드시 설명을 드려요. 실제로 교육을 하고 나면 바뀌기도 하고요. 바뀌지 않으면 교육이 아니라 전시거든요. 하지만 이것을 입증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죠.
그래서 전략기획실에 있을 때는 실제 수치로 교육평가분석을 했어요. 금호그룹에서 교육에 투입된 비용, 시간을 계산해서 임직원 한 사람이 연간 교육을 몇 시간이나 받았는지, 한 사람당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 교육대비 매출에 효과가 있는지 등을 분석했어요. 이 분석도 굉장히 어려워요. 당시 금호그룹 전체 매출대비 교육비 투입률이 0.2% 정도였어요. 그 당시 삼성그룹이 1%정도였고 중소기업들 중에 성장세가 큰 그룹은 3%~4%였던 것에 비하면 큰 수치는 아니었죠.
이렇게 힘든데도 오랫동안 인재개발원에서 일을 할 수 있었던 멘토님만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열정, 그리고 일을 즐기는 것이었죠. 열정이라는 것은 ‘이 일을 해도 될까?’ 정도가 아니라 미치는 것을 말해요.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어떤 일에 미쳐야만 경지에 이를 수 있거든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라는 최면도 계속 걸어야 하고요. 그러면 어느 순간 자신 있게 잘 하고 있어요. 자기가 하는 일을 계속 의심하면 절대 성공할 수가 없어요. 지인 중에 작은 쪽지에 뭔가를 적어서 매일 보시는 분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10년 후 자신의 미래를 아주 작은 글씨로 적어놓은 쪽지였어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10년 뒤 쪽지에 적힌 10가지를 결국 다 이루시더라고요.
두 번째는 일을 정말 즐겨야 되요. 일을 하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야 되요.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요.
멘토님께는 어떤 소소한 즐거움들이 있었나요?
제가 교육했던 신입사원들이 대리, 과장으로 승진해서 연수원에 놀러 올 때가 있는데 이런 보람이 소소한 즐거움이죠. 또 제가 만든 교육과정이 각 현업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도 뿌듯하고요. 각 회사 상무, 임원들이 “교육 정말 좋았어.”라며 칭찬을 해주실 때 감사하죠.
오랫동안 일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세요.
처음 미국 연수를 갔을 때 시차적응을 못해 잠을 거의 못 잤어요. 9박 10일 동안 20시간 정도 잔 것 같아요. 당시 제가 50명을 인솔해서 갔는데 잠깐 쉬려고만 하면 저를 찾으니 쉴 수가 없었죠. 교육이 끝나고 올랜도 디즈니 월드를 들르게 되었는데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구경하러 가는데 저는 숙소에서 잠을 잤어요. 디즈니월드 눈 앞에 두고도 가보지 못한 거죠. 물론 두 번째 연수를 갔을 때는 매우 잘 잤어요.
강의도 직접 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주로 어떤 콘텐츠로 강의를 하시나요?
가장 많이 했던 콘텐츠는 Followership입니다. 주로 사원 대리급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요. Followership은 리더십의 한 분야인데 셀프리더십이라고도 해요. 단순히 리더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Great Partner가 되자는 내용입니다. 빌게이츠의 친구이자 현재 MS의 CEO인 스티브발머, 농민의 아들로 시골학교도 다니지 못한 마오저뚱을 주석의 자리까지 올린 저우언라이와 같은 사람들이 Great Partner의 좋은 예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변화해야 되는지 까지도 강의를 했어요. 삶아지는 개구리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세요? 큰 비커에 뜨거운 물과 찬물을 넣고 개구리로 실험을 해요.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순간 탁 튀어 나와요. 그런데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온도변화를 주면 가만히 있다가 죽어요. 뜨거운 것을 알면서도 순응해버리는 거죠. 공룡도 환경 변화에 순응을 해버려서 멸종을 했잖아요. 즉 변화가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익숙함에 순응하면 발전할 수가 없어요.
강의는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운영과 함께 하셨던 건가요?
교육운영과 강의를 함께 할 수는 없어요. 교육운영자는 친근해야 되고 강사는 약간의 권위가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과장 과정을 맡고 있으면 대리과정에 강사로 들어가는 방법으로 강의를 했어요. 또 가끔 외부강의도 하고요.
업무를 하시면서 자기개발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 있으신가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어요. 교육은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이 많은 직무이기 때문에 해박하고 약간은 잡학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흔히 저희끼리 박사보다 ‘잡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해요. 또 기본 지식을 쌓기 위해 앞서 말씀 드린 권대봉, 유영만 교수님들의 강의도 많이 들었어요.
두 번째로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연수원, 컨설팅 기관들과 교류를 계속했고요 해외연수도 다녀왔어요. ASTD라고 미국기업들이 와서 성공했던 교육에 대한 소개를 하는 컨퍼런스에요. 미국 기업들은 교육에 투자를 실제로 많이 하거든요. 거기서도 많이 배워와요.
기업교육에도 트렌드가 있나요?
예를 들어 IMF때는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이 필요하잖아요. 그 때 나온 교육이 극기훈련이에요. 어떻게 하면 사원들이 힘들지 않게 이 상황을 견딜까에 관련된 교육이 많았어요. IMF가 지나고 나자 김정운 교수님 같은 스타일이 유행을 했어요. ‘잘 노는 사람들이 성공한다’라는 슬로건으로 감성을 터치하는 교육들이었죠. 이 교육은 직원들이 스스로 자기개발을 하게 만들었어요. 그 때 나온 것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고요.
앞으로 HRD 분야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실질적으로 말씀 드린다면 그리 밝은 편은 아닙니다. 기업 내부에서는 일반적으로 교육을 중요시 하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예산을 줄이는 부분이 교육이거든요. 이런 상황이 기업 외부까지도 이어져서 기업강사들도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면 큰 영향은 받지 않지요. 예를 들면 권대봉, 유영만 교수님 같은 케이스에요. 또 CEO가 교육이 경영의 파트너라는 것을 인식해야지만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있어요.
교육이 경영의 파트너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잡으면 교육은 직원들을 이끌어가는 거에요. 그래서 교육담당자가 경영을 알아야만 전략적인 교육을 만들 수 있어요. 회사가 한 단계 진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를 생각해야 되는 것이죠. 교육을 한마디로 뭐라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저는 ‘나팔수’ 라고 대답해요. 대장이 지시를 내리면 나팔수가 지시에 따라 전진나팔을 불잖아요. 정지, 후퇴와 같이 구성원들이 갈 방향을 제시하고요. 그래서 교육하는 사람은 반드시 경영을 알아야 됩니다.
기업교육은 회사의 경영전략에 따라 바뀌어야 된다는 말이네요. 이것이 학교교육과 기업교육의 차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
그렇죠. 학교교육은 이미 입증된 원칙에 따라 교육을 해요. 반면 기업교육은 변이성을 고려합니다. 이런 요인을 투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를 계속 고려하는 거에요. 말하자면 원칙이냐 응용이냐의 차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그런데 원칙을 모르면 응용도 못하니까 교육이론도 중요합니다.
교육 컨설팅회사에서 일하실 때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고객사의 의뢰를 받아서 교육 관련된 업무를 대행했어요. 일부 코스만 만들어 주는 경우도 있고 교육훈련 체계를 전부 세워주는 경우도 있어요. 교육훈련 체계를 만드는 과정은 6개월 정도가 걸리는 큰 작업인데요 연차 별, 직급 별, 팀 별로 받아야 되는 교육을 트리로 정리해요. 재무팀 신입사원 1년 차는 어떤 교육을 받아야 되고 이런 식으로 모두 정리하다 보면 교육 커리큘럼이 방대해져요. 트리가 한 권정도나 나와요. 트리를 제작한 뒤에는 각 팀 별로 허가도 받아서 체계를 확정 짓습니다.
HRD분야로 진출하는데 전공이 중요한 요소인가요?
사실 현업에서 전공은 큰 의미가 없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과 기업의 교육기획은 전혀 다르거든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이론이지만 기업은 실무에요. 아동교육을 ‘페다고지’ 성인교육을 ‘안드라고지’라고 하는데 농담으로 아동교육은 패면 말을 듣지만 어른교육은 아무리 해도 말을 안 듣는다고 안드라고지라는 말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채용 시에는 전공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 현실이에요. 교육학을 가장 먼저 뽑아요. 교육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요소니까요.
교육학이나 경영학 전공을 하지 않은 사람이 HRD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경로가 있나요?
제 지인 중에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있었어요. 이 분은 교육일을 하기 위해서 경영대학원을 다녔고 교육학은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읽어서 독파하셨어요. 전공이 맞지 않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저 같은 경우만 해도 재무팀으로 들어와서 교육팀으로 순환근무하게 된 경우니까요. 우선 입사를 한 후에 교육팀에 대한 관심을 계속 보여주면 팀을 옮길 기회도 생길 것이고요.
HRD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은 도움이 될까요?
저는 취업을 한 후에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학원까지 마치면 나이가 많아지니 취업에 제한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취업 후에 대학원을 가는 것은 정말 권장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은 경영대학원을, 경영을 한 사람은 교육을 공부하는 것이 좋아요. 교육과 경영을 다 알아야만 HRD분야에 깊이가 생겨요.
교육에 관련된 대학원은 일반 교육대학원과 기업교육대학원이 있는데 어떤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기업교육대학원은 이론을 벗어나서 현업의 실무를 사례로 많이 다루죠. 협업 실무에 계신 분이라면 기업교육대학원을 가는 것이 좋아요.
기본적으로는 어떤 성향의 사람이 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외향적인 사람이 인재개발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거에요. 평소 대인관계가 좋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적합하겠네요. 또 저를 보시면 알 수 있듯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되요. 인재개발원 신입 교육을 할 때는 일부러 다른 사람들 앞에 자주 세우기도 해요. 처음에는 다들 두려워하죠. 하지만 해볼수록 늘어요.
HRD분야로 진로를 희망한다면 대학시절에는 어떤 활동을 해보는 것이 좋을까요?
공부는 기본이고 최대한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교육 운영을 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교육생이 다쳤을 경우 응급처치법도 알아야 되고 교육장에 갑자기 전기가 나갔을 때 고칠 줄도 알아야 되죠. 때로는 등산을 가기도 하는데 코스개발도 할 줄 알아야 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어보세요.
계속해서 책을 많이 읽어보라고 권유하셨는데요 후배들에게 추천해줄 책은 어떤 것이 있나요?
우선은 권대봉 교수님의 기업교육사례연구와 산업교육론을 추천해드립니다. 이 책은 국내 대기업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에요. 이론 관련으로는 나일주 교수님, 한준상 교수님, 유영만 교수님의 책도 좋습니다.
하지만 말씀 드린 것처럼 웬만한 책은 다 읽어보실 것을 권해요. 같은 삼국지를 읽어도 어떤 사람들은 스토리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만 누군가는 경영 전략을 배울 수 있거든요. 예전에 그룹 회장님이 S그룹의 전 임원들에게 초밥왕 한 세트를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고 한 일화가 있어요. 주인공이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발전하는 것을 보고 기업이 나갈 방향을 캐치하라는 의도였죠.
HRD분야에서 커리어를 쌓고 향후에는 어떤 분야로 진출할 수 있나요?
공부를 계속 해서 강의를 할 수도 있고요 나중에 프리랜서로 컨설팅을 할 수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 헤드헌터일과 컨설턴트 일을 동시에 하고 있고요.
앞으로 멘토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현재 하고 있는 헤드헌터로서 성공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HRD전문가로서 강의도 계속 하고 싶고 현재 쓰고 있는 책도 마무리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후배들이 갖추었으면 하는 자세나 역량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교육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에요. 어렵고 힘들어도 일을 즐기는 긍정적인 마인드요. 또 계속 생각을 해야 되요. 최소한 한달 뒤에는 무엇을 할지 정도는 생각해야 되죠. 사람이 생각을 하지 않으면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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