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난민인권센터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성인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현재 난민인권센터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계신대, 그 동안 해오신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졸업하고 이쪽 분야에서 계속 있었어요. 처음 학교를 졸업했을 때는 전주 경실련에서 4년 3개월 정도 일을 하다가 제 3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일단 영어부터 배우자는 마음으로 캐나다에 갔습니다. 그리고 캐나다 난민단체에서 일을 하다 개인적인 문제로 한국으로 귀국해서 또 다시 지역에서 시민 운동을 했습니다. 근데 나이가 40이 넘어가면서 가슴 속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꿈에 다가갈 기회가 멀어져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결단을 내리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서 난민에 관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난민인권센터는 2009년 3월 24일 창립돼서 그 후로 계속 이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전에도 계속 시민운동이라는 범위 안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에 계속 시민단체에서 일을 해왔고 캐나다에서도 난민과 관련된 업무를 했기 때문에 20년 정도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어떻게 난민과 관련된 업무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캐나다를 처음 갈 때 막연하게 제 3세계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유고내전이 발발했습니다. 계속 유고 내전과 관련된 컨텐츠를 읽고 듣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열악하고 도움이 필요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난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자신의 권리나 인권을 보호받을 국가가 있고 그 국가를 통해 우리의 인권을 보호 받고 있으며, 아무리 어려운 사람이라도 자기의 권리에 대해서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국가가 있지만 난민은 자신의 인권을 지켜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난민이 이 지구상에서 혼자 유유히 떠있는 단독자라고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난민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난민인권센터’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난민인권센터’는 한국에 오신 난민 분들이 한국 정부에 난민신청을 하고 인정받는 과정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합니다. 보통 난민들은 급박하게 탈출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스토리를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분들을 인터뷰하고 스토리를 재구성해 난민의 주장이 사실인 것을 증명하고 법무부에 난민 신청 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난민 신청을 하고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 시간 동안 국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청 기간 동안 아프기도 하고 돌아가시기도 하시는데, 이런 난민 신청 기간 동안 발생하는 긴급한 구호를 하고 있습니다. 난민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1차적 책무입니다. 시민단체, 인권단체로써 한국 정부를 향해서 난민을 지원하고 보장할 수 있는 제도나 법의 개선, 또는 예산 확충에 대한 목소릴 높이고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인식개선입니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많은데. 이런 인식과 편견을 개선 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크게 얘기하면 법률 지원, 긴급 구호, 법과 제도의 개선,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근무를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신가요?
굉장히 많지만,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올해 돌아가신 분입니다.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암 진단을 받고 한 50일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임종을 지켜드렸던 그 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임종을 처음 경험해봤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기 나라에서 보호받지 못해 한국에 왔는데 한국에서도 힘들게 지내다가 가족 품에 안기지도 못하고 돌아가셨잖아요. 그 분의 마지막을 함께했던 기억이 저로써는 슬프기도 하고 미안함도 있고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난민도 의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있습니다. 의료보험은 없으나, 여러 기금들이 있어 큰 병의 경우 치료비에 대해 지원 받을 수 있는 길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뭔가 감동적이고 스토리가 있어야 모금을 해주기 때문에 큰 병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후원을 받을 수 있으나 감기 같은 작은 병들은 일상적으로 발명하는데다 의료보험이 없어 비싼 값을 치름에도 불구하고 지원받을 길이 없습니다.
NGO에서 난민 인권에 대한 업무를 하고 계시는 멘토님의 업무일과가 궁금합니다.
공간이 협소해서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면 집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오전에는 난민 신청하신 분들의 케이스를 정리하는 일들을 하고, 법률 지원에 대한 조사와 어떻게 진행시킬 것인지 결정하는 사무국 회의를 진행합니다. 정기적으로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는 분들 면회하고 난민분들의 집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난민을 위한 일들을 많이 하시는데, 난민 인권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멘토님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어느 누구도 인생의 앞길도 모르고, 세계질서의 앞길도 모릅니다. 우리나라도 20~30년 전에 난민을 배출했고 지금도 난민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질서라는 것이 결국은 국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질서인데, 좋은 국가도 있지만 나쁜 국가도 있고 또 정권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자기나라 국민들을 보호할 능력이 없는 국가도 있으며 보호할 의지조차 없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수많은 국가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고 국가의 이름으로 폭력을 가하는 국가도 있는데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국가폭력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괜찮다고, 편안하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분쟁국가이고, 위험에 놓여있습니다. 6.25 때 많은 도움 받았으니 지금 괜찮을 때 우리가 도움 받았던 거처럼 도움을 줘야 합니다. 난민 보호는 국가간의 상부상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멘토님께서는 업무도 굉장히 바쁘신데, 자기개발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주말 농장을 합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자기 개발 한다는 게 결국은 가장 나답게 될 때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요구하고, 직업에서 요구하는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좋은 자기개발은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학을 하고 자격증을 따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큰 틀에서 말하면 각박한 직장생활, 사회생활에서 자기를 잃어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다운 모습으로 돌아갈 때 나는 행복하고 편안하고 이것보다 내 개발에 더 적합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주말농장이에요. 주말농장 가서 땀을 흘리면서 상추도 가꿔보고 배추도 가꾸고 거기서 나오는 소산물을 가지고 반찬을 해먹고 푸른 밭에 가서 하루 종일 앉아있으면 그때처럼 좋은 힐링과 편안함이 없어요.
업무가 힘드시니까 힐링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 힘드셨던 적은 언제인가요?
난민과 관련된 단체를 만든 가치는 난민을 하나의 케이스로 보지 말고 인간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이 너무 많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니까 난민을 하나의 케이스, 파일 안에 담겨 있는 수 많은 케이스 중에 하나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가 가장 힘들어요. 어느 순간 내가 기계처럼 되어간다고 느끼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말한 인권 자체가 인간됨을 회복하기 위한 것인데, 그것을 기계처럼 행하고, 인간성을 상실한 방법으로, 존중되지 않는 방법으로 일을 할 때가 있고, 그렇게 요구하는 환경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가 회의감이 듭니다. 그것은 우리가 일할, 존재해야 될 목적과 가치, 방법 자체를 상실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NGO나 이런 단체들은 가치를 가지고 일을 하는데 그 가치를 잃어버리거나 희미해질 때도 있고 가치를 미뤄두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하는 환경에 놓일 때도 있습니다. 원하던 가치와 행동이 다를 때가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힘든 일도 있으시지만, 보람을 느끼실 때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져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때가 가장 행복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한국 정부가 난민을 인정하는데 너무 인색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로써는 난민 인정이 될 때 보람을 느끼죠. 난민을 보호해줄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보호하겠다고 선언하는 거잖아요.
지금까지 일을 해 오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국회에서 난민 관련된 세미나가 있어서, 평소에 알고 지내는 난민 한 분한테 영어로 쓰여진 초청장이 왔습니다. 그걸 가지고 세미나에 참여하고자 국회로 가서 의원회관 쪽에 앉아계시는 경비 분한테 초대장을 내밀었어요. 그랬더니 경비원은 어떤 군인한테 난민을 인도했고 그 군인은 난민을 보고 깍듯이 인사를 하고 어떤 회의장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거기가 난민세미나 장이 아니라 주한미군하고 한국정부하고 정책 협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외국인이 영어로 된 초청장을 보여주니까 주한미군 관계자인줄 알고 잘못 데려간 거죠. 이게 얼마나 웃깁니까! 난민인데 인식에 따라 난민이 될 수도 있고 고위 정책자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우리가 얼마나 난민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나 잘못된 편견, 또 우리 인식 자체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상당히 코미디적인 상황이지만 굉장한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 때 당시에는 웃었지만 지나놓고 보니까 차별된 인식 속에서 난민이 대접받는 현실이 슬프더라고요.
다시 돌아가서 오랫동안 난민을 위해 일해 오셨는데, 그렇게 오래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젊었을 때 많은 방황과 고민을 했습니다. 이 직업을 갖기까지 고민도 많이 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기 전까지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어떤 직업을 통해 내 꿈을 펼칠까에 대한 고민.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 고민을 했습니다. 젊었을 때 했던 고민의 양이 얼마만큼 오래 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쉽게, 욱하는 마음에, 멋있어 보이려고, 흔히 말하는 사회적 성공, 경제적 보상으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런 이유들 말고 오래 갈 수 있는 원동력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선정하기 위한 고민입니다 그 고민을 확인하는 작업, 예를 들어 여행이라든지 선배들과 대화를 한다든지 하는 과정을 통해 뿌리가 단단히 자리 잡게 되면서 오늘날까지 이 직업을 할 수 있게 했던 것 같습니다.
멘토님의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직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고 직업을 통해 얻는 매력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꿈이 있잖아요. 그 중에는 직업과 꿈이 일치해서 자신의 직업을 통해 꿈을 이루는 사람이 있고, 꿈과 직업이 별개인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꿈과 직업이 일치해서 개인적으로 행복합니다. 직업이 가진 매력은 가치의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직업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직업을 통해 구조를 이루는데 필요하지만, 직업에 관계없이 내가 속해 있는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가치가 다를 수 있지만 조금 더 나은 세상, 인간이 인간답게 대접받는 세상을 꿈꾸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 직업은 직접적으로 그것과 연관된 일을 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만족감이나, 자부심이 있습니다.
지금 몸담고 계신 분야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직업으로 전망은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미래에 얼마나 이 직업을 필요로 하는지에 관한 전망과 일상적으로 말하는 얼마나 잘 나가는지, 사람들에게 선망 받은 직업인지에 대한 전망이 있는데, 필요는 계속 확대될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현재 국제 질서가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가면 갈수록 분쟁과 갈등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독특성을 인정 받기 위한 노력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어, 크고 작은 분쟁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런 곳에서 나오는 희생자들은 계속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난민은 아마 국가와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계속 발생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직업에 대한 수요는 많아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난민뿐 아니라 우리사회에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은 그만큼 많은 NGO들이 필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맘만 먹으면 이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는 무궁무진 합니다. 문제는 이 직업이 아까 말한 좋은 직업, 선망의 직업이 될 거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금도 인권단체들은 급여도 나오기 힘들고, 전부 다 후원을 통해 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이 직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느냐에 대한 전망은 별도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시 사회초년생이 된다고 가정하면, 이 직업을 다시 선택 하실 건가요?
네, 할 거 같아요. 난민을 위해 일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초년생 때 순수하게 이 세상에 대한 고민들을 했었습니다. 이 세상이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사회 문제들이 해결돼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을 꿈꿨고 내가 살고 있는 시대에 가장 열악한 곳이 어딘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90년대 초반은 시민운동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고 지금은 난민이 저에겐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만약에 다시 태어났을 때에도 가장 심각한 문제가 또 난민이라면 그 때도 난민을 위해 일할 것 같아요. 내가 사는 시대에 가장 개선이 필요하고 개혁이 필요한 부분, 인간을 가장 힘들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NGO에서 근무하기 위해 요구되는 특별한 스펙이나 자격이 있을까요?
저는 고등교육을 받고 건전한 상식이 있는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어는 필요해요. 다양한 나라에서 오기 때문에 언어적인 재능은 필요합니다. 그 외 어떤 스펙이나 자격은 없다고 봅니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저희는 이력서를 받지 않습니다. ‘난민, 인권 그리고 나.’ 라는 주제의 에세이 하나만 받아요. 스펙보다는 지원자가 인권에 대해서, 난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인간성을 봅니다. 난민을 하나의 케이스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은 난민을 인간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케이스로 보고 논문의 소제 정도로 난민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시선이 그렇게 비인간적일 수 없어요. 그래서 난민을 대할 때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관계 자체를 대상화 시키기 쉽습니다. 난민을 위해 일할 때는 마음가짐, 가치와 철학이 가장 중요합니다. 근데 이것은 학습으로도 배울 수 있지만 결국 내 안에 있는 것이라 자기 개발하는 게 가장 나답게 되는 것이라고 답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난민은 인간의 문제이고 인간의 문제는 인간이 풀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인간다운 모습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드렸던 겁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나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것이 NGO 단체에서 근무하는데 도움이 되나요?
물론 도움은 되겠지만, 우리 단체에서는 전공도 필요 없고 학위도 보지 않습니다. 쓰는 란 자체가 없어요. 중요한 것은 자기 고민이 얼마만큼인지,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고민의 모습을 보이면 나이와 성별과 스펙에 상관없이 채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스펙의 과잉이 심각합니다. 사회적 낭비죠. 어차피 각 단체마다 필요한 실무능력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다시 배워야 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나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일을 한다는 자체가, 적어도 우리 사회가 나가야 될 길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경험을 통해서 고민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좋은데 그 방법 중 제일 좋은 게 배낭여행인 것 같습니다.
배낭여행을 외국으로 많이 나가라고 하는 것은 내가 살았던 틀을 벗어나 자기를 객관화 시켜볼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해주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배낭여행이 지금 난민 지원 업무를 하는데 계기가 되었습니다.
후배들이 갖추었으면 하는 자세나 역량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자기성찰입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왜 이런 일을 해야 될지에 대한 고민이 충분해야 됩니다. 젊을 때 한 고민의 질과 양이 앞으로의 삶을 좌우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색하고 사유하고 돌아보고 하는 자기성찰이 중요해요.. 최대한 자기를 인간 그대로의 모습으로 드러내고, 반성하는 능력이 이 분야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역량은 자기성찰이고 철학적 기반을 쌓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버틸 수 있고 오래갈 수 있어요.
또한 단순, 무식, 과격입니다. 내가 우리나라의 더 나아가 지구상의 이 문제만큼은 꼭 해결해 내겠다는 각오, 그리고 그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질 줄 아는 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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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종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돌아다녀야죠. 미친 듯이 돌아다녔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여행을 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했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 읽는 것에 비례해서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책은 상당히 한정적이에요. 책에 쓰지 않은 많은 것이 있어요. 이 길이 행복해 보이지만 이면엔 말로는 표현 못할 어려움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문화의 사람, 특히 상처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 수많은 갈등이 발생합니다. 인간에 대한 절망, 난민이 곧 사람의 성품을 보장하지는 않거든요., 단체 재정이 어려워 파산에 직면하기도 하고, 나름 좋은 일 한다고 해서 항상 잘되거나 정당한 보상이 따르는 것도 아닙니다..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알짜예요. 관심 있는 분야의 현장을 돌아다니며 현장 활동가들을 만나며 구호, 난민, 인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하루라도 빨리 깨야 합니다. 영화는 영화고 다큐는 다큐입니다. NGO의 생명은 현장성입니다. NGO를 책과 학문으로 배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멘토님께 난민이란 ㅇㅇㅇ이다. 라고 한다면 어떤 단어가 적절할까요?
나 ‘자신’이다. 우리 모두인 것 같아요. 결국은 우리가 말하는 난민은,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탈출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자기가 원래 있어야 될 곳에 있지 못하고 떠나온 사람, 또 어쩌면은 돌아가야 할 곳을 계속 갈망하면서 사는 사람이잖아요. 현대 사회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가고 획일화된 곳에 맞추어져 가는 것을 볼 때, 우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우리도 다시 돌아갈 곳이 있고 되찾아야 할 것이 있잖아요.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난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와의 관계에서는 아니지만, 어딘가로부터 떠나왔고 어딜 향해서 가야 되는 측면에서 볼 때 우리 모두 다 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멘토님의 꿈이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난민센터를 2009년에 창립했는데, 곧 그만 두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개척하고 싶어요. 단체를 창립하면서 6년하고 사무국장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었어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 것처럼, 제가 너무 오래 있으면 제 성향으로 센터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죠. 제 나이가 지금 마흔 일곱인데 따져보니까 2 번 정도 인생의 모험을 할 기회가 남아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난민이 있는 현장 속에 난민인권센터 2호, 3호 계속 세우고 싶어요. 난민은 이태원에도 있고 파주에도 있는데 그분들은 일을 보러 난센이 있는 구로까지 와야 되기 때문에 분명 한계가 있어요.
또 하나의 꿈은 추상적이지만 난민이 발생하는 곳에 가보고 싶고, 문제의 근원에 가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나이와 가족들, 또 여러 가지 문제로 당장 하지는 못하지만 그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활동을 통해서 고통 받는 난민들이 한 명이라도, 인간의 삶을 회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정동우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정동우
INTERVIEW
정동우
interview10@saramin.co.kr
EDITOR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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