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방송 프로듀서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종관입니다. 일을 한지는 15년 됐고 지금은 주로 KBS,
SBS, MBC, EBS 지상파 방송국에서 시사와 교양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방송 프로듀서가 되신 과정을 말씀해 주세요.
처음에는 학교 교육용 영상물 제작하는 스튜디오에서 조교 일을 했어요. 그때부터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죠. 나중에 인터넷 방송국에서 일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계속 이어져서 영화 학과를 가고 대학원을 가게 됐어요. 대학교 때부터 방송 제작 일들을 계속 해왔다고 할 수 있죠. 지상파에서 일을 시작할 때 기존의 경험들이 경력으로 인정을 못 받기 때문에 PD가 되기는 쉽지 않았어요. 직원 모집 여부와 상관없이 외주 프로덕션, 방송 프로그램 제작하는 곳에 이력서를 100여 개 넘게 보냈습니다. 다행히 연락이 와서 몇 개의 생방송 코너물을 제작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그래서 조연출의 과정 없이 PD가 될 수 있었죠.
이력서에는 어떤 내용을 적으셨나요?
제가 만든 독립 영화에 대한 내용도 썼지만 그 동안 일해 왔던 것들과 그때의 상황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지상파 방송을 처음 시작하려면 대부분 막내 생활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는 지상파 방송의 경력이 없으니까 제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를 전공했고 영화제에서 영화 상영도 했고 상을 받은 내용을 썼죠. 지상파 방송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충분히 능력이 있다는 식으로요. 그리고 가서 많이 배우고 싶다, 처음부터 시작할 의향이 있다는 식으로 이력서를 썼습니다.
멘토님께서 방송 프로듀서로서 그 동안 해오신 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최근에는 ‘한국 기행’이라는 기행 프로그램을 했습니다. 그 전에는 ‘희망 풍경’, ‘인간 극장’, ‘스타 인생 극장’과 같은 휴먼 다큐멘터리를 주로 많이 했어요. ‘그것이 알고 싶다’, ‘TV 동물 농장’, ‘생방송 세상의 아침’ 등 다양한 종합 구성물들도 제작을 했고 미디어 교육 관련 일도 했습니다.
처음 방송 프로듀서 분야로 직종을 정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영화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다큐멘터리 수업을 듣게 됐어요. 그 수업에서 알게 된 다큐멘터리들을 보면
서 감명을 받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떤 점에서 감명을 받으셨나요?
다큐멘터리가 보여 주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실제의 사건을 통해서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 그리고 이런 것들을 통해 사회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영화가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라면 다큐멘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보여주는 느낌이었거든요.
방송국에는 어떻게 입문하게 되신 건가요?
방송국 내부에 있는 PD는 공채 시험을 통해 입사한 PD도 있지만 저처럼 외주 제작사를 통해 PD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주 프로덕션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보면 돼요.
그렇다면 외주 제작사를 통해 PD가 되는 경우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여러 경우가 있는데 보통 막내로 조연출 생활을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정도 하다가 PD가 됩니다. 조연출에서 PD가 될 때의 과정을 보면 1분이나 5분 정도의 꼭지물로 시작을 해요. 저도 처음에 7분 정도의 시사물로 시작을 했어요. 그 주에 가장 이슈가 되는 사건을 다루는 꼭지물이었는데 결과가 좋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PD가 되었죠.
대부분은 조연출로 시작을 한다고 하셨는데, 조연출일 때는 무슨 일을 주로 하나요?
조연출도 PD에요. AD 즉, 어시스턴트 디렉터인 거죠. PD가 연출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게끔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가끔은 PD 대신 촬영 현장에 가기도 해요. PD가 내부에서 편집을 하면 대신 취재를 가는 거죠. 현장에서 삼각대를 들고 있는다거나 무거운 짐이 생겼을 때 물품을 관리하는 일 등 다양한 제반 사항을 관리하기도 하고요. 내부로 들어 오면 촬영한 테이프나 비디오 데이터 용량들을 변환하는 일도 합니다.
입봉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함께 일하는 조연출에게 이번에는 공동 연출을 해보자고 할 수도 있어요. 공동 연출을 하되 조연출에게 연출과 편집을 맡겨 보는 거죠. 잘 한다고 판단이 서면 간단한 프로그램들을 맡겨 보기도 하고요. 사수가 믿음이 갈 때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시켜주거나 독립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라고 합니다.
멘토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자기 전까지의 업무일과를 말씀해주세요.
방송 PD들은 생활이 불규칙해요. 촬영이 들어갈 때는 촬영 대상자의 일상에 따라 혹은 촬영 스케줄에 따라 생활을 합니다. 그래서 쉴 때와 일 할 때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왜냐하면 일할 때, 본인의 일상을 많이 버려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한국 기행’이라는 프로그램 촬영 중에는 매일 새벽 5시~6시에 일어났어요. 아침 식사를 빨리 하고 아침 일출을 찍어야 하니까요. 나머지 촬영을 한 후에 저녁 6시쯤 일이 끝나면 저녁을 먹고 10~11시 사이에 자요. 그게 촬영 할 때의 일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편집에 들어가면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2-13시간 정도 일을 하고요. 하지만 방송을 한편 하고 나면 며칠 쉬어요.
쉬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체력 보충을 하려고 운동을 해요. 촬영을 할 때 자기 관리에 신경을 쓰지 못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가끔씩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있어요. 가끔씩 빵으로 식사를 때우는 일도 생기죠.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생겨요. 갑자기 산을 올라야 하는데 생각보다 산이 높다거나 차를 갖고 올라 가야 하는데 차 길이 끊겨서 걸어 올라가야 하는 일이 발생하거든요. 이런 변수들이 생각보다 몸을 힘들게 하기 때문에 몸 관리를 해야 해요.
촬영에 한번 나가면 며칠 정도 집중 하시는 건가요?
프로그램마다 달라요. 10분 정도 되는 짧은 프로그램은 1박 2일로 촬영을 가기도 하고요. 예전에 ‘인간 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했을 때는 보름에서 20일 정도 출장을 갔어요. 출연자들과 계속 붙어 있어야 하거든요.
출연자들과 계속 붙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다큐멘터리는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에요. 카메라를 들고 있다고 해서 출연자들이 내게 이야기를 오픈 해 주지 않거든요. 이 사람들이 저한테 본인의 이야기를 오픈 해 주려면 카메라에 익숙해지고 저와 친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해요. 또 출연자들이 원하지 않는 내용이 찍힐 수도 있고 제가 원하는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 수도 있겠죠. 출연자가 원하는 모습과 제가 원하는 장면을 계속 조율해 나가면서 촬영을 해야 해요. 그리고 출연자들도 제가 조금이라도 쉬는 시간을 따로 갖거나 그러면 출연자나 주위 환경이 변할 수 있어요. 그런 상황들에 대처하려면 현장에 있어야 하고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아야 하죠.
출연자들이 취재를 꺼려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섭외는 어떻게 하시나요?
방송에는 담당 PD, 조연출, 작가, 자료 섭외를 하는 취재 작가가 따로 있어요. 넷이서 다 섭외를 하지만 주로 자료 조사를 담당하는 취재 작가가 섭외를 하죠. 섭외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현장에 가서 선택한 대상을 일일이 만나봐요.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우리 취지와 맞는 분들을 선택하죠. 아무리 프로그램 취지에 맞아도 방송 했을 때 출연자한테 안 좋을 것 같고 방송으로 표현도 안될 것 같다 하면 새로운 대상을 찾아야 합니다.
△종합 편집실에서 후반 작업 중인 김종관님
방송 연출 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멘토님의 생각이 알고 싶습니다.
프로듀서는 두 가지 역할을 해요. 하나는 방송을 기획하는 것, 또 하나는 방송을 연출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프로듀서 중에 기획을 잘하는 PD들이 있고 연출을 잘하는 프로듀서도 있어요. 둘 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 연출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방송 연출 중에 쇼 프로그램에서 연출자가 많이 개입하는 프로그램과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이 있어요. 저는 연출자의 개입을 최소화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 상태에서 출연자나 작가, 촬영 감독, 편집 감독, 녹음 감독 등 여러 사람들이 최대한 자신의 역량을 잘 끌어낼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 물론 연출자가 그 프로그램을 전체적으로 통제하는 경우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방송 프로듀서가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많이 관철시키지 않으면서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역할들을 조화롭게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니까요.
중간에서 조율해 주는 역할을 하시는 건가요?
네, 그렇죠.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어야 좋은 프로듀서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와 출연자를 연결해 주고 기획한 것을 현장에 가져가는 메신저 역할도 하죠. 또 현장에서 담아온 내용들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기도 하고 만들어진 것들을 잘 포장해서 시청자에게 전해주는 일이기도 해요. 그리고 똑같은 이야기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현장 상황이나 방송의 질이 달라질 수 있어요. 사소한 것이라도요. 예를 들면 애초에 원했던 기획 내용과 현장의 상황이 달라져서 원래 기획과 다르게 변경을 해야 할 경우가 생겼다고 해봐요. 우리가 기획 했던 내용과 현장 상황의 내용들이 격차가 생기면 조율이 필요해요. 현장에서도 저희가 원하는 최소한의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잘못 전달하면 상대방은 기분이 나쁠 수도 있거든요. 만약에 출연자가 된장 찌개 만드는 것을 준비해 왔는데 우리 기획이 김치 찌개를 찍어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고 해봅시다. 우리가 무턱대고 출연자에게 김치 찌개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상대방이 방송을 안 하려 할 수도 있어요. 이때 “된장 찌개에 김치 찌개를 추가 해주시면 어떨까요? 어머님이 하시는 요리를 좀 더 잘 연출해서 방송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내용이 추가 됐어요.” 라고 말하면 출연자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겠죠.
지금까지 일을 해 오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작년에 ‘한국 기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을 설악’이라는 프로그램을 할 때였어요. 공룡능선을 올랐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악한 산행 코스입니다. 그 산을 탈 때 아침 일출을 봤거든요. 그때 기분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방송 일이 아니면 여기에 올라올 일이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올 초에 ‘서울 오산’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서울에 있는 유명한 산 5개를 촬영했을 때도 기억에 남아요. 북한산 편을 찍을 때였는데 아침 해가 잘 찍히지 않은 거에요. 아쉬워서 프로그램 편집 도중에 혼자 새벽 2시에 산에 올라갔어요. 새벽 2시부터 산을 타서 4시에 정상에 올라 일출을 찍었죠. 그때도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한국 기행'에서 '조도 군도' 편을 촬영하고 계신 김종관님
결국 원하는 사진을 찍으셨나요?
네, 원하는 장면을 얻었죠. 보통은 촬영 감독, 조연출과 같이 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날은 급박하게 일을 진행하다 보니 촬영 감독도 조연출도 시간이 안됐어요. 혼자라 힘들거라 예상했는데, 막상 가보니 저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사진 작가들이 와 있더라고요. 인수봉 근처 가장 좋은 일출 촬영 자리는 4명만 서 있을 수 있어요. 카메라 삼각대를 4대 밖에 못 세우거든요. 제가 그때 3등을 해서 3번째로 좋은 자리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아마추어 사진 작가들이 계속 올라오더라고요.
촬영을 하다 보면 다 방송되지 못하는 장면도 많을 것 같아요.
네, 물론 있죠. ‘TV 동물 농장’에서 동물을 구조하는 프로그램을 종종 했어요. 그때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버려진 동물들을 많이 봤습니다. 고양이들은 덫으로 많이 잡는데 강아지들은 쉽지가 않았어요. 그때 구조했던 강아지 2마리가 기억에 많이 남는데, 그 강아지들은 도망 다닌 지 1년이 넘은 개들이었어요.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았고 잡히지 않으니까 주민들에게도 골치거리였죠. 119 구조대나 지자체에서 그 강아지들을 잡으려고 계속 시도했는데 실패했거든요. 그때 촬영 팀이 한 달 정도 잠복을 해서 잡았어요. 물론 동물 단체가 도와주시기도 했지만 저희 팀이 잠복해서 얻은 결과였죠. 프로그램이 짧아서 한달 동안 잠복 했던 이야기를 다 할 수 없었지만 뿌듯했어요.
교육 분야의 일도 하셨는데 언제부터 하시게 된 건가요?
대학원 졸업 영화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면서 어떤 다큐멘터리를 만들까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우연히 뉴스를 봤는데, 소녀 가장이 생활고로 인해 자살한 내용의 뉴스였어요. 너무 가슴이 아파서 그때부터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어요. 이 과정을 통해 청소년 센터에서 일을 시
작하게 됐죠. 영화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청소년 영화제나 지역 영화제 기획을 함께 했습니다.
미디어 센터에서도 방송 연출을 배울 수 있군요!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셨던 이야기를
해주세요.
요즘에 미디어 센터가 굉장히 많아요. 서울에도 ‘서울 영상 미디어 센터’, ‘미디 액트’, ‘스스로 넷’
등 5~6개 정도의 미디어 센터가 있고 지역마다 미디어 센터가 또 있거든요. 미디어 센터의 중요한 덕목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Media Literacy에요. 신문이나 방송은 일방적일 수 있는데 쌍방향 소통의 시대에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 않은 소통 방식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Media Literacy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Media Literacy는 미디어를 읽는 과정이에요.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 자기만의 해석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매체를 접할 때도 자기화 과정이 이루어지죠. 해석 능력에 따라 자신의 소양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Public Access에요. 요즘에는 방송을 제작하는 전문가들뿐 아니라 개인 미디어 기기를 다 갖고 있잖아요. 저는 전문가들이 만든 것을 보지만 말고 자신이 만든 영상물도 어디선가 방영해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랬을 때 좀 더 민주적인 미디어가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시민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방송이 좀 더 시민 곁으로 다가갈 수 있고 훌륭한 방송이 될 수 있다고 생각 해요
직접 방송 연출을 하시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말씀해주세요.
제가 만든 방송에 대해 좋은 다큐멘터리라는 평가를 받고 시청률도 좋고 출연자도 만족을 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반대로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힘들어지죠. 이런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연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이 있어요. 대학 입시 열풍을 취재할 때였는데 불법 과외 하는 장면이 도저히 잡히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불법 과외 경험이 있던 아이들에게 그 장면을 재연해 달라고 부탁 했어요. 물론 모자이크 처리와 목소리 변조를 했지만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이런 적이 있어요. ‘TV 동물농장’ 프로그램에서 해외 촬영을 갔는데 강아지 주인과 문제가 생긴 거에요. 한국이라면 아이템을 바꿨겠지만 유럽까지 와서 촬영을 접고 돌아가면 피해가 크잖아요. 그래서 계속 설득하고 문제를 조정하려 애썼죠. 결국 설득에 성공해서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방송이 펑크 난 적도 있으신가요?
네, 있어요. ‘TV 동물 농장’에서 너구리 7남매를 촬영하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너구리 7남매가 들개의 습격으로 죽어버린 거에요. 고등학교 사격 부 아이들이 너구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거기가 산기슭이었거든요. 그래서 너구리들을 잘 묻어주고 끝났죠. 촬영만 3주를 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한 번은 촬영을 못했던 적도 있어요. 울릉도에 사시는 할아버지를 촬영하러 가는데 풍랑 주의보 때문에 갈수가 없는 거에요. 울릉도에 들어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2박 3일 동안 바다만 보다가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방송인에게 필요한 자질 중에 하나가 ‘발상의 전환’ 상황 대처 법이에요.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상황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돌발 상황으로 인해 계획이 이틀 늦어졌다고 해봅시다. 다른 아이템이 잡히면 오히려 이틀이 늦어져서 더 좋은 아이템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 망했다고 생각하면 좋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없어요.
‘방송 프로듀서’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방송 프로듀서의 매력은 시작부터 끝까지 다 본다는 점이에요. 방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방송 프로그램으로 타인을 바꿀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기쁨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시사, 교양 프로듀서’ 분야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전망은 밝아요. 다양한 매체가 생기면서 프로듀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아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방송된 다큐멘터리 99%가 프로듀서 본인에게 저작권이 없지만 앞으로는 자기 저작권을 갖게 될 거에요. 그렇게 되면 조금 더 창작하는 제작자로서 인정을 받는 시대가 오겠죠. 그리고 앞으로는 콘텐츠 시대잖아요. 자기 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망이 밝은 편임에도 현장에 PD들이 모자란 이유는 무엇일까요?
종편도 생기고 각종 채널들이 점점 많아지는거 같아요.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태로 보여요. 그리고 만드는 것 자체에 대한 재미를 못 느끼는 경우라면 흔들릴 수 있어요. 돈이나 사회적 지위로 보상이 된다면 좋겠지만 방송국 본사에 있는 극소수 PD를 제외하고는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거든요. 갑과 을 관계에 있으니까 항상 의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있을 수 있고요. 자기 연출력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후배들한테 밀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계속해서 창작을 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관두는 PD들도 많이 봤어요.
‘방송 연출’분야로 진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스펙이 있나요?
책임감과 창작자로서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 관용도가 높아야 해요. 사고 방식이 고정 돼 있으면 사람을 이해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100을 열어두면 방송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 50% 밖에 안돼요. 처음부터 50%밖에 안 열어주면 25%밖에 못 보여 준다는 말이에요. 그 사람의 100%를 느끼려면 본인의 관용도가 높아야 하고 사람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한국 역사 그리고 자신의 관심 분야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TV 동물농장’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면 동물에 대한 소양을 기르는 것이 좋겠죠. ‘인간 극장’처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면 사회적 경험들을 많이 해보는 게 좋을 거고요. 이런 과정들이 많아질수록 관용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사를 기획하게 된다면 사회 트랜드를 읽어야 하니까 신문을 정독하는 습관도 좋겠구요. 글을 쓰는 연습도 중요합니다. 시사 분야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방송이 글쓰기이거든요. 자기 글을 쓴다는 생각으로 시사 다큐멘터리라든지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 안을 써 보는 거죠. 어떤 이슈에 대해 스스로 글을 쓰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방송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 하셨나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영화 이론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이 일을 하기 전에 소설도 많이 읽고 여행도 많이 다녔어야 했는데 많이 못했거든요. 그래도 일 시작하기 전에 잠깐 했던 경험들이 훗날에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제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직업을 선택 하기 전에 하고 싶은 공부도 더 하고 여행도 하고 보고 싶은 작품도 다 볼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일을 하면서 방송 프로듀서로서의 소양을 쌓기는 힘드니까요.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나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방송 프로듀서는 기본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좋아해야 해요. 콘텐츠는 매우 많기 때문에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의 TV 방송을 열심히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방송 관련 서적을 읽는 것도 좋고 관심 분야의 책들도 좋겠지만 제 생각에는 여행이나 몸으로 겪게 되는 경험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기술적으로 필요한 소양들인 촬영, 편집 기술은 들어 와서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깊이 탐구하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흡수하는 일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사회초년생이 된다고 가정하면, 방송 연출이 아닌 다른 분야를 선택 하실 건가요?
저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원래 극 영화감독이 꿈이었지만 결국 비슷한 일이에요. 그래도 만약 내가 다른 인생을 산다면 방송 프로듀서 경험을 많이 해봤으니까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미디어 교육 분야에 더 진출해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돈이 안되더라도 내 독립 다큐멘터리를 좀 더 만드는 일을 할 수도 있겠죠.
멘토님에게 ‘방송 프로듀서’란 OOO이다. 라고 정의해주세요.
‘방송 프로듀서’란 ‘메신저’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서 조율을 잘해야 좋은 프로듀서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멘토님의 꿈이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좋은 프로덕션을 만들어서 잘 꾸려가는 것이 꿈이에요. 현재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콘텐츠의 질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뜻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은 다큐멘터리를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이영주
담당부서:인터뷰
취재:이영주
INTERVIEW
이영주
interview1@mailinfo.saramin.co.kr
EDITOR
이영주
interview1@mailinfo.sara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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