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989년도에 방송작가로 입문해, 20년 넘게 방송글을 써온 정종숙이라고 합니다. 드라마, 라디오, 예능 등 많은 분야 중에서도 제가 몸담고 있는 방송장르는 교양.다큐멘터리 쪽이에요.
멘토님께서 그동안 집필한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주로 역사 다큐멘터리를 많이 해왔어요. 1990년대 초반에 ‘드라마 다큐멘터리 임진왜란(4부작)’을 시작한 뒤로,‘역사의 라이벌’,‘역사 추적’,‘역사 스페셜’,‘역사 기행’,‘HD역사 스페셜’,‘한국사전’등과 같은 KBS 프로그램들과 ‘MBC스페셜’도 했었고요. 최근에 작업한 프로그램은 올해 5월에 방영한 EBS 3D다큐멘터리 ‘위대한 로마 2부 폼페이편’을 집필 했어요.
우와, 정말 대부분 역사와 연관된 프로그램들이네요! 혹시 멘토님께서는 역사와 관련된 학과를 전공하셨나요?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1992년도에 처음 역사 다큐멘터리를 하게 되면서 역사기록과 유물.유적에 깃든 이야기를 찾아가는 재미에 대해 알게 되었죠. 역사는 한 사건을 다루더라도 그 시대 틀 내에서만 한정하여 보면, 보이던 것도 잘 안보이고 왜곡시킬 가능성도 있어요.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 하려면 전후 시기와 통사적인 맥락에 따라서 공부를 해야 제대로 이해가 돼요. 이렇게 역사의 씨줄과 날줄을 찾아서 엮어나가는 과정들이 점점 더 재미있어지면서 계속 꾸준히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다면 국어국문학과나 문예창작과와 같은 관련학과를 나오신 건가요?
영문학과를 나왔어요.(웃음) 그런데 전공과 글 쓰는 것은 크게 연관되어 있는 거 같진 않아요. 교양 다큐멘터리 작가의 경우에는 사회적인 이슈나 세세한 시대적인 고민들을 해야 하거든요. 그쪽 방면으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시작하게 됐어요.
전공학과와도 연관이 없으신데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1992년도에 역사 다큐멘터리를 처음 했었어요. 역사 다큐멘터리라는 것이 아무나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분야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오히려 매력적이었어요.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오늘의 우리를 만든 이야기들을 역사 속에서 찾아내고, 오늘의 나를 알기 위한 모든 과정들 이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쉬웠으면 하지 않았을 텐데, 재미있고 어려워서 더 할만하더라구요.(웃음)
오히려 어려운 부분이 멘토님의 열정을 자극하게 된거군요. 평소 방송작가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인간극장이나 아침마당 같은 교양.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을 보면 내레이션이 나가고 mc혹은 아나운서가 중간중간 진행을 하는 이런 모든 과정과 멘트들을 누가 짜겠어요? 다 작가가 하는 것이죠.(웃음)
역사 다큐멘터리의 경우,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다룰 것인가,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처음 기획단계부터, 영상스토리를 구성하고 전체를 조직하며 짜는 과정을 모두 다 한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간단히 말해서 방송작가란 ‘영상 스토리텔러’라고 보시면 되는데, 드라마와 달리 교양.다큐멘터리 분야는 사실을 다루는 장르예요. 그러니까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서 이야기를 건져올리는 스토리텔러죠. 때문에 ‘사물이나 사건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 하는 작가적 시선이 굉장히 중요해요. 작가가 거짓말로 글을 쓰면, 그 거짓말을 시청자들이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신중해야 해요.
언론이 중요한 현대사회에서 방송작가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인 것 같아요. 교양 다큐멘터리는 어떠한 분야를 통칭하는 단어인가요?
교양 다큐멘터리는 사회적이며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방송장르입니다. 생생정보통, 모닝와이드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양 프로그램들과 PD수첩과 같은 시사 다큐멘터리, 휴먼 다큐멘터리, 역사 다큐멘터리,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문화기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을 통칭해서 교양.다큐 프로그램이라고 하죠.
굉장히 많은 다큐멘터리들이 속해있군요! 교양 프로그램을 집필하려면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 멘토님은 평소에 많이 공부하시는 편인가요?
매번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관련된 공부들을 많이 해야 하죠. 역사 기록의 행간과 행간 사이, 유적과 유물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소재들을 가지고 역사적 실체를 추적해나가는 작업을 많이 해요. 만약 삼국시대에 대한 소재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고 하면, 이것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하죠. 다만 하나의 시기만 공부하면 안되기 때문에, 전후 시기와 그 시기의 주변 나라들에 대한 것들까지 모두 공부해요. 관련 연구자들의 연구성과와 논문 등을 가지고 공부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찾아가는 거죠.
한편의 프로그램을 집필하는데 걸리는 준비기간은 어느 정도 되시나요?
Case By Case인데, 역사스페셜을 예로 들면, 기본적으로 매주 나가는 방송은 2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이 걸리죠. 그런데 4~5부작 식으로 나눠져 있는 다큐멘터리의 경우에는 1년 정도의 기간이 걸리기도 해요. 스터디 하고 조사하고 찾고 분류하고 이런 것들 때문에요.
멘토님께선 원래 글쓰는걸 좋아하셨나요?
좋아한다라… 그건 잘 모르겠네요.(웃음) 매번 집필할 때마다 ‘이것만 하고 그만둬야지’라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 방송은 전파를 타고 나가면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요. 지금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실시간으로 리액션들이 올라오잖아요. 제가 했을 당시, 초창기 때는 전화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서 피드백이 이루어졌어요. 방송이 나가면 밤이 되도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였죠.
방송에 대한 반응들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기획해야 해요. 그래서 매너리즘에 빠질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또 각각의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매력이 있어서 ‘이것만 하고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계속 하게 되요.(웃음)
방송작가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분야에 따라서 달라요. 드라마는 공모라는 절차를 걸쳐서 작가가 되거나, 습작을 통해 인정을 받아서 견습생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어요. 예능과 다큐멘터리도 각각 방송작가협회의 방송작가교육원이나 방송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본적인 구성에 대한 것을 배우고, 방송사 각 프로그램 단위로 연결이 되어서 아직은 작가가 아닌, 막내로 일하다가 집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그때부터 시작하게 되는거죠.
영상을 구성하고, 영상대본을 쓰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냥 우리가 평소에 쓰는 글과는 좀 다른 성격을 띄고 있죠. ‘어떤 영상을 만들어 내고, 그 영상에서 어떤 이야기를 끌어 갈 것인가‘, ’이 이야기를 어떤 영상을 통해서 풀어나갈 것인가’하는 독자적인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거죠.
옆에서 선배작가들을 계속 지켜보며 배워야 집필이 가능할 것 같아요.
춤을 출 때도 머리 속으로만 상상해보면 잘 안되지만, 뭐든지 한번 직접 해보면 금방 몸으로 배워지잖아요. 이렇듯이 기본적으로 이야기며, 글을 쓰는 자질이 있는 사람들은 교양이나 드라마를 쓰는 시스템만 배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요. 결국에 방송작가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로 시대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사물의 본질을 얼마나 정확하게 바라보며, 세상의 이야기를 건져내서 들려주고 보여주고 할 것인가의 문제거든요.
역시, 뭐든지 직접 해봐야 되는거군요. 본격적으로 프로그램 집필을 시작하셨을 때, 그것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단계별로 프로세스를 진행해요. 우선 기획단계부터 시작 하는데, 자료를 찾고 회의를 하고 생각을 하면서 일을 진행시켜 나가죠. 그리고 자료 스터디를 하면서 관련 학회 사람들이나 전문가를 만나기도 하고 논문들을 조사해요. 인터뷰나 사전조사를 나가서 전문가와의 취재나 사람들을 만나고, 이것을 바탕으로 밤을 새가면서 구성대본을 작성해요. 그리고 이 구성대본을 가지고 실제 촬영장에 나가게 됩니다. 촬영을 해보면 현장에서 달라지는 내용들이 있어요. 이것들을 가지고 편집콘티를 짜서 편집을 하고난 뒤 이것에 근거해 영상에 딱딱 들어맞는 원고를 마지막으로 짭니다. 이땐 시간 다툼이에요. 대본집필에 들어갈 때와 마지막 원고를 들어갈 땐, 식사도 거른 채 완성이 될 때까지 써요.
맨 처음 방송국에 들어가면 수많은 막내작가들이 있을 텐데, 그 사이에서 발탁 받아서 집필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작가입문 과정이 별도로 없었는데, 지금은 입문 과정이 있습니다. 아카데미와 같은 방송작가 교육과정을 마치면 보통은 자료조사원으로 일을 시작해요. 막내작가라고들 부르죠. 작가를 서포터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똘똘하고 빠릿빠릿한 태도로 성실하고 홍보문 같은 짤막한 글을 써보라고 시켰을 때, 구성력도 좋고 눈에 띄면 빨리 입봉을 시키는 것 같아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집필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아예 하지 못할 수도 있는 거죠.
그렇다면 계속 입봉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건가요?
네, 당연히 있을 수 있죠. 프리랜서인데. 프리랜서라는 것이 매번 방송할 때마다 검증을 받는 거에요. 그래서 매번 최선을 다해서 자기 경쟁력을 쌓아가는 거죠.
멘토님의 약력을 보니 어린이들을 위한 역사책을 여러 권 저술하셨던데, 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역사 다큐멘터리를 하다 보니 그 동안 조사하고, 글을 쓰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쌓인 지식들이 있잖아요. 이런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있는 찰나, 제 딸이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당시에 역사와 관련된 것들을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위한 역사책이 많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래서 쉽게 역사를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만들게 됐어요. 아이들용이라서 내용도 최대한 압축하고, 전체적인 시대흐름을 볼 수 있게 시대순으로 만들었어요.
딸을 위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신거군요! 그럼 그 책들을 혼자 저술하신건가요?
아니요, 저와 같이 역사 다큐멘터리를 진행했던 4명의 작가분들과 함께 모여서 시대별로 책을 썼어요.
멘토님께서 집필한 작품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어떤것 인가요?
전 아무래도 역사 다큐멘터리를 해왔으니까, 어느 한편만 기억에 남는다기 보다는 전체적인 것들이 다 기억에 남아요. 그래도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제일 처음 만들었던 ‘임진왜란 4부작’이죠. 일단 드라마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었고, 그 안에서도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했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어요. 임진왜란은 해전에서의 승리가 매우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해군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서 그분들의 도움을 구하러 직접 찾아갔었어요. 해군들 앞에서 대본 브리핑도 하고, 직접 현장에도 찾아가보는 모든 것들을 다 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지 않나 싶네요.(웃음) 드라마 다큐멘터리가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이기도 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을 사랑해줬죠. 작은 유물 안에서 무언가 발견함으로 시작해서, 이야기를 찾아나가고, 기록들을 교직시켜 나가는 과정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백제의 창’같은 프로그램도 재미있는 케이스였죠.
△ 2008 한국방송작가상 교양부문에서 수상소감을 발표하시는 멘토님의 모습
평소에 하고 계시는 자기계발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예전에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그냥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몇 년 전부터 몸이 안 좋아져서 등산도 다니며, 운동도 시작하고 있어요. 작가들은 한번 프로그램을 들어가게 되면, 관련된 책과 논문들은 다 보니까 독서나 공부는 거의 일상생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죠. 이제는 건강관리도 시작할 때인 것 같아요.
정말 건강관리가 중요한 직업 중 하나인 것 같네요. 전 방송작가가 정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맞아요. 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할 시간도 없어서 많은 방송작가들이 자주 아프곤 해요. 방송작가는 체력이 좋아야 하는 것 같아요.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군요. 혹시 가장 힘드셨을 때는 언제였나요?
맨 처음 구성을 짤 때, 거의 맨 땅에 헤딩을 하는 기분이에요. 백지 상태에서 이야기를 설계하고 영상 스토리를 설계하는 거거든요. 짜릿한 재미도 있긴 하지만, 잘 생각이 안 떠오를 때는 머리를 쥐어짜면서 고통스럽게 쓰죠. 양면의 날이란 바로 이런걸 두고 하는 말 아닐까요?(웃음) 마지막으로 더빙원고를 쓰는 과정 역시, 스토리에 맞춰서 다듬는 작업들을 하는 것인데 시간싸움이기 때문에 힘든 면이 있죠.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낄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쓴 프로그램으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뀌고 좋아지는데 변화의 동력을 제공했거나,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일조를 했다고 피드백이 올 때 보람을 느껴요. 그저 한번 스치는 방송으로, 단순히 온에어 된다는 것 자체보단, 우리가 방송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시청자와 소통을 하는 것이고, 이런 방송을 통해서 시청자가 변화하거나 혹은 뭔가를 새롭게 아는데 단초를 제공해 주는 것을 느낄 때 정말 뿌듯하죠.
멘토님께서 생각하는 방송작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아까 초반에 방송작가란 ‘영상 스토리텔러’라고 했었는데, 때로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간 것에서, 때로는 감춰진 그 무엇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건져올려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늘 새로운 이야기들을 찾아다니며 생산해내고,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일은 창작의 고통도 있지만 즐거움이 훨씬 크거든요.(웃음) 새로운 것을 찾고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창작은 고통과 재미, 두 가지를 한꺼번에 지니고 있는 양날의 검 같네요. 멘토님이 이렇듯 오래 일 하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겠죠?
맞아요, 아마 늘 똑 같은 반복적인 일을 했으면 지루해서 못 참았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 삶을 살고 싶은데, 생각해보면 20대부터 늘 새로운 것에 대해서 갈구하고 찾아 다니며 살아왔기 때문에 힘들 것도 같네요.(웃음)
사실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현장답사를 가면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확 올 때가 많아요. 특히 고분, 무덤의 현장을 찾아갔을 때 느껴지는 압도감이 있어요.
‘이 무덤이라는 것은 시간의 언덕이구나.’ ‘시간과 공간이 이 속에 함께 하는구나.’ ‘그렇다면 이 시간의 언덕 속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흔적들이 지층의 층과 층 사이의 수많은 시대적인 무언가가 이 속에 들어있겠구나.’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는 달리, 직접 가서 느껴보면 이 시간의 언덕을 바람이 건드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달라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체적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여정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네요.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재미 위주의 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이에 대한 멘토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요즘은 예능도 교양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교양 다큐멘터리도 많이 봐야 하는데, 예능을 주로 보니까 안타까운 면도 있죠. 예능이 즐거움과 웃음을 준다면, 교양은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정보와 시대를 읽어내는 역할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분야별로 골고루 봐야 균형이 생기는 거죠. 그렇지 않고 한쪽으로만 치우치다 보면, 다른 일에 대해 깊게 고민한다거나, 다른 사람의 사리에 대해서 함께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를 못하게 되니까요.
만약 다시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으로 돌아가신다면,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다시 선택하실건가요?
지금 생각으로는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좀 더 편한 길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하지만 제 안에 있는 글을 쓰고자 하는 욕심을 버릴 수 없을 것 같기도 해요. 지금도 할 때마다 너무 힘들어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계속 생겨나니까 말이에요.(웃음)
멘토님이 생각하시기에 ‘방송작가’라는 직업의 전망이 밝다고 보시나요?
지금 여러분들은 저희 때와는 달리 굉장히 영상에 친숙하고, 영상으로 보는 것에 대해 훨씬 더 다양한 관점을 가진 ‘영상세대’거든요. 그래서 전 발전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교양 다큐멘터리 작가들은 어려운 주제도 쉽게 풀어내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스토리텔링이 요구되는 분야로 어디든지 진출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지금은 교양분야가 위축되어 있지만 이게 계속 이러리란 법은 없거든요. 대신 방송작가가 되려면 의지, 끈기, 깡, 배고픔 등 많은 걸 버티고 인내할 줄 알아야 되죠. 또한 내 안에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은 사람들이 시작해야 해요.
혹시 멘토님만의 글을 잘쓰는 비법 같은것이 있나요?(웃음)
글을 잘 쓰는 비법 같은 것은 없어요. 저도 잘 쓰지 못하는 걸요.(웃음)
비법이라기 보단, 교양 다큐멘터리 쪽은 본질을 정확하게 읽어내서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필수요건이에요. 외면적인 현상만 보지 말고, 그 현상 이면에 있는 본질에 접근해서 정확히 읽어내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비법 아닌 비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역사의 사료를 보더라도, 그 내면에 숨겨져 있는 것을 읽어낼 수 있어야,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며 읽어내는 것이 글쓰기의 출발인 것 같네요.
후배들에게 ‘이것만은 꼭 봐라!’ 하고 추천해주실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교양 다큐멘터리나 긴 프로그램을 보기가 어렵다면, ‘EBS 지식채널e’를 추천해주고 싶어요.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프로그램이거든요.
방송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 조언이 있으신가요?
우선, 자신이 어떤 장르를 하고 싶은지 정하고, 그 장르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많이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프로그램들을 볼 때,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고 관찰하면서 보며,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트렌드를 읽어낼 줄도 알아야 해요. 기본적으로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하고, 책도 많이 읽을수록 좋죠.
멘토님에게 ‘글이란 ㅇㅇㅇ이다.’라고 정의를 내려주신다면?
저에게 글이란 ‘그리운 님을 찾아가는 여정’같은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멘토님이 이루고싶은 꿈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들을 계속 쓰는 게 꿈이에요. 장르를 국한하지 않고, 이야기들을 써나가는 거죠. 새로운 컨텐츠도 시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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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김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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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김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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