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문화기획을 하고 있는 이경희라고 합니다. 1999년부터 일을 시작해서 14년 째 일을 하고 있고요 공연기획, 예술기획, 지역축제기획 등 문화에 관련된 기획들을 해왔습니다. 회사에 속해서 일을 할 때도 있었고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입니다.
멘토님께서 그 동안 해오신 일과 지금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제가 해왔고 하는 일은 3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어요. 음반제작 및 공연기획, 축제기획, 문화콘텐츠사업이 그것인데요, 처음에는 공연기획을 하다가 문화콘텐츠사업 쪽으로 일을 했었고 또 계기가 되어서 축제기획도 하게 되었죠. 현재는 이 3가지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융합, 결합을 통해 새로운 기획을 해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그렇다면 멘토님의 직업을 무엇이라고 정의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가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해요. 그 정체성이라는 것에 대한 질문을 포용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문화기획자’인 것 같아요.
문화기획에 관심을 갖게 된 혹은 시작하게 된 특별한 동기나 계기가 있으셨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운동을 하게 되었죠. 하지만 당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환경이 너무 힘들었어요. 외적으로는 세대간의 문화적 갈등이 심해서 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고, 내적으로는 체력이 저하되고 저와 맞지 않다는 것을 느꼈죠. 그 때 평생 일을 한다면 무엇이 나에게 가장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했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는 인생을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죠.
가장 즐거웠던 일을 생각하던 끝에 고등학교 때 풍물패를 하며 느꼈던 카타르시스를 다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 한 학년 위 기수들과 자체적으로 학교 축제를 만든 적이 있었거든요. 많이 배우고 가장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었어요. 그래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때부터 음반, 공연, 문화를 기획하는 일을 찾아보게 되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네요.
멘토님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신 적이 있으시군요. 그 고민을 얼마 동안 하신 건가요?
한 2~3년을 넘게 고민을 했어요. 27~29살 까지 고민을 했으니까요. 제 여자 후배들을 봐도 서른을 앞둔 시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이 기간 동안 앉아서 고민만 하지는 않았어요. 무엇인가 배우고, 경험해보아야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아, 멘토님은 그 시기 동안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저는 광고디자인, 광고기획을 배웠어요. 디자인 툴 다루는 법과 함께 광고기획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배웠는데 문화기획을 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물론 광고 분야는 저의 철학과 마인드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그 분야에서 기획의 프로세스, 시각적 표현법 등을 많이 배울 수 있었죠.
전공자가 아니라서 처음 문화기획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어떤 방법으로 시작하셨나요?
이쪽 분야의 인맥이 없었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하듯이 직접 여러 기획사에 이력서를 냈어요. 당시에도 대학 학위가 없는 사람이 기획자가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어요. 저를 처음 발탁했던 사람에게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제 자기소개서를 보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났다고 해요.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음반, 공연 기획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죠.
어떤 자기소개서를 쓰셨을지 굉장히 궁금한데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풍물패를 하면서 겪었던 일들, 그리고 졸업 후에 하고 싶은 것을 했던 경험을 썼던 것 같아요. 그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저를 보자고 했다고 해요.
문화기획 일을 시작한 후에는 이 길이 내 길이라고 확신하셨나요?
기본적으로 활동적인 성향이어서 잘 맞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어요. 실무를 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것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고, 이론적으로도 기반을 쌓으면서 점차 확신을 갖게 되었죠. 처음에는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어요.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서 다움아카데미라는 곳도 다녔고요.
그곳에서 문화기획에 명망있는 많은 선생님들에게 배움을 얻었습니다.
문화기획 업무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업무의 프로세스를 말씀해주세요.
축제, 공연, 사업, 콘텐츠제작 각각의 프로젝트에 따라 운영의 순서와 방법은 다르지만 기본 프로세스는 같아요. 의뢰를 받으면 컨셉을 먼저 정합니다. 컨셉을 만들고 목표와 비젼, 전체 연출방향과 Flow를 잡아가는 단계를 거칩니다.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반영하여 큰 틀을 잡고 축제의 의도, 목적, 전략과 전술을 짜게 됩니다. 그 다음 세부적인 인력배치와 프로그래밍을 합니다. 실제 행사 운영을 할 때는 여러 명의 기획자들을 각 업무별 담당자로 지정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특히 공연기획분야에서 문화기획자는 홍보마케팅과 티켓운영 업무를 주로 합니다.
기획과정 중에 여러 명의 기획자들이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과정도 있나요?
보통은 잘 하지 않아요. 일부 극단에서는 하는 경우도 있긴 하죠. 저도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멋있게 아이디어 회의도 자주할 줄 알았는데 막상 시간이나 현실적인 제한 때문에 하지 않더라고요. 대신 기획자는 스스로 브레인 스토밍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내야 해요.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생각해야 되고 창의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항상 노력을 해야해요.
상상했던 모습과는 다른 현실이네요. 혼자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멘토님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공부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책이나 논문들도 읽고 다움아카데미에서 교육도 받고 관련된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예를 들어 청소년 문화기획을 할 때는 청소년들이 요즘 무엇을 고민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만나보고 고민했어요. 대안적 교육론이나 발도로프, 하워드 가드너와 같은 학자들의 이론도 찾아보면서 기획의 방향을 잡으려고 노력했죠.
또 평소에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에 집중해요. 사회 문제를 보면서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지?’, ‘어떤 것이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해봐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면서 컨셉구축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하나의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이렇게 연구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는 건가요?
네, 컨셉을 만들고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는 이렇게 고민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클라이언트나 조직이 꼭 새로운 것, 융합적인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조직과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과 목표, 요구조건은 모두 다르거든요. 어떤 곳은 안정성을 원하기도 하고, 대중성, 파급력을 요구하시기도 하죠. 다만 제가 맡아온
프로젝트가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융복합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것들이 많았기에 좀 더 많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융합은 각각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하는 도전인데요. 멘토님께서는 어떤 시도를 해보셨나요?
이벤트 기획과 콘서트 기획을 같이 하려고 회사를 직접 차린 적이 있어요. 이벤트에도 예술성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예술창작공동체를 설립했을 때도 공연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형태의 공연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그 속에서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국악이라는 장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국악기의 샘플링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직접 회사를 만드신 이유가 융합적인 기획을 해보기 위해서 였다고 하셨는데, 회사를 다니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현하기가 어려운가요?
조직 내에서는 획기적인 컨셉을 내놔도 반영하기가 어려워요. 시간적, 금전적 한계 때문에 이미 짜인 틀 안에서 몇 사람의 의견만 가지고 컨셉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일부 이벤트 회사들은 빨리 수익을 내야 되고 클라이언트들의 요구도 만족시켜야 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 당연해요. 최근 지방의 축제들, 공연들이 비슷비슷해지고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이유도 이런 것 때문이에요. 물론 기획자가 욕심이 많고 건강한 시스템을 갖추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곳도 많아요.
그렇다면 진짜 좋은 공연, 축제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역만의 특색이 있는 축제가 가장 좋죠. 좋은 많은 축제가 있긴 하지만 제가 경험해본 축제로는 이천시의 쌀 문화 축제가 좋은 예인것 같습니다. 마당 별로 개별 예술단체들에게 공연을 맡기다 보니 특색 있고 다양한 공연을 하게 되었죠. 또 예술단체가 총괄을 하다 보니 그 공간자체가 연출이고 무대가 되었어요. 매년 재미있고 새로운 것들도 내놓으려고 노력하고 주민들도 많이 참여하고 이천시의 쌀의 홍보의 장이 되기도 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모든 공연, 축제가 이런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보시나요?
그럼 이벤트사는 수익이 안 나겠죠? (웃음) 고민 해봐야 될 문제에요.
그 동안 많은 행사들을 기획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어떤 것인가요?
2002년에 처음으로 기획해보았던 장안산 도깨비 축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프리랜서로 일할 때 의뢰 받은 축제인데요. 마을주민들이 직접 판을 만드는 축제를 기획하고 싶었어요. 저는 축제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마을 청년회, 부녀회 분들과 함께 기획을 하게 되었죠. 사실 굉장히 힘들었어요. 우선 일반인 분들이라 기획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하셨어요. 그 상태에서 각자 할 말은 많으시고, 작은 마을이다 보니 말이 와전되어서 떠돌아 다니기도 했죠. 하지만 결국 마을 분들의 이 적극성 덕분에 적은 예산으로 외부 관람객 1,000여명을 끌어들이는 쾌거를 이루었어요. 작은 마을 축제로 수익사업도 아니었는데 대 성공을 거두었죠. 그 때 마을사람들과 많이 친해져서 저보고 마을에서 사는 것은 어떠냐고 하실 정도였어요.
△실제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
평소 업무를 하시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의도한 것이 관람객에게 전달되었을 때의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기획자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보람을 느낄 때가 다를 텐데 저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와서 무엇을 보고 느끼느냐에 가치를 두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 공연, 축제를 보고 환호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반대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가끔씩 매너리즘에 빠졌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아무리 새로운 프로젝트라도 프로세스가 비슷하면 그 안에 생각이 매몰되거든요. 실행하는데 매달리다 보면 생각했던 컨셉도 잘 안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또 금전적인 문제가 힘들어요. 돈을 그렇게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거든요. 처음에는 일이 재미있으니까 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점차 나이가 들면서 같은 연령대인데 직장에서 어느 정도 지위에 올라있는 친구들을 보면 가끔 허탈한 생각이 들죠.
현실적인 문제네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으신가요?
제가 처음으로 일했던 음반제작사가 문을 닫게 되었어요. 대표가 사업체 정리도 하지 않고 사라져버렸죠. 결국 제가 다 뒤처리를 했는데 그 당시 이런 일이라면 안 하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진짜로 4개월 간 디자인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사실 그게 훨씬 수입이 낫더라고요. (웃음) 그 때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님이 와서 저를 다시 해보자고 설득했고 그 덕분에 문화기획자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자기만족이에요. 행사를 성공 시켰을 때 스스로 정말 뿌듯하거든요. 매력이 있는 직업이에요. 또 같이 일하는 사람들 덕분이기도 해요. 기대고 의지하면서 같이 커왔죠.
문화기획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것인가요?
초창기에는 내가 기획한 것으로 세상이 변할 수 있구나! 라는 것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계속 일을 하다 보니 세상은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니구나(웃음)라고 생각했지만요. 요즘은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 작지만 의미 있는 것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멘토님이 설립하셨던 예비 사회적기업 ‘아트앤트’ 이력이 특이하네요. 아트앤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기획자들과 예술가들이 운영과 제작을 함께 고민하는 예술 창작 공동체에요. 사실 기획자와 예술가는 목표가 달라서 의견 충돌이 일어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의견을 나누면 좀 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이상을 가지고 만든 단체죠. 또 소득의 분배에 있어서 예술가들은 약자의 입장이고 삶이 항상 불안해요. 그런 점을 개선하고 작품 창작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어요.
△아트앤트의 공연 모습. 창작판소리(좌), 국악창작그룹 반디(우)
멘토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예술가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예술가와 저는 애증의 관계에요. (웃음) 사랑하는 만큼 너무 미울 때가 있어요. 예술가들과 일 적인 부분에서의 힘 겨루기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제가 의도한 바와 예술가들의 표현 사이의 갈등이 올 때가 있어요. 특히 예술가분이 경험 많은 선배님일 때 더 힘들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예술가들의 행위를 존경하기 때문에 잘 유지되고 있어요.
예술가 분들과 처음부터 조율을 잘 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다움 아카데미에서 나온 ‘기획자의 길’이라는 10가지 지침이 있는데 그 중 ‘예술가들을 절대 함부로 대하지 말라’라는 것이 있어요. 저는 늘 이것을 마음에 새기고 일을 해요. 예술가들은 감수성이 풍부해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예민해요. 제가 아무 감정 없이 하는 이야기에 상처를 받기도 하죠. 한번은 “선생님, 이건 요즘 대중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에요. 방향을 틀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이야기를 해서 크게 오해를 샀죠. 작품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신 거에요. 나중에서야 예술가에게 ‘평가’란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이고 월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랜 기간 예술가 분들과 함께 일을 해오면서 ‘이런 부분을 건드리면 안 된다.’하는 노하우가 생기셨겠어요.
아니요, 각 예술가마다 성향이 너무 달라서 노하우는 안 생기더라고요. 다만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좀 더 신중하게 하게 되고 구체적인 질문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14년의 경력이 있으신데도 노하우가 안 생기셨다면 정말 어려운 일이네요.
맞아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 예술가들이 있기 때문에 일반화 시킬 수가 없어요. 2011년에 경기도 뮤지엄 페스티벌에서 사무국장을 맡았을 당시 17개의 단체와 함께 축제를 기획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17곳 단체의 장르, 예술가가 모두 달랐어요. 그 전까지는 항상 함께 일하던 예술가들과만 커뮤니케이션 해왔거든요.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느꼈던 순간이었죠.
기획자는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통솔해야 되는 리더이기에 커뮤니케이션능력이 정말 중요하겠네요. 커뮤니케이션 능력 외에 기획자에게 중요한 또 다른 능력은 어떤 것이 있나요?
가장 필요한 능력은 ‘상상력’인 것 같아요. 하나의 컨셉 안에서 어떤
구성을 할 것인가 어떤 아이템을 넣을 것인가를 구상하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거든요.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야죠.
두 번째는 실행력이에요. 제가 가끔 후배들에게 기획자와 사기꾼의 차이점에 대해 말하는데 아이디어가 있고 사람들을 모은다 해도 실행시키지 못하면 사기꾼이거든요. 실행력이란 아이디어와
계획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해내는 것을 말해요.
문화기획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라는 말씀이시네요. 멘토님은 일을 하시면서 자기개발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 있으신가요?
저는 될 수 있는 한 교육을 많이 듣고 개별훈련을 하려고 해요. 예술경영지원센터, 사회적기업재단, 예술인특기재단과 같은 곳에서 교육을 많이 하거든요. 또 나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해요. 세상을 한 쪽으로만 보게 되는 것을 막아주거든요.
최근 국민들이 지역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문화기획 분야가 더 성장할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멘토님은 문화기획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성장가능성이 크죠. 또한 문화 기획의 영역이 더 넓어질 거라고 봐요. 생활의 모든 것이 문화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다른 분야와 융합해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올해 타 분야와의 융합을 많이 시도했어요.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각 지역축제들도 지금이 다시 한번 반성을 해야 될 시기인 것 같아요. 좀 더 전문화 되고 정체성을 갖게 되도록 말이에요.
문화기획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처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나요?
대졸자는 교수님들께 추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서 취업이 쉽지 않아요. 자기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는 한 힘들 수도 있어요. 고졸자는 인맥을 이용하거나 대학로 같은 곳에서 밑바닥부터 배우면서 올라와야 되죠. 저는 이 방법도 좋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어떤 분야의 기획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 되요. 공연기획이냐 이벤트 기획이냐에 따라 아예 경로가 다르니까요. 공연기획도 순수 예술과 콘서트분야로 세분화 되어있는 등 다양한데 한가지의 기반을 정해서 전문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여러 가지 세분화된 분야 중 어떤 분야가 나에게 가장 잘 맞을지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기획사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사업 영역을 적어 놓았는데 그걸 참고로 하셔도 됩니다. 기획사 마다 다루고 있는 분야가 다르거든요. 광고기획, 축제기획, 콘서트 기획, 국제경기 등 여러 분야가 있죠. 그 쪽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계신 분들한테 이메일를 한번 써서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은 누구나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더 챙겨주고 싶잖아요. 그 만큼 길이 열리는 거죠.
적극적인 사람에게 길이 열린다는 말이 정말 공감 가네요. 편지를 쓰는 것 외에 또 어떤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요?
토론도 많이 하고 작품도 하나쯤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 외부에 문화기획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 많아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 배울 수 있는 ‘하자센터’같은 곳도 좋아요. 스피치 교육을 받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기획자들은 프리젠테이션도 해야해서 스피치 훈련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나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인문학이나 철학 책을 많이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또 책을 읽고 꼭 글을 써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획자는 글쓰는 작업도 많이 하기때문에 글을 쓰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일기와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도 해야 되고 뒤에서는 글도 써야 되고, 기획자는 만능이어야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이 문화기획에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머리와 몸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머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체력은 강한 거죠. 두 번째로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이 이 일에 잘 맞아요. 기획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되거든요.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야 될 때도 있는 만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 좋겠지요.
멘토님은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과 만났을 때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일단 상대방의 말을 들어요.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아무런 선입견 없이 한번은 들어야 되요. 우리는 생각보다 귀를 막고 있을 때가 많거든요. 자기 생각에 빠져서 ‘저 사람은 꼰대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대화가 안되죠. ‘저 사람도 나와 다르지만 좋은 장점이 있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대화에 임해야 돼요.
일을 하기 전과 하고 시작한 후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상상했던 멋지고 고상한 일과는 달라요. 허드렛일도 많이 하게 됩니다. 조명시스템, 음향시스템 등 무
대 시스템에 대한 지식도 조금씩은 가지고 있어야 전체적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는 만큼 필수적인 과정이에요. 그리고 행정적 업무도 많기때문에 행정업무도 어느 정도는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기획업무를 활동적인 것만 한다고 생각하고 와서 실망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이런 점은 참고를 하고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문화기획은 OOO이다.”라고 정의한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문화기획은 나의 삶이다. 만약 직업이 아니었다 해도 문화기획 같은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아파트 옥상에 공동 정원을 만든다던가 일상 속에서 삶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가지 않았을까요? 문화는 생활이고 우리와 꼭 붙어있는 것이거든요. 그 속에서 작지만 건강한 것을 자꾸 창출해내는 것이 다 문화기획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들이 기획자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멘토님의 꿈이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문화 소비자들과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문화협동조합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 쪽에서 일을 하다 보니 문화공연이나 이벤트가 일방적인 공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비자들의 수요는 다양한데 그 만큼 다양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꼭 거창한 형태가 아니어도 하나의 마을, 공간이어도 좋을 것 같아요. 아트앤트도 그런 맥락에서 세운 것인데 생각처럼 운영이 잘 되지는 않았죠. 또 이 조합을 창업을 하는 청년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단체로 만들고 싶어요. 예술가들에게는 작품을 마케팅해줄 기획자가 필요하거든요. 실제로 얼마 전 제가 청년사회적 기업가에 선정되어서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사업을 하고 있었어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자는 취지였죠. 이런 식으로 아트앤트에서 진일보된 형태의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문화기획 직종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문화라는 것이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허무할 수도 있거든요. 문화기획자들에게 철학이 없으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소모되고 말아요. 왜 문화기획일을 하고 싶은지 많이 생각하고 삶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찾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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