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그 현상을 똑같이 만들 수 있어야 해요.
STRORY 01 About 양경수
성명 : 양경수
직업 : 품질관리 (개발, 생산, 품질, 영업 총괄)
경력 : 14년
멘토님, 안녕하세요!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모바일 관련 제조업체에서 개발, 생산, 품질, 그리고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양경수 본부장입니다. 품질관리를 시작한 지는 약 14년 정도 되었고요. 신입사원 때는 검사업무를 위주로 하는 품질관리사로 근무했는데요. 제 자신의 스펙을 높이기 위해서 경영, 기획 등의 업무를 하나씩 배워가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남들은 이런 저를 보고 오지랖이 넓다고도 하더라고요. (웃음)
품질관리사에서 개발, 생산, 영업까지 총괄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오지랖이 넓은 이유가 ‘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라는 좌우명 때문이에요. 누굴 이기고 지고의 정의는 아니에요. 다만, 품질을 검수하면서 전체적인 프로세스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의 좌우명이에요. 물론 한가지 분야에 대해서만 잘 알아도 되겠지만,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대화가 이어질 수가 없어요.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많이 파고들었어요.
품질이 개발이나 생산, 영업부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다 알아야 하는 거죠?
네, 각 단계에서 품질이 하는 역할을 간단히 알려드리면 이해가 쉽게 되실 거예요. 개발단계에서는 선행 품질이라고 해서 개발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잠재적 고장 불량을 사전에 개선하는 역할을 해요. 생산단계에서는 결함이 없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요. 생산 과정 상의 관리를 품질관리라고 하기 때문에 다른 단계보다도 생산단계에서의 품질은 절대적으로 끊을 수 없는 사이라고 할 수 있죠. 생산단계를 거치고 나면 고객에게 납품되어 피드백이 오게 되는데요. 이 피드백은 영업부서에서 다루는 일이지만, 고객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원인 분석을 거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을 할 수 있는 건 결국 품질을 관리하는 사람이에요.
이렇듯 품질은 모든 부분과 관련이 있다 보니 개발부터 영업까지 다른 업무도 알고 있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하나씩 배우다 보니 지금 품질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품질관리라는 것의 사전적 의미가 뭔지 궁금한데요, 알려주세요!
품질관리(QM: Quality Management)는 품질을 통해 기업 우위성을 확보하는 한편 고객만족, 인간성 존중을 바탕으로 전 사원이 혁신과 개선에 참여해 경쟁력을 키우는 경영관리 체계에요. 즉, 품질 시스템 내에서 품질계획, 품질관리, 품질보증 및 품질 개선과 같은 수단에 의해 수행하는 품질 전반적인 모든 일을 한다고 보시면 돼요.
20대 초반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동기나 계기가 있으셨나요?
저는 전공 자체가 태권도였기 때문에 품질이라는 직무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태권도를 하다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하고 일반 회사 생산직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요. 하루는 일을 하다가 창밖을 내다봤는데, 어떤 사람들이 정자나무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고요. 같은 회사,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궁금했어요. 물어봤더니 품질이래요.
솔직하게 말하면 부러웠어요. 직무가 비교의 대상은 아니지만 어린 나이에 “나도 와이셔츠에 넥타이 매고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고 싶다”라는 목표가 생긴 거죠. 그래서 품질에 대해 공부하고 제품을 파악하기 시작하며 품질 업무를 시작하게 됐어요.
유치하고 우스운 동기죠? (웃음)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거니까요! 전공이 아니다 보니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준비하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노력을 하셨었나요?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많은 걸 알 수 있잖아요. 인터넷에 ‘품질’이라고만 쳐도 정말 많은 자료가 나와요.
저도 품질을 처음 공부할 때는 정말 많은 검색을 했는데요. 회사에서 듣고 이해하지 못한 말이 있으면 다 메모를 해왔어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만, 용어 같은 건 계속 같은 말을 듣더라도 내가 이해를 못하면 모르기 때문에 다 메모를 해왔어요. 메모해온 것들을 날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동영상, 사진 등 여러 자료가 나오는데요. 그 내용들을 보면서 공부하고, 연관 검색어로 나오는 것들도 모두 눌러봤어요.
이해하지 못한 말을 메모해와 검색하는 건 정말 본받아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 이론적인 부분 외에도 준비하신 부분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품질은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고, 내 피부로 느끼고, 내 손으로 직접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노력도 했는데요.
품질에서는 3현이라고 해서 ‘현장, 현물, 현상’이 정말 중요한데요. 현장은 생산하고 제조하는 것을 뜻하고, 현물은 원자재나 완제품들, 현상은 설비, 조건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세 가지의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직접 확인하라는 건데요. 특히 설비는 직접 손으로 만져보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가 없는 부분이에요. Control박스에 있는 매뉴얼뿐만 아니라 설비의 진동, 부품별 느낌(감성)등 세세한 것들은 직접 만져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거든요.
직접 만져보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무 말도 못하게 되요. 원자재(구매)를 알아야 문제 발생하면 개선 원자재를 생각해 볼 수 있고, 생산(제조)을 알아야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고, 설비(기술)을 알아야 정상 가동을 실행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없도록 하려고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리며 피 나는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말씀만으로도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신 게 눈에 그려져요. 그런 멘토님의 직업을 정의한다면 어떤 표현이 좋을까요?
‘기준’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기준(SPEC)은 제품 하나하나마다 한계점을 넘어서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온전한 제품으로 가치를 발휘하도록 정의해주는 것을 뜻하는데요. 품질이 그렇거든요. 제품의 합/부 판정과 보증을 하는 것이 품질이고 직접 사람이 결정하기 때문에 담당의 판단이 정말 중요해요. 제품을 알지 못하고 기준을 알지 못한다면 온전한 제품을 만들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고객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켜주기도 힘들죠. 아주 미세한 차이로 제품의 사용 가/부가 결정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제 직업을 기준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이번에는 앞서 여쭤본 사전적인 의미의 품질관리 말고 실제 하고 계시는 품질관리라는 업무가 무엇인지 여쭤볼 건데요. 멘토님! 품질관리라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제품의 입고부터 출고까지 제품에 결점이 없도록 생산 "관리하고 문제 발생에 대한 개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품질관리에요. 크게 IQC, PQC, OQC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IQC는 수입검사 파트로 입고 원자재 검사를 통해 양질의 원자재를 생산에 공급하게 하고, PQC는 공정 검사 파트로 생산 중인 제품에 결점이 생기지 않도록 초/중/종 검사와 모니터링을 통한 Feedback, 개선 업무를 수행하는 걸 말해요. OQC는 출하검사 파트로 고객에게 공급되는 제품이 양질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검사, 성적서, 신뢰성 등 follow up 역할을 하는 거고요. 크게 말하면 품질관리 업무는 검사, 합/불 판정, 출하, 보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보증이라면 제품 합/불 판정을 보증하는 걸 뜻하는 건가요?
네, 이 제품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고객에게 보증해주는 것을 말해요. 기준이라는 선 안에서 상한과 하한을 합의해 두고 그 안에 포함되면 이상이 없다고 보증하는 거죠. 사실 이 기준이라는 건 감성적이기도 해요. ‘감성품질’이라는 말도 있거든요. 자동차 분야에서 먼저 시작된 용어인데요. 소비자들은 새 차에서 나는 새 차 냄새가 싫다는 거죠. 이걸 휴대폰 분야에도 똑같이 적용해서 터치감 같은 부분에 있어서 감성품질을 중요시해요. 쉽게 말하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을 감성품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감적인 부분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감성품질’까지 만족시키는 품질관리사라, 매력적인데요?
지금 기준 안에서 상한과 하한을 합의해두신다고 하셨는데요. 그 단계에서 고객사와 의견 충돌이 발생할 것 같기도 해요.
네, 품질에 대한 기준이 다른 고객을 만나면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고객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의견 차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품질을 관리하는 사람에게는 기준이라는 것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모든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거든요. 그만큼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종종 의견 충돌이 생기죠.
의견 충돌이 생길 때마다 합의를 도출하는 멘토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우선, 협력업체가 해달라는 건 대부분 맞춰주려고 해요. 저도 지금까지 일하면서 최종 고객사에도 있어봤고, 협력업체에도 있어봤기 때문에 요구하는 부분들이 이해가 되거든요. 쓸데없는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요구하는 건 최대한 맞춰 줌으로써 나중에 제가 요구하는 것도 쉽게 들어줄 수 있도록 해요. 제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먼저 대접해드리는 거죠. 맞춰준다고 해서 무조건 굽혀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대우를 해주면서 의견을 들어주는 거에요.
그리고 전 일을 일로만 구분 지어 풀어나가려고 하지 않아요. 일이지만, 다 인간관계로 여기고 서로 ‘형님, 동생’하면서 지내요. 인간적으로 다가가게 되면, 만약의 돌발 상황이 생기더라도 정말 큰 범위의 사고가 아닌 이상 서로의 업무를 이해해주기 때문에 조율해나갈 수 있거든요.
의견 충돌 외에 일을 하면서 힘드셨던 점은 없으세요?
본인 스스로의 인간관계적인 부분이나 본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상대방의 생각과 행위 때문에 어려운 점은 있지만 업무적으로 힘든 일은 없다고 봐요.
저 같은 경우는 의도치 않게 가정에 소홀해질 때가 있어요. ‘집보다 회사가 좋은 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업무에 집중할 때도 있거든요. 또 품질은 미리 예측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업무가 종료된 후에 처리할 일들이 많기도 하고, 급박한 상황에서는 밤샘 철야도 많아요.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내면과의 싸움이죠.
자기와의 싸움이라 더 힘들 것 같아요. 이 일을 시작하시기 전에 이런 부분을 예상하고 계셨었나요? 일을 시작하기 전과 직접 업무를 경험하고 나서 느낀 차이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정말 많은데요. (웃음) 겉에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예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화이트칼라에 양복 입고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나 두드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거죠. 혹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그 생각은 없애시는 게 좋아요. 내면과 외면이 다르니까요. 내면 속에는 스스로와의 싸움, 스트레스, 생각들이 어마어마한 거죠.
특히 이 일은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문제 해결을 남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죠.
남이 도와줄 수 없기에 업무를 하시는 중에도 혼자 노력하셨던 부분들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네, 혼자 테스트를 정말 많이 했어요.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화된 방법, 속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인데요. 예를 들어 불량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그 현상을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게 필요해요. 그래서 저는 ‘재현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해요. 현상을 똑같이 만들 수 없으면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재현해 냈다면, 재현해내는 과정상에 답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수정해나가다 보면 원인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죠.
그래서 정말 많은 테스트, 정말 많은 생각, 정말 많은 공부를 해요. 솔직히 그걸 노력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내가 어떻게 해서든 빠른 시간 내에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죠.
품질관리를 하시다 보면, 에러 사항을 보완한 적도 많으시죠? 몇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있죠. 정말 많은데, 어느 한 부분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것을 바꾸는 것들이 많아요.
똑같은 제조 현장인데 두 공간이 막혀있는 거에요. 바로 옆에 있는 제조현장으로 가는 건데도 막혀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가야 했어요. 그래서 벽을 뚫자고 했죠.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가는 귀찮음의 문제가 아니에요. 가운데 벽을 뚫음으로써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들락날락 함으로써 날리던 이물들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거든요. 제품을 생산할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도 큰 영향을 주거든요. 양품률은 높아지고, 매출 증대도 당연히 이어졌죠.
자동차 분야 사후관리를 SQ라고 합니다. 심사 결과는 A 등급, B 등급 그리고 C 등급으로 구분이 되는데요. 등급 업이 되지 않으면 업체 허가가 취소됩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프로세스와 SQ심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자체가 모니터링에 대한 관리와 개선인데요. 기본적으로 ISO에 있는 매뉴얼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SQ심사에서는 개선활동을 적합하고, 적당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했느냐에 대해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갖고 심사를 하는데요. 이때 등급을 업 시키는 성과를 얻었던 적이 있어요.
등급을 업 시키거나, 품질을 높여 매출이 올라가게 되면 보람을 느끼실 것 같은데요. 일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고객의 만족스러운 목소리를 들었을 때죠.
‘부장님 요새 물건 너무 좋아’, ‘아우 좋아요. 현상태만 유지해주시면 다음 물량도 드릴게요.’ 제조에서 최종 목표는 고객만족인 만큼 고객에게 감동과 만족을 줬다는 것은 업무 대응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들으면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작년에는 회사에서 상금과 더불어 공로상을 받았는데요. 그럴 때는 더할 나위 없죠. 이 공로상이 이제 저희 집 가보가 될 거예요. (웃음)
지금은 휴대폰 분야에 계시지만, 자동차 분야에서도 일하셨던 거죠? 혹시 제품의 종류에 따라 업무에도 차이가 있나요?
품질의 기본 틀은 다르지 않지만 제품의 종류에 따라 업무의 차이가 있긴 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자동차 관련 업체와 전자 및 모바일 관련 업체에서 업무 수행을 한 적이 있는데요. 품질 관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수입 -> 공정 -> 출하로 단계는 비슷해요. 하지만 관리 항목이 다르죠. 전자 및 모바일은 성능적인 부분을 비롯한 핵심적인 부분을 체크한다면, 자동차는 전(全) 포인트를 체크해요.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조립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비거나, 꽉 끼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꽉 끼면 향후 마모가 생길 수도 있고, 벌어지게 되면 유격이 발생해 파손이 될 수도 있어요.
제품에 따라 관리 항목에 차이가 있군요. 일을 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품질은 에피소드가 없어요. 에피소드가 있다면 그건 사고라고 할 수 있어요. 웃을 수 있을만한 에피소드는 있을 수 없어요.
제가 사고를 쳤던 적이 있는데요. 노비문서 사건이 있었어요. 찰나의 실수로 제품이 좋지 않게 나왔어요. 2억 가까이 되는 규모였는데, 고객이 그 물건을 받지 않겠다고 한 거예요.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제가 해결을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금액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뭔가를 쓰지 않으면 해결해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지 않을 것 같아서 자발적으로 문서를 작성하게 됐어요. 그게 바로 ‘노비문서’에요. (웃음) 종이에 노비문서라고 쓰고, ‘불량한 제품을 해결하지 못하면 해당 금액 2억 원에 대해서 노비처럼 일하겠다.’ 라고 썼어요. 그리고 고객사 품질 팀장님께 무릎 꿇고 부탁드렸죠. 그랬더니 정말 다행히도 금액은 크지만 수량이 얼마 안 되니까 이번 건은 진행하자고 하셔서 넘어갈 수 있었던 사건이에요.
‘십년감수 했다’라는 말을 그런 상황에서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멘토님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스릴감이라고 할까요? 모든 업무의 기준은 자신이 되기 때문에 시발점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된 기준이 존재한다면 회사의 존/폐 혹은 고액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거든요. 늘 긴장하고 거듭 확인하며 조심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스릴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가 없거든요. 가만히 있다가도 불량이 생겼다는 전화 한 통이면 어디든 달려가야 돼요. 가는 동안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가면서 오만 가지 생각을 해요. 그동안 발생했던 불량 케이스를 다 떠올리면서 추측하고, 가서 어떻게 해결할지, 내 눈으로 현상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일지 바짝 긴장한 상태로 가죠.
그렇다면, 14년 동안 이 일을 해오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떤 점일까요?
매번 새롭다는 것이 이 일을 계속 해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똑같은 매뉴얼에 똑같은 방법론으로 따분하고 지겨울 때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변수 상황이 많은 직종이거든요. 새롭게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의 생각도 해보고, 결정도 내려보며 헤쳐나가는 재미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분야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전망은 좋다고 생각해요. 제조가 존재하는 한 없어서는 안될 직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결함 없는 제품을 생산해 고객에게 공급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고객만족의 일부분인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기준을 갖고 정확한 프로세스에 의한 정확한 판정을 할 줄 아는 품질관리원이 있어야 하거든요. 인터넷만 봐도 정말 많은 제품들의 결점을 찾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이 제품을 유심히 본다는 것을 뜻해요. 꼼꼼한 고객들의 만족을 실현하는 것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품질이기 때문에 제조가 없어지지 않는 한 품질은 없어질래야 없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시 사회초년생으로 돌아가더라도 지금의 직업을 선택하실 건가요?
지금까지 쌓아온 생각들이 다 지워지고 돌아간다면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웃음)
하지만 지금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갖고 사회초년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더 나은 방법으로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기획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품질은 하되 정해진 고정 틀에서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이나 프로세스 같은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품질관리를 하기 위해 특별히 요구되는 스펙이나 자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전공이 운동이었기 때문에 품질 관련 자격증이 없어요. 그런데 많은 회사에서 품질경영 산업기사나 품질경영기사 자격증을 선호하세요. 품질이니까 기사 자격증이 있어야지라는 회사들의 생각인 것 같아요. 그래서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좋은 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어요.
후배들이 갖췄으면 하는 자세나 역량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쓴소리를 좀 하자면, 본인을 낮출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해요. 요즘은 4년제뿐만 아니라 2년제, 사이버대학까지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청년들이 ‘나는 대졸이니까 초봉이 얼마 이상이어야 돼’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이 생각을 조금은 바꿨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본인은 대학도 나왔고, 자격증도 있고 능력이 있어요. 하지만 실무 경험이 없잖아요. 회사에서 3개월의 수습기간을 두는 이유는 실무를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기 위해서 에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월급이 성에 차지 않더라도 중소기업에 가서 경험을 해보면 그 경험 자체가 본인에게는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된다는 거예요. 하다 보면 1년만 더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도 갖게 될 거예요. 그렇게 해서 일하는 기간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결국 그게 경력이 되잖아요. 그렇게 경력 쌓다가 한번에 빵 터트려도 되니까, 일단은 본인을 좀 낮추고 실무를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아봤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로버트 J. 페트로의 ‘부자의 유산’이요.
부자가 되기 위한 성공에 이르기 위한 보편적인 진리가 서술된 책인 것 같지만, 자기 개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멘토님의 꿈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최종 목표는 최고 경영자가 되는 거예요. 지금까지 사원 -> 주임 -> 계장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으로 순서를 밟아 왔는데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어요.
제 궁극적인 목표는 품질 하나보다도 여러 직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부는 계속 해나갈 거고요. 실제로 경영과 관련된 인사, 관리, 총무 쪽도 공부할 거예요. 진짜 CEO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해야죠. 최고 경영자라는 것이 회사 하나 차려놓고 폼 잡고 다니는 게 아니라, 사장으로서 내가 책임져야 할 직원들에게 최고 경영자의 모습을 보이고 싶은 거에요. 매출이 올라가면, 내 차를 바꾸는 게 아니라 직원들한테 수고했다고 한마디 하면서 성과급을 올려주거나 하는 식으로 직원들을 챙기는 경영자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마지막으로 이 직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해주세요.
하나만 바라보지 마세요. 그 하나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득과 실을 정확히 봐야 합니다. 크고 넓게 그리고 정확히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주세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김정은
VM
담당부서:인터뷰
취재:김정은
INTERVIEW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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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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